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c 영업비밀 유출 수사 ‘질질 끄는’ 검찰 속사정

세월아 네월아∼ ‘3년째 헛바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안 하는 걸까, 못하는 걸까.’ 영업비밀을 둘러싼 BBQ와 bhc의 ‘치킨게임’이 검찰서 헛바퀴를 돌고 있다. 벌써 3년째다.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동안 두 업체의 갈등은 극한까지 치달았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 간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치킨업계 전체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 파다하다.
 

BBQ와 bhc는 교촌치킨과 함께 국내 3대 치킨 프랜차이즈로 꼽힌다. 특히 BBQ와 bhc는 1위 교촌치킨에 이어 2위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라이벌 관계다. 2013년 사모펀드가 bhc를 사들이기 전까지 두 업체는 한 지붕 아래 있었다. 2004년 BBQ가 bhc를 인수하면서 ‘형님’ 업체가 됐던 것. 

치킨업계
치킨게임

‘한 지붕 두 가족’이 갈라선 건 2013년 BBQ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로하틴그룹(TRG)에 bhc를 매각하면서다. BBQ는 1130억원에 bhc를 매각하면서 10년 간 물류 용역과 소스 파우더 등 식재료를 공급 받는 조건의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7년 동안 국제중재법원 제소와 판결, 검찰 압수수색, 채권압류와 추심 등 두 업체 사이에 온갖 일들이 불거졌다. 

두 업체 간의 본격적인 싸움은 2017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BBQ는 신메뉴 등 자사 핵심 정보가 새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bhc와 물류 계약을 해지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상품 공급 계약도 중단했다. 계약 해지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bhc와의 연결 고리를 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bhc는 BBQ의 일방적 계약 해지로 인한 물류 및 상품 공급 중단으로 피해가 막심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 3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BBQ는 박현종 bhc 회장을 겨냥한 형사 고소로 맞섰다. 박 회장은 2004년 BBQ가 bhc를 인수할 당시 BBQ의 해외사업을 주도했다. 매각 후에는 bhc의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총 703건 경쟁사 핵심 정보 빼간 혐의
박현종 회장 비공개 소환 조사…시늉만?

현재 두 업체의 최대 갈등 현안은 ‘영업비밀 침해’ 의혹이다. 2017년 6월 BBQ는 박 회장을 비롯해 임직원들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년간 BBQ 정보통신망을 불법으로 274회 접속, 총 703건의 기밀 자료를 불법 다운로드하고, 이 중 313건의 영업비밀 자료를 부정 취득해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2018년 9월 임직원 1명만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하고 박 회장 등 다른 임직원은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bhc가 BBQ 전산망에 접속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범인을 특정할 수 없고 유출된 자료들을 영업비밀로 보기 어렵다“고 불기소 처분 이유를 들었다. 

치킨 업계를 비롯한 요식업계서 BBQ와 bhc의 갈등을 주목하고 있던 상황이라 당시 검찰의 처분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요식업계의 생명인 레시피에 대한 검찰의 시각을 보여준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뺏겼지만
네 잘못?

이후 BBQ는 즉각 항고했고, 서울동부지검의 판단은 서울고검서 뒤집혔다. 서울고검은 해당 사건을 중대 사건으로 분류하고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재기수사명령은 처음 수사를 벌인 검사의 처분이 미진하다고 보고 다시 수사하라고 상급청이 내리는 명령이다. 다시 말해 서울동부지검의 수사가 부족했으니 다른 검사가 해당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라는 뜻이다.
 

최근 업체가 기밀로 분류하는 레시피 유출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면서 영업비밀 침해에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하지만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조석영 부장검사)에 재배당된 사건은 여전히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2018년 유일하게 기소됐던 임직원 역시 올해 초 1심서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BBQ 해외사업부 소속이던 A씨는 2014년 2월 퇴사하면서 개인 외장 하드디스크에 담긴 24건의 정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남겨뒀다가 이듬해 10월 bhc로 이직한 뒤 업무에 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반출한 정보는 BBQ가 2002년 특허를 출원한 프라이드 치킨 조리법과 아시아 각국 사업 타당성 검토 자료 등이었다. 

