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 이랜드의 속살

전성기 끝났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이랜드그룹의 실적이 매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패션, 유통, 외식 어느 하나 이렇다 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 믿었던 중국사업마저 모두 철수하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랜드는 위기를 타개하고자 공격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두고 봐야 할 일. 미래는 불투명하다.
 

▲ 이랜드월드 ⓒ이랜드그룹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이랜드월드, 이랜드리테일, 이랜드파크 등 그룹 전체의 매출은 전년대비 32% 감소했다. 그룹 차원의 영업 현금 흐름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조 5000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올해 들어 1조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1100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이익은 -800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총차입금은 4조7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4000억원가량 증가했다. 

하락…적자
브랜드 부재

패션부문을 담당하는 이랜드월드만 따로 놓고 보면 매출액은 2800억원서 24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70억 수준서 50억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랜드의 패션부문서 효자노릇을 하는 브랜드는 뉴발란스다. 다행인 것은 이런 뉴발란스의  계약이 5년 연장된 것이다. 많은 소문들이 있었지만 이랜드는 지난 4월 뉴발란스 본사와 2025년까지 한국 및 중국서의 독점 판매 계약을 다시 체결했다.

업계는 이번 계약이 이랜드그룹이 패션사업을 활성화하는 데 강력한 동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한국과 중국서의 뉴발란스 판매 사업이 유망하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뉴발란스가 이랜드와 판매권 재계약을 한 배경에 대해 외국 브랜드의 한국 시장 직진출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푸마’ ‘폴로’ ‘망고’ ‘나인웨스트’ 등 그동안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국내에 직진출했다가 실패한 전례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2의 뉴발란스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랜드는 티니위니를 8700억원에 매각한 이후 지난해엔 케이스위스를 중국 엑스텝에 3000억원에 매각했다.

이로 인해 2016년 315%였던 부채비율은 2017년 198%로 감소했고, 지난해 170%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돈을 벌어다 줄 브랜드가 줄어들어 매출액 감소로 이어졌다.

1분기 전체 매출 전년대비 32% 감소
파워브랜드 부재 패션부문 위기 봉착

잘나가는 것 같은 뉴발란스의 성장폭 둔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랜드가 한국 뉴발란스의 독점 라이선스권을 확보한 것은 지난 2008년으로, 이랜드가 사업권을 가져오면서 ‘뉴발 열풍’이 일어났고 브랜드 매출은 수직 상승하기 시작했다. 

1년 만에 연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던 뉴발란스지만, 이후 몇 년 동안 매출액은 그리 늘지 않은 모습이었다. 1년간 3000억원 이상 벌었던 뉴발란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4500억원으로 초반 고속성장을 생각하면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 박성수 이랜드 회장 ⓒ이랜드월드

실제로 이랜드그룹이 신용도를 유지하려면 브랜드 파워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국내 신용평가사의 주문도 나왔다. 한국기업평가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이랜드그룹의 브랜드 파워 확보 여부에 따라 영업실적 회복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0년간 40% 이상 매출 성장률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했던 중국서의 패션사업도 위기를 맞이했다. 이랜드는 2010년 중국서 18개 브랜드, 3320여개 직영 매장을 운영했는데 이는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패션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였다. 

매출만 보더라도 중국에 진출한 국내 패션기업 중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면서 전체 시장 2위에 올랐다.

1조원의 이면
중국사업 철수

한때 40여개 브랜드, 8000여개 매장으로 늘리며 목표에 근접하는 듯 했지만 2016년 위기가 찾아왔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중국사업이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당시 그룹 전체 매출서 중국사업이 차지하던 비중은 30%에 이르렀다. 

이랜드는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찾아온 중국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패션사업의 성장세가 한풀 꺾이면서 유통사업으로 발을 넓히던 차였다. 중국 팍슨그룹과 손잡고 중국 상하이에 ‘팍슨-뉴코아몰’을 열며 유통사업에 뛰어든 후 6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었다.

매출 감소세에 사드 보복까지 이중고를 겪은 이랜드는 결국 효율이 나지 않는 매장을 철수하고, 사업구조를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했다. 이랜드는 2017년 3월에 중국 패션부문 티니위니 사업을 매각하고 애슐리·자연별곡 등 외식 매장도 철수했다.

