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유튜버 활개에 선 긋는 통합당 속사정

사공이 많다 버려야 산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우파 유튜버들의 지나친 공세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들의 비상식적인 행보는 국민 보편적 정서와는 거리가 멀다.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 전까지는 이들과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 국회 본청 앞 점령한 보수단체

광화문역서 열리는 태극기 집회가 한창일 때다. 집회 참석자로 추정되는 노년층들은 너나할 것 없이 다 우파 유튜브 채널을 보고 있다. 실제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핵심 지지층인 50대 이상이 전 연령층서 유튜브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지난해 8월 한 달간 국내 사용자의 유튜브 앱 사용 시간을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이 총 122억분으로 가장 길게 집계됐다.

강경파 집결
든든한 아군

수많은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음에도, 이들은 우파 유튜버들이 ‘진실’을 알려준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에는 통합당의 책임도 적지 않다. 통합당은 우파 유튜버 채널을 주요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며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이용해왔다. 선거철에는 통합당 후보들이 우파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국회서 우파 유튜버들은 통합당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자처했다. 통합당 역시 이에 보답하려는 듯 당 차원서 힘을 실어줬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우파 유튜버들을 국회에 초청해 토크콘서트를 열어 이들을 격려했다. 당시 나 전 원내대표는 참석한 유튜버들을 향해 “항상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국민을 깨워줘 감사하다. 국민 모두 광장에 나오는 단초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황교안 전 대표는 이들과 각별한 관계를 이어나갔다. 대표적 우파 유튜브 채널인 '고성국TV'의 고씨를 조언자로 두는가 하면, 이들에게 입법보조원 자격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우파 유튜버들이 21대 총선의 통합당 비례대표 공천에 도전하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 막말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가로세로연구소’ 김세의 전 MBC 기자가 대표적이다. 김 씨는 MBC 퇴사 이후 강용석 변호사와 함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구독자 125만명을 보유한 ‘신의 한수’ 우동균씨, 11만 구독자를 보유한 ‘호밀밭의 우원재’ 우원재 대표 등이 정치권에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21대 국회 개원부터 통합당은 이들과 선을 긋는 모양새다. 통합당 참패에는 우파 유튜버들의 ‘강경보수’ 노선이 한 몫 했다는 분석 때문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 회의서 우파 유튜버는 한번도 언급된 바가 없을 정도로, 아예 대응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말로 선을 긋다 보면 더 엮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언급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진 의원들은 전면서 우파 유튜버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총선 전후 뒷배 역할
듬직했던 우군들 몰락

홍준표 의원은 “유튜브가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방송되고 운영되어야 하는데 거짓·낚시성·선정성 기사로 조회 수나 채워 코인팔이로 전락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의원도 거들었다. 김 의원은 “처음엔 소박하게 시작했던 우파 유튜버들은 점차 호랑이 등을 타게 된다. 유지비를 벌기 위해 클릭 수를 올려야 했고, 극우 성향에 있는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과격하고, 과장되고, 왜곡된, 근거 없는 이야기들을 만들게 됐다”고 반발했다.


지난 5월에는 “유명한 (보수)유튜버들은 전부 썩은 놈들”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우파 유튜버들은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유튜브 플랫폼이 부상하자 발 빠르게 이를 선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서 기성미디어를 인정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유튜브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당시 정규재 전 <한국경제> 논설위원실장이 운영하는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직전 그를 단독 인터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또 신혜식의 ‘신의한수’는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면서 현재 125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정치 유튜브 채널 중 독보적 1위다.

이 밖에도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들이 이끄는 여러 유튜브 채널들이 구독자 수 상위권을 차지하며 양적으로 진보진영 채널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기준 ▲신의한수(125만명) ▲펜앤드마이크(63.6만명) ▲가로세로연구소(61.8만명) ▲고성국TV(53만명) 등이 시사 유튜브 채널 중 상위권에 올라있는 상태다.

