‘안철수 단일화’ 야권 최악의 시나리오

죽 쒀서 개 줄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경선판을 두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묘한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야권 내에서는 서로를 향한 ‘난타전’이 계속될수록 여권이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고성준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의 반응이 싸늘하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 입당을 거절하자 ‘무시 모드’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제1야당을 중심으로 단일화를 이뤄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식이다. 반면 안 대표는 입당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야권 밖 단일화 경선을 제안했다. 그는 “만약 제가 탈당하고 입당한다면 기존에 국민의당을 지지하던 분들이 야권 단일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입당에 선을 명확히 그은 바 있다.

주도권 싸움
무시 모드로

국민의힘은 안 대표와의 줄다리기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그를 ‘패싱’한 채 자체적인 경선 작업에 나섰다. 당은 지난 22일부터 공천 서류 심사에 착수한 상태다. 당내 예비 후보만이 심사 대상으로 오는 26일까지 예비 경선 절차를 그대로 진행해 본 경선에 올라갈 4명의 후보를 뽑는다.

당외 인사는 예비 경선과 본경선 모두 참여가 불가하다. 자체 타임라인대로 경선 시스템을 가동할 테니 참여를 원하는 외부 주자들은 알아서 입당하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태도에 안 대표는 내심 조급해 보인다. 안 대표는 본인을 중심으로 하는 야권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 정치생명에 위협을 받을 정도의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대권을 포기하고 체급을 낮춰 참여한 서울시장 선거마저 이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밖에서 판을 키워 야권 후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경선’을 치르자고 제안했다. 안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당에 국한되지 않고 여권을 이길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국민의힘 경선 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 달라. 제1야당이 주도권을 갖고 야권 승리를 위한 게임메이커가 되어주면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제안했다. 제1야당이 야권 인사들을 포함한 경선을 짜면 따르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의 제안은, 국민의힘 후보 ‘빅2(나경원·오세훈)’ 중심으로 판이 돌아가는 것을 막고자 하는 속내로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경선이 본격화되면 여론에 밀려 이후 단일화를 하더라도 안 대표에게 불리할 수 있다.

개방형 경선 제안했지만…딱 자른 김
닫힌 국힘 경선 열차…안은 결국 패싱

하지만 국민의힘은 안 대표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안 대표) 본인도 공당의 대표인데, 지금 다른 당에서 실시하는 경선 과정에서 무소속 이름을 걸고 같이 (경선을) 하겠다는 게 정치 상식에 맞는 얘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까지 준비해야 하는 정당이라는 것을 인식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덧붙였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 역시 “안 대표의 제안은 안 대표가 지금까지 선호해온 원샷 경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거절의 뜻을 표했다. 이에 안 대표는 “중요한 건 저를 이기는 게 아니지 않나. 저는 문재인정부와 싸우는데 제1야당은 안철수와 싸우는 것 같다”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당 후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분위기다. 안 대표의 개방형 통합 경선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일부 의원들조차 돌아섰고, 서울시장 유력 후보들 역시 미지근한 입장이다.
 

▲ ‘박원순 시장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행사 갖는 국민의힘 ⓒ박성원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은 “당이 현명하게 결정하는 게 맞다. 어떠한 경선 룰도 좋고, 그걸 안 대표가 정해도 좋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공관위가 안 대표 등 당밖 인사가 참여할 경우를 대비해 100% 여론조사로 결정했는데 그 이상의 개방형 경선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그 절차에 맞춰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무소속으로?
외로운 안

국민의힘은 당을 중심으로 선거를 끌어가는 게 옳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102석을 가진 공당이 단일화 과정에서 주도권을 놓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당과 후보들의 입지 역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국민의힘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인물이 10명에 가깝다. 당적이 다른 외부인사를 아무 조건 없이 올릴 시 후보자들의 반발은 물론, 당원, 지지자들의 이탈이 있을 수 있다.

