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 영업비밀 유출 수사 ‘질질 끄는’ 검찰 속사정

세월아 네월아∼ ‘3년째 헛바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영업비밀을 둘러싼 BBQ와 bhc의 ‘치킨게임’이 검찰서 헛바퀴를 돌고 있다. 벌써 3년째다.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동안 두 업체의 갈등은 극한까지 치달았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간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치킨업계 전체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 파다하다.
 

BBQ와 bhc는 교촌치킨과 함께 국내 3대 치킨 프랜차이즈로 꼽힌다. 특히 BBQ와 bhc는 1위 교촌치킨에 이어 2위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라이벌 관계다. 2013년 사모펀드가 bhc를 사들이기 전까지 두 업체는 한 지붕 아래 있었다. 2004년 BBQ가 bhc를 인수하면서 ‘형님’ 업체가 됐던 것. 

치킨업계
치킨게임

‘한 지붕 두 가족’이 갈라선 건 2013년 BBQ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로하틴그룹(TRG)에 bhc를 매각하면서다. BBQ는 1130억원에 bhc를 매각하면서 10년 간 물류 용역과 소스 파우더 등 식재료를 공급 받는 조건의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7년 동안 국제중재법원 제소와 판결, 검찰 압수수색, 채권압류와 추심 등 두 업체 사이에 온갖 일들이 불거졌다. 

두 업체 간의 본격적인 싸움은 2017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BBQ는 신메뉴 등 자사 핵심 정보가 새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bhc와 물류 계약을 해지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상품 공급 계약도 중단했다. 계약 해지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bhc와의 연결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bhc는 BBQ의 일방적 계약 해지로 인한 물류 및 상품 공급 중단으로 피해가 막심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 3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BBQ는 박현종 bhc 회장을 겨냥한 형사 고소로 맞섰다. 박 회장은 2004년 BBQ가 bhc를 인수할 당시 BBQ의 해외사업을 주도했다. 매각 후에는 bhc의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총 703건 경쟁사 핵심 정보 빼간 혐의
박현종 회장 비공개 소환 조사…시늉만?

현재 두 업체의 최대 갈등 현안은 ‘영업비밀 침해’ 의혹이다. 2017년 6월 BBQ는 박 회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년간 BBQ 정보통신망을 불법으로 274회 접속, 총 703건의 기밀 자료를 불법 다운로드하고, 이 중 313건의 영업비밀 자료를 부정 취득해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2018년 9월 임직원 1명만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하고 박 회장 등 다른 임직원은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bhc가 BBQ 전산망에 접속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범인을 특정할 수 없고 유출된 자료들을 영업비밀로 보기 어렵다“고 불기소 처분 이유를 들었다. 

치킨 업계를 비롯한 요식업계서 BBQ와 bhc의 갈등을 주목하고 있던 상황이라 당시 검찰의 처분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요식업계의 생명인 레시피에 대한 검찰의 시각을 보여준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뺏겼지만
네 잘못?

이후 BBQ는 즉각 항고했고, 서울동부지검의 판단은 서울고검서 뒤집혔다. 서울고검은 해당 사건을 중대 사건으로 분류하고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재기수사명령은 처음 수사를 벌인 검사의 처분이 미진하다고 보고 다시 수사하라고 상급청이 내리는 명령이다. 다시 말해 서울동부지검의 수사가 부족했으니 다른 검사가 해당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라는 뜻이다.
 

최근 업체가 기밀로 분류하는 레시피 유출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면서 영업비밀 침해에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하지만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조석영 부장검사)에 재배당된 사건은 여전히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2018년 유일하게 기소됐던 임직원 역시 올해 초 1심서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BBQ 해외사업부 소속이던 A씨는 2014년 2월 퇴사하면서 개인 외장 하드디스크에 담긴 24건의 정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남겨뒀다가 이듬해 10월 bhc로 이직한 뒤 업무에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반출한 정보는 BBQ가 2002년 특허를 출원한 프라이드 치킨 조리법과 아시아 각국 사업 타당성 검토 자료 등이었다. 