일각에선 유튜브로 인한 정치적 편향성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튜브는 컨텐츠를 본 사람들에게 다시 비슷한 컨텐츠가 추천되는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운영된다. 극우적 컨텐츠를 보는 사람이 계속해서 비슷한 영상을 추천 받게 되는 구조다.

잦은 논란
중도층 이탈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다른 정보는 무시하는 이른바 ‘확증편향’에 빠져 합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이들의 막강한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발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그중 ‘가짜뉴스’ 논란이 가장 대표적이다. ‘지만원TV’는 허위로 판명 난 5·18 북한군 개입설을 최근까지 주장하고 있다. 법원이 지씨에게 수차례 유죄판결을 내려도 속수무책이다. 지씨는 5·18 역사을 왜곡한 동영상을 총 29건을 올렸다.

그의 영상에는 “청주 유골 430구를 들키지 않기 위해 북한이 큰 사고를 기획해 만든 게 세월호 사고”라거나 “5·18은 가짜고 북한군에 부화뇌동하다가 북한군에 총을 맞아 죽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18 민주화운동 관련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영상에 대해 시정요구(접속 차단)를 결정한 상태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한 유튜버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달 17일 우종창 전 <월간조선> 기자는 징역 8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우 전 기자는 유튜브 채널 '우종창의 거짓과 진실' 채널을 운영하며 1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2018년 유튜브를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인근서 김세윤 부장판사를 만나 부적절한 식사를 했다며 ‘재판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김 판사는 당시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주심판사였다.

하지만 이는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우 전 기자는 관련 제보를 받은 후 최소한의 사실 확인 과정도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뿐 아니다. 세월호 리본을 뒤집어 촛불을 가운데 두면 북한 노동당 깃발 문양과 똑같다는 황당한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역시 유튜브 발이다. ‘시대지성 에스’ 채널서 2년 전에 올린 ‘노란 리본 음모론 사탄의 상징? 인신공양설? 노동당기설?’이라는 영상은 아직도 내려가지 않고 조회 수 10만을 기록한 상태다.

우파 코인
돈 때문에?

우파 유튜버들이 확대·재생산하는 혐오적 표현도 비상식적이다. ‘GZSS’ 채널을 운영했던 안정권씨는 소녀상 앞에서 색깔론, 소수자 비하 등 막말을 쏟아내 유튜브서 영구 폐쇄 조치됐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이후 다시 다른 채널을 통해 활동을 재개한 상태다.

그는 박 시장 실종 당일인 지난 9일 잔치국수를 먹으며 “죽어도 잔치, 살아도 잔치”라고 모욕했고, “단순히 성추행했는데 박원순이가 죽어? 이걸 믿으라고?”라며 또 다른 음모론을 제기했다.

박 전 시장의 사망 이후 가로세로연구소의 비상식적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에 출연한 4명은 지난 10일 ‘현장출동, 박원순 사망 장소의 모습’이라는 제목의 라이브 방송서 고인의 마지막 행적을 따라 산행했다. 산을 오르며 박 전 시장이 무슨 생각을 했을지 짐작해보겠다는 취지였다.

이들은 방송을 진행하면서 고인의 사망 당시 정황에 대한 여러 음모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관련해 농담을 주고 받거나 웃는 모습을 보였다. “숙정문을 거꾸로 읽으면, 문정숙(문재인+김정숙)이다. 상징적인 의미가 아닐까” “숙정문은 숙청문이라고도 하는데, 사람들을 숙청했다는 얘기도 있다” “박원순의 오늘이 문재인의 내일” “산세가 험하다. 개도 올라가기 어렵겠다” 등 방송 내내 쉴 새 없이 조롱을 쏟아냈다.


이들이 자극적인 컨텐츠를 마구 생산하는 건 무엇보다 돈 때문이다. 유튜브의 ‘슈퍼챗’ 수익구조로 후원금에 혈안이 됐기 때문이다. 슈퍼챗은 유튜버들이 라이브 방송을 할 때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들이 채팅창에 일정 금액을 후원하는 것이다.

다루는 콘텐츠가 자극적일수록 지지자들은 열광한다. 후원금은 한 번에 최소 900원서 최대 50만원까지. 횟수는 무제한이다.

