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점' 창업 현장을 가다

권리금·임대료 바닥…지금이 적기?

최근 저점 창업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권리금과 임대료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창업 적기라 판단하고 창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 안심치킨 상주 서문점 박기연 사장

경북 상주시 서문동에서 웰빙치킨 전문점 ‘안심치킨’서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류상운(59)·박기연(59) 부부는 꼬치구이 주점을 오랫동안 운영해 오던 66㎡(약 20평) 규모의 점포를 웰빙치킨 전문점 ‘안심치킨’으로 업종 전환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원래 이 점포는 상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4차선 도로변인 데다가 주변이 숙박업소와 사무실, 주택가 상권이라서 홀 판매 고객 위주로 장사를 해왔다. 

착한 건물주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홀 장사가 잘 안 되기 시작했다. 부부는 상권이 좀 더 좋은 데로 옮겨서 해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점포 보증금과 임대료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더 들어가는 문제가 있어서 현재 점포에서 배달업종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적당한 업종을 찾다가 안심치킨을 선택하게 됐다. 

부부는 “마음씨 착한 건물주를 만나서 보증금 500만원에 월 임대료가 50만원밖에 안 한다. 게다가 안심치킨 본사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업종 전환을 지원해 줘 저점 창업이 가능해 배달 중심으로 영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부는 “현재 비대면 장사가 대세라 리모델링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점포 주인도 잘 만나고 본사도 잘 만나 큰 추가 비용 없이 업종 전환을 할 수 있었다. 운이 좋은 것 같다. 다른 건물주님들과 본사들도 어려움에 처한 소자본 창업자들을 적극 지원해 주길 바란다. 코로나 시기에 힘든 자영업자들의 대안으로 저점 창업이 자리 잡혀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안심치킨 경북 상주 서문점
그린스미스&에그존 만리동점 

안심치킨은, 거의 모든 메뉴에 인공첨가물은 전혀 넣지 않고 천연 재료로 만드는 웰빙치킨이다. 자연 방목해서 키운 무항생제 닭을 원료육으로 쓰고, 밀가루 대신 쌀가루 튀김옷을 사용한다. 기름은 100% 식물성 카놀라유로 조리하는 등 치킨뿐 아니라 다른 메뉴도 대부분 천연 재료로 만든다. 반면 가격대는 일반 치킨전문점과 비슷해 가성비가 높다. 

부부는 “자연 재료로 만든 건강한 치킨이라 향후 마케팅만 잘하면 고정 고객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선택하게 됐다”며, “상주시에서 배달과 홀 장사로 건강한 치킨을 판매하는 치킨전문점으로 자리 잡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만리동 고개 대로변에서 25㎡(약 7.5평) 규모의 점포로 샐러드&에그샌드위치 배달전문점 ‘그린스미스&에그존’을 운영하고 있는 노현학 사장(34)도 저점 창업으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점포는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오피스텔 등이 많고 유동인구도 제법 많은 곳에 위치해 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점포가 비어 있어 권리금이 없고, 임대료도 100만원 선이라 부담 없이 창업에 나설 수 있었다. 

그는 “가맹본부도 최소한의 창업 비용으로 가맹점을 내주고 다양한 지원도 적극적으로 해줘서 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 사장은 유통사업을 하다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그만두고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지 않은 일을 찾다가 그린스미스&에그존을 선택하게 됐다. 
 

▲ 만리동점주 노현학 사장

그는 “최근 젊은층이 샐러드 배달주문을 많이 하고, 에그 샌드위치 인기도 높은 편이다. 두 가지 아이템을 다 취급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그린스미스&에그존에 가맹하게 됐다”고 업종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원래 배달전문점이라서 5000만원 이하의 총 창업 비용으로 16.5㎡(약 5평) 규모의 점포를 내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대로변 유동인구의 매출을 잡기 위해 테이크아웃뿐만 아니라 홀 판매도 가능한 크기의 점포로 열게 됐다”고 말했다. 점포 구입비를 포함해서 9000만원 정도가 총 창업 비용으로 들었다. 


‘그린스미스’는 단순한 에피타이저나 디저트, 또는 밑반찬 역할을 하는 정도의 샐러드 이미지에서 벗어난 브랜드다. 한 끼 식사로도 부족함이 없는 메뉴 콘셉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위생적인 식재료와 영양분이 가득한 토핑, 맛있고 향긋한 드레싱이 차별화됐다. 기존 샐러드 전문점의 신선한 채소류뿐 아니라 포만감을 주는 다양한 건강식 토핑류를 30%나 얹은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토핑류는 채소만큼 열량이 적은 건강식으로만 구성돼 있다. 렌틸콩, 칙피, 고소하고 향긋한 견과류, 크랜베리, 옥수수, 양파, 토마토, 단호박 등과 에그, 스페셜소시지, 최고급 수제 치즈, 그리고 올리브닭가슴살  등 12가지 토핑류가 일대 일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노 사장은 “곡물과 고기 토핑의 양이 많아 플레이트 상단을 완전히 덮는다. 하단에 깔린 채소와 함께 식사하면 든든한 한 끼를 섭취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열량은 적은 덕분에 건강과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는 “주 고객인 2030 여성들은 훈제연어샐러드, 단호박샐러드를 주로 찾는다. 남성들에게는 콥떡갈비 샐러드, 칠리베이컨샐러드가 인기 메뉴”라고 소개했다. 치즈샐러드와 올리브닭가슴살샐러드도 남녀 모두 좋아하는 메뉴다.

에그 샌드위치 배달전문점 ‘에그존’은 최근 인기 있는 계란 샌드위치 전문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에그존은 달콤하고 짭조름한 맛의 생크림과 계란으로 만든 스크램블에그와 브리오슈(우유식빵)로 제조된 에그토스트(샌드위치)를 배달 전문으로 판매한다.

두툼한 브리오슈 식빵 사이에 달걀과 함께 추가로 베이컨, 불고기, 닭갈비, 바비큐, 치즈 등의 토핑을 넣을 수 있다. 매콤한 치즈 소스와 연유 소스가 적실 듯 뿌려져 나간다. 에그샌드위치, 햄치즈샌드위치, 베이컨치즈샌드위치, 숯불바베큐샌드위치 등이 가장 인기가 높다. 노 사장은 “에그존의 주 고객층은 3040 남녀이다. 부드러운 에그 샌드위치를 즐기는 50대 고객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테이크아웃

노 사장은 “식사 대용 샐러드 메뉴와 에그 샌드위치를 함께 취급하고, 배달영업과 테이크아웃 및 홀 판매영업을 동시에 할 수 있어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데 유리한 것 같다”며,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 앱을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만리동 고개 주변 주민들에게 가성비 높은 건강 간편식을 제공하는 카페로 자리 잡아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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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