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검찰개혁 ‘진짜’ 이유

창 들었을 때 방패부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10일은 검찰 입장에서 운명의 날이었다. 국회와 법무부에서 검찰 압박을 위한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위원회가 법무부에서 열렸고, 국회에서는 검찰개혁의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두 사건의 명분으로 모두 검찰개혁을 내세웠다.
 

▲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본회의서 공수처법이 가결 처리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법 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앞서 열린 안건조정위원회에서는 6명 중 4명의 찬성으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추천위원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완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야당 패싱
일방 통행?

사실상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또 정당이 10일 이내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대신 학계 인사 등을 추천하도록 하고 공수처 검사의 요건을 현행 변호사 자격 10년에서 7년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당은 야당의 개정 의견을 일부 수용, 공수처장에 재정신청권을 주는 특례조항을 삭제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토론 없이 안건을 표결에 부쳤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 11명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기립해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찾아 “권력을 잡으니까 보이는 게 없느냐”며 “이렇게 날치기하면 안 된다”고 항의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9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에 공수처법 개정안을 상정하면서 국민의힘이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첫 주자로 나서 “대한민국은 ‘문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문님’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문빠’들로부터 나온다”고 비판했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비꼰 내용이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지난 10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87인 중 찬성 187인, 반대 99인, 기권 1인으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원안에 가까운 수정안을 제출하고 유상범 의원이 반대 토론에 가까운 수정안 설명에 나섰지만 의석 수에 밀렸다. 

이로써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한 검찰개혁의 핵심 정책인 공수처 출범이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여야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자신의 SNS에 “공수처 출범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운영은 더 중요하다”며 “공수처가 가동되면 권력층의 불법적 특권과 불합리한 관행은 사라지고, 공직사회는 더욱 맑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썼다.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
야당 비토권 무력화

반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참으로 참담한 분노가 치솟는다”며 “민주당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수처법 개정안의 통과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이 폭망의 길로 드디어 시동을 걸었다고 확신한다”며 “국민들이 이런 부정, 불법, 비양심, 사기를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약 없이 공수처 출범이 미뤄져 안타까웠는데, 신속한 출범 길이 열려 다행이다. 공수처 설치는 대통령과 특수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 성역 없는 수사와 사정, 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 그리고 부패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오랜 숙원이자 국민과의 약속이었다”며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출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와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검사징계위도 지난 10일 법무부에서 열렸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징계를 청구해 징계위가 소집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날 징계위는 외부위원인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전남 광양 출신의 정 교수는 2017년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정 교수 외에 외부위원으로는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가 참석했다. 또 다른 외부위원 1명은 불참했다.

당연직 위원인 이용구 법무부 차관, 추미애 장관이 지명한 2명의 검사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다. 법률상 징계 혐의자인 윤 총장은 심의에 출석하지 않았고, 대신 이완규·이석웅·손경식 등 특별변호인 3명이 참석했다. 

윤 총장 측은 회의 시작 후 징계위원들에게 추미애 장관이 징계청구자이면서 징계위를 소집하는 건 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징계위원들은 윤 총장 측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원 5명 중 신성식 반부패부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기피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
환영의 뜻

이 차관에 대해서는 이미 기피신청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또 윤 총장 감찰·징계 청구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심 국장이 징계위원으로 참여한 것이 확인되면서 기피신청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징계위는 윤 총장의 기피신청을 ‘기피권 남용’이라면서 기각했다.

심 국장은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하고 징계위에서 물러났다.

징계위는 10일 오전 10시4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장장 9시간 동안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심의를 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징계위 회의는 징계위원 기피 신청 판단 등 절차적 논의와 법무부의 징계 사유 설명에 이어 윤 총장 측의 의견 진술 순으로 이뤄졌다. 

