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미래통합당 플랜B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개원부터 꽉 막혔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상임위 강제 배정으로 미래통합당은 국회 보이콧에 들어갔다. 미래통합당 일각에서는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안보상임위에는 참석해야 한다는 ‘회군론’이 나온다. 하지만 대여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론 역시 만만찮다. 통합당의 출구전략은 무엇일까.
 

▲ 피켓 항의 중인 미래통합당 의원들

국회는 지난 15일 본회의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과 국민의당이 불참한 가운데 6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선출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직권으로 통합당 의원 45명을 이들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 국회법 48조 1항에 따르면 상임위·특위 위원의 선임 요청 기한(총선 후 첫 임시회 집회일부터 2일 이내)까지 요청이 없을 경우 국회의장이 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제1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채 상임위 강제 배정이 이뤄진 건 1967년 7대 국회 이후 53년 만이다.

눈 뜨고
당할 판

통합당은 “헌정사상 유례없는 폭거”라고 규정하며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에 들어갔다. 통합당은 본회의 이후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해 상임위원 강제 배정을 바로 취소하고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찾아 “상임위원 강제 배정을 바로 취소하고 철회해주시길 강력하게 말씀드렸고, 강제 배정된 상임위에서는 국회 활동을 할 수 없단 점도 다시 한 번 강력히 말씀드렸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통합당의 갈등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시작됐다. 법사위원장은 모든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권을 갖는 입법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한다. 마음만 먹으면 법사위원장이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법사위원장 자리는 16대 국회서부터 야당의 몫이었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라는 뜻에서다. 예외적으로 20대 국회 전반기에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법사위원장을 잠시 맡았지만, ‘법사위원장=야당의원’이라는 공식은 암묵적인 룰로 자리잡혔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선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통합당이 상임위 18개를 다 내놓겠다는 ‘배수의 진’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임기가 2년 남은 문재인정부의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 완수에 대한 민주당의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통합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게 되면 공수처 설치법과 같은 검찰 개혁의 후속 입법이 발목 잡힐 수 있다.

53년 만에 각 상임위 강제 배정
통합당 “헌정 폭거” 반발하지만…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상임위 강제 배정 직후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제1야당이 맡아 온 법사위를 지켜내지 못했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걸 못 막아낸 책임을 지겠다”는 이유였다.

그는 현재 충청 지역의 사찰에 칩거해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성일종 의원은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빨리 돌아오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사의 의지를 확고히 밝혔다. 그는 칩거 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서 “민주당이 매번 우리가 발목 잡는다고 했는데, 우리 없이 단독으로 하면 더 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에 앞서 의사발언하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하지만 정치권에선 주 원내대표의 휴지기는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의 갑작스런 행보가 국민들에게 무책임하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당의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라, 전략을 구상한 후 곧바로 돌아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주 원내대표의 재신임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원내대표를 선출한 지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 아니라, 다시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당내 최다선이자, 전략가로 불리는 주 원내대표의 자리를 채울 ‘다크호스’도 딱히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시 주호영 지도부 재신임을 동의했다. 주 원내대표에게 당무 복귀를 설득했지만, 주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며칠 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주 원내대표가 복귀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당연히 돌아올 것”이라며 신뢰를 보였다.

주호영 칩거
재신임 주목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주 원내대표의 사퇴에는 ‘힘으로 야당을 짓밟고 있는 민주당과 무슨 협상을 더 할 수 있겠는가’라는 마음과 가능성이 전혀 없는 법사위원장을 대표직을 걸고 사수하라는 당내 강경 일변도 주장에 대한 섭섭함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진석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당연히 재신임해야 한다”며 “주 원내대표가 밀어붙일 수 있게 좀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의 재신임보다는 민주당과의 팽팽한 줄다리기 이후 다시 재신임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회 개원부터 끌려 다니게 된 상황인 만큼 기싸움서 밀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주 원내대표의 공백 상태서 협상을 밀어붙이기는 부담스럽다. 거대 여당의 독주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 내 한 초선 의원은 “주 원내대표가 없는 상황이라 민주당도 협상하기 어렵다. 민주당도 이대로 계속 가는 게 부담스럽다. 주 원내대표의 공백이 더 길어도 된다고 본다”고 했다.

통합당은 한동안 출구전략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77석의 민주당이 양보 없이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시절 장외투쟁을 남발해 여론의 지지를 잃어버린 통합당으로선 최후의 수단으로 장외투쟁 카드를 다시 꺼내기도 어려운 처지다.

