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심 율촌재단 주먹구구 운영 대해부

뒷전으로 밀려버린 장학사업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최현목·장지선 기자 = 율촌재단의 운영방식을 두고 온갖 뒷말이 나오고 있다. 운영비 지출 내역에서 이해하기 힘든 흔적이 여럿 발견된 탓이다. 신규 사업에 20년 가까이 눈먼 돈이 투입되는 것과 달리 본래 설립 취지는 뒷전으로 밀려버린 지 오래다.
 

▲ ⓒ율촌재단

율촌재단은 1955년 6월 설립된 화암장학회에 뿌리를 둔 공익법인이다. 1984년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 사재 80억원 출연과 함께 장학회를 양수받으면서 농심그룹 산하 단체로 탈바꿈했다. 신 회장의 이사장 취임 직후 화암장학회는 율촌장학회로 이름을 교체했고, 1998년부터 지금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배당으로
재원 마련

지난해 말 기준 율촌재단의 총자산은 182억원. 금융자산(37억원), 기타자산(19억원), 토지(6억9000만원), 건물(1억3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73%(132억원)는 장기투자자산으로 분류된다. 장기투자자산 가운데 117억원은 농심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분 평가액이다.

율촌재단이 보유한 그룹 계열사 지분은 자산평가에 영향을 주는 동시에, 재단 1년 농사의 밑천으로 작용한다. 실적 증감치를 반영하지 않는 농심홀딩스와 농심의 배당정책이 고정수익으로 연결된 형국이다.

율촌재단은 상장사인 농심홀딩스와 농심 지분을 올해 상반기 기준 각각 2.01%(9만3139주), 4.83%(29만3955주)씩 보유하고 있다. 농심그룹 비상장 유통 계열사인 메가마트 지분 4.84%(15만주)도 율촌재단의 몫이다.


농심홀딩스와 농심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각각 92억7553만원, 231억3050만원씩 결산배당을 집행해왔고, 율촌재단은 지분율에 따라 두 회사로부터 매년 13억6200만원을 배당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이자수익 및 사업 외 수익을 합산하면 연간 14~15억원 안팎의 재단 운용소득이 꾸려진다.

배당 덕분에 안정적인 운용소득을 확보한 율촌재단은 표면상이나마 고유목적사업(설립 목적을 직접 수행하는 사업)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2018년 86.7%로 ‘적정(목적 사업비가 전년도 운용소득의 70% 이상)’ 수준을 훨씬 상회했던 율촌재단의 목적 사업 수행 실적은 이듬해 110%까지 치솟았다.

특히 청소년 수련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눈에 띈다. 지난해 목적 사업비(12억2000만원) 가운데 청소년 수련시설에 지출된 금액만 10억5000만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목적 사업비의 86.5%에 해당한다. 반면 장학금, 학술연구비, 발간 및 배포비, 연구기관 지원에 투입된 비용의 총합이 1억6000만원에 그쳤다.

본래 설립 목적은 온 데 간 데…
뒷전으로 밀려버린 장학사업

다만 단일 목적사업에 대한 대규모 집행 이력은 율촌재단의 방만 운영을 의심케 하는 여지를 남긴다.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지난 20년의 행적을 쉽게 이해하기 힘든 까닭이다.

율촌재단은 2000년 2월 정관상 목적사업에 ‘청소년 자연체험 활동 지원’ 사업을 추가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일대에 ‘언양 청소년 자연생태 수련시설(이하 청소년 수련시설)’을 조성하기 위한 첫 단계였다.

이듬해 8월 울산시의 사업허가 신청이 떨어졌고, 2002년 10월 진입도로 착공, 2004년 11월 본 사업부지 착공이 이뤄지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당시만 해도 준공 만료 기간인 2006년 12월이 도래하기 전에 시설 및 진입로 공사가 당연히 완료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당초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공사는 차일피일 미뤄졌고, 율촌재단은 2년 단위로 공사 연장 신청하는 데 급급했다.
 

▲ 메가마트 기장점 ⓒ네이버 지도

20년 가까이 끌어 온 공사는 지난달 21일이 돼서야 ‘관리동’ 준공 소식을 알렸다. 이마저도 지난 5월 서울시 교육청이 감사를 실시하고 6차 공사 연장 기간(2019년 12월~2021년 7월31일) 내 공사 완료를 통보하지 않았더라면 더 미뤄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설계 변경 및 관리동 건축을 이유로 들며 6차 연장 허가서를 제출하면서도, 정작 주무관청에 연장과 관련한 보고를 누락했던 율촌재단의 행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눈여겨볼 부분은 사업이 20년 가까이 멈춰 있는 동안에도 율촌재단은 매년 수억원 가량의 목적 사업비를 청소년 수련시설에 투입했다는 점이다.