1심 재판부는 치킨 조리법의 경우 BBQ 일부 지점이 자체 블로그에 반죽 비율과 기름 온도 등 조리법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올려놓는 등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찾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지적하면서 “피해 회사를 통하지 않고 레시피를 통상 입수할 수 없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불기소 처분→재기 수사명령
결국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도

최근 검찰은 지난달 말 박 회장을 비공개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 피소인인 박 회장의 소환은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결국 새로 사건 재수사를 맡은 검찰의 수사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3년 묵은 ‘치킨전쟁’의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법조계 일각에선 기존의 검찰 수사가 뒤집힐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당시 검찰은 bhc 임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을 때 혐의 대상자들의 휴대폰 등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를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계속 길어지는 이유도 당시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 ▲BBQ 본사

치킨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2∼3위를 다투고 있는 업체 간의 갈등이 길어지면서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레시피 논란에 대한 방향이 어느 정도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가 중요한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BBQ 관계자는 “이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며 “중견기업으로서 핵심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레시피, 보고서 등 주요 영업비밀 자료가 불법으로 유출되면서 신제품 개발, 모객 활동 등 경영 전반에 셀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길어지는 
이유는?

이어 “검찰은 가해자들이 법에 정해진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를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BBQ처럼 억울한 기업이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일이 제대로 마무리돼야 기업의 공정 경쟁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hc 관계자는 “본 사건은 이미 수차례 검찰 조사를 통해 무혐의 받은 것”이라며 “이번 재기수사도 시간을 끌기 위해 터무니없는 증거를 제기한 것으로 특별히 기존과 별다름 없는 조사로 결과가 변함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영업 비밀 침해행위나 불법을 한 적이 없기에 BBQ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기업은 가맹점의 발전과 소비자의 만족을 위한 본업에만 충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모든 공은 검찰로 넘겨졌다. 업계의 촉각은 새로 수사를 맡은 서울동부지검으로 쏠리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hc ‘뿌링클’ 위생 논란
‘때가 어느 땐데’ 비닐에 버무려?


bhc가 가맹점 위생 논란에 휩싸였다. bhc 치킨 메뉴 중 하나인 ‘뿌링클’을 제조하는 과정서 치킨을 포장용 비닐봉지에 넣고 그대로 양념에 버무린 사실이 드러난 것.

뜨거운 치킨이 비닐에 닿으면 환경호르몬이 발생할 수 있고, 또 포장용 비닐이 식품용 위생 비닐도 아니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뿌링클은 bhc를 대표하는 메뉴로 알려져 있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뿌링클 먹는 분들 보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게재한 A씨는 “치킨을 먹으러 새로 생긴 오프라인 bhc 매장에 갔는데, 뿌링클 가루를 치킨 포장용 봉투에 넣고 버무리고 있었다”며 조리 장면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치킨을 위생 봉투도 스테인리스 볼도 아닌 포장하는 일반 비닐봉지에 넣어 조리한 것이다.

A씨는 “주방 구조가 보이는 구조였는데 위생 클린백이 아닌 일반 포장봉투에 치킨을 넣고, (내가) 치킨을 먹는 동안 6번가량 같은 봉투에 버무리는 장면을 봤다”라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최소한 먹는 걸로는 장난을 치지 말아야 한다. 위생 너무하다. 내가 뿌링클을 먹는 것도 아닌데 화가 나더라”라며 “모든 업주와 매장이 이런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프랜차이즈를 달고 서로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A씨는 “bhc 본사에 클레임을 걸었다. 답변이 없다가 영상을 첨부했더니 시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더라. 숨어서 하지 않을까 의심된다”고 우려했다.

A씨는 촬영한 영상 일부를 캡처해 게시글에 함께 올렸다. 해당 사진에는 bhc라고 쓰인 포장용 비닐 봉투에 장갑을 낀 손으로 음식을 버무리는 듯한 모습이 담겨있다. 

A씨의 글에 소비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뜨거운 치킨을 비닐봉지에 버무리면, 환경호르몬을 먹은 거네” “저렴하지도 않은 치킨에 장난치지 말아라” 등의 댓글을 달면서 A씨의 글에 동조를 표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우리 동네 지점도 저렇게 한다”고 쓰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bhc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서 “관련 내용에 대해 당일 인지했고 신규 매장의 한 가맹점이 매뉴얼 준수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돼 즉시 해당 가맹점에 방문해 재교육을 진행했다”며 “한 가맹점의 실수로 타 가맹점이 피해입지 않고 재발되는 일이 없도록 신속하게 조치를 취한 상태”라고 밝혔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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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