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논란의 후보들 백태

강간에 살인까지…전과 18범도 나왔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청렴’은 정치인의 선결 조건 중 하나다. 하지만 21대 총선에도 어김없이 살인, 아동·청소년 성범죄, 음주운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물들이 선거판에 당당히 나서고 있다. 막말을 일삼아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인물들도 보란 듯 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았다. 오는 15일, 자격미달 후보들과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이 필요하다. <일요시사>가 총선에 출마하는, 이 논란의 후보들을 전수 조사했다.
 

▲ (사진 왼쪽부터)최혜영(더불어민주당), 조수진·정경희(미래한국당) 후보

21대 총선 레이스의 막이 올랐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총선서 1423명(지역구 1116명·비례대표 307명)의 후보가 선거에 나선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253명,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237명의 후보를 냈다. 눈에 띄는 건 18대 대선 후보였던 허경영씨가 대표로 있는 국가혁명배당금당(이하 배당금당)이다. 배당금당은 지역구 235명·비례대표 22명으로 총 257명이 등록하면서 정당 중 가장 많은 출마 후보를 배출했다.

듣보잡
군소정당

이번 선거서 지역구 후보의 경쟁률은 4.4대 1, 비례대표 후보는 6.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비례대표 후보의 경쟁률은 20대 총선과 비교했을 때 2배에 가까운 기록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번 총선서 최초로 도입되면서 위성비례정당 꼼수 및 군소정당의 난립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이번에는 어떤 총선 시즌보다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전과 이력, 막말 및 과거 논란이 크게 일었다.

지난 2일을 기준으로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후보자 가운데 벌금 100만원 이상의 전과가 있는 후보는 총 509명으로 전체 후보의 35.7%에 달한다. 10명 중 3∼4명꼴인 셈이다.


중앙선관위에 접수된 후보 등록 현황에 따르면, 정당 순으로는 민주당이 100명, 배당금당이 100명, 통합당이 52명이었다. <일요시사>취재 결과 살인 및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와 같은 국민적 지탄을 받는 범죄를 저지른 후보가 포진돼있는 당은 배당금당 등 다소 생소한 군소 정당 출신들이 많았다.

일각에선 후보자의 적격성 검증을 정당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공직선거법 개정이 자체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보 중 가장 많은 일탈행위를 한 후보는 18건의 전과를 신고한 한국경제당 최종호 비례대표 후보다. 최 후보는 사기, 음주운전은 물론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여러 차례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01년에 사기죄로 200만원을 선고받고, 같은 해 사기죄로 또다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2004년과 2008년에는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원, 15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개나 소나 출사표 “무슨 자격으로?”
살인범, 아동 성폭행범도 공천 논란

그는 현재 <시사포커스>의 주필이자 평론가로, 당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비례대표 4번에 배정됐다.

다음으로 최다 전과자는 민중당 김동우 후보(안산 단원갑)로 10건의 전과 기록을 신고했다. 김 후보는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경기본부 사무국장 출신으로, 노동운동 과정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주로 위반해 징역 및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노동운동을 했다가 집시법 위반을 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의 평가가 갈린다. 대한민국 민주화와 인권 신장에 기여를 했다는 이유로, 전과보다는 훈장에 가깝게 보는 시선도 있다. 

현역 의원 중에서는 민주당 송갑석 의원(광주 서구갑)이 전과 4범으로 최다 전과 기록을 신고했다. 송 의원은 1988년 집시법 위반, 1991년 국가보안법 위반, 2003년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고, 같은 해 사기죄로 벌금 500만원을 납부했다.


살인죄나 살인미수 혐의와 같은 흉악 범죄로 처벌받은 전과자도 있다. 배당금당 김성기 후보(부산 서·동구)는 살인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또 배당금당의 비례대표 7번에 배정된 박경린 후보는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

악질적인 범죄로 꼽히는 성범죄 전과가 있는 후보자도 있다. 특히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들도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배당금당의 조만진 후보(전남 나주시화순군)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청소년 강간)으로 지난 2007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게다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 흉기 등 상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 차량) 등의 전과가 있었다. 조 후보는 1962년생으로 올해 만 58세다.

벌금은 기본
악질 범죄도

또 같은 당의 안종규 후보(경남 김해시을)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으로 지난 2015년에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같은 당 신방호 후보(서초구갑)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으로 지난 2013년에 벌금 100만원, 강덕수 후보(송파구병)는 폭행과 준강제추행으로 지난 2009년에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한나라당 차주홍 후보(제주시을)는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으로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대한민국 포스터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인물 역시 이번 총선서 다수 나왔다. 음주운전 또는 무면허운전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은 후보자는 총 134명으로 전체 후보의 무려 9.4%에 달한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22명, 통합당에서는 25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냈다. 거대 양당 모두 음주운전 전과를 후보자 평가 기준으로 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에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번 이상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건 상습범죄다. 민주당에서는 이상호(부산 사하을), 김현정(경기 평택을), 이용선(서울 양천을), 이후삼(충북 제천단양), 김철민(경기 안상상록을) 후보가, 통합당에서는 한상학(서울 성북갑), 김철근(서울 강서병) 후보가 음주운전 전과를 두 번 신고했다.

