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4대 대형사건 전조의 비밀

조국 나비효과 청와대 조를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모든 일에는 전조현상이라는 미리 나타나는 조짐이 있다. 건물이 무너지기 전 미세균열이 먼저 생기듯, 언뜻 보기엔 갑작스레 일어나는 사건에도 몇 차례의 전조현상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한국사회를 뒤흔든 대형사건 역시 시작은 작은 경고음이었다.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1931년 펴낸 책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을 통해 대형사고가 일어나기 전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존재한다는 통계적 법칙을 밝혔다. 당시 하인리히는 미국의 트래블러스 보험사의 엔지니어링 및 손실 통제 부서에 근무 중이었다.

하인리히 법칙
사회적 사건도

업무 과정서 많은 사고를 접한 하인리히는 산업재해 사례 분석을 통해 하나의 통계적 법칙을 발견했다. 산업재해가 발생해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가 29, 부상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다는 사실이다.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인리히의 법칙을 1:29:300의 법칙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하인리히 법칙은 큰 사고가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밝혀냈다. 다시 말하면 대형사고는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산업재해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나 재난 또는 사회적·경제적·개인적 위기나 실패에도 적용된다.

실제 국내외를 뒤흔든 이슈의 시발점을 되짚어 보면 작은 사건인 경우가 많다. 최근 국제사회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홍콩 시위는 살인 사건서 시작됐다. 지난해 2월 당시 대만으로 여행을 떠난 홍콩인 남성이 함께 여행하던 자신의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대만에 유기한 채 홍콩으로 도피 귀국하는 일이 있었다.


홍콩경찰은 그를 체포했지만 처벌에 어려움을 겪었다. 홍콩은 자국의 영역 내에서만 국가의 입법, 사법 집행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범인은 여자친구의 돈을 절도한 죄와 돈을 세탁한 혐의에 대해서만 29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 항구로 운반 중인 세월호 잔해 ⓒ사진공동취재단

홍콩정부는 그를 대만으로 인도하길 원했지만, 홍콩과 대만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홍콩정부는 지난 43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홍콩시민들은 송환법에 반발해 거리로 나왔고 홍콩 시위는 대규모로 확산됐다.

버닝썬 게이트= 2019년이 마무리돼가는 시점에 올 한 해를 달군 최고의 이슈를 꼽으라면 ‘버닝썬 게이트’일 것이다. 강남의 한 클럽에 불과했던 버닝썬은 온 사회를 뒤흔드는 뇌관으로 떠올랐다. 이 과정서 정·재계는 물론 연예계, 수사기관 등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났다. 마약, 물뽕, 성매매, 성폭력, 탈세, 경찰유착, 불법촬영 등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서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영상을 돌려보던 연예인들은 철창 신세를 졌고, 연예기획사 대표는 검찰에 불려 다니는 신세가 됐다. 재벌 3세와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과정서 경찰이 뒤를 봐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대형사고 뒤의 사소한 실수
감추고 덮어도 언젠가 ‘펑’

이 모든 일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김상교의 신고였다. 클럽 직원이 손님을 폭행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김씨는 체포 과정서 경찰이 자신을 폭행했고 모욕성 발언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주장은 처음엔 관심을 받지 못했다. 경찰은 되레 김씨가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모든 상황은 버닝썬 클럽 주변에 있던 CCTV가 공개된 후에 반전됐다. CCTV에는 클럽 가드에게 끌려나온 김씨가 다리에 걸려 넘어지고 구타를 당하는 장면이 담겼다. 김씨의 주장 쪽으로 여론이 기울자 경찰과 클럽의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버닝썬 측은 김씨가 여성을 성추행한다는 민원이 들어와 끌어낸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여론이 들끓으면서 사태가 커지기 시작했다. 일부 여성들이 클럽 내에서 겪었던 일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폭로하기 시작했다. 데이트 강간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물뽕이 등장했고 마약류 유통 의혹이 불거졌다. 이 과정서 아이돌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사건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후 버닝썬 사태는 게이트형태로 비화돼 온 사회를 뒤흔들었다.
 

▲ ‘버닝썬 사태’의 중심에 섰던 가수 빅뱅 멤버 승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 2017310일 오전 1121분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낭독한 주문은 국정 농단 사태의 끝이자 시작이었다. 201610월부터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우리 사회에 큰 상흔을 남긴 국정 농단 사태는 20167월 한 언론사의 보도로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폭발력을 가지기 시작한 시점은 같은해 10JTBC가 최순실의 태블릿PC를 입수, 보도하면서다. 태블릿PC는 사태의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작용했다. 보도 이후 국민들은 비선 실세에 의해 나라가 좌지우지됐다는 사실을 인지, 거리로 뛰쳐나왔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명명된 국정 농단 사태는 나비효과를 제대로 실증했다. 나비효과는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서 기후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와 작은 사건이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국정 농단 사태서 나비의 날개짓에 해당하는 장면은 200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0·26사태로 세상을 떠난 이후 18년 동안 칩거했다. 그러다 1997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통령 후보를 지지선언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당선돼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폭행 건이
게이트로

그로부터 또 10년 뒤 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선 경선서 이명박 전 대통령하고 맞붙는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서 고 최태민 목사의 딸 최순실의 이름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최태민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퍼스트레이드 대행 시절 위로와 격려를 보낸 분이라고 답했다. 이날의 답변은 10년 뒤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2차 청문회’를 통해 다시 언급된다.

