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미래통합당 플랜B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개원부터 꽉 막혔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상임위 강제 배정으로 미래통합당은 국회 보이콧에 들어갔다. 미래통합당 일각에서는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안보상임위에는 참석해야 한다는 ‘회군론’이 나온다. 하지만 대여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론 역시 만만찮다. 통합당의 출구전략은 무엇일까.
 

▲ 피켓 항의 중인 미래통합당 의원들

국회는 지난 15일 본회의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과 국민의당이 불참한 가운데 6개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을 선출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직권으로 통합당 의원 45명을 이들 상임위에 강제 배정했다. 국회법 48조 1항에 따르면 상임위·특위 위원의 선임 요청 기한(총선 후 첫 임시회 집회일부터 2일 이내)까지 요청이 없을 경우 국회의장이 위원을 선임할 수 있다. 제1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채 상임위 강제 배정이 이뤄진 건 1967년 7대 국회 이후 53년 만이다.

눈 뜨고
당할 판

통합당은 “헌정사상 유례없는 폭거”라고 규정하며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에 들어갔다. 통합당은 본회의 이후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해 상임위원 강제 배정을 바로 취소하고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찾아 “상임위원 강제 배정을 바로 취소하고 철회해주시길 강력하게 말씀드렸고, 강제 배정된 상임위에서는 국회 활동을 할 수 없단 점도 다시 한 번 강력히 말씀드렸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통합당의 갈등은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시작됐다. 법사위원장은 모든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권을 갖는 입법 ‘게이트 키퍼’ 역할을 한다. 마음만 먹으면 법사위원장이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법사위원장 자리는 16대 국회서부터 야당의 몫이었다.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라는 뜻에서다. 예외적으로 20대 국회 전반기에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법사위원장을 잠시 맡았지만, ‘법사위원장=야당의원’이라는 공식은 암묵적인 룰로 자리잡혔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선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통합당이 상임위 18개를 다 내놓겠다는 ‘배수의 진’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임기가 2년 남은 문재인정부의 사법 개혁과 검찰 개혁 완수에 대한 민주당의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통합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게 되면 공수처 설치법과 같은 검찰 개혁의 후속 입법이 발목 잡힐 수 있다.

53년 만에 각 상임위 강제 배정
통합당 “헌정 폭거” 반발하지만…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상임위 강제 배정 직후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금까지 제1야당이 맡아 온 법사위를 지켜내지 못했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걸 못 막아낸 책임을 지겠다”는 이유였다.

그는 현재 충청 지역의 사찰에 칩거해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성일종 의원은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빨리 돌아오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사의 의지를 확고히 밝혔다. 그는 칩거 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서 “민주당이 매번 우리가 발목 잡는다고 했는데, 우리 없이 단독으로 하면 더 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에 앞서 의사발언하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하지만 정치권에선 주 원내대표의 휴지기는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의 갑작스런 행보가 국민들에게 무책임하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당의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라, 전략을 구상한 후 곧바로 돌아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주 원내대표의 재신임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원내대표를 선출한 지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 아니라, 다시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하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당내 최다선이자, 전략가로 불리는 주 원내대표의 자리를 채울 ‘다크호스’도 딱히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시 주호영 지도부 재신임을 동의했다. 주 원내대표에게 당무 복귀를 설득했지만, 주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며칠 쉬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주 원내대표가 복귀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당연히 돌아올 것”이라며 신뢰를 보였다.

주호영 칩거
재신임 주목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주 원내대표의 사퇴에는 ‘힘으로 야당을 짓밟고 있는 민주당과 무슨 협상을 더 할 수 있겠는가’라는 마음과 가능성이 전혀 없는 법사위원장을 대표직을 걸고 사수하라는 당내 강경 일변도 주장에 대한 섭섭함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진석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당연히 재신임해야 한다”며 “주 원내대표가 밀어붙일 수 있게 좀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의 재신임보다는 민주당과의 팽팽한 줄다리기 이후 다시 재신임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회 개원부터 끌려 다니게 된 상황인 만큼 기싸움서 밀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주 원내대표의 공백 상태서 협상을 밀어붙이기는 부담스럽다. 거대 여당의 독주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 내 한 초선 의원은 “주 원내대표가 없는 상황이라 민주당도 협상하기 어렵다. 민주당도 이대로 계속 가는 게 부담스럽다. 주 원내대표의 공백이 더 길어도 된다고 본다”고 했다.

통합당은 한동안 출구전략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77석의 민주당이 양보 없이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시절 장외투쟁을 남발해 여론의 지지를 잃어버린 통합당으로선 최후의 수단으로 장외투쟁 카드를 다시 꺼내기도 어려운 처지다.

