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드리우는 외인부대의 그림자

찬밥 당직자들 ‘신세타령’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본격 인재 영입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공통적으로 ‘청년 수혈’에 힘을 모으는 분위기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의 영입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던 자유한국당에 비해 더불어민주당의 선전은 눈에 띈다. 감동적인 스토리를 가진 인물들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민심을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당내 서운함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2호로 발탁된 원종건씨

“당의 시스템이 청년자본을 잘 축적하고, 길러낸 후 치밀하게 검증해서 배출까지 해내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 한국의 그 어떤 정당도 이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진 곳은 없다고 본다.” 손수조 전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13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장하나 청년 비례대표를 ‘실패한 인재’로 꼽으며 한 말이다.

수혈

손 전 위원장은 본인이 당에서 길러진 후 배출되는 시스템서 나온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비례대표 자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실제 그는 2012년 총선서 부산 사상에 출마해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와 정면 대결한 후 낙마했다.

최근 여야가 올해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물·이슈·구도는 선거의 3대 요소로 꼽힌다. 특히 새로운 인물의 성공적 영입은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6년 총선서 추미애·정동영·천정배·신기남 등 개혁 성향을 가진 ‘젊은 피 수혈론’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낸 것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정당의 역사가 짧고 인물 중심의 정치가 주를 이루는 한국서 인재영입은 특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민주당은 저마다의 스토리를 가진 청년·여성을 두루 섭렵했다. 첫 주자는 장애인 인식 개선에 앞장서 온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였다. 발레를 전공한 최 교수는 교통사고로 척수장애 판정을 받은 뒤 좌절을 딛고 사회적 활동에 몸소 뛰어들었다. 영입된 최 박사는 “차별의 벽 뛰어넘는 정치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민심을 파고들었다.

14년 전 시각장애인 어머니와의 이야기로 방송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원종건씨(27)와 소방대원 출신인 오영환씨(31)도 영입했다. 둘 다 상징성 있는 2030세대라는 점에서 민주당은 후한 점수를 받았다.

반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용기’와 ‘인권’을 테마로 한 영입으로 겨우 한숨 놓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호 영입인사로 공군병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선정해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이후 지난 8일 한국당은 유명한 인권운동가인 탈북자 지성호씨와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전 테니스 선수 김은희씨를 영입했다.

김씨는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테니스부 코치를 고소했다. 이는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성폭력 근절을 위한 불씨를 당긴 좋은 선례가 됐다. 지씨는 북한의 ‘꽂제비’ 출신으로 열차에 치여 팔과 다리가 절단됐음에도 불구하고, 목발을 짚은 채 5개국을 거쳐 2006년 한국 땅을 밟았다. 현재까지 지씨는 북한인권단체 활동에 매진해오고 있다.

한국당은 “지씨가 북한 인권운동뿐 아니라 대한민국 인재로서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하고, 대한민국을 인권 선진국으로 전 세계에 각인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잇단 이벤트성 외부 인재영입
선거철마다 성과 없다는 비판

여야에 영입된 인물들은 대표성과 상징성으로 국민들의 이목을 끌었던 만큼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당 내부서도 각 계층을 대표하는 인재영입 인사들을 비례 당선권에 전략적으로 배치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한 유튜브 방송서 민주당 영입 인사들에 대해 “평가가 비교적 좋다”며 “영입된 인재들은 지역구를 포함해 비례대표로 총선을 치르게 된다”고 언급했다. 현재 비례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 가운데 20명이 이번 총선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 지역은 이들의 전략공천 지역이 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들이 가진 정치인의 자질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본적으로 정치인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다. 도덕성과 높은 책임감을 겸비한 것은 물론이고, 당에 걸맞는 뚜렷한 철학과 국가관이 있어야 한다. 인재영입서 혹독한 검증이 필수인 이유다.

하지만 여야를 불문한 ‘보여주기식’ 인재영입은 매 총선 때마다 이벤트에 그쳐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신지호 전 국회의원은 KBS <여의도 사사건건>서 “정치인으로서의 어떤 훈련 과정 없이 그냥 ‘깜짝 쇼’로 영입한 후 비례대표 당선권으로 내보내는 것은 검증 과정이 없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을 키우려면 총선에 앞서 2∼3년 전부터 픽업해서 그들에게 정치적인 훈련을 시켜야 한다. 이건 연습 없이 그냥 본 게임에 나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 민주당 인재영입 5호로 선정된 오영환씨

인재영입으로 당 내부서 훈련된 인재들이 가지는 박탈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매 선거철마다 단행되는 이벤트성 영입인사로 인해 정작 훈련된 인재들은 뒤로 밀려나기 일쑤기 때문이다. 민주당 청년위원회 내부서 “우리는 뭐냐”는 반발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왔던 이유다. 

국회의원이라는 제도권 진입을 위해 수년간 고생한 보좌관들 사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매한가지다.

국회 보좌진들이 자주 이용하는 페이스북 커뮤니티 ‘여의도 옆 대나무숲’서 익명의 한 사용자는 “이슈만 된다면 아무나 데려와서 국회의원 시켜주려는 걸 보니 회의감이 든다”며 “영감님들. 인재영입이랍시고 정말 아무나 영입들 하시네요. 영감님들이 영입한 인재들보다 현실 정책에 더 높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당신들의 노예”라고 일침을 가했다.

다른 익명의 사용자는 “인재라고 모셔진 청년들이 국민들이 바라는 몫을 하기에는 너무나 아마추어적으로 보인다”며 “경험이 미천한 의원의 전문성 부족으로 의원실의 모든 일은 ‘청년 보좌진’이 떠안아야 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당 내부에선 구체적인 대안의 목소리도 나왔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인재영입과 관련해 “당이 어려울 때 왕성히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은 청년 당직자들”이라며 “선거 때 우리의 능력을 인정해 도움을 청해놓고 외부서 영입을 했다는 것은, 당내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최소한 국회의원은 권리당원 5년 등 당에 대한 공헌도와 같은 기준을 공천 과정서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배신?

반면 외부 영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민주당 주요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서운함은 있을 수 있지만 인재로 영입된 분들도 인생을 걸고 들어온다. 사실 영입돼서 살아남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당 내부 인재와 외부 인재 비율을 7대3 정도면 섞으면 좋을 것”이라며 “혁신 바람도 필요하다. 당 내부서도 하위 30프로를 거를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또 “언제까지 올드한 멤버로 채울 수는 없다. 계속해서 파이가 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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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