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5선 비박과 주류 친박 궁합

쇄신? 통합? 싸우다 날 샐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로 전 국회부의장이었던 심재철 의원이 선출됐다. 그의 러닝메이트였던 친박계 김재원 의원이 정책위의장에 오르면서 ‘당 쇄신’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중량급 비박계와 친박계의 조합인데 총선 전 자유한국당의 쇄신은 가능할까. 
 

▲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김재원 정책위의장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에 ‘비박계(비 박근혜)’와 ‘비황계(비 황교안)’로 꼽히는 심재철 의원(5선)이 지난 9일 선출됐다. 심 의원의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는 김재원 의원(3선)이 뽑혔다. 심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 결선 투표서 총 106표 가운데 가장 많은 52표를 얻으면서 다른 후보들과 큰 격차로 승리했다.

경륜 ‘심’
전략 ‘김’

정치권에선 이번 원내대표 선거서 ‘황심(心)’이 닿는 ‘김선동-김종석’조가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우세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서 불거진 쇄신론과 세대 교체론에 힘입어 재선과 초선 비례대표의 조합이 더 앞설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친황’ 핵심 그룹인 초·재선 의원으로 구성된 ‘통합과 전진’이 김선동 의원을 지지하고 있고, 원내대표직에 출사표를 내고 철회한 윤상현 의원이 초·재선을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으로써 이 관측은 더욱 힘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한국당 의원들의 선택은 경륜 있는 ‘심김’이었다. 경선서 황 대표의 행보에 제동을 걸 비황계의 표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불신임 건 ▲주요 당직자 인선 문제 ▲물갈이 50% 발표 등으로 ‘황교안 독주 체제’에 대한 비판이 당내서 계속 흘러나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황 대표 측근이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김선동 의원 지지를 독려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반황’ 바람이 오히려 더 강하게 불게 됐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김 위의장은 황심에 반하는 선출이라는 의견에 대해 ‘오해’라며 일축했다. 김 위의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황 대표가 차기 원내대표와 관련해 투쟁력과 협상력을 갖추면 좋겠다고 했는데, 당연히 심 의원과 저를 지목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내지도부와 황 대표의 불협화음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이에 선을 긋고자 함으로 해석된다.

심 원내대표는 ‘친이(친 이명박)계’ 인물로 현 주류 세력과는 거리를 둬왔다. 반면 김 의장은 친박계 핵심 ‘전략통’으로 황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와도 가까운 실세로 꼽힌다. 친박계 인물의 원내대표 당선에 대한 부담이 강한 상황서 정책위의장 자리에 김 의원을 영입한 건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심 원내대표와 주류로 꼽히는 친박계 핵심 인물이 서로 보완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략 투표였다는 것이다.

당초 예상 깨고 ‘황심’ 라인 무너져
투쟁력과 전략 골고루 갖춘 ‘심김’

특히 의원들 사이서 물갈이 폭에 대한 반발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지역구 의원 30%를 컷오프 등의 방안으로 현역 의원 50%를 물갈이한다는 인적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한국당 중진 의원들 사이서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심김은 황 대표의 중진 용퇴 및 물갈이에 반기를 드는 전략을 펼쳤다. 심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공천은 절대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며 “의원님들께서 선수로, 지역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황 대표님께 직언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위의장 역시 지난 1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서 “17대 국회부터 개혁 공천과 물갈이로 50%씩 의원들을 교체해 얻은 결과가 지금의 20대 국회”라며 “항상 동료들끼리 목을 쳐서 쫓아내는 과정을 거쳐 지금에 왔는데, 이번에도 또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 원내대표와 정견발표 전에 서로 원고를 교환해 고쳐줬는데 그 부분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선수(選數) 등 지엽적 기준으로 용퇴, 물갈이를 주장하는 게 옳지 않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파, 대여 투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왔다. 상대적으로 협상력과 투쟁력이 검증되지 않은 다른 후보들과 달리 둘은 노련한 중진들이다. 심 원내대표는 선거 연설 당시 “예행 연습할 시간도 없이 곧바로 실제 상황이다. 협상을 하게 되면 이기는 협상을 하겠다”며 5선다운 경쟁력을 앞세웠다.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과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불법 특혜 취업 의혹’을 내세워 ‘싸워봤고, 싸울 줄 아는 사람’이라고 과시하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노련한 중진

현재 한국당에는 패스트트랙으로 선정된 선거제 개정안 저지, 패스트트랙 수사 대응 등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협상력과 투쟁력을 보여주는 ‘투트랙’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심김 조합이 투트랙을 잘 소화할 지는 미지수다. 두 인물 모두 당내서 다선의 정치력과 대여 강경투쟁의 선봉에 서 있는 강성파다. 심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출 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심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선출 이후 원내대표 회동서 한국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전략을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당이 강경하게 반대하는 선거제 개정안과 검찰개혁안이 담긴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유예를 얻어내는 대신, 내년 예산안을 본회의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얼어붙었던 정국의 분위기가 전환되자 당 밖에서는 ‘전략가’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 악수 나누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심재철 신임 원내대표

