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유튜버 활개에 선 긋는 통합당 속사정

사공이 많다 버려야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우파 유튜버들의 지나친 공세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들의 비상식적인 행보는 국민 보편적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 전까지는 이들과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 국회 본청 앞 점령한 보수단체

광화문역서 열리는 태극기 집회가 한창일 때다. 집회 참석자로 추정되는 노년층들은 너나할 것 없이 다 우파 유튜브 채널을 보고 있다. 실제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핵심 지지층인 50대 이상이 전 연령층서 유튜브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지난해 8월 한 달간 국내 사용자의 유튜브 앱 사용 시간을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이 총 122억분으로 가장 길게 집계됐다.

강경파 집결
든든한 아군

수많은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음에도, 이들은 우파 유튜버들이 ‘진실’을 알려준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에는 통합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통합당은 우파 유튜버 채널을 주요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며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이용해왔다. 선거철에는 통합당 후보들이 우파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국회서 우파 유튜버들은 통합당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자처했다. 통합당 역시 이에 보답하려는 듯 당 차원서 힘을 실어줬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우파 유튜버들을 국회에 초청해 토크콘서트를 열어 이들을 격려했다. 당시 나 전 원내대표는 참석한 유튜버들을 향해 “항상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국민을 깨워줘 감사하다. 국민 모두 광장에 나오는 단초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황교안 전 대표는 이들과 각별한 관계를 이어나갔다. 대표적 우파 유튜브 채널인 '고성국TV'의 고씨를 조언자로 두는가 하면, 이들에게 입법보조원 자격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우파 유튜버들이 21대 총선의 통합당 비례대표 공천에 도전하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 막말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전 MBC 기자가 대표적이다. 김 씨는 MBC 퇴사 이후 강용석 변호사와 함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구독자 125만명을 보유한 ‘신의 한수’ 우동균씨, 11만 구독자를 보유한 ‘호밀밭의 우원재’ 우원재 대표 등이 정치권에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21대 국회 개원부터 통합당은 이들과 선을 긋는 모양새다. 통합당 참패에는 우파 유튜버들의 ‘강경보수’ 노선이 한 몫 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 회의서 우파 유튜버는 한번도 언급된 바가 없을 정도로, 아예 대응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말로 선을 긋다 보면 더 엮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언급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진 의원들은 전면서 우파 유튜버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총선 전후 뒷배 역할
듬직했던 우군들 몰락

홍준표 의원은 “유튜브가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방송되고 운영되어야 하는데 거짓·낚시성·선정성 기사로 조회 수나 채워 코인팔이로 전락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의원도 거들었다. 김 의원은 “처음엔 소박하게 시작했던 우파 유튜버들은 점차 호랑이 등을 타게 된다. 유지비를 벌기 위해 클릭 수를 올려야 했고, 극우 성향에 있는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과격하고, 과장되고, 왜곡된, 근거 없는 이야기들을 만들게 됐다”고 반발했다.


지난 5월에는 “유명한 (보수)유튜버들은 전부 썩은 놈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우파 유튜버들은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유튜브 플랫폼이 부상하자 발 빠르게 이를 선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서 기성미디어를 인정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유튜브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당시 정규재 전 <한국경제> 논설위원실장이 운영하는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직전 그를 단독 인터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또 신혜식의 ‘신의한수’는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면서 현재 125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정치 유튜브 채널 중 독보적 1위다.

이 밖에도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들이 이끄는 여러 유튜브 채널들이 구독자 수 상위권을 차지하며 양적으로 진보진영 채널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기준 ▲신의한수(125만명) ▲펜앤드마이크(63.6만명) ▲가로세로연구소(61.8만명) ▲고성국TV(53만명) 등이 시사 유튜브 채널 중 상위권에 올라있는 상태다.

일각에선 유튜브로 인한 정치적 편향성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튜브는 컨텐츠를 본 사람들에게 다시 비슷한 컨텐츠가 추천되는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운영된다. 극우적 컨텐츠를 보는 사람이 계속해서 비슷한 영상을 추천 받게 되는 구조다.