정치 유튜버가 돈 되는 장사임을 알고 유튜브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돈에 혈안 자극적 콘텐츠
“확증 편향 부추겨” 지적

한 유튜버는 언론과의 인터뷰서 “감성을 자극하면 돈이 쏟아진다” “정직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시청자들이 돈을 주는 방향으로 말한다. 한마디로 다들 코인에 미쳐 있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보수·진보 유튜버 중 더 돈을 잘 벌 수 있는 쪽을 묻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정치적 영향력이 아닌, 극성 지지자들의 지갑서 나오는 후원금일 뿐이다.
 

▲ 유튜브 - 노란 딱지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가로세로연구소만 해도 음모론, 조롱으로 큰 후원금을 벌어들였다. 박 전 시장과 관련한 방송으로 일주일 사이 벌어들인 슈퍼챗 수입만 1800만원이 넘는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가로세로연구소는 지난 24일 기준으로 8억6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전 세계 슈퍼챗 수익 1위다. 이외에도 ‘팬엔드마이드’ ‘신의한수’ 등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이 전체 수익의 10위권 안에 들었다.

통합당은 최근 당 차원의 유튜브 채널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당은 19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를 운영 중이다. 오른소리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의원총회 등 당의 의정활동 모습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당내 초선 의원들의 역할이 돋보인다. 통합당 허은아, 전주혜, 지성호 의원은 유튜브 ‘국회대학교’ 채널을 꾸려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이들은 통통 튀는 콘셉트로 전반적인 국회 활동을 보여줄 계획이다. 유명세로 국회 개원부터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의원들도 있다.

강남구갑에 당선된 탈북자 출신 태구민 의원은 현재 유튜브서 ‘태영호tv’ 채널을 운영하며 약 2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 송파을에 깃발을 꽂은 배현진 의원은 4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가 후보 시절 업로드했던 ‘배현진 자유한국당 서울 송파을 후보가 악플을 읽어봤다’ 영상은 조회 수 20만회을 기록하기도 했다.

함께했지만…
“갈 길 간다”

보수층 상당수가 여전히 우파 유튜버들의 영향권 안에 있지만, 통합당은 앞으로 이들과 점점 더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인다. 우파 유튜버들로 결집력을 키울 순 있지만, 당에 절실한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이들을 버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통합당은 이번 21대 총선 패배로 ‘합리적’ 보수의 중요성을 몸소 깨달은 상태다. 우파 유튜버들은 자연스레 정치권과 단절되고, 국민적인 지탄을 받는 문제아들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우파 유튜버’ 고소·고발전

우파 유튜버들의 횡포에 참다 못한 시민들의 고발이 계속되고 있다. 신승목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 대표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지난 14일 고발했다.

가로세로연구소 운영진이 고인을 모욕하는 듯한 언행을 보이고 와룡공원을 둘러보면서 웃음을 터트리며 고인이 된 박 전 시장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이어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는 지난 16일 유튜브 ‘우파삼촌TV’ 운영진을 살인미수 혐의로, 유튜브 ‘상상은 자유TV’ 운영진을 성추행 혐의로 서울 종로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들 모두 우파 유튜버들이다.

우파삼촌TV 유튜버 A씨가 지난달 14일, 자신의 승합차를 몰고 소녀상 지킴이들을 향해 급돌진했다. 공동행동은 피해자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당시 차량 앞에 있던 지킴이는 다행히 현장에서 피해 부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들은 상상은 자유TV 유튜버 B씨가 여성 지킴이들의 신체일부를 클로즈업하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은 옛날 전쟁에서 잡혀 갔을 때 오줌 참는 것도 배웠다. 그것도 따라 배운 것 같다” “노린내가 난다” 등의 발언을 실시간 방송으로 내보낸 혐의로 고소했다.

공동행동은 “이들은 고상방가는 물론이고 지킴이들의 신체와 휴대전화를 불법촬영했으며 피해자할머니의 명패를 짓밟는 등 온갖 망동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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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