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가수들의 반란 <싱어게인>

경쟁이 없다 감동이 있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JTBC <싱어게인>은 신개념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앨범을 낸 적 있는 무명 가수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제 ‘무명가수전’이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다. 대중 앞에 나온 적 없는 ‘재야의 고수’ ‘찐 무명’ 조로 편성된 실력자들 또는 ‘슈가맨’ ‘OST’ ‘오디션 최강자’조에 소속한 가수들도 나온다. 대부분 노래에 묻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이다. 이제 겨우 5화에 불과한데, 화제성은 단연 1위이며, 시청률은 2배로 뛰었다. 대중이 <싱어게인>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싱어게인 ⓒJTBC

TV조선 <미스트롯> 이후 오디션 시장은 트로트가 잠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 모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영 중이다. 깊은 한이나 과장된 표현을 앞세운 트로트는 10~30대까지 아우르는 장르는 아니다. 50대 이상으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는 트로트이기에 방송은 지속하고 있지만, 비교적 어린 시청자층에 있어 피로감을 주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지적이 없다

그런 가운데 가요를 앞세운 오디션 JTBC <싱어게인>이 방영 중이다. 기존 오디션의 공식을 무참히 깬 이 프로그램은 단 5회 만에 시청률은 7.5%(닐슨코리아 제공)를 기록했다. 1회 3.1%에 비해 2배 이상 올랐으며, 온라인 화제성은 4주째 1위다. 

오디션은 무명의 스타를 발굴하는 포맷으로 무대에 오르는 누구나가 이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며, 제작진 역시 스타 발굴에 총력을 다한다. 

‘대중이 오디션을 지겨워하는 이유가 비슷한 포맷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싱어게인> 제작진은 과감하게 출연자의 이름을 지웠다. 그리고 번호 시스템을 도입했다. 출연자들은 자신을 번호로 말하며, 심사위원도 아는 출연자가 나와도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안 가르쳐 준다고 모르고 넘어가지 않는 대중은 해당 출연자를 찾아냈고, 금세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퍼지고 있다. 출연자들은 ‘싱어게인 OO호’으로 포털사이트에 알려졌지만, 그들의 이름은 오히려 더 각인됐다. 

“이름을 감추면 오히려 더 궁금해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제작진의 예상은 적중했고, ‘무명가수’들의 무대를 만들어 그들을 널리 알리겠다는 의도는 완벽히 구현됐다. 

오디션의 주된 논란은 가혹한 경쟁시스템에서 파생됐다. M.net <슈퍼스타> 시리즈부터 출발해 <프로듀스 101>에 이르기까지, 오디션 내 경쟁은 치열하다 못해 지독해졌다. 출연자들은 경쟁의 압박감에 대한 괴로움을 토로했고, 시청자들도 버거운 경쟁을 마주하기 힘겨워했다. 

이를 안다는 듯 <싱어게인>은 경쟁을 간소화했다. 이미 앨범을 내고 음반 활동을 꽤 했거나, 오디션에서 최상위까지 올라간 적 있는 프로들이 나오다 보니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경쟁자들을 이겨서 더 높은 곳에 올라가겠다는 욕심보다 나의 음악적 색깔이 드러나는 무대를 최대한 펼치고 내려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10‧29호 조를 이긴 30호가 둘 중 한 명은 떨어질 거라는 아픔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 김현철의 ‘달의 몰락’을 부르다 실수를 한 54호를 격려하는 데 힘을 쏟는 심사위원진과 동료들의 모습은 <싱어게인>이 왜 ‘착한 오디션’으로 불리는지 한눈에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진화한 오디션 <싱어게인> 관전포인트
불필요한 자극은 거세…음악에만 집중


이전 오디션의 경우 신인을 발굴하기 때문에 음정과 리듬감, 소리를 내는 법 등 기본적인 가창법을 가르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감성이나 음색은 출중하지만, 가수로서의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를 지적하는 심사위원들이 종종 있었다. 

출연자의 성장을 위해 애를 써가며 던진 피드백이지만, 보는 사람들에겐 ‘잘난 척’으로 오해될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심사위원진은 이미 프로의 반열에 오른 출연자들의 실력을 쉽게 평가하지 않는다. 이들이 떨어지는 이유는 실력 문제가 아니다. 비슷한 색감의 가수가 너무 많거나, 기대에는 못 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적이 없는 대신 관점이 존재한다. 시니어와 주니어로 나뉜 심사위원들은 감상평을 낸다. 출연자의 장점을 구체화 된 표현으로 설명하는 시니어와 출연자가 가진 느낌을 젊은 언어로 던지는 주니어의 심사평은 <싱어게인>을 풍성하게 한다.
 

이름이 아닌 음악을 알리기 위해 무대에 서는 출연자들은 자신의 실력을 드러낼 만한 대중적인 곡을 고르기보다, 자신의 색깔을 선명히 드러낼 명곡에 목소리를 얹는다. 

63호의 한영애 ‘누구없소’, 11호의 임재범 ‘비상’, 47·55호 이문세의 ‘오늘 하루’, 10·29호의 빛과 소금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23·32호의 산울림 ‘개구장이’, 30·63호의 신해철 ‘연극속에서’가 그 좋은 예다.

출연자들은 뛰어난 편곡 실력을 가미해 기존 곡을 완전히 새로운 노래로 재창조한다. 오디션에 한 곡만 나와도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높이는 ‘킬러 송’이 매회 쏟아져 나온다. 

<싱어게인>의 특징 중 하나는 ‘슈퍼 어게인’이다. 8명의 심사위원에게 누구든 한 명을 구제해 줄 수 있는 특권을 주는 제도인데, 사용할 때마다 강한 감동이 전달된다. 가수 규현과 김종진, 김이나 작사가, 이선희가 슈퍼 어게인을 선택하는 이유가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덕분이다. 짙은 여운을 남긴다. 

노래가 있다

자신을 인정해준 심사위원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낀 출연자들은 벅찬 감동에 고맙다는 말조차 쉽게 내뱉지 못하며, 실력으로 보답하겠다는 말을 되뇐 뒤 눈물만 글썽인다.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등장할 뿐 아니라 이미 꽤 알려진 가수들부터 누군지조차 모르는 신인들이 계급장을 떼고 오롯이 음악으로만 경연을 벌이는 <싱어게인>. 벌써부터 월요일 밤을 기다리게 만드는 마력의 오디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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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