여론조사 역시 통합당에게 불리하게 발표됐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서 국민 10명 중 절반 이상은 민주당 국회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대해 ‘잘한 일’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게다가 최근 북한의 도발로 인한 국가 위기 상황을 맞았다. 안보 위기 국면서 야당 역할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보이콧을 계속한다면 민심의 동정보다는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강경론
회군론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18개 상임위를 다 내주더라도 대여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론도 거세다. 이미 법사위원장을 빼앗긴 상태서 주요 상임위가 돌아온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전체 상임위를 갖겠다면 차라리 그렇게 하라고(18개 상임위를 다 내주는 것) 하는 게 낫지 않겠나. 우리는 국민 앞에 떳떳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 파행 책임이 민주당에 있는 만큼, 통합당은 상임위원장 몇 자리에 연연할 게 아니라 정책 경쟁에 집중해 여론의 지지를 확보하면 된다는 태도다.


다만, 통합당은 의원들로 구성된 자체 위원회를 꾸려 일하는 야당의 모습을 최대한 어필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은 상임위에 참여하는 대신 자체 외교안보특별위원회를 열었다. 당면한 안보 현안을 논의하고자 함이다.
 

▲ 김태년(더불어민주당)·주호영(미래통합당)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 접견실서 원구성 협상을 위한 회동을 갖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문병희 기자

박진 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은 “여당의 일방적 상임위 구성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원칙”이라며 “외교통일위, 국방위 등에 강제 배정된 우리 당 의원들이 사임계를 제출했기 때문에 당 특위서 현안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의 ‘각자도생’이 국민들에게 일하는 모습으로 비춰질지는 미지수다. 통합당 특위는 회의를 위해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불렀지만, 두 장관은 응하지 않았다.

반면 당내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외교·안보 관련 국회 상임위에라도 참여해야 한다는 ‘회군론’도 제기된다. 북한 도발에 대해 ‘안보 정당’다운 존재감을 보여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국회서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과 관련 장관들에게 대정부 질문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허망하게 보내고 있는 거 아니냐는 내부 비판도 나온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서 “북한이 심각한 도발을 감행했다.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국방위, 외통위 정도는 가동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북한의 도발로 인한 안보위기에 국회가 방관만 해서는 안 된다. 통합당은 3대 외교안보 상임위(국방위·외통위·정보위)에 참여해 북한 위협에 대한 초당적 대응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북한 도발 전화위복?
돌파구 찾기 고심 중

비슷한 궤로 북한의 도발을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외교안보 관련 상임위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등원하는 출구전략이 필요할 때라는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번 북한 도발이 출구전략이 부족한 야당에게 안보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줄 기회로 보고, 현 시점에 적용할 수 있는 가용한 대안을 준비해서 신속히 판단하지 않으면 시기를 놓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야당이 상임위로 복귀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장제원 의원이나 하태경 의원의 발언은 오히려 당내서 일탈적인 소수의견으로 취급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역시 “21대 국회는 개원부터 야당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개원했고, 어제는 상임위원장 선출도 과거 경험하지 못한 기이한 방법으로 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정상화 여부가 여당에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합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민주당의 상임위 배정 철회 등의 조치 없이는 복귀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헌정사상 유례없이 국회의장 단독선출 및 상임위 강제배정을 단행한 박병석 의장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일종 의원은 “주 원내대표는 여당이 통합당을 하청업체 다루듯이 한 데 대한 상처가 크다”고 직격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남은 시간에 원이 어떻게 구성될지 여당 스스로 잘 생각해야 한다”며 “과연 이런 식으로 해서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나. 거기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은 다수를 차지하는 여당 스스로 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본회의장 빠져나가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문병희 기자

통합당은 민주당의 원구성 협상을 계속해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 의장이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강제 배정한 상임위원들은 사보임이 불가피하다. 원구성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위원 선임 요청 없이 위원을 선임해 발생하는 문제는 추후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에 따른 위원 개선(사보임)을 통해 해소가 가능하다. 이 경우 투쟁력이 있는 의원들을 상임위 간사로 배치해 원구성 협상 당시 벌였던 힘겨루기 무대를 상임위로 옮겨가려 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통합당에 불리할 것이라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통합당이 버티면 버틸수록 당이 탈피하고자 했던 ‘일하지 않는 당’이라는 대전제를 벗어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 등을 위해 정부가 제출한 3차 추가경정 예산안도 꽉 막혀 있다.

협치 없인
역풍 분다

일각에선 극단적 대치 문제를 풀기 위해 여야가 물밑협상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입장서도 이대로 밀고 간다면 결국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이후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협치’하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개원부터 제1야당과의 타협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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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