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큐레이터 지원 ‘사적인 노래Ⅰ’

알고리즘이 선택한 작가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두산갤러리는 2011년부터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3명의 신진 큐레이터를 지원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격년으로 1명의 기획자를 공모 선정해 다양한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사적인 노래Ⅰ’은 2020 전시기획 공모로 선정된 목홍균의 기획전이다. 
 

▲ 아나 윌드_테크노 출산-미래 가능한 선물(先物)의 노래_2019_단채널비디오_15분 13초

2020 두산갤러리 전시기획 공모 선정 기획자인 목홍균은 학부서 통계학을, 대학원에선 동아시아 사상을 공부했다. ‘더 매뉴얼: 부분과 노동’ ‘홈리스의 도시’ 등을 기획했고, 2018년부터 기술이 어떻게 큐레이터의 실천적 도구로서 전시 전반에 관여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모임 ‘알앤디’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스캔들 배경

목홍균은 2017년 카셀 도큐멘타와 베니스 비엔날레를 통해 불거진 스캔들을 배경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당시 두 총감독이 각각 자신의 배우자와 연인을 전시에 작가로 초대했고,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는 “당시 스캔들을 계기로 작가와 기획자의 사적인 관계가 전시에 개입하지 않는 방식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적인 노래Ⅰ’은 기획자가 작가를 선정하는 과정과 방식에 주목한 전시다. 전시에 참여하는 8명의 작가와 5명의 협력 기획자는 목홍균의 자의적 개입이 최대한 차단된 상태서 선정됐다. 

첫 번째로 알고리즘의 딥러닝을 활용한 큐라트론 프로그램을 통해 3명의 작가를 선정했고, 동일한 방식으로 2명의 협력 기획자를 뽑았다. 이어 두산갤러리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블라인드 공모를 진행, 3명의 협력 기획자를 추가로 가려냈다.


5명의 협력 기획자는 각각 리서치를 진행한 이후 자신의 데이터가 아닌 상대방의 데이터서 5명의 작가를 최종 선정했다. 

기획자를 위한 프로그램
2018년부터 2년에 한 번

▲발레리안 골렉= 브뤼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발레리안 골렉은 기존의 형태를 빌려오고 변경하는 작업을 주로 한다. 그의 작업서 각 요소는 각각 그 자체로 또는 전체로 이해할 수 있는 서로 교환 가능한 일관되고 견고한 사물들의 집합이다. 골렉의 추상 조각은 건축과 일상생활, 변조, 연속적 변형, 측정, 보고 단위의 요소로부터 시작된다. 형태는 문맥으로부터 추출돼 전유되고 증식되면서 새로운 합리적 형태를 획득한다. 

▲아나 월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DasArts와 이스라엘 예루살렘 시각연극학교를 졸업한 아나 월드는 퍼포먼스와 설치 작업을 주로 한다. 월드의 작업 과정은 연구의 형태와 흡사하다. 지식의 물질성과 이해의 유연성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관찰하는 역할에 스스로를 캐스팅해 신화 속의 어린 소녀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무단출입자, 우아한 펑크족, 중동의 사상가나 낭만적인 학자로 변신한다. 작업을 통해 지식의 공유가 시적인 행위이면서 전복적인 행동이 되는 상황을 만든다. 
 

▲ 에드아르도 레옹, 라스 포사스의 헤로인_2019_종이에 잉크젯_ 237×170cm

▲알렉시아 라페르테 쿠투= 쿠투의 작업에는 전이와 소생의 개념이 깃들어 있다. 젖은 점토 반죽을 역사적 건물과 기념비에 압착해 조각을 만든다. 이 같은 조각은 원재료가 가지고 있던 의도와 잔존의 양상을 회복하고 변화시킨다. 선택한 구조의 촉각적 특징을 강화해 역사와 그 물질성에 대한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연결을 관객 안에서 일깨우고자 한다. 몬트리올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에드아르도 레옹= 어보이드스트리트의 창시자다. 어보이드스트리트는 버려진 옷가지를 이용해 패션의 메커니즘을 탐색하며 협업, 전유, 샘플링, 캡션의 전략을 통해 의류를 둘러싼 문화를 살피고 조성하고자 한다. 패스트패션의 전략을 미러링하고 패션의 어휘를 비트는 한편, 장소 특정적 개입을 위한 한정 에디션 의류를 생산해 패스트패션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패스트패션은 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해 빠르게 제작하고 빠르게 유통시키는 의류를 가리키는 말이다. 


▲유비호= 2000년 첫 개인전 ‘강철태양’ 이후 동시대 예술가와 기획자, 미디어 연구자들과 함께 예술과 사회 그리고 미디어 연구모임인 ‘해킹을 통한 미술행위’를 공동으로 조직하고 연구 활동을 해왔다. 이 시기를 지나면서 예술과 사회에 대한 미적 질문을 던지는 ‘유연한 풍경’ ‘극사적 실천’ ‘공조탈출’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자의적 개입 차단한 채
작가 8명과 기획자 5명

▲장진승=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부터 야기된 서로 간의 오해와 상호 이해의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 인간 사이의 편견을 잠재의식 속에 내재한 왜곡된 인식과 인지의 문제로 여긴다. 미디어적 실험과 인터랙션 그리고 아카이브에 천착하며 ‘기계처럼(객관적으로) 생각하기’ 방식을 통해 사고하거나 감각하는 단계로의 진입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정재희= 전자제품을 주재료로 삼아 창작활동 중이다. 정재희에게 전자제품은 일상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용기술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나 구조를 반영하는 중요한 사물이다. 이런 전자제품의 형태와 질감, 물리적 기능, 탑재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기존의 효용성이 아닌 다른 관점으로 해석해 작업화한다. 
 

▲ 유비호_풍경의 된 자 #4_2019_단채널비디오_24분 13초

▲제임스 클락슨= 영국 쉐필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제임스 클락슨은 일상 사물, 문화, 기술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그 기반은 물질성에 대한 페티시적 관심이다. 그의 조각은 때론 난도질되고, 날것이며, 용도 변경된 사물들의 브리콜라주로서 존재한다. 반짝거리고 매끄러우며 윤기가 나는 복제품이기도 하다.

이 같은 재구성과 복제의 이중성을 통해 유희적 접근으로 사물들의 사변적인 상호연결성을 풀어낸다. 클락슨의 조각은 유령 같은 몸체로 나타나 우리의 현재 위치를 반영하고 있다. 

새로운 방식

두산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의 작가 선정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알고리즘이 기획자의 역할을 대신한 것처럼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작가 선정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결과적으로 선정 과정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가 선정을 둘러싼 고민이 어떻게 프로젝트 전반에 작용했는지 가시적으로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