나아가 만약 안 대표를 중심으로 판이 돌아가면 당의 위세가 대선 정국에서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안 대표로 단일화가 이뤄지면, 오는 재보궐선거는 그의 ‘1인 플레이’가 된다. 안 대표가 선거에서 이기게 되더라도 ‘대선’에서 국민의힘의 존재감이 한풀 꺾이게 되는 셈이다.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후보 배출을 자신의 소임으로 여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선 과정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에 대한 여론 주목도를 최대한 끌어올려 경쟁력을 키운 다음, 3월 국민의힘 최종 후보를 안 대표 등과의 단일화 경쟁에 내보내 승리하겠다는 의도일 수 있다.

국민의힘의 흥행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연일 잔칫집 분위기다.

야권 분열
국민 피로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렸던 ‘박원순 시장 잃어버린 10년, 재도약을 위한 약속’ 행사에서는 대권 잠룡군까지 등장하면서, 당내 인사들이 큰 조명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서 안 대표는 예상대로 일언반구조차 거론되지 않았다. 지난 연말 행사를 처음 기획했을 당시 안 대표에게 먼저 참석을 요청하고, 이를 홍보에 적극 활용했던 국민의힘의 행보와는 사뭇 결이 다르다.

국민의힘의 흥행에 안 대표는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단일화 촉구로 국민의힘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안 대표는 국민의당 당적을 유지한 채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물밑 소통으로 단일화에 대한 공감대를 만든 뒤 당 지도부의 입장 변화를 끌어낼  수도 있다.


만약 야권의 ‘각자도생’이 계속된다면 여권에는 유리한 판이 깔릴 것으로 보인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성원 기자

야권 내 분열로 3자 구도 선거를 치른다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게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최종적으로 야권 단일화가 성사되더라도 야권의 ‘진흙탕’ 싸움이 계속된다면 민주당에겐 유리한 판이 열린다. 야권이 이대로 간다면 국민적 피로를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로 단일화가 돼도 승리할 수 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이 가장 걱정하는 시나리오는 안 대표와의 1대 1 대결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대표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의원 등과의 일대 일 대결에서 앞선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안철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재보궐선거 전략을 구상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야 각자도생에 웃는 여
따놓은 당상? 필패론도

이 같은 전략에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국민의힘 후보를 찍지는 않을 것이라는 여권 내 확신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에게 이전 보수 정권의 유산에 대한 부채는 없는 상태다. 문재인정부에 실망한 중도층이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대안 세력이라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권 내에서는 서울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서로를 향한 ‘난타전’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시장 선거의 분위기가 여권에 유리하게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태섭 전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제1야당의 틀 안에서 (경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새 판을 깔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이 단일화에 실패하고 서로 비방을 일삼다가 여권에 자리를 내줬던 선례가 있다. 당시 박원순 전 시장이 52.79%를 득표해 김문수(23.34%) 후보, 안 대표(19.55%)를 가볍게 이기고 당선됐다. 야권 내 김 후보와 안 대표의 단일화 논의가 있었으나 대치 끝에 무산됐던 까닭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3월 다 와서 네거티브 난타전만 벌이다 단일화는 무산되고 야권 표 분열로 남 좋은 일만 하는 건 아닌지”라며 “서울시장직이 무슨 따놓은 당상인가. 대승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 내에는 본선을 앞두고 단일화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규모로, 야권 단일화에 따라 서울시장 선거 이후 야권의 지형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자 구도
야권 필패

김 위원장은 오는 3월 초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문을 닫고 있는 게 아니다. 단일화해야겠다는 데 이의가 없다”며 “나머지 방법은 우리 후보가 확정된 후 3월 초에 가서 누가 적합한지 국민에게 물어서 결정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야권 후보 단일화가 되면 3자 구도를 할 필요가 없다. (3자 구도는)단일화에 불복해 출마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일 것으로 생각한다”며 3자 구도 시나리오에 대해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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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