하지만 합의 내용 추인을 위해 의총이 소집된 후 상황은 역전됐다. 의총서 의원들의 ‘성급한 합의’였다는 성토로 인해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는 전언이다. 심 원내대표는 ‘예산안에 대한 여야 3당 합의가 완료될 경우’에 한해 필리버스터를 철회하겠다고 물러섰지만, 결국 한국당이 표결서 ‘패싱’된 채 내년 예산안이 처리됐다. 심 원내대표의 전략 부재로 인해 리더십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발 기류
내부 확산

남은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에도 뚜렷한 전략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되자 심 원내대표는 ‘투쟁’ 카드를 들었다. 한국당 의원들이 지난 10일 밤부터 실시한 철야농성서 심 원내대표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며 “오늘 예정된 조세·세입 관련 각종 법안들, 비쟁점 법안들, 또 처리될지도 모르는 패스트트랙 법안들에 분명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심김의 전면 등장으로 한국당의 쇄신과 통합은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박계 5선 의원과 친박계 의원은 사실상 한국당 내에서 쇄신의 대상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이들이 원내대표 선거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건 한국당 의원들이 황 대표의 물갈이에 대한 반발 심리가 표출된 메시지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당 내 중진 의원은 “쇄신을 요구하는 민심을 읽지 못한 선거”였다며 “민심에 부응하는 개혁과  대통합에 역할을 하지 못하면 한국당은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쇄신을 위해서는 보수대통합과 공천혁신이 핵심이다. 통합과 공천혁신은 사실상 양립하기 어려운 구조다. 우리공화당이나 새로운 보수당 인물들과 함께 범야권 통합이 이뤄진다면, 당내 중진들을 중심으로 공천을 둘러싼 파장이 불가피하다. 공천이라는 한정된 자리를 두고 기존의 한국당 인물들과 새로 당에 합류한 인물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싸울 줄 안다더니…벌써 타격?
벌써부터 TK 의원 방패막이로?


따라서 중진인 심 원내대표의 경우에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보다는 공천 혁신에 더 힘을 실어 총선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TK(대구·경북) 현역 의원에 대한 물갈이 가능성이 크게 대두된다. 총선기획단 발표를 현재의 한국당 TK 현역 의원 수에 단순 대입하면 19명 중 최소한 6명은 컷오프로 탈락, 9∼10명은 공천에서 물갈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TK 지역은 한국당의 텃밭으로 공천을 받게되면 국회 진출은 거의 따놓은 당상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책임서 자유롭지 않은 의원들이 대거 포진돼있는 곳이다.
 

▲ 수락연설하는 심재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책임을 묻지 않으면, 한국당에게 쇄신은 고사하고 보수를 지지하는 민심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당의 공천기획단 50% 현역 물갈이론이 특히 TK의원들에 대한 집중 컷오프 또는 공천 탈락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과정서 김 위의장이 한국당 공천 과정서 TK지역의 친박계 의원들의 듬직한 ‘방패막’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원내대표 선거 때 TK지역 의원들의 표심이 쏠린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김 위의장이 황 대표의 측근서 대대적인 현역 의원 쇄신을 일정부분 차단할 수 있을 거란 기대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관측대로라면 TK 친박계 의원들을 겨냥한 공천 컷오프는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TK 민심이
운명 가른다”

관건은 민심이다. TK 친박계 의원들이 공천을 받게 되면 도로 ‘TK자민련’(지역 정당 몰락한 현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친박계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는 이상 한국당의 인적쇄신은 멀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공천 경선 과정서 친박을 심판할 수 있는 민심이 당 쇄신을 판가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교안-심재철 물갈이론 논란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의 원내대표 경선에서 5선 비박계 인물인 심재철 의원이 당선되면서 황교안 대표와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거 정견발표서 “공천은 절대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며 “의원님들께서 선수로, 지역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황 대표님께 직언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과 관련해 ‘중진 용퇴론’에 거부감을 느낀 중진들의 표심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9일 국회 총선기획단 회의에 참석해 내년 총선서의 ‘현역 50% 물갈이’와 관련해 “제가 단식투쟁에 돌입한 다음날 현역 의원 50% 이상 교체 방침을 발표한 바 있는데,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국민 눈높이에 다가서려 하는 우리 당의 뼈를 깎는 쇄신 출발신호였다”며 “국민이 원하고 나라가 필요로 하면 그 이상도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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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