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특감반 수사관의 극단적 선택 입체분석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2.09 10:14:15
  • 호수 1248호
  • 댓글 0개

모든 걸 놓게 하는 ‘서초동 살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벌써 다섯 명째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 A 검찰 수사관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3년간 검찰의 주요 수사 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조사자가 다섯이나 된다. 왜 매번 검찰 조사 과정서 이 같은 일이 반복될까. <일요시사>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서 발간한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 원인 및 대책연구> 보고서를 토대로 A 수사관의 비극적인 선택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시절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한 검찰 수사관이 지난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수사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이날 서울중앙지검서 참고인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A 수사관이 서울 서초구에 있는 지인의 사무실서 숨져 있는 것을 사무실 관계자가 발견했다. 

A 수사관은 민정비서관실에 재직할 당시인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지방경찰청이 김 전 시장 주변의 비위 혐의를 수사한 일과 관련해 불거진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에 연루됐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당시 백 전 비서관이 별도로 꾸린 민정비서관실 특감반원들이 울산에 직접 내려가 경찰의 수사 상황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A 수사관은 울산에 내려간 인물로 지목됐고, 앞서 울산지검서 조사도 받았다.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6시 A 수사관을 불러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었다.

왜 유독
서울지검?

검찰 조사 중 피조사자가 비극적인 선택을 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요시사>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를 토대로 A 수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과정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발간사에서 “사회 유력인사에 대한 검찰 특별수사 중 자살은 검찰의 강압수사 및 정치적 목적을 가진 편파수사 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사회적 반향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에 따르면 2004∼2014년까지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한 사람은 총 83명에 달한다. 해마다 8명 이상이 검찰 조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보고서는 검찰 수사 중 일어난 자살 사건을 분석해 3개의 결과를 도출했다. 

첫째, 2004∼2010년까지 한 자릿수를 유지하던 피조사자의 자살 숫자가 2011년 이후 두 자리를 유지하며 증가 추세를 보인다. 해당 보고서는 2007년 6월1일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피의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 원칙이 강화된 이후 피조사자의 자살이 급증한 게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추론했다. 

둘째, 전국 지검 및 지청 별 피조사자 자살 건수는 한두 명의 오차 범위 내에서 동일하게 분포하고 있었지만, 서울중앙지검·창원지검·대구지검·울산지검의 경우 오차 범위 밖의 많은 피조사자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셋째,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하는 피조사자의 경우 공직자 및 사회지도층 인사를 포함한 화이트칼라의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그동안 쌓아 온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면서 이때 이들이 느끼는 감정은 일반 범죄자들과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3년간 수사 중 목숨 끊는 피조사자 5명  
검 문턱만 넘으면…대부분 화이트칼라


또 <검찰 수사 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 보고서에서는 검찰 수사 중 피조사 시 자살 원인을 ▲화이트칼라 범죄의 특성 ▲검찰의 수사 압박 ▲언론의 피의사실 보도 ▲정치권력과 관계 등으로 분석했다. 

A 수사관은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관련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서 피조사인의 자살 사건이 가장 많았다. 2004∼2014년까지 서울중앙지검서 18명의 피조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5년과 2016년도의 수치를 합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조사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중앙지검이 다른 지검이나 지청과 비교할 때 더 많은 사건을 처리한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이외 최근 3년간 서울중앙지검서 피조사자 자살 사건이 4차례 발생했다.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으로 조사 받던 국정원 직원(2017.10.31)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의혹’으로 조사 받던 현직 검사(2017.11.06) ▲세월호 ‘사찰 의혹’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2018.12.07)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펀드 의혹 관련 상상인그룹 관계자(2019.11.30) 등이다. 

서울중앙지검에 이어 창원지검 5명, 대구지검과 울산지검 4명, 청주지검과 홍성지청 3명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울산지검도 청와대 하명 수사와 관련해 A 수사관을 한 차례 조사했다.

