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코 이민' 박주영의 찝찝한(?) 동메달

  • 김설아 sasa1986@ilyosisa.co.kr
  • 등록 2012.08.20 10: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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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못 땄어도 어차피 군대는 안 간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동메달 결정전. 이 경기는 상대가 숙적 일본이라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경기 외적인 문제로도 대중의 촉각을 곤두세웠다. 메달획득 시 선수들에겐 ‘병역혜택’이라는 달콤한 포상이 주어지기 때문. 결국 한국축구는 일본을 꺾고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했고, 선수들의 병역의무는 사라졌다. 그중에서도 이번 혜택이 가장 크게 와 닿는 선수는 그간 군문제로 스캔들을 겪어온 박주영이다.

박주영(27)은 군대 갈 나이가 이미 지났다. 그간 병역혜택이 걸린 국제대회에 네 번이나 출전했지만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늘 병역과 관련된 논란에 휘말려 왔다. 3전4기 끝에 도전한 이번 올림픽은 사실상 박주영에게 마지막 카드였다. 

런던올림픽 출전여부를 두고 우여곡절도 많았다. 2008년 AS모나코에 입단했던 박주영은 지난해 9월 영주권제도가 없는 모나코공국으로부터 10년 이상 장기체류자격을 받았다. 37세까지 병역 연기 혜택을 받은 것인데 이를 두고 사실상 군대를 안가기 위한 편법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입대 거부슛?

병역법시행령 제146조 및 병역의무자 국외여행업무처리규정 제26조에 따르면 ‘영주권제도가 없는 국가에서 무기한 체류자격 또는 5년 이상 장기체류자격을 얻고 해당 국가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은 37세까지 국외여행기간연장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현행 병역법에서는 35세까지 현역 입대, 36~37세는 보충역인 공익근무, 38세 이후에는 면제 처분을 받는다.

당시 박주영은 비난이 일 것을 대비해 병무청에 ‘35세 이전에 현역병으로 병역을 이행하겠다’는 각서까지 써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병역 꼼수’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국민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던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의 해명 권유에도 공식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않아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논란은 이번 올림픽대표팀 선수 선발 때까지 이어졌다.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박주영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서명운동이 진행됐고 "박주영은 유럽의 모나코공국으로 이민 간 사람이다. 한국을 대표해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없다"는 주장 등이 거세게 쏟아져 나왔다. 대표팀의 주장까지 했던 그가 법의 맹점을 이용해 개인의 이익을 추구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사실상 대표팀 퇴출 위기까지 몰렸지만, 대표팀의 ‘와일드 카드’로 그를 포기할 수 없었던 홍명보 감독의 권유로 결국 마음을 돌렸다.

박주영은 지난 6월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역에 입대해 국방의 의무를 반드시 이행할 것”이라는 대국민 약속을 했다. 이어 메달을 따내게 되면 병역면제가 되는 부분을 고려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메달 이런 부분(병역면제)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부정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박주영은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결국 그는 홍 감독의 기대에 부흥하면서 런던올림픽이 낳은 스타로 부상했다. 오랫동안 그를 짓눌러온 병역문제에 대한 압박에서도 일본과 열린 동메달전에서 ‘입대 거부슛’을 날리며 마침내 해방됐다.

2022년까지 장기체류권…병역법 맹점 이용했다는 비난
메달 땄어도 이어지는 병역문제 딜레마…그의 선택은?

그렇지만 여전히 그를 곱지 않는 눈으로 보는 세인의 시선도 있다. 군대를 가야할 의무는 사라졌지만 그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생각해볼 만한 숙제를 남겼다. 더구나 지난 14일 국방부 측이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병역이행 방법이 다를 뿐 병역을 면제받는 것이 아니라 예술요원이나 체육요원으로서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하는 것이라는 원칙 홍보에 나서면서 그의 병역문제는 다시금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병역면제가 아니라 공익근무요원 중 체육요원이나 예술요원으로 편입되어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34개월간 해당분야에서 선수나 지도자로 복무해야 한다. 물론 명목상 공익근무요원이나 사실상의 병역면제라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박주영에겐 의미가 다르다. 그는 이제 동메달리스트로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지, 모나코공국 10년 거주권자로서의 자격을 유지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여차하면 다시 한 번 국민정서상 반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한 네티즌은 “연예인에게는 병역이 인기와 돈의 문제이지만 운동선수에게는 선수생명 자체의 문제다. 그래서 병역에 대해서 연예인보다는 운동선수에게 좀 더 관용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면서도 “지금 당장 군대 가라는 것도 아니고 선수생활을 할 만큼 하고 가는 것, 즉 스스로 축구를 잠시 떠나 좀 더 시선을 키운다는 생각이라면 나쁠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네티즌은 “그리고 이게 지금까지 군문제로 본인을 논란거리로 삼던 이들에게 ‘내가 가기 싫어서 미루다 면제 받고 안 가는 게 아니라 당장 못 갈 상황이니 미룬 거고 나는 면제 받았어도 간다’라며 시원하게 후려치는 반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딜레마 여전

반면 또 다른 네티즌은 “모르기는 하지만 박주영의 병역을 시비하는 사람들의 대부분 아니 적지 않은 분은 배가 아파서다. ‘나는 군대 가서 2년 혹은 3년을 썩었는데 왜 너는 돈도 많이 벌고 유명한데 안가냐’는 식”이라며 “유명인의 약점을 꼬투리 잡아서 비난하고 매장시키기를 즐겨하는 사회분위기 자체가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한편 군 관계자는 “박주영의 병역논란은 병역이 의무이면서도 굴레일 수밖에 없는 한국 운동선수들의 딜레마를 보여준다”며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라고 말했다. 물론 국민들은 앞으로 또 다시 제2의 박주영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를 둘러싼 어지러운 논란들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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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