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집단 커닝 사태 논란

믿고 맡겼더니 쑥덕쑥덕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코로나19 사태의 또 다른 부작용일까. 배움의 요람으로 불리는 대학교서 집단 커닝 문제가 불거졌다. 학생들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진행한 온라인 시험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학교는 솜방망이 처벌로 사태를 무마하려 들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는다.” 지난 4월11일 코로나19 대응 정례 브리핑서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한 말이다. 지난 1월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불과 몇 개월 만에 국민들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생활 영역의 변화다. 오프라인 활동은 줄고 온라인 이용이 늘었다.

또 다른 부작용

학교는 코로나19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곳이다. 초·중·고등학교 할 것 없이 등교를 연기했고, 대학교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대면강의가 사라지면서 실습이 필요한 학과의 학생들은 발을 동동 굴렀고, 등록금을 일부 반환하라는 학생들의 요구도 있었다.

문제는 시험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과정서 드러난 학생들의 부정행위였다.

지난 1일, 인하대 의대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진행된 1학기 수업의 일부 과목 시험서 집단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인하대에 따르면 3월12일과 22일, 4월18일 온라인으로 치러진 의학과 2개 과목(근골격계, 내분비계) 단원평가서 2학년 41명이 부정행위를 했다.


4월11일 기초의학총론 온라인 중간고사서도 1학년 50명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 수는 총 91명으로 1·2학년 의대 전체 109명 중 83%에 달한다. 2학년 학생들은 세 차례의 단원평가 시험서 2∼9명씩 모여 함께 문제를 풀거나 전화 또는 SNS 등을 통해 답을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1학년 학생들 역시 중간시험서 같은 방법으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특히 기초의학총론은 89시간 5학점짜리 수업으로 배점이 많은 과목으로 알려졌다. 

인하대 공대·의대 부정행위
학교는 솜방망이 처벌 논란

인하대 의대의 집단 커닝 사태는 부정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드러났다. 인하대는 학생들의 답안지를 대조하는 한편 자진신고를 권유했다. 그 결과 의대생 91명이 스스로 신고했다. 인하대 의대는 자체 상벌위원회를 통해 부정행위자 전원의 해당 시험을 0점 처리하고 담당교수 상담과 사회봉사 명령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또 1학기 기말고사는 대면평가 방식으로 치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인하대의 조치에 대해 ‘솜방망이’ 대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인하대 측은 의대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인정해 자진 신고했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하대 학칙에 따르면 시험 부정행위는 최대 무기정학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징계 수위가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하대 학칙에는 시험 중 훔쳐보는 행위는 ‘근신’, 미리 답안을 준비하거나 시험지를 바꾼 행위는 ‘90일 이내 유기정학’, 대리시험은 ‘90일 이상 무기정학’을 내린다고 규정돼있다.
 

▲ 인하대학교 ⓒ인하대

여기에 의대생들의 집단 부정행위에 앞서 공대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치러진 공대 필수 교양과목인 ‘정보사회와 컴퓨터’ 중간고사를 보면서 포털사이트 구글서 검색한 자료를 그대로 답안에 적어 제출했다. 시험 문제는 모두 주관식으로 출제됐다. 

채점을 하던 담당교수는 학생들이 구글링으로 검색한 자료를 답안에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한 것을 확인하고 공지 글을 올려 부정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과목을 F학점처리(낙제) 해야 맞지만 솔직하게 말한 학생은 F처리 하지 않겠다며 자백을 설득했다. 공대 부정행위자에 대한 어떤 별도의 징계나 진상조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대신 중간고사 성적은 없던 일로 하고 기말고사만 인정하겠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서강대서도 시험 중 집단 부정행위가 일어났다. 서강대에 따르면 수학과의 한 과목 중간고사서 여러 학생이 모여 집단으로 시험을 치렀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강대 측은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학생들의 제보가 있어 학과 차원서 조사한 결과 의심할 만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해당 시험을 무효처리하고 기말고사 이후 학점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교수는 공지를 통해 ‘열심히 문제를 풀어주신 학생들에게 미안함을 전한다’며 ‘대면강의에 비해 떨어지지 않게 온라인 수업을 하고 싶어서 시험을 봤는데 결과가 이렇게 돼 참담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서강대 총학생회도 입장문을 통해 ‘해당 부정행위, 시험방식 등과 관련해 학교 측과 면담을 진행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에 대한 논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건국대서도 시험 부정행위 의혹이 제기됐다. 건국대에 따르면 한 교수는 자신의 온라인 강의 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 4월 중간고사 당시 온라인 시험을 치른 학생들 사이에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수강생으로부터 제보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몇 학생이 그룹으로 시험을 치렀고 대리시험을 치렀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대부분 학생이 중간고사를 성실히 공부하고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해 채점이 늦어지고 있으니 양해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건국대 측에서도 이번 사안을 인지하고 있고 징계 방침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면 시험 봤다가 확진자 나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대학

서울대서도 부정행위 논란이 있었다. 한 학생이 온라인 시험 도중 특정 파일을 다운로드했다는 의혹이 일자 결국 담당 교수는 재시험을 결정했다. 서울대 커뮤니티엔 부정행위 방법에 대해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온라인 시험의 허점을 이용한 부정행위는 코로나19 사태로 대학교서 온라인 강의를 결정했을 때부터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감수하고 대면강의를 진행한 대학교서 확진자가 속속 나타나면서 대학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실제 지난달 25∼29일 일부 과목서 대면 방식으로 중간고사를 치렀던 경기 성남에 위치한 가천대 글로벌캠퍼스서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코로나 확진자가 3명 발생했다. 가천대는 즉각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전면 전환했다. 
 

▲ 서강대학교 ⓒ서강대

대학교들은 대면·비대면 방식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중간고사서 부정행위가 드러난 대학교는 기말고사는 대면 방식으로 치르겠다고 결정한 상태다. 하지만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학생들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온라인 시험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오프라인 시험에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온라인 시험에 대한 좀 더 엄격한 방식의 대책을 요구하는 중이다. 

진퇴양난

서울대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는 ‘학생들의 우려를 받아들여 기말 평가를 전면 비대면으로 실시하라. 공정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우므로 모든 과목에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할 것, 비대면 오픈북 시험, 줌(화상회의 소프트웨어) 카메라·음소거 해제 등을 이용한 부정행위 방지, 리포트 대체 등 가능한 대안을 적극 고안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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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