국정 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비선 실세는 최순실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이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그보다 앞선 201411월 한 언론의 보도를 통해서다. 비선 실세는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가 아니라 배후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민간인을 뜻한다. 당시 최순실의 남편인 정윤회가 박근혜정부의 비선 실세로 떠올랐다.

언론은 청와대 특정인물들이 정씨에게 청와대 문건 몇몇을 무단으로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이다. 이 파동은 청와대 공직기강팀의 기강해이로 결론나면서 조용히 묻혔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관비서관실서 이 문건을 조사했던 박관천 전 경정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때 박 전 경정은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가 정윤회, 박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폭로했다. 이 뚱딴지 같은 말은 2년 뒤에 사실로 드러났다.
 

정윤회 문건이 조용하게 처리되면서 가라앉은 진실은 201510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100억원대 도박 혐의로 구속되면서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국정 농단 사태에 등장한 새로운 나비의 날갯짓이다.

정 대표의 해외 불법 도박 사건의 변호를 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가 맡았는데, 최 변호사가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로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민정수석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불거졌지만 박근혜정부는 이를 감싸기에 급급했다.


당시에는
아니었지만…

이후 20169월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됐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재학생과 졸업생 할 것 없이 집단시위에 나섰다. 입시에 민감한 한국 사회는 정유라의 부정입학 문제를 두고 끓어올랐다.

법조계, 대학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불거져 나온 의혹에 여전히 반신반의하던 국민들은 20161024JTBC의 태블릿PC 보도 이후 폭발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박 전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최순실의 존재를 인정했다. 201610292만명(주최측 추산)으로 시작한 촛불집회는 누적인원 1300만명이라는 거대한 횃불로 변했다.

세월호 참사= 2014416일 인천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서 침몰했다. 전체 탑승자수 476명 중 29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탑승자들 중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대거 포함돼있었다. 1718세 어린 학생들의 죽음은 한국 사회에 세월호 트라우마를 남겼다.
 

▲ 박근혜 탄핵 논의 중인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사고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침몰 원인을 두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201410월 대검찰청은 무리한 구조 변경과 과적으로 복원성이 약화된 상태서 조타 미숙으로 세월호가 한쪽으로 기울었고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화물이 한쪽으로 몰리면서 침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54월 광주고법은 조타미숙이 아닌 기관 고장으로 세월호가 침몰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후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제대로 된 결론 없이 강제 해산됐다. 그리고 출범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두 가지 결론을 내놨다. 기계 결함 등의 이유로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내인설, 충돌 등 외력에 의한 침몰 가능성 등을 추가로 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의 가설 등이다.


작은 사건서 시작된 일
정권 위협하는 칼 되기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명박정부 시절의 규제 완화가 하나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해진해운이 2012년 선령 18년의 일본 퇴역 여객선을 도입해 세월호로 취항시킬 수 있던 배경에 이명박정부 시절 규제 완화가 있었다는 것.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지난 2008년 이명박정부서 고가의 선박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명목 아래 해운법 시행규칙에 20년으로 돼있던 선령 제한을 30년까지 완화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985년까지 20년으로 묶여 있던 여객선 선령은 1991년 엄격한 조건을 달고 5년 범위 내에 연장이 가능하도록 완화됐다가 200930년까지 늘어났다. 세월호의 경우 청해진해운이 사들인 시점에는 이미 18년 동안 운행한 상태였다. 완화된 해운법이 아니었다면 청해진해운서 세월호를 구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조 의원은 노후된 선박은 고장으로 인한 사고 위험성이 높은 만큼 선령 제한을 완화하면 해상 사고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실제 세월호는 사고 전에도 조타기, 레이더 등의 잦은 고장 등 사고 선박의 기계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국 논란=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리고 9월 조 전 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조 전 장관과 관련한 논란이 엄청나게 쏟아졌다. 특히 딸, 부인, 조카 등 친인척이 연루된 의혹이 정치권은 물론 교육계까지 달궜다.

조 전 장관의 딸이 단국대 2주 인턴 이후 논문 1저자로 등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시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정시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후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서 정시 확대를 언급하면서 교육부와 대학은 발 빠르게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조 전 장관 딸의 논란으로 대학 입시제도가 변화한 셈이다.

개인 논란이
청와대까지?

이제 검찰의 칼끝은 조 전 장관의 측근이나 개인 비리가 아닌 문재인정부 자체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일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청와대로서는 바람 잘 날이 없는 상태다. 문제는 4개월 전 조 전 장관의 임명, 앞서 10여년 전 조 전 장관 딸 논문 저자 등재로 시작된 이 사태의 끝이 어디일지다. 일각에선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조국 논란이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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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