지난 2018년 ‘윤창호법’이 국회서 통과된 이후에도 음주운전을 한 후보들은 특히 국민적 지탄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무소속 이용주 후보(전남 여수시갑)는 지난 2018년 12월 음주운전으로 벌금 300만원을, 무소속 노남수 후보(광주 북구을)는 지난해 3월 음주운전으로 벌금 200만원을 물었다. 또 민생당 노승일 후보(광주 광산구을) 역시 지난해 9월 음주운전으로 벌금 200만원을 내야 했다.

비례대표 후보들 역시 음주운전 전과기록으로 크게 논란이 됐다. 정의당의 비례대표 6번에 배치됐던 신장식 변호사는 음주운전 1회, 무면허 3회 전력으로 비난이 일자, 후보직서 스스로 물러났다.

비례대표
검증 부실

반면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6번으로 이름을 올린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본인의 음주운전 전과에 대해 “심각한 결격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주 전 대표는 열린민주당 후보 면접서 2008년에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를 받은 사실을 밝혔다. 이 외에도 더불어시민당 최혜영 후보의 무면허 운전, 미래한국당 허은아 후보의 음주운전 전력 역시 논란에 불을 붙였다.

막말 논란을 일으켰던 후보들의 출마 역시 화제가 됐다. 통합당 민경욱(인천 연수구을) 의원은 20대 국회서 수차례 막말로 국민들의 뭇매를 맞았다. 포털사이트에 ‘민경욱 막말’이 그의 연관 검색어로 항상 뜰 정도였다. 그는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대변인을 맡으며 북유럽 순방을 떠난 문 대통령을 두고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민 의원은 공천 번복으로 겨우 기사회생해 이번 총선에 출마하게 됐다.
 

▲ 정진석·나경원 후보

경기 부천시병에 출마하는 통합당 차명진 후보 역시 ‘세월호 막말’로 유명하다. 차 후보는 지난해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들에게 “세월호 유가족들. 가족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 쳐먹는다”며 “자식 시체 팔아 내 생계 챙긴다”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통합당 정진석 의원은 당시 “세월호 좀 그만 우려먹으라, 이제 징글징글(하다)”이라며 차 후보의 의견에 동조해 사태가 더욱 확산됐다. 이후 차 후보와 정 의원은 모두 당 윤리위에 회부됐고, 차 후보는 당시 당원권 3개월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정 의원은 21대 총선서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에 단수 공천을 받아 출마하게 됐다.

윤창호법 통과 후에도 음주운전
막말 파문 의원들도 다시 심판대

이뿐만이 아니다.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통합당 정태옥 의원은 대구북구갑에 출사표를 냈다. 이외에도 ‘달창’ ‘문빠’ 발언을 했던 통합당 나경원 의원은 동작을서 민주당 이수진 후보와 ‘판사 대첩’을 벌일 예정이다.

미래한국당서 비례대표 7번에 배정된 정경희 영산대 교수는 제주 4·3사건을 ‘좌익 폭동’이라고 표현해 그의 그릇된 역사 인식 역시 도마에 올랐다. 정 후보는 박근혜정부 시절 국사편찬위원을 지냈다. 당시 정 교수는 <한국사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서 ‘제주 4·3 사건은 남로당이 주도한 좌익세력의 활동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었다. 도민들이 궐기한 게 아니라 제주도의 공산주의 세력이 대한민국의 건국에 저항해 일으킨 무장반란’이라고 적시했다.

또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5번을 배정받은 조수진 전 논설위원은 방송서 ‘대깨문’ ‘대깨조’라고 표현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선거운동을 하는 도중에 발언이 문제가 된 후보들도 있다. 민주당 송재호 후보(제주시갑)는 한 TV토론회서 “평화와 인권이 밥 먹어주냐”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통합당 정승연 후보(인천 연수갑)는 ‘인천 촌구석’이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사과를 했다.

21대 총선은 문정부의 중간 평가적 성격이 강해 여야의 치열한 전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창당 꼼수, 군소 정당 난립 등으로 어느 때보다 혼탁한 선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는 15일은 국민으로서 주권을 발현할 수 있는 기회로, 막말과 혐오 정서를 조장하는 정치판의 악순환을 심판할 수 있는 날이다.

거르지 못한
관대한 기준

<부산일보> 총선 자문단 가운데 이남국 부경대 교수는 “후보자 청렴성을 우선 살펴야 한다”며 “뇌물이나 횡령, 정치자금 사건 등에 관여됐다면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진시원 부산대 교수는 정치를 혼탁하게 만드는 사람들, 혐오를 키우는 사람들, 막말을 하는 인물을 제외 1순위로 꼽으며 “막말을 동원해서 자신의 지지를 끌어오려는 것이 가장 나쁜 정치”라고 말했다. 자문단은 “공천 과정서 거르지 못한 막말 정치인을 유권자들이 꼭 걸러야 한다”고 입을 모아 조언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총선 출마자 정보 어디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후보선택도우미’ 사이트를 지난 2일 개설해 정당과 후보자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 제공에 나섰다.

유권자들은 경실련이 만든 후보선택도우미를 통해 기존 국회활동을 했던 초선 이상의 의원들의 입법 성향과 자산 현황, 전과, 비리, 막말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경실련 황도수 주권실현운동본부장은 후보선택도우미를 만든 취지에 대해 “국민이 갑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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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