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외교관 성추문’ 백태

밖에서도 새는 바가지 ‘망신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국 정부가 ‘K-망신’을 당했다.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의혹이 국가 정상 간의 통화서 언급된 것.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외교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통화로 현안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이날 통화서 문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근절 외쳐도

통화 말미에 과거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서 근무하던 외교관 A씨의 성추행 의혹이 언급됐다. 뉴질랜드 언론서 다룬 내용을 저신다 아던 총리가 통화서 거론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관계부처가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는 2017년 A씨가 주뉴질랜드 대사관에 근무할 당시 세 차례에 걸쳐 남자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가 있는데도 한국 정부가 비협조적으로 대응해 뉴질랜드 경찰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이듬해 2월 뉴질랜드를 떠났고 외교부서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받은 뒤 동남아국 공관으로 부임했다. 뉴질랜드 경찰은 그가 뉴질랜드를 떠난 뒤인 올해 2월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현지 언론에 “나는 동성애자도 성도착증 환자도 아니다. 내가 어떻게 나보다 힘이 센 백인 남자를 추행할 수 있겠느냐”라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성추행 의혹이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외교부가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공보팀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해당 외교관을 면책 특권을 원용해 보호하려고 한 적 없다. 어떻게 협조할 것인지 뉴질랜드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서는 “우리가 어떤 협조를 안 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상 간 통화서 언급
외교부 소극대응 도마

외교부가 타 국가서 발부된 영장을 우리 국민에게 전달하고 출두를 강제할 의무는 없다는 취지의 설명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징역 7년까지 처벌이 가능한 3건의 성범죄 혐의로 한국 외교관이 기소된 사안에 대해 외교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등 야권은 ‘국제적 망신’ ‘부끄러운 것은 국민의 몫’이라며 비판했다. 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논평서 “외교부가 이번 사건도 덮고 넘기려다 국제적 공개망신만 자초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6년 칠레 외교관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 이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17년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하겠다며 무관용 원칙을 다짐했다”며 “그러나 그 이후에도 캄보디아 주재 외교관 여직원 성추행, 일본 주재 총영사의 여직원 성추행 등 외교부 성비위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외교부의 고질적 병폐임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도 “성추행범에 지나치게 관대한 현 정권 덕분에 결국엔 국가 최고 존엄인 대통령이 외국 총리에게 망신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정부 들어 외교관 징계 건수가 늘어났다.

통합당 김기현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외교부 직원 징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외교부 직원에 대한 징계 건수는 누적 11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이후 누적 징계 건수는 62건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다. 

2016년 9월 칠레 주재 한국대사관서 근무하며 공공외교를 담당한 참사관급 외교관이 14살 안팎의 여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성추행한 혐의가 현지 방송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또 중동 지역에 주재하는 한 현직 대사가 대사관 직원을 성희롱한 혐의로 징계를 받은 일도 있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취임과 동시에 외교관 성비위 문제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비슷한 일이 반복해 일어나고 있다. 강 장관은 취임 초인 지난 2017년 성비위 징계를 받을 경우 그 수위와 관계없이 공관장 재·보임을 금지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17년 사건 이후
엄벌 천명했지만…

강 장관이 무관용 원칙을 발표하고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주에티오피아 주재 고위 외교관이 대사관에 근무하는 여성 행정직원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피해자에 따르면 B씨는 사건 당일 저녁 와인 3병을 곁들여 직원과 둘이서 식사한 뒤 만취해 의식을 잃은 직원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2018년에도 2명의 외교관이 현지서 성추문을 일으켜 귀국 조치됐다. 2018년 7월 주파키스탄 대사관에 근무하는 고위 외교관 C씨는 아내가 한국으로 귀국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대사관 여성 직원을 집으로 불렀다. C씨는 직원에게 술을 권한 뒤 강제로 끌어안거나 무릎에 앉히는 등 신체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주인도 대사관에 파견된 정부 부처 4급 공무원도 부하 직원에게 자신이 머무는 호텔서 술을 마시자고 강요하거나 방 열쇠를 줄 테니 언제든지 오라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현 국회의장)은 “2015년 주에티오피아 대사의 성폭력 사건 이후 외교부가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에는 외교부 소속 사무관인 30대 B씨가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그는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노래방서 여성을 끌어안고 몸을 더듬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사이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캄보디아 주재 외교관이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직위해제 된 사실이 알려졌다. 외교부 감사에 따르면 이 외교관은 2018년 여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고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언급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당한 여직원은 다음해 외교부 감사관실에 알렸고, 외교부는 감사를 진행한 뒤 지난해 7월 해당 외교관을 직위해제했다. 


다시 도루묵

한편 뉴질랜드 외교부는 <연합뉴스>가 이메일로 외교관 성추행 의혹에 대한 뉴질랜드 정부의 입장을 묻자 “뉴질랜드 정부는 한국 정부가 이 사건과 관련한 뉴질랜드 경찰의 앞선 요청에 협조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을 표현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뉴질랜드의 입장은 모든 외교관이 주재국의 법률을 준수하고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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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