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옵티머스 설계자’ 고문님의 유령회사 추적

골든블로우, 돈 바람이 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옵티머스자산운용 설계자로 알려진 스킨앤스킨 유모 고문의 페이퍼컴퍼니가 <일요시사> 취재 결과 포착됐다. 해당 법인의 성격은 옵티머스 일당들이 자금 세탁을 위해 설립한 회사와 맞닿아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3년간 자금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투자자들의 돈은 옵티머스 일당들의 페이퍼컴퍼니로 흘러들어가며 세탁됐고, 부실채권 인수와 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됐다. 결국 환매 중단 사태에 봉착하면서 이들의 행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형국이다. 관계자들은 차례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정·관계 로비 및 자금세탁 의혹 등으로 수사 범위를 넓히는 형국이다.

돈 끌어 모아
엉뚱한 곳으로

옵티머스는 두 차례에 걸쳐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이후 옵티머스가 판매한 46개 펀드상품의 환매가 중단됐다. 규모는 5200억원대였다.

해당 자금은 옵티머스 일당의 6개 페이퍼컴퍼니(씨피엔에스·아트리파라다이스·대부디케이·라피크·블루웨일·충주호유람선)의 사모사채에 투자됐다. 전체적인 자금 변동은 없지만 여러 회사에 투자된 것처럼 꾸미는 전형적인 돈 세탁 방식이었다.

페이퍼컴퍼니로 흩어진 자금 일부는 ‘저수지(최종 사용처에 도착하기 전 머무르는 경유지)’에서 2차 세탁을 거쳤다. 1100억원대 규모의 자금은 옵티머스 일당들과 연관된 2개 법인(트러스트올·셉틸리언)으로 집결했다.


세탁된 자금은 펀드 돌려막기와 부동산 투자 등에 쓰였다. 비자금 마련과 개인적인 투자에도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초기 옵티머스 펀드 설계자로 알려진 인물은 스킨앤스킨 유모 고문이다. 그는 펀드 상환금을 돌려 막는 과정에서 회삿돈을 빼낸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지난 6월 유 고문과 스킨앤스킨 경영진은 이사회에서 마스크 사업 추진을 언급했다. 마스크 유통업체 이피플러스가 한 마스크 생산업체와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해 145억원을 선입, 계약금 명목으로 150억원이 필요하다는 제안이었다. 사실 이피플러스는 옵티머스 이사이자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던 이모 변호사의 남편인 윤모씨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곳이었다.

자금 흘러간 페이퍼컴퍼니 판박이
유, 사기 등 혐의로 구속…재판 중 

일부 스킨앤스킨 임원들은 추가 확인을 요구했다. 윤모씨는 이체확인증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고, 유 고문은 여기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결국 선급금 명목으로 150억원이 확보됐지만 실제로는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 고문은 구속된 상태다. 검찰은 지난 7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사문서 위조 혐의로 유 고문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 이후 “혐의와 구속의 사유, 그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갖춰져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고문은 옵티머스 사태와 연관된 여러 회사의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다만 대부분 직을 사임한 상황이다.
 

▲ 유모 스킨앤스킨 고문

<일요시사> 취재 결과, 현재까지 유 고문이 대표이사로 있는 한 법인이 확인됐다. 이곳은 옵티머스 사태에서 포착된 돈 세탁 과정에 등장하는 여러 페이퍼컴퍼니와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유 고문은 골든블로우라는 회사의 대표이사다. 지난해 3월 설립된 골든블로우의 주요 사업은 금융기관 대출모집대행이다. 해당 법인의 법인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옵티머스 자금이 흘러들어간 여러 페이퍼컴퍼니들의 사업 목적과 일치한다. 중개업부터 부동산업, 대출채권 인수 관리, 채권 컨설팅, 부실채권 관련업 등이다.

골든블로우 임원은 모두 3명이다. 유 고문을 비롯해 사내이사 장모씨와 감사 최모씨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회사는 자본금 5000만원 규모로 현재까지 1만주가 발행됐다. 액면가는 5000원으로 명시됐다.

