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이비 자선단체의 두 얼굴

‘빈곤 포르노’ 가난도 전시하는 시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찬바람 부는 계절이 돌아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다. 주변의 이웃에게 따뜻함을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때이기도 하다. 많은 자선단체들이 연말연시를 맞아 시민들의 기부를 독려하고 있다.
 

▲ 유니세프 광고

한때 기부는 기업과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홍수나 화재, 재난 등 특정 사건이 일어났을 때 온정의 손길이 몰렸다. 가진 자들만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기부는 사회가 변하면서 일상 속으로 녹아들었다. 기부의 범위는 넓어졌고 방법은 다양해졌으며 수혜자는 많아졌다.

기부 한파

하지만 기부 참여율은 매년 낮아지는 추세다. 통계청서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부한 경험이 있거나 앞으로 기부할 의향이 있는 사람의 비중은 줄어들었다. 통계청은 지난 5월 전국 19000표본 가구 내 13세 이상 가구원 37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지난 1년간 기부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25.6%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인 2017(26.7%)과 비교해 1.1%포인트 줄었다. 2011(36.4%)과 비교하면 10.8%포인트나 줄었다. 2년 주기의 사회조사서 201334.6%, 201529.9% 등 기부 참여율은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였다.

향후 기부 의향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39.9%, 유산 기부 의향이 있는 사람은 26.7%로 역시 2년 전 조사 때보다 각각 1.3%포인트, 7.8%포인트 줄었다. 기부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3년 반짝 상승했다가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2019년 조사에선 처음 40% 밑으로 떨어졌다.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는 답변이 51.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부 단체 등을 신뢰할 수 없어서라는 응답이 14.9%로 뒤를 이었다. 기부 단체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기부를 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지난 조사에 비해 6%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1년 동안 자원봉사를 해봤다는 비율도 201119.8%, 201319.9%, 201518.2%, 201717.8%, 201916.1% 등 매년 감소하고 있다.

기부 참여율 매년 줄어들어
향후 기부 의향도 감소 추세

불우이웃을 도우려는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을 악용해 기부금을 제멋대로 유용하거나 자신의 뱃속을 차리는 데 사용하는 사례들이 종종 드러나는 것도 기부 참여율 축소에 한몫했다. 실제 오랫동안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내온 한 시민은 적은 돈이지만 투명하게 썼으면 했다. 지금은(기부금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금니 아빠이영학 사건은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얼굴 전체에 종양이 자라는 거대백악종을 앓고 있던 이영학과 딸의 사연이 한 방송사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면서 각계서 후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이영학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딸의 근황을 설명하고 후원을 부탁하는 글을 자주 올렸고, 시민들은 이에 호응했다.

그러나 이영학이 딸의 친구를 집으로 유인해 성추행하고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사건이 뒤늦게 전국을 뒤흔들었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과정서 이영학의 이중생활이 드러났다. 그는 특별한 직업 없이 후원금으로 차량을 튜닝하고 명품을 구입하는 등 호화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국민의 공분을 샀다.

지난 5월에는 소외계층을 돕는다며 127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받은 뒤 정작 후원을 하지 않아 재판에 넘겨진 윤항성 새희망씨앗 회장이 징역 6년형을 받았다. 대법원 2(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상습사기, 업무상횡령 등으로 기소된 윤 회장에 대해 징역 6년의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 어금니아빠 이영학

윤 회장은 2014년 주식회사 새희망씨앗과 사단법인 새희망씨앗을 설립해 함께 운영했다. 윤 회장과 회사 관계자들은 불특정 일반인을 대상으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을 지원한다며 후원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다. 35개월 동안 49750명이 후원에 참여했고, 후원금은 127260만원에 달했다.


이 돈은 극히 일부만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됐고 대부분 새희망씨앗의 운영비와 인건비로 나갔다. 윤 회장 개인 명의의 아파트 토지를 구입하고 개인계좌로 돈을 이체해 사용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마음의 큰 상처를 입었고, 일반인들도 기부문화를 불신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부금 제멋대로 쓰고
자극적으로 광고 연출

기부금 유용 문제 말고도 최근에는 가난을 전시해 모금운동에 나서는 사례도 지적받고 있다. 이른바 빈곤 포르노라는 것. 빈곤 포르노는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상황을 자극적으로 묘사한 소설이나 영화, 사진, 그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또는 그것으로 동정심을 일으켜 모금을 유도하는 일을 말한다.

1980년대 국제 자선캠페인이 급증하면서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가 생겼다. 후원단체 광고에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아이들, 아이들이 눈물을 머금고 있는 모습, 흙탕물을 허겁지겁 마시고 있는 모습 등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나칠 정도로 자극적인 광고는 특정 개발도상국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부추기고 인권을 유린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인물에게 더 불우해 보이도록 특정 행위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또 이런 광고를 위해 대역을 섭외하고 연출을 더해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들어 모금활동에 이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 인물을 대상으로 광고를 제작할 경우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고 인권침해의 가능성도 있기에 대역을 쓴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불우한 환경을 강조하는 배경은 그대로다.

쓰레기가 가득한 집, 화목하고 풍요로운 다른 가족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이들, 점심시간에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배고픔을 참는 모습 등 대중매체를 통해 가난을 표현하는 방식을 후원광고에도 그대로 답습해 표현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광고를 접한 사람들에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차별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불우해 보이게?

지난해 7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제40차 심의소위서 후원광고에 대해 논의했다. 희귀난치병을 가진 A양의 사연을 지나치게 상세하게 보여줘 불편하다는 민원이 방심위에 접수됐다. 사회적 약자를 자극적으로 묘사해 빈곤에 대한 고정관념을 심고 부정적이고 일방적인 편견을 조장한다는 취지였다. 심영섭 방심위원은 유럽연합 같은 경우 빈곤 포르노라 불리는 광고 자체를 금지시키려 한다어떤 방어 수단도 없는 이들은 도움을 받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초상권 등을 침해당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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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