잦은 논란
중도층 이탈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다른 정보는 무시하는 이른바 ‘확증편향’에 빠져 합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들의 막강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그중 ‘가짜뉴스’ 논란이 가장 대표적이다. ‘지만원TV’는 허위로 판명 난 5·18 북한군 개입설을 최근까지 주장하고 있다. 법원이 지씨에게 수차례 유죄판결을 내려도 속수무책이다. 지씨는 5·18 역사을 왜곡한 동영상을 총 29건을 올렸다.

그의 영상에는 “청주 유골 430구를 들키지 않기 위해 북한이 큰 사고를 기획해 만든 게 세월호 사고”라거나 “5·18은 가짜고 북한군에 부화뇌동하다가 북한군에 총을 맞아 죽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영상에 대해 시정요구(접속 차단)를 결정한 상태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한 유튜버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달 17일 우종창 전 <월간조선> 기자는 징역 8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우 전 기자는 유튜브 채널 '우종창의 거짓과 진실' 채널을 운영하며 1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2018년 유튜브를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인근서 김세윤 부장판사를 만나 부적절한 식사를 했다며 ‘재판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김 판사는 당시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주심판사였다.

하지만 이는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우 전 기자는 관련 제보를 받은 후 최소한의 사실 확인 과정도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뿐 아니다. 세월호 리본을 뒤집어 촛불을 가운데 두면 북한 노동당 깃발 문양과 똑같다는 황당한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역시 유튜브 발이다. ‘시대지성 에스’ 채널서 2년 전에 올린 ‘노란 리본 음모론 사탄의 상징? 인신공양설? 노동당기설?’이라는 영상은 아직도 내려가지 않고 조회 수 10만을 기록한 상태다.

우파 코인
돈 때문에?

우파 유튜버들이 확대·재생산하는 혐오적 표현도 비상식적이다. ‘GZSS’ 채널을 운영했던 안정권씨는 소녀상 앞에서 색깔론, 소수자 비하 등 막말을 쏟아내 유튜브서 영구 폐쇄 조치됐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이후 다시 다른 채널을 통해 활동을 재개한 상태다.

그는 박 시장 실종 당일인 지난 9일 잔치국수를 먹으며 “죽어도 잔치, 살아도 잔치”라고 모욕했고, “단순히 성추행했는데 박원순이가 죽어? 이걸 믿으라고?”라며 또 다른 음모론을 제기했다.

박 전 시장의 사망 이후 가로세로연구소의 비상식적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에 출연한 4명은 지난 10일 ‘현장출동, 박원순 사망 장소의 모습’이라는 제목의 라이브 방송서 고인의 마지막 행적을 따라 산행했다. 산을 오르며 박 전 시장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짐작해보겠다는 취지였다.

이들은 방송을 진행하면서 고인의 사망 당시 정황에 대한 여러 음모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관련해 농담을 주고 받거나 웃는 모습을 보였다. “숙정문을 거꾸로 읽으면, 문정숙(문재인+김정숙)이다. 상징적인 의미가 아닐까” “숙정문은 숙청문이라고도 하는데, 사람들을 숙청했다는 얘기도 있다” “박원순의 오늘이 문재인의 내일” “산세가 험하다. 개도 올라가기 어렵겠다” 등 방송 내내 쉴 새 없이 조롱을 쏟아냈다.


이들이 자극적인 컨텐츠를 마구 생산하는 건 무엇보다 돈 때문이다. 유튜브의 ‘슈퍼챗’ 수익구조로 후원금에 혈안이 됐기 때문이다. 슈퍼챗은 유튜버들이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들이 채팅창에 일정 금액을 후원하는 것이다.

다루는 콘텐츠가 자극적일수록 지지자들은 열광한다. 후원금은 한 번에 최소 900원서 최대 50만원까지. 횟수는 무제한이다.