초기 설계자
150억 꿀꺽

<일요시사>는 골든블로우의 주소지를 찾았지만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골든블로우는 180세대가 넘는 주거용·업무용 오피스텔 단지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업무용 오피스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이 따로 구분돼있지 않다”며 “같은 층에 섞여 있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오피스텔에 사업장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저마다 간판을 걸고 있지만 골든블로우는 그렇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거주용 오피스텔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당 주소지에 있던 한 관계자는 ‘골든블로우라는 회사가 맞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문이 닫힌 상태로 질의가 오갔던 상황으로 내부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

골든블로우 사업장의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유 고문은 등장하지 않는다. 골든블로우 임원들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해당 오피스텔은 지난 2009년에 매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골든블로우에서 주소지만 빌려 사용하고 있는 페이퍼컴퍼니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옵티머스 자금 세탁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법인들 역시 대다수 페이퍼컴퍼니었다.
 

공교롭게도 골든블로우는 한국전파진흥원 서울본부와 마주보고 있다. 전파진흥원은 옵티머스펀드의 첫 번째 가입자로 지난 2017년 6월 100억원에서 출발해 모두 1000억원대의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배경에는 옵티머스 측의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이 있는 상태다.

또 다른 회사
‘골든’ 의미는?

실제로 검찰은 지난달 16일 옵티머스 투자 당시 기금 운용 본부장이 근무한 전파진흥원 경인본부를 압수수색했다. 이어 전남 나주시 소재 전파진흥원 본사로부터 전산 기록을 제출 받기도 했다.


일각에선 골든블로우라는 사명에 주목한다. 유 고문의 영향력이 닿았던 곳은 ‘골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옵티머스 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되는 골든코어와 유사성을 보인다. 사명뿐 아니라 골든블로우의 14개 사업 목적은 골든코어의 사업 목적에 정확히 포함된다. 유 고문은 지난 2018년 1월부터 약 1년간 골든코어 사내이사로 활동한 바 있으며 현재는 직을 내려놓은 상태다.

현재 골든코어 대표는 옵티머스 핵심 인물이자 로비스트로 알려진 정씨다. 현재 잠적한 정씨는 지명수배 상태다.

골든코어는 옵티머스 사태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는 법인이다. 옵티머스 자금 세탁의 저수지로 불리는 트러스트올에서 자금을 전달 받은 회사로 전해져서다. 특히 자금 송달 방식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양새다.

‘안갯속’ 꽁꽁 숨겨진 회사 정체
관계자 “여긴 그런 회사 아니다”

골든코어는 트로스트올로부터 한 번에 큰 자금을 전달 받았던 여타 페이퍼컴퍼니들과 달리 자금이 쪼개진 상태로 지급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에 5000만원씩 여러 차례 전달되는 방식으로 송금된 돈은 모두 40억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은 로비에 쓰였을 가능성에 주안점을 두고 사용처를 조사 중이다.


옵티머스 자금이 트러스트올을 통해 유 고문이 임원으로 있던 법인으로 흘러들어간 만큼, 골든블로우 쪽으로도 자금이 전달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유 고문의 부인도 ‘골든’이 들어간 회사에서 임원으로 활동했다. 이모씨는 지난해 6월 설립된 골든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에서 사내이사로 재직했다. 골든코퍼레이션의 주요 사업 목적 역시 금융기관 대출 모집 대행업이었다. 골든블로우, 골든코어의 성격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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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고문은 여러 대출모집대행 법인의 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엔비캐피탈대부라는 회사에서 대표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이곳 역시 트로스트올로부터 50억원을 지급 받은 곳으로 전해진다. 엔비캐피탈대부는 지난 2016년 설립된 회사로 유 고문은 초기 대표이사를 맡았다.

엔비캐피탈대부는 금융기관 대출 모집 대행업 외에도 관광 및 숙박업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한다. 유 고문은 지난 2017년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고, 그의 부인 이모씨가 대표이사직을 이어 받았다. 다만 이모씨는 선임 7개월 만에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다.

두루두루∼
유사한 회사들

유 고문은 하이컨설팅이라는 회사에서도 사내이사였다. 하이컨설팅은 지난 2016년 설립된 법인으로 애초 마스크 제조업 등을 영위했다. 하지만 2017년 6월부터 돌연 마스크 관련 사업을 모두 삭제했고, 금융기관 대출 모집 대행업을 주요 사업으로 적시했다. 유 고문은 지난 2017년 사내이사직에서 내려왔고, 부인 이모씨가 지난 3월부터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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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