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꾸준히 자산 규모를 늘려온 삼양그룹이 올해부터 대기업집단에 편입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위상을 한껏 드러낼 수 있다는 건 그룹 입장서 충분히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속내는 다르다. 대기업으로 인정받는 대가로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삼양그룹 공정 자산총액이 5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삼양그룹이 공식적으로 대기업집단에 포함됨을 의미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자산 5조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
빛 좋은 개살구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삼양그룹 상장·비상장 계열사는 총 12곳. 이들 계열사의 분기 보고서(상장사, 2019년 3분기 기준)와 감사보고서(비상장사, 2018년 12월 기준)를 분석한 결과 자산의 총액은 약 5조2000억원에 이른다.
주력 계열사로 꼽히는 삼양사의 자산규모가 가장 컸다. 이 회사의 자산은 지난해 3분기 1조8000억원대로 증가했다. 지주사인 삼양홀딩스(1조6335억원)도 자산 1조원대 회사로 덩치를 키웠고 삼양패키징(5800억원), 삼남석유화학(4160억원), 삼양바이오팜(2100억원) 순으로 계열사 자산 규모가 컸다.
다만 대기업집단 편입으로 그룹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과 별개로 각종 규제에 발목 잡힐 가능성이 커졌다는 건 걱정거리다.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회사 관련 제도 정비 등을 위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손자회사에 대한 공동출자 금지 명확화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의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강화 ▲공시의무 위반 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 기준 개선 ▲자산총액 기준에 미달하는 지주회사의 지위 상실 규정 정비 등이 주된 골자다.
개정안의 특징은 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됐다는 데 있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지주회사 체제 안에서 신규 설립되는 손자회사는 공동출자가 인정되지 않는다. 현행은 출자비율이 같으면 여러 자회사가 하나의 손자회사에 공동으로 출자가 가능했다. 또 지주회사가 50억원 이상의 대규모 내부거래 시 이사회 의결 및 공시를 의무화했다.
올해부터 공정위 지정 대기업 편입 확실
각종 규제 노출…내부거래 해결 어떻게?
삼양그룹서 공정거래법에 의해 규제 가능성이 큰 곳으로는 지주사인 삼양홀딩스가 꼽힌다. 삼양홀딩스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오너 일가쪽 지분이 41.71%에 이른다.
삼양홀딩스의 2018년 매출액은 830억원, 배당수익과 지분법 이익을 제외한 금액은 407억원이다. 이 가운데 자회사인 삼양사를 통해 올린 매출액은 239억으로 삼양홀딩스 매출액의 약 60%를 차지한다. 여기에 삼양패키징, 삼양바이오팜 등 다른 계열사를 포함시키면 내부거래 비율은 더욱 올라간다.
다만 내부거래 비중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삼양홀딩스는 지난해 3분기까지 별도 기준 691억원 매출을 기록했고 배당수익과 지분법 이익을 제외한 내부거래액은 295억원, 내부거래 비중은 42.7%였다.
내부거래를 통해 쌓은 실적은 배당에 영향을 줬다. 삼양홀딩스는 최근 3년(2017∼2019년) 간 총 464억원을 현금배당했다. 전체 배당금 가운데 오너 일가에 돌아간 배당금이 매년 72억원 수준이다. 배당성향은 약 20%로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숙제 잔뜩
한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에 포함된다는 건 그만큼 그룹 입장서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지는 것을 뜻한다”며 “규모가 월등히 큰 그룹들이나 재계 순위로 자존심을 세울 뿐이지, 자산 5조원 안팎인 그룹은 대기업집단 포함이 달가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회장이 3인자?’ 삼양홀딩스 독특한 지분구조
삼양그룹 지주사인 삼양홀딩스는 지분구조가 독특하다. 여타 기업과 달리 김윤 회장(지분율 4.82%)은 최대주주가 아닌 3대주주다.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김 회장의 사촌동생인 김원 삼양그룹 부회장(지분율 5.81%), 2대주주는 김원 부회장의 동생인 김정 삼양그룹 부회장(지분율 5.28%)이다.
게다가 삼양홀딩스 특수관계인에 이름을 올린 사람만 28명에 이른다.
일단 김 회장의 아들인 김건호 상무가 후계자로 꼽히지만 친인척에게 골고루 분포된 지분이 훗날 경영권 분쟁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