여론조사 역시 통합당에게 불리하게 발표됐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서 국민 10명 중 절반 이상은 민주당 국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대해 ‘잘한 일’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게다가 최근 북한의 도발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을 맞았다. 안보 위기 국면서 야당 역할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보이콧을 계속한다면 민심의 동정보다는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강경론
회군론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18개 상임위를 다 내주더라도 대여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론도 거세다. 이미 법사위원장을 빼앗긴 상태서 주요 상임위가 돌아온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전체 상임위를 갖겠다면 차라리 그렇게 하라고(18개 상임위를 다 내주는 것) 하는 게 낫지 않겠나. 우리는 국민 앞에 떳떳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파행 책임이 민주당에 있는 만큼, 통합당은 상임위원장 몇 자리에 연연할 게 아니라 정책 경쟁에 집중해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면 된다는 태도다.


다만, 통합당은 의원들로 구성된 자체 위원회를 꾸려 일하는 야당의 모습을 최대한 어필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은 상임위에 참여하는 대신 자체 외교안보특별위원회를 열었다. 당면한 안보 현안을 논의하고자 함이다.
 

▲ 김태년(더불어민주당)·주호영(미래통합당)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 접견실서 원구성 협상을 위한 회동을 갖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문병희 기자

박진 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은 “여당의 일방적 상임위 구성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원칙”이라며 “외교통일위, 국방위 등에 강제 배정된 우리 당 의원들이 사임계를 제출했기 때문에 당 특위서 현안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의 ‘각자도생’이 국민들에게 일하는 모습으로 비춰질지는 미지수다. 통합당 특위는 회의를 위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불렀지만, 두 장관은 응하지 않았다.

반면 당내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외교·안보 관련 국회 상임위에라도 참여해야 한다는 ‘회군론’도 제기된다. 북한 도발에 대해 ‘안보 정당’다운 존재감을 보여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국회서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과 관련 장관들에게 대정부 질문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허망하게 보내고 있는 거 아니냐는 내부 비판도 나온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서 “북한이 심각한 도발을 감행했다.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국방위, 외통위 정도는 가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북한의 도발로 인한 안보위기에 국회가 방관만 해서는 안 된다. 통합당은 3대 외교안보 상임위(국방위·외통위·정보위)에 참여해 북한 위협에 대한 초당적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북한 도발 전화위복?
돌파구 찾기 고심 중

비슷한 궤로 북한의 도발을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등원하는 출구전략이 필요할 때라는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번 북한 도발이 출구전략이 부족한 야당에게 안보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줄 기회로 보고, 현 시점에 적용할 수 있는 가용한 대안을 준비해서 신속히 판단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야당이 상임위로 복귀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장제원 의원이나 하태경 의원의 발언은 오히려 당내서 일탈적인 소수의견으로 취급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시 “21대 국회는 개원부터 야당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개원했고, 어제는 상임위원장 선출도 과거 경험하지 못한 기이한 방법으로 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정상화 여부가 여당에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합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민주당의 상임위 배정 철회 등의 조치 없이는 복귀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헌정사상 유례없이 국회의장 단독선출 및 상임위 강제배정을 단행한 박병석 의장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일종 의원은 “주 원내대표는 여당이 통합당을 하청업체 다루듯이 한 데 대한 상처가 크다”고 직격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남은 시간에 원이 어떻게 구성될지 여당 스스로 잘 생각해야 한다”며 “과연 이런 식으로 해서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나. 거기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다수를 차지하는 여당 스스로 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본회의장 빠져나가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통합당은 민주당의 원구성 협상을 계속해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의장이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강제 배정한 상임위원들은 사보임이 불가피하다. 원구성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위원 선임 요청 없이 위원을 선임해 발생하는 문제는 추후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에 따른 위원 개선(사보임)을 통해 해소가 가능하다. 이 경우 투쟁력이 있는 의원들을 상임위 간사로 배치해 원구성 협상 당시 벌였던 힘겨루기 무대를 상임위로 옮겨가려 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통합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통합당이 버티면 버틸수록 당이 탈피하고자 했던 ‘일하지 않는 당’이라는 대전제를 벗어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 등을 위해 정부가 제출한 3차 추가경정 예산안도 꽉 막혀 있다.

협치 없인
역풍 분다

일각에선 극단적 대치 문제를 풀기 위해 여야가 물밑협상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입장서도 이대로 밀고 간다면 결국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이후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협치’하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개원부터 제1야당과의 타협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