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수도권 일대 신종 코로나19 환자 수가 연일 수백명에 육박하면서 연예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방영 중이거나 첫 방송을 앞두고 있던 드라마는 줄줄이 촬영이 중단됐고, 연말 콘서트는 취소됐다. 겨울 대목을 앞두고 개봉일을 정한 영화는 재정비를 고심하고 있으며, 관련 행사들도 모두 취소되고 있다.
움츠러든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다시 고개를 들어 연예계가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했다. 최근 수도권에서만 4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전국적으로는 일일 평균 신규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섰다.
버티기
정부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 유행 때는 신천지‧이태원‧광화문 집회 참석자 등을 중심으로 한 주요 집단군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소규모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예방과 추적이 힘들다는 관측이다.
방송가에서는 드라마 관계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공포에 떨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촬영이 중단된 드라마는 총 10편이다. 현재 방영 중인 SBS <펜트하우스>와 MBC <나를 사랑한 스파이>를 비롯해 오는 12월 방영 예정인 JTBC <허쉬> tvN <철인왕후> 카카오TV <도시남녀의 사랑법>이 촬영을 멈췄다.
이 외에도 내년 상반기 방송을 목표로 사전 제작 중이던 드라마 <달이 뜨는 강> <조선 구마사> <보쌈-운명을 훔치다> <시지프스: 더 미스> <설강화> 등 5편의 드라마의 촬영도 전면 중단됐다.
연이은 촬영 중단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드라마에 참여한 보조출연자 중 일부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들이 다른 드라마의 보조출연자와 동선이 겹쳐서다.
tvN에 따르면 <철인왕후> 촬영을 위해 지난 23일 경북 문경 세트장에 방문한 보조출연자 한 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당일 현장에 있었던 배우들과 스태프들도 검사에 돌입했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비상’
대목 앞둔 충무로 전전긍긍
<펜트하우스> 보조출연자도 지난 24일 보조출연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동선이 겹친 스태프와 출연진이 모두 검사를 받았으며,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나를 사랑한 스파이> 촬영에 참여한 보조출연자는 앞서 확진 판정을 받은 다른 작품의 보조출연자와 동선이 겹친 것으로 확인돼, 촬영을 중단했다. <도시 남녀의 사랑법> <허쉬>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도시남녀의 사랑법>에 출연하는 배우 소주연은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영화 <잔칫날> 기자간담회를 취소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보조출연자는 흔히 엑스트라로 불린다. 방송 내에서 주요 배우들의 배경 역할을 하는데, 방송에 짧게 나오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작품을 오가며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동시다발적인 드라마 촬영 중단 사태가 발생한 이유다.
언급된 드라마 제작진은 작품이 결방 없이 예정대로 방영 가능하다고 전했지만, 종영을 앞둔 <펜트하우스>를 제외하고는 추가 확진자 발생 여부에 따라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다.
또 해당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은 음성 판정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자체 자가격리’에 돌입한 상태다. 위험 요소들이 여전히 남아있어, 선제적 예방 차원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특히 <펜트하우스>에 출연한 배우 엄기준은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출연은 어렵게 돼 나머지 4회 공연은 카이가 대신하기로 했다.
가요계 역시 울상이다. 특히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밴드 자우림과 가수 이승환, 그룹 노을과 CIX, TV조선 <미스터트롯> 측은 콘서트를 무기한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이들은 정부의 세부 지침에 따라 팬들과 아티스트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행사를 취소했다.
드라마 10편 제작 올스톱
줄줄이 대형 콘서트 접어
9분 만에 전석이 매진돼 화제를 모은 나훈아 콘서트 역시 취소 위기에 놓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조치가 이어진다면, 100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콘서트 측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되는 12월7일까지 상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15일 대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가수 윤도현의 콘서트에서 관람객 중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당시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콘서트를 진행했음에도 불구, 잠복기였던 탓에 예방에 실패했다. 다행히 추가 확진자는 없었지만, 당일 참석한 관객에게는 무서운 순간이었다.
12월 겨울 대목을 고대했던 영화계는 이번 팬데믹으로 깊은 근심에 빠지게 됐다. 12월은 설, 여름, 추석, 겨울로 이어지는 4대 극장가 대목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는 배우 남주혁과 한지민 주연의 <조제>, 공유와 박보검 주연의 <서복>, 류승룡과 염정아 주연의 <인생은 아름다워>가 12월 개봉을 준비했지만, 예정한 시기에 개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해당 영화들은 개봉일을 내부적으로 정해놓았지만, 최근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서복>은 오는 12월 23일, <인생은 아름다워>는 오는 12월 30일로 개봉을 연기했다.
<조제>는 당초 예정대로 12월 10일 개봉한다는 계획이지만, 하루하루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개봉이 확정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버겁다
올해 초부터 지속되는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연예계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미 몇 차례 위기 속에서 방송‧가요‧공연‧영화계 전반이 힘들어졌다. 한 연예 관계자는 “수많은 연예 관련 행사들이 제한되거나 멈춘 상황이다. 버티기조차 버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