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잔치’ 오비맥주의 민낯

주주들 다 퍼주고 직원은 집에 가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오비맥주가 올해 들어 두 번째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실적 둔화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오비맥주는 수년간 여타 경쟁사 대비 영업이익이 준수한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잠깐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이유로 직원들을 내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른다.  
 

▲ ⓒ오비맥주

최근 오비맥주는 근속 10년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해당 대상자는 2010년 9월30일 이전 입사자다. 오비맥주의 희망퇴직은 지난 4월 진행한 뒤 불과 5개월 만에 다시 시행됐다. 통상 1년에 한 번 희망퇴직을 받았던 것에 비해 빨라진 모습이다.

내치는 이유
최선인가?

다만 오비맥주 측은 경영 악화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강제성 없이 희망자에 한해서만 진행하는 퇴직 프로그램의 일환이란 설명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회사는 노조의 요청에 따라 희망퇴직 신청 시 근속 10년 이상∼15년 미만인 경우 24개월치 임금을, 15년 이상은 34개월치가 지급하는 퇴직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라며 “강제성은 일절 없으며 지난 4월 진행한 희망퇴직에서도 10여명 정도만 퇴직 처리를 했다”고 말했다.

업계 내에서는 오비맥주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추가 실시한 것은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상담을 거쳐 희망자에 대해서만 신청을 받기 때문에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는 게 오비맥주 측의 주장이지만 노동자 입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 회사가 힘든 상황이라는 이유 하에 기업 혼자 살겠다고 노동자들을 자르는 행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오비맥주 노조도 회사 측의 희망퇴직 시행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노조는 이번 희망퇴직과 관련해 ‘노조와는 아무런 합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올해 4월, 9월에 걸쳐 진행된 희망퇴직 중 노조와 합의된 것은 없었다”면서 “회사 측은 적자기업이 아니다 보니 일방적인 권고사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희망퇴직을 통해 고 연차, 고 임금의 직원들이 나가줬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올해 벌써 2번 희망퇴직 “청천벽력”
노조 “합의 없었다…미봉책에 불과”

그는 또 “내부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여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라며 “판매에 대한 투자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의 이번 희망퇴직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매출 1조5421억원, 영업이익 4089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9.2%, 2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비맥주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15년 이후 처음이다. 당기순이익도 지난 2018년 3805억원보다 무려 27% 줄어든 2743억원에 머물렀다.
 

▲ ⓒ오비맥주

하지만 그간 오비맥주의 영업이익률은 준수한 편이었다. 각 회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경쟁사인 하이트진로의 경우 2016년 7.2%, 2017년 5%, 2018년 5.4%, 2019년 4.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반면 오비맥주는 2016년 24.1%, 2017년 29.7%, 2018년 30.3%, 2019년 26.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을 봐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2016년 146.3%, 2017년 167.5%, 2018년 172.7%, 2019년 189.5%로 100%가 넘는 부채비율을 기록했지만 오비맥주는 2016년 72.5%, 2017년 56.7%, 2018년 64.9%, 2019년 71%밖에 되지 않았다. 이렇듯 꾸준한 성과를 보였던 오비맥주가 잠깐의 힘듦을 틈타 직원들의 퇴사를 종용하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실적은 준수
고배당 문제

이런 상황에 대주주인 AB인베브의 고배당 문제도 제기됐다. 회사는 수익성 악화로 직원들의 퇴직을 종용하는 마당에 AB인베브는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으로 가져갔다는 것. 

AB인베브는 벨기에 기업으로 국내서 벌어들인 돈을 해외로 고스란히 유출하는 만큼 한국 시장에선 투자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실제 오비맥주는 2년에 한 번꼴로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AB인베브로 보냈다. 

2015년과 2017년 각각 3700억원, 3450억원을 배당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업이익(409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의 배당금을 지급해 논란이 일었다. 실적 둔화로 이익이 준 가운데 높은 배당금을 배당한 것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는 여타 경쟁사 대비 영업이익이 높다”며 “그러나 실적이 둔화한 작년에 영업이익보다 높은 배당금을 지급한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오비맥주는 총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때가 되면 흘러나오는 오비맥주의 매각설도 이 같은 상황에 한몫한다. 이는 AB인베브의 자금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AB인베브가 오비맥주 매각 의사를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대기업 및 국내외 사모펀드에게 인수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는 8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됐다.

매각 가능성
때 되면 솔솔

하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인수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 맥주 시장의 전체 성장률이 낮은 데다 수입 맥주에게 점유율을 빼앗기는 상황서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오비맥주 인수에 참여할 투자자가 나타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B인베브는 지난 2014년 약 6조원을 주고 KKR로부터 오비맥주를 매입했다. 당시 오비맥주를 아시아의 허브 기지로 활용해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6년 사브밀러(Sab Miller)를 인수(약 120조원)하는 과정서 차입금이 크게 증가해 재무구조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이에 오비맥주 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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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인베브는 매각설이 흘러나올 때마다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으나 매각설은 계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선 AB인베브의 현금 흐름이 여전히 좋지 않아 추가 유동성 확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아시아 사업부문(버드와이저 APAC) 재상장을 추진하거나 오비맥주를 매각해 부채비율을 줄이는 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벼랑 끝에 몰린 오비맥주가 1조 투자계획을 전면 철회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높은 수익 배당으로 눈총을 받아 온 오비맥주는 지난해 통큰 투자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3년 동안 신제품 개발과 시설 확충, 카스 영업 마케팅 등에 무려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연구개발(R&D)과 생산설비 확충에 약 3000억원을 투입하고 대표 브랜드인 ‘카스’ 품질 경쟁력 업그레이드와 영업 마케팅 강화에도 4000억원을 배정했다. 각종 시설 장비를 친환경 시설로 대체하는 환경 분야 투자도 진행하기로 했다.

AB인베브에 수천억 배당…이번엔 얼마나?
1조 투자계획은? 전면 중단 가능성 솔솔

지난해 오비맥주 감사보고서를 보면 투자 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출액은 898억원으로 2018년(655억원)보다 37% 늘었다. 광고 선전비로는 1205억원을 투입했는데, 이는 2018년(1169억원)보다 36억원 증가한 수치다. 

숫자로만 보면 2000억원 이상을 들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존에 오비맥주가 국내 시장에 들였던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당시 선전했던 것처럼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오비맥주가 계획한 1조원 투자 기간은 1년 반 남짓 남은 상황이다. 단순히 기간으로만 보면 5000억원 이상의 거금이 투입됐어야 한다. 올해도 코로나19로 업황이 악화한 상황서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오비맥주 측은 계획한 만큼 투자금액 집행이 이뤄지지 못했다면 해당 부분에 대한 집행계획은 재수립해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1조원 투자는 기존에 국내 시장서 투자하던 금액서 추가로 들어가는 수준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간으로 봤을 때도 연 단위로 약 3300억원씩 쪼개서 투자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오비맥주가 주력제품 카스의 점유율 하락과 코로나 감염증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규모 투자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계획
없던 일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오비맥주가 주력 제품 군인 카스와 수입맥주 모두 실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울 것”라며 “특히 코로나 감영증이 아직 기승을 부리는 상황서 기존 투자계획을 밀고 나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아예 투자계획을 전면 중단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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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