1심 재판부는 치킨 조리법의 경우 BBQ 일부 지점이 자체 블로그에 반죽 비율과 기름 온도 등 조리법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올려놓는 등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찾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지적하면서 “피해 회사를 통하지 않고 레시피를 통상 입수할 수 없다고 단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불기소 처분→재기 수사명령
결국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도

최근 검찰은 지난달 말 박 회장을 비공개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 피소인인 박 회장의 소환은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결국 새로 사건 재수사를 맡은 검찰의 수사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3년 묵은 ‘치킨전쟁’의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법조계 일각에선 기존의 검찰 수사가 뒤집힐 가능성은 적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당시 검찰은 bhc 임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을 때 혐의 대상자들의 휴대폰 등 혐의 입증을 위한 증거를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계속 길어지는 이유도 당시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 ▲BBQ 본사

치킨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2∼3위를 다투고 있는 업체 간의 갈등이 길어지면서 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레시피 논란에 대한 방향이 어느 정도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검찰 수사 결과가 중요한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BBQ 관계자는 “이 사건의 결론이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라며 “중견기업으로서 핵심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레시피, 보고서 등 주요 영업비밀 자료가 불법으로 유출되면서 신제품 개발, 모객 활동 등 경영 전반에 셀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길어지는 
이유는?

이어 “검찰은 가해자들이 법에 정해진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를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BBQ처럼 억울한 기업이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일이 제대로 마무리돼야 기업의 공정 경쟁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hc 관계자는 “본 사건은 이미 수차례 검찰 조사를 통해 무혐의 받은 것”이라며 “이번 재기수사도 시간을 끌기 위해 터무니없는 증거를 제기한 것으로 특별히 기존과 별다름 없는 조사로 결과가 변함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영업 비밀 침해행위나 불법을 한 적이 없기에 BBQ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기업은 가맹점의 발전과 소비자의 만족을 위한 본업에만 충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모든 공은 검찰로 넘겨졌다. 업계의 촉각은 새로 수사를 맡은 서울동부지검으로 쏠리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hc ‘뿌링클’ 위생 논란
‘때가 어느 땐데’ 비닐에 버무려?


bhc가 가맹점 위생 논란에 휩싸였다. bhc 치킨 메뉴 중 하나인 ‘뿌링클’을 제조하는 과정서 치킨을 포장용 비닐봉지에 넣고 그대로 양념에 버무린 사실이 드러난 것.

뜨거운 치킨이 비닐에 닿으면 환경호르몬이 발생할 수 있고, 또 포장용 비닐이 식품용 위생 비닐도 아니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뿌링클은 bhc를 대표하는 메뉴로 알려져 있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뿌링클 먹는 분들 보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게재한 A씨는 “치킨을 먹으러 새로 생긴 오프라인 bhc 매장에 갔는데, 뿌링클 가루를 치킨 포장용 봉투에 넣고 버무리고 있었다”며 조리 장면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치킨을 위생 봉투도 스테인리스 볼도 아닌 포장하는 일반 비닐봉지에 넣어 조리한 것이다.

A씨는 “주방 구조가 보이는 구조였는데 위생 클린백이 아닌 일반 포장봉투에 치킨을 넣고, (내가) 치킨을 먹는 동안 6번가량 같은 봉투에 버무리는 장면을 봤다”라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최소한 먹는 걸로는 장난을 치지 말아야 한다. 위생 너무하다. 내가 뿌링클을 먹는 것도 아닌데 화가 나더라”라며 “모든 업주와 매장이 이런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프랜차이즈를 달고 서로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A씨는 “bhc 본사에 클레임을 걸었다. 답변이 없다가 영상을 첨부했더니 시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더라. 숨어서 하지 않을까 의심된다”고 우려했다.

A씨는 촬영한 영상 일부를 캡처해 게시글에 함께 올렸다. 해당 사진에는 bhc라고 쓰인 포장용 비닐 봉투에 장갑을 낀 손으로 음식을 버무리는 듯한 모습이 담겨있다. 

A씨의 글에 소비자들은 즉각 반응했다.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뜨거운 치킨을 비닐봉지에 버무리면, 환경호르몬을 먹은 거네” “저렴하지도 않은 치킨에 장난치지 말아라” 등의 댓글을 달면서 A씨의 글에 동조를 표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우리 동네 지점도 저렇게 한다”고 쓰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bhc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서 “관련 내용에 대해 당일 인지했고 신규 매장의 한 가맹점이 매뉴얼 준수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돼 즉시 해당 가맹점에 방문해 재교육을 진행했다”며 “한 가맹점의 실수로 타 가맹점이 피해입지 않고 재발되는 일이 없도록 신속하게 조치를 취한 상태”라고 밝혔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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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