대신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티몰에 진출하고 자체 온라인몰을 열었다. 이마저도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로 중국 우한을 비롯해 상당수 매장을 휴점하는 등 악영향을 받았다.

중국 이랜드 패션 법인 3곳의 매출액은 2015년 2조3373억원서 2018년 1조3651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중국사업 차입금 의존도는 2015년 42.6%서 2017년 21.4%로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아예 중국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랜드그룹의 외식사업 계열사인 이랜드이츠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랜드이츠는 과거 이랜드파크의 외식사업 부문으로 지난해 7월1일자로 물적 분할해 설립한 곳이다. 뷔페와 캐주얼 다이닝, 카페·디저트 등 총 17개 외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출범 후 ‘애슐리 퀸즈’ 확대 등 외식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지난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출범 후 6개월간 영업이익은 63억원으로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 시절인 2018년 연간 영업이익(80억원)의 79.3%에 달했다.
 

▲ ⓒ자연별곡 제공

저수익 점포 매장을 정리하면서 매출이 소폭 감소했지만 신메뉴 출시 등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 결과 수익성은 크게 향상된 것이다. 이 때문에 올 1월까지만 해도 이랜드이츠 내부에선 올해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외식사업 위기
코로나 직격탄


하지만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지난달 중순부터 고위험 시설군에 해당하는 뷔페 영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애슐리, 자연별곡 등 메인 브랜드들이 한 달째 문을 닫은 상태다. 

매출 감소는 기본이고 2023년 상장을 조건으로 유치한 외부 투자금을 조기상환하는 등 재무 개선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지난 1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랜드이츠는 지난해 7월 분사하면서 SG프라이빗에쿼티(SG PE) 컨소시엄으로부터 유치한 1000억원의 투자금을 최근 조기상환했다.

당초 2023년 상장(IPO)를 조건으로 전환우선주 400억원, 전환사채 600억원을 각각 발행했지만 올 상반기 영업실적이 악화되면서 조기콜옵션 행사 조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20억원이 충족됐고, 투자자 측에서 조기상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 조기상환을 위해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이츠의 대주주인 이랜드파크에 유상증자와 대여금 형식으로 자금을 집행했고 이랜드파크가 전환사채, 전환우선주를 매입하는 형식으로 투자금을 상환한다.

유통 부문을 담당하는 이랜드리테일은 코로나19로 인한 실적급감 여파로 전 직원의 3분의 1가량이 무급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개별 기준 이랜드리테일의 올 1분기 매출은 390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21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흑자 310억원)대비 큰 폭으로 적자전환했다.


최대 실적 기대했던 외식사업부 고전
이랜드리테일 사상 첫 무급휴직 시행

이랜드리테일 측은 “불가피하게 무급휴가 제도를 시행하게 됐지만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을 벌일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강도 높은 비상경영 체제에 위기감은 더해지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그동안 ‘의(衣)·식(食)·주(住)·휴(休)·미(美)·락(樂)’을 키워드로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각각 의류, 외식, 건설·가구·생활용품, 호텔·리조트, 백화점, 테마파크·여행을 뜻한다.

패션사업을 근간으로 하면서 한국까르푸를 비롯해 데코와·네티션닷컴·뉴코아·해태유통·태창(내의사업부) 등 20여 개의 브랜드를 인수·합병(M&A)하며 몸집을 키웠다. 덕분에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지만 재무건전성 악화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 스파오 매장 ⓒ이랜드월드

이 때문에 이랜드는 몇 해 전부터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한창이다. 비수익 브랜드와 매장 철수를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이랜드리테일, 이랜드월드 등 이랜드그룹 내 계열사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차입금 만기구조를 장기로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이랜드리테일의 점포 주차장 자산 유동화로 1200억원을 조달했다. 이랜드리테일의 21개 유통 점포의 주차장 운영권을 맥쿼리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컨세션펀드에게 제공하고, 이를 통해 선급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다. 국내 유통사 중 주차장을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유동성 확보?
“두고 봐야”

특히 이랜드리테일이 주차장 사용료 지급으로 인해 부담하는 올인코스트(All-in-Cost)는 4% 대이며, 만기 10년의 장기차입을 통해 코로나19에 의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서 차입 구조를 단기서 장기로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가 공격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현 상황에 어느 하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랜드의 노력이 빛을 볼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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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