윤 총장 측은 류혁 법무부 감찰관,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담당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한동수 감찰부장, 정진웅 차장검사에 이어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징계위는 심 국장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들 증인에 대한 심문과 징계 의결 절차는 오는 15일로 미뤄졌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초부터 권력기관 개혁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특히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이면서도 개혁 대상으로 꼽혔다. 당·정·청은 검찰개혁을 위한 제도 입법화에 공들였다. 공수처는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여겨졌다. 공수처법 개정안이 임시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늦어도 내달 초면 공수처 출범이 가능하게 됐다.

검찰 견제를 위한 마지막 틀이 완성된 것. 
 

▲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윤 총장 징계와 관련해서도 당정청은 연일 검찰개혁을 내세웠다. 추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인사권과 감찰권, 수사지휘권을 휘두르면서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언급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징계위 전날인 9일에도 자신의 SNS에 이연주 변호사가 쓴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제목의 책을 일부 발췌해 “공수처 더 이상 고민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는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내용의 책이다. 추 장관은 이 책에서 “검사의 직무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처지에 놓인 검사들은 ‘국민을 배반할 것인가, 검찰을 배반할 것인가’라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중략- 어쨌든 검사들에게 국민을 배신하는 대가는 크지 않으나 조직을 배신하는 대가는 크다”라는 부분을 인용했다. 

9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

문제는 청와대와 집권여당, 법무부에서 명분으로 언급하는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여론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윤 총장의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 한 이후 공수처 출범과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처리 등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가 정권을 향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방편으로 검찰개혁을 내세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 4개사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가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추진 방향이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라진 것 같다고 답했다.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진행되는 것 같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조치에 대해서도 50%의 응답자가 ‘잘못한 일’이라고 답했다. ‘잘한 일’은 30%로 나타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자세한 사항은 NBS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총장은 지난해 8월 취임 한 달 만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전격 압수수색과 함께 시작된 수사로 윤 총장은 집권여당은 물론 청와대와도 대립각을 세웠다. 올해 1월 추 장관이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법무부에 입성하면서는 ‘추윤대전’이라고 불릴 만큼 끊이지 않는 갈등을 겪었다. 

추 장관은 인사권을 통해 윤 총장의 수족을 쳐냈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주요 사건에서 윤 총장을 배제했다. 집권여당은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자리를 지켰다. 식물총장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윤 총장은 지난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반전의 키를 쥐었다. 

징계위는 결론 못 내고 15일로
때릴수록 윤 총장 지지율 올라 

집권여당의 공세를 작심발언으로 맞받아친 윤 총장에 대해 추 장관은 감찰권으로 맞섰다. 윤 총장은 지방 검찰청 방문 등의 행보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3일 충북 진천군 법무연수원을 방문해 신임 부장검사를 대상으로 한 리더십 교육 강의에서 그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도 엄정히 수사할 수 있는 검찰을 만드는 것이 검찰개혁”이라고 말했다. 

이후 대전지검에서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문제를 두고 수사에 돌입했다. 감사원에서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한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결과를 내놓은 이후였다. 월성원전 수사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직원 2명의 구속으로 수사가 그보다 더 윗선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백운규 전 산자부 장관의 소환도 초읽기 상태다.
 

▲ ▲문재인 대통령 ⓒ고성준 기자

이외에도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의혹 등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문재인정부 관계자들 연루 의혹 사건이 산재해있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2022년 3월 대선까지 대형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윤 총장에 대한 당정청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그의 체급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추 장관과의 갈등이 시작될 무렵부터 대선후보로 언급되기 시작한 윤 총장은 최근 조사에서 양강으로 분류됐던 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오차범위 밖으로 밀어내고 1위를 기록했다. 

정권 노리니
날려버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국민일보>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에게 대선주자 선호도를 물은 결과 윤 총장은 25.8%로 단독 1위를 기록했다. 이 대표와 이 지사는 20.2%로 나타났다. 윤 총장은 2주 전(11월23~27일) 조사와 비교해 지지율이 6%p 급상승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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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