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사모펀드 품에 안겼던 창호업체 ‘윈체’가 사실상 매각 수순을 밟게 됐다. 윈체 입장서 지난 4년은 투자금 회수에만 몰두하던 주인 덕분에 현금만 까먹은 시간이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는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삼아 윈체·대신시스템 매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VIG파트너스의 공식적인 매각 결정이 나온 건 아니지만 연내 매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윈체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회사 매각을 고려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이외에는 아직까지 전달 받은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4년 만에…
윈체·대신시스템 매각은 예정된 수순이다. VIG파트너스는 ‘2호 블라인드 펀드’ 7개 포트폴리오 중 버거킹, 삼양옵틱스·써머스플랫폼·엠코르셋·하이파킹의 투자 회수를 완료했다. 남은 2개 가운데 바디프랜드는 지난해 IPO가 무산되면서 단시일에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진 만큼 윈체 투자금에 대한 회수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투자업계에서는 2000억원대 규모로 매각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미 VIG파트너스가 회사 내에 쌓여 있던 현금 상당부분을 인수금융 상환에 활용한 만큼,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원금만 회수하더라도 충분히 수익이 가능하다.
윈체·대신시스템의 외형적 성장이 VIG파트너스의 ‘세일즈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5년 1152억원이던 윈체·대신시스템 매출액 합계는 2018년 1732억원 30% 가까이 증가했다. 465억원이던 대신시스템 매출액이 2018년 819억원으로 급신장한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2016년 더블유아이엔투자목적회사(이하 더블유아이엔)는 윈체 및 대신시스템 지분 100%를 김왈수 회장 등으로부터 넘겨받았다. 더블유아이엔은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와 유한책임출자자(LP)가 출자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다.
VIG파트너스는 윈체·대신시스템 인수 과정서 펀드 출자금보다 인수 금융에 의존했다. 윈체·대신시스템 인수 당시 투입된 금액은 1800억원. 이 가운데 VIG파트너스가 2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출자한 자금은 500억원에 그쳤고, 기존 경영진으로 추측되는 LP로부터 400억원을 끌어들였다.
나머지 9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충당했다. 이자 및 거래 수수료 등을 납부하기 위한 한도대출(RCF)을 포함시키면 전체 인수금융 규모는 1050억원으로 불어난다.
외형은 커졌지만…휑해진 내실
현실로 돌아온 재무 악화 우려
펀드서 조달한 금액보다 차입금이 훨씬 많다는 건 VIG파트너스 입장에서 분명 위험요소였다. 그럼에도 대다수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윈체·대신시스템 인수를 ‘못해도 중박’이라고 평가했다. 탄탄한 재무구조가 충분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2015년 말 기준 윈체의 총자산과 총부채는 각각 620억원, 110억원이고 부채비율은 약 18%에 불과했다. 안정적인 자금 흐름은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같은 시기 현금성 자산(56억원)과 단기금융상품(248억원)의 합계는 304억원 수준이다. 현금배당 없이 순이익을 착실히 쌓으면서 이익잉여금은 어느새 500억원을 넘겼다.
대신시스템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신시스템의 2015년 기준 총자산 및 총부채는 각각 284억원, 82억이고, 부채비율은 29%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나타냈다. 현금성 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의 합계는 77억원, 이익잉여금은 189억원이었다.
윈체·대신시스템서 사실상 최대주주 지위를 얻은 VIG파트너스는 현금배당을 통해 곧바로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그간 현금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던 윈체는 2016년 225억원을 시작으로 2017년 26억원, 2018년 74억원 등 3년간 총 325억원을 현금배당했다.
특히 2016년에는 순이익(74억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로 배당을 실시하면서 배당성향은 328.2%를 기록했다. 당해 벌어들인 금액의 3배 이상 현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2017년과 2018년의 배당성향은 각각 28.9%, 59.3%였다.
대신시스템은 2018년에 40억원대 현금배당을 실시했고, 배당성향은 80.64%였다. 윈체와 대신시스템서 실시된 배당금의 총합은 365억원에 이른다. VIG파트너스가 윈체·대신시스템 지분 매각에 적극 나선 만큼 2019회계연도 역시 대규모 배당을 예상해봄직하다.
재매각 신세
다만 사모펀드가 최대주주로 참여할 무렵부터 제기되던 회사 재무구조 악화 우려는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2018년 말 기준 윈체의 이익잉여금은 2015년 대비 90억원 가까이 감소한 415억원이었고, 부채비율은 27%로 높아졌다. 수익성 역시 뒷걸음질쳤다. 윈체·대신시스템 영업이익 총합은 2015년 181억원서 2018년 125억원으로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대신시스템 영업이익이 37억원서 55억원으로 상승했음을 감안하면 윈체의 수익성 부진이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