빗나간 예상
이제야 겨우

율촌재단이 2018년 말까지 청소년 수련시설 설치 및 운영에 투입한 목적 사업비는 약 8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해 투입한 10억5000만원과 올해 편성금액을 포함시키면 올해 연말 기준 총 투입 비용은 100억원에 근접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는 착공 당시 예상했던 건립 비용의 3배를 훌쩍 넘기는 규모다.

문제는 율촌재단이 청소년 수련시설에 목적 사업비를 할애하는 과정에서 서울시 교육청이 내놓은 전제조건을 수차례 여겼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 서울시 교육청은 율촌재단이 청소년 자연체험 활동 지원 사업을 목적사업에 추가하는 것을 허가하는 대신 단서를 달았다.

해당 사업에 재단 연간 목적 사업비의 50% 미만을 집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율촌재단이 청소년 수련시설에 목적 사업비의 절반 이상을 지출한 것만 해도 10년 사이에 3개 회계년도(▲2013년 55.1% ▲2015년 50.3% ▲2019년 86.5%)에서 목격된다.

2010년 이전에는 청소년 수련시설에 목적 사업비를 과다 지출한 사례가 더욱 빈번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실제로 2006년의 경우 목적 사업비 12억9500만원 가운데 10억1600만원을 수련시설 조성 용도로 처리한 이력이 확인된 상태다. 당해에는 목적 사업비 1억1100만원을 지출해 청소년 수련시설에 쓸 용도로 공사용 굴삭기를 구입했는데, 이를 농심그룹 골프장 계열사가 올해 초까지 무상으로 사용해온 사실이 서울시 교육청 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 울산청소년수련원 조감도 ⓒ율촌재단

율촌재단 측은 준공 지연에 대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존재했다는 입장이다.


율촌재단 관계자는 “청소년 수련시설 부지 인근에서 고속철도 확장, 문화재 발굴 사업 등이 연이어 계획되면서 당초 예상과 달리 준공까지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며 “해당 내용을 충분히 소명했고, 교육청에서도 문제없다고 결론내린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뒷전으로 밀린
재단의 근간

청소년 수련시설 건립 과정에서 이해하기 힘든 비용 처리 흔적을 남긴 율촌재단은 정작 본업인 장학사업에서는 소극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율촌재단이 최근 5년간 장학사업에 투입한 목적 사업비는 ▲2015년 5800만원 ▲2016년 1억1400만원 ▲2017년 6300만원 ▲2018년 1억200만원 ▲2019년 9000만원 등 연평균 8600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청소년 수련시설에 지출한 금액의 1/5 수준이다.

장학사업으로 지출된 금액은 재단 이사에게 지급한 급여보다도 적은 액수다. 퇴직금과 같은 일회성 지출 내역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율촌재단은 2억2000만원 안팎의 금액을 급여 및 상여금 명목으로 산정해왔다. 

급여는 임원 1명과 직원 2명에게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에게 지급된 급여 지출이 5000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임원에게 매년 1억7000만원가량 급여 및 상여금이 지출된 셈이다.


장학사업에서 드러난 또 다른 문제점은 존재 자체가 불분명한 지급 기준이다. 율촌재단은 장학금 및 연구비를 학술연구기관 또는 단체에 지급하면서 명확한 선발 규정을 명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발 과정에서 서류전형 및 면접을 거친다는 말만 했을 뿐 선발위원회 개최 사실을 증빙하는 서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올해 초 율촌재단에 대한 서울시 교육청 감사를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추천자를 이사회 서면보고만으로 확정해 장학금을 지급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다른 곳 쓰기도 부족한데…
공익재단이 계열 측면 지원?

공교롭게도 재단의 근간인 장학사업에서 투명성이 결여된 흔적이 발견되자, 농심그룹 주력 계열사의 영업을 율촌재단이 간접 지원해왔다는 항간의 소문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간 율촌재단은 메가마트가 출점한 지역을 중심으로 장학사업을 벌였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로 몇몇 메가마트 점포의 출점 지역 및 시기는 율촌재단이 장학금을 전달한 지역 및 시기와 엇비슷하게 겹친다. 
 

▲ (사진 왼쪽부터)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2010년 6월 메가마트 부산 기장점이 오픈하고, 석달 후 율촌재단이 기장군청에 장학금 2000만원을 지급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8년 4월 춘천 M백화점이 문을 열자, 한 달 후 율촌재단이 춘천시청에 2000만원의 장학금을 쾌척했던 것도 유사한 양상이다. 2009년 9월 메가마트 천안점은 율촌장학재단을 통해 천안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메가마트의 오너 경영인과 율촌재단의 이사장이 동일 인물이라는 점은 율촌재단이 메가마트의 영업을 간접 지원한다고 의심받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신춘호 회장의 삼남인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메가마트 지분 56.14%(173만8135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007년에는 아버지로부터 율촌재단 이사장직을 넘겨받은 바 있다.

꼬리를 무는 
의혹의 연속

율촌재단 관계자는 “서울시 교육청 감사를 거치며 해당 내용들에 대한 소명을 충분히 했고, 대부분의 사안이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며 “몇몇 시정조치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개선을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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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