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창업시장 결산 <하>

‘한 잔 1500원’ 저가 커피에 반하다

올 한 해 가장 크게 성장한 업종은 단연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1500원 선인 저가 커피전문점이다. 선두주자인 ‘빽다방’은 올해 점포가 100여개 늘어나면서 연말 기준 720여개의 점포를 이루는 등 탄탄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빽다방은 방송인 백종원씨의 인기를 등에 업고 점포당 매출이 가장 높은 브랜드로 알려져 있는데, 과도한 점포 확장보다 상권과 입지가 좋은 점포에만 입점하는 정책을 고수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메가MGC커피’는 작년에 400개 점포를 개설한 데 이어 올해도 연말까지 400개 이상 점포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연말 기준 1200개 점포를 넘기고, 지금은 내년도 출점 가맹점 계약을 받고 있는 상태다. 

성장세

특히 메가MGC커피는 미리 2개월분(약 60~70개)의 가맹점 오픈 점포를 확정할 정도로 가맹점 창업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사업 전개를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 가맹점주 중 다수가 점포를 추가로 오픈하는 다점포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점포당 평균매출이 높아 내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부산에서 시작한 ‘컴포즈커피’와 ‘더벤티’도 올해 많은 점포를 오픈했다. 컴포즈커피는 이미 400개를 넘겨 개설했고 연말 기준으로 점포가 780개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벤티 역시 연말 기준 130여개 점포가 순 증가해 520여개 점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빅4 저가 브랜드 커피전문점만 올해 1050여개 점포가 증가했다. 기타 브랜드와 많은 독립 점포들도 지역 상권 곳곳에 들어섰다. 이것은 커피가 이미 일상 식품이 된 점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테이크아웃 위주의 저가 커피전문점으로 고객의 쏠림이 생긴 점 때문이다. 창업자들 역시 선진국형 업종인 커피전문점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가 커피전문점으로 창업의 눈길을 돌리게 됐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언택트 문화는 배달업종의 가파른 성장을 가져왔다. 도시락, 한식 등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업종은 코로나19가 오히려 과당경쟁의 레드오션에서 벗어나게 하는 기회가 됐다. 

도시락은 ‘한솥도시락’과 ‘본도시락’의 성장세가 돋보였고, ‘원할머니보쌈족발’도 도시락 메뉴의 배달이 인기를 끌면서 크게 성장했다. 

과도한 점포 확장보다 
입지 좋은 점포만 입점

온라인 배달전문점으로 냉장냉동 간편식품 온라인 플랫폼인 ‘아임웰’과 ‘한끼마켓’도 도시락 메뉴를 중심으로 크게 성장했다. 올해 배달시장의 증가는 2019년도에 어려웠던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배민B마트’의 성장도 도시락 간편식 온라인 배달 수요를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한식 배달전문점 중에서도 몇몇 히트 브랜드가 등장했다. ‘혼밥대왕’은 올해 본격 가맹점 모집을 시작했는데, 7900~9900원대의 한식 메뉴가 인기를 끌면서 올해만 170여개의 점포가 오픈할 것으로 보인다. ‘삼첩분식’은 떡볶이와 두 가지 분식 메뉴를 더해 세 가지 메뉴를 배달한다는 콘셉트로 큰 인기를 끌어 올해 200여개 점포를 신규 개설했다. 

수제 부대찌개 전문점 ‘낙곱새부대장부대찌개’는 낙곱새(낙지, 곱창, 새우)로 메뉴를 선보이는 뉴트로 콘셉트와 배달강화로 큰 인기를 끌었다. 원래 부대찌개 자체가 대중적인 전통 메뉴인 데다,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 군에 속하는 낙지, 곱창, 새우까지 추가함으로써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 종류를 망라하게 된 것이 인기 요인이다. 

특히 낙곱새부대장은 곱창 메뉴의 원재료로 값비싼 대창을 사용함으로써 곱창 마니아층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식재료의 품질이 좋기로 소문난 낙곱새부대장 소스에 대창이 사르르 녹으면서 풍미를 더하고 있다. 신메뉴는 낙곱새부대찌개, 닭곱새부대찌개, 부(햄)곱새부대찌개 등 세 종류가 있는데 모두 인기 만점이다. 


가격은 1인분에 1만1000원으로 저렴하고 양도 푸짐해 불황에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주 마니아 고객들을 견인하고 있다.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젊은층이 낙곱새 메뉴에 열광하고 있어서 코로나19 사태에도 여전히 인기가 많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때 정크푸드라며 인기가 시들했던 햄버거도 성장했고, 샌드위치 등 간편식도 인기를 끌었다. 수제 햄버거 등 트렌디한 메뉴를 선보이고, 에그 샌드위치 등 신 메뉴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성장요인이다. 
 

‘써브웨이’와 ‘카페샌드리아’는 수제 건강식을 내세워 올해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급성장했던 ‘에그드랍’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갔고, 신규 브랜드인 ‘에그존’도 가성비를 내세워 많은 주목을 받았다. ‘홍루이젠’은 24시간 무인 카페 콘셉트인 ‘홍루이젠 PICK’으로 올해 100여개 점포를 개설했다. ‘노브랜드버거’ 역시 가파른 성장을 했고, 샐러드 배달전문점인 ‘샐러디’와 ‘그린스미스’도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부응한 초저가 업종이 인기를 끌었다. 이들 업종은 가격은 낮추고, 소량 판매로 다양한 메뉴를 선택하게 하는 전략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살얼음 맥주로 최근 몇 년간 인기몰이 중인 ‘역전할머니맥주’는 올해도 코로나19의 기승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었는데, 올해만 300개에 가까운 매장을 오픈했다. 비슷한 콘셉트의 ‘인쌩맥주’도 유의미한 성장을 했다. 특히 역전할머니맥주는 다양한 저가 메뉴를 맛있게 제공함으로써 젊은층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 신 메뉴를 수시로 출시하고 있는 것도 인기 요인이라고 창업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수제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올해 트렌드 중 하나로 ‘편리미엄’을 제시했다. 그는 “시간을 줄여주고 귀찮은 일에 들어가는 노력을 줄여줘 소비자가 얻고자 하는 성과를 극대화시켜주는 업종이 편리미엄에 부합한다. 세탁의 부담을 덜어주는 ‘크린토피아’매장은 올해 무려 300개 이상 순 증가하면서 3000개 이상 가맹점으로 늘었다. 코로나19로 비외식 업종 대부분이 불황에 허덕였지만 나 홀로 성장을 한 셈이다. 배달 플랫폼의 성장 역시 편리미엄에 부합한다. 귀차니스트의 증가 등 ‘인간의 편리함 추구’는 메가 트렌드인데, 다만 올해 코로나19가 그 시기를 많이 앞당겼다는 것이 정확한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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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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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