정치 유튜버가 돈 되는 장사임을 알고 유튜브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돈에 혈안 자극적 콘텐츠
“확증 편향 부추겨” 지적

한 유튜버는 언론과의 인터뷰서 “감성을 자극하면 돈이 쏟아진다” “정직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시청자들이 돈을 주는 방향으로 말한다. 한마디로 다들 코인에 미쳐 있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보수·진보 유튜버 중 더 돈을 잘 벌 수 있는 쪽을 묻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정치적 영향력이 아닌, 극성 지지자들의 지갑서 나오는 후원금일 뿐이다.
 

▲ 유튜브 - 노란 딱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가로세로연구소만 해도 음모론, 조롱으로 큰 후원금을 벌어들였다. 박 전 시장과 관련한 방송으로 일주일 사이 벌어들인 슈퍼챗 수입만 1800만원이 넘는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가로세로연구소는 지난 24일 기준으로 8억6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전 세계 슈퍼챗 수익 1위다. 이외에도 ‘팬엔드마이드’ ‘신의한수’ 등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이 전체 수익의 10위권 안에 들었다.

통합당은 최근 당 차원의 유튜브 채널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당은 19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를 운영 중이다. 오른소리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의원총회 등 당의 의정활동 모습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당내 초선 의원들의 역할이 돋보인다. 통합당 허은아, 전주혜, 지성호 의원은 유튜브 ‘국회대학교’ 채널을 꾸려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이들은 통통 튀는 콘셉트로 전반적인 국회 활동을 보여줄 계획이다. 유명세로 국회 개원부터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의원들도 있다.

강남구갑에 당선된 탈북자 출신 태구민 의원은 현재 유튜브서 ‘태영호tv’ 채널을 운영하며 약 2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 송파을에 깃발을 꽂은 배현진 의원은 4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가 후보 시절 업로드했던 ‘배현진 자유한국당 서울 송파을 후보가 악플을 읽어봤다’ 영상은 조회 수 20만회을 기록하기도 했다.

함께했지만…
“갈 길 간다”

보수층 상당수가 여전히 우파 유튜버들의 영향권 안에 있지만, 통합당은 앞으로 이들과 점점 더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우파 유튜버들로 결집력을 키울 순 있지만, 당에 절실한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이들을 버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통합당은 이번 21대 총선 패배로 ‘합리적’ 보수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은 상태다. 우파 유튜버들은 자연스레 정치권과 단절되고, 국민적인 지탄을 받는 문제아들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우파 유튜버’ 고소·고발전

우파 유튜버들의 횡포에 참다 못한 시민들의 고발이 계속되고 있다. 신승목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 대표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14일 고발했다.

가로세로연구소 운영진이 고인을 모욕하는 듯한 언행을 보이고 와룡공원을 둘러보면서 웃음을 터트리며 고인이 된 박 전 시장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어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는 지난 16일 유튜브 ‘우파삼촌TV’ 운영진을 살인미수 혐의로, 유튜브 ‘상상은 자유TV’ 운영진을 성추행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들 모두 우파 유튜버들이다.

우파삼촌TV 유튜버 A씨가 지난달 14일, 자신의 승합차를 몰고 소녀상 지킴이들을 향해 급돌진했다. 공동행동은 피해자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당시 차량 앞에 있던 지킴이는 다행히 현장에서 피해 부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들은 상상은 자유TV 유튜버 B씨가 여성 지킴이들의 신체일부를 클로즈업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은 옛날 전쟁에서 잡혀 갔을 때 오줌 참는 것도 배웠다. 그것도 따라 배운 것 같다” “노린내가 난다” 등의 발언을 실시간 방송으로 내보낸 혐의로 고소했다.

공동행동은 “이들은 고상방가는 물론이고 지킴이들의 신체와 휴대전화를 불법촬영했으며 피해자할머니의 명패를 짓밟는 등 온갖 망동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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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