범죄유형 
살펴보니…

검찰이 수사 중인 청와대 하명 의혹은 공직자 및 사회지도층 인사가 포함된 ‘화이트칼라 범죄’에 속한다. 조 전 장관과 백 전 비서관 등 청와대 고위인사들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화이트칼라범죄란 존경 받고 높은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를 뜻한다. 이 범죄의 특징 중 하나는 개인적인 비리도 있지만, 대체로 조직 차원서 구조적, 조직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 수사 도중 자살하는 피조사자의 경우 공직자 및 사회지도층 인사 등 화이트칼라의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검찰 수사 도중 피조사자가 자살한 사건을 범죄 유형 별로 살펴보면 횡령배임(25%), 뇌물범죄(21%), 성범죄(15%) 기타(41%) 등이다. 검찰 수사 중 자살한 피조사자의 화이트칼라 비율은 72%에 달했다. 화이트칼라 중 공직자는 27%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검찰 수사 중 화이트칼라 피조사자가 반복적으로 자살한 현상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다.

‘피조사자가 사회 유력인사거나 사회지도층 등과 같이 사회서 어느 정도 지위가 있고 크게 성공한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실패와 좌절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약하다. 이 때문에 실패와 좌절에 대한 공포를 더 심하게 느끼고 우울증 등 급성정신장애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다. 정신과의의 견해에 따르면 이른바 엘리트들은 작은 실패에도 자신을 쉽게 패배자로 낙인 찍고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엘리트 중년 남성에게서 이런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어떤 식으로
수사하길래?

A 수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검찰의 강도 높은 압박 수사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 수사관은 울산지청서 첫 조사 전 함께 일했던 청와대 행정관에게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간 건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 조사 직후 자신이 힘들어질 것 같고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A 수사관 유족들도 경찰에 “그동안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여당 내에선 A씨에 대한 검찰의 별건 수사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무리한 먼지털이식 조사
언론 피의사실 공표 때문?

<검찰 수사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에 따르면 검찰 수사 과정 인권 침해 시비 문제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됐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 관행이 피조사자의 자살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이번 청와대 하명 수사와 관련해 수많은 피의 사실이 쏟아졌다. 연일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이 실시간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A 수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언론을 통해 보도된 오해와 억측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청와대와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과 백 전 비서관은 언론의 의혹 보도에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보고서는 검찰 수사 중 자살하는 피조사자 사건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사건이 외부로 노출되고, 수사기관 조사와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다. 이에 대한 관련 당사자들의 해명과 방어의 과정을 거쳐 결국 사건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는 스캔들(Scandal)로 극화(Dramatization)된다. 특히 ‘화이트칼라 범죄는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깨뜨린 행위란 점에서 그 범죄가 초래하는 사회적 반향이 작지 않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언론들은
잘못 없나?


언론의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왔다. 보고서는 ‘범죄와 관련된 언론보도는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범죄 혐의자나 그 가족 등 범죄 관련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당사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고, 한 번 침해된 인권은 사후에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심히 어려운 상황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또 언론이 범죄에 대해 보도할 때 피의자가 진정한 범인이라는 공식에 따라 일단 ‘피의자로 보도된 자에 대해서는 총체적 비난을 가하는 것이 언론의 보도 태도’ 라며 ‘이런 보도 행태는 범인의 가족 또는 주변 인물에게까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게 한다는 점에서 범죄 보도 오보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청와대 하명 사건’이 대통령 측근과 연관 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중 피조사자는 이런 정치적 역학 관계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검찰 수사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원인 및 대책 연구>에 따르면 검찰 수사가 정치적인 결단 혹은 통치의 산물 등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검찰 수사 과정서 피조사자가 자신의 수사에 대해 이런 인식(‘왜 유독 자신만 처벌받아야 하는지’, 표적수사, 불공정한 수사, 정치적 보복수사, 짜맞추기 수사 등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상황 인식을 배경으로 자신이 처한 문제 상황에 대해 주관적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것이 곧 좌절로 이어져 자살에 이르게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정치권력과
피조사자들

이번 검찰 수사가 정치적 목적 때문에 이루어 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청와대 하명 수사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 수사와도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민정수석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법무부장관 청문회 과정서 불거진 조 전 장관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기소가 어려워지자 사실상 별건 수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보고서는 검찰 수사중 피조사의 자살 방지 대책으로 ▲화이트칼라 범죄의 특성 이해 및 적정대책 강구 ▲무리한 수사 관행의 개선 및 인권 교육 강화 ▲피의사실공표죄 적용의 현실화 방안 모색 ▲수사공보제도의 개선 등이라고 제시했다. <검찰 수사중 피조사자의 자살 발생 원인 및 대책 연구>의 저자는 보고서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익명을 요구한 저자는 “자칫 어느 한쪽 편을 든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며, 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