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관우 피습사건 수수께끼 추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7.23 10:49:26
  • 댓글 0개

절친 ‘팬’ 가장한 ‘피’의 복수극?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조관우(47)가 지인에게 깨진 소주병으로 목 부위를 찔려 100여 바늘을 꿰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소속사는 조관우가 생명에 지장이 없고 안정을 취하는 중이라고 전했으며, 살인미수 혐의를 받은 지인은 조관우의 선처로 영장이 기각됐다. 그러나 가볍지 않은 사건인 만큼 가해자와 사건 경위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고 있다. ‘조관우 피습사건’과 관련 여전히 남은 궁금증과 역대 연예인 테러사건을 돌이켜봤다.

‘늪’ ‘꽃밭에서’ ‘겨울이야기’ 등 주옥같은 노래를 선사해온 미성가수 조관우(47). 그가 최근 목을 130바늘이나 꿰맸다. 그를 그렇게 만든 범인은 4년 전부터 알고지낸 지인.

경찰에 따르면 가해자 전모(45)씨는 한 소프트웨어 회사 엔지니어로 근무 중이며 조관우와는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만나 집을 오가거나 술을 마시며 ‘호형호제’ 하는 사이였다. 

한 달에 두 번 보는
‘형님동생’ 사이?

사건이 발생한 지난 15일 새벽도 그랬다. 조관우와 전씨는 1차적으로 술자리를 가진 후 2차 술자리를 갖기 위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에 위치한 조관우의 자택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전씨가 소주병을 깨 조관우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있는 상태는 아니었지만 조관우는 이 피습으로 가수에게 중요한 목 부위가 심하게 찢어져 130여 바늘을 꿰맨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전해지자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팬’이라고도 하고 ‘로드매니저’라고도 알려진 지인의 진짜 정체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냈다.

조관우와 전씨가 알게 된 건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수와 팬으로 만나 한 달에 한  두 번 술자리를 하며 친하게 지내왔다.

일부에서 로드매니저였다고 오해를 할 수도 있었던 이유는 전씨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조관우가 공연차 지방에 내려갈 경우 차량 운전을 해주거나 허드렛일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팬도 아니고 매니저도 아닌 애매한 관계가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막역한 사이라고해도 전씨가 피고용인의 입장이라면 금전적 요구까진 아니어도 최소한의 예의를 바랐을 수도 있다는 것.

조관우, 술 취한 지인이 휘두른 깨진 병에 목 찔려
가해자, 팬도 아니고 매니저도 아닌 ‘애매한 관계’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단순한 지인관계를 넘어 기획사 직원처럼 공연 때마다 동행했다면 작은 것이라도 무언가를 약속한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며 “전씨가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도 소주병을 깨뜨려 조관우의 목을 찔렀다는 것은 그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사건이 발생한 식사동의 한 주민도 “조관우와 전씨가 동네에서 가끔 소주를 마시면서 말다툼을 하는 등 평소 갈등이 있어 보였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한다.


119신고로 현장에 출동했던 한 소방관도 전씨가 조관우의 목 부위를 지혈하면서도 화가 잔뜩 나 있는 모습이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씨와 조관우 소속사 측은 특별한 이유도 없는 우발적 범행이었다는 입장이다. 전씨는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많이 취한 상태였지만, 말다툼도 없었고 전혀 안 좋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나도 왜 그랬는지 정말 모르겠다. 귀신에 씐 것만 같다. 당시 상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사 측에서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사소하더라도 어떤 계기가 있었겠지만 사건 당시 분위기로 보아 범행 동기가 발생할만한 이유가 분명치 않다는 입장이다. 전씨가 소주 두 병을 사 들고 가던 중 갑작스럽게 소주병을 깨고 흉기로 사용한 점을 보아도 계획되지 않은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무게를 실었다.

우발적이었다고 해도 가볍지 않은 피해를 당한 조관우가 가해자의 처벌을 주장하다 하루만에 마음을 돌린 배경에 대해선 여전히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유 없이 저지른
우발적 범행?

응급 수술 후 귀가한 조관우는 사건 당일 피해자 진술에서 전씨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고 해놓고 하루 만에 전씨의 잘못을 용서하면서 합의서를 써줬다.

합의에 대해선 소속사 측에 미리 알리지도 않았고 조관우는 사건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대목에서 조관우가 그 배경을 다급히 숨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경찰은 마음이 다급해진 전씨 가족들이 사건당일 오후 잘 알고 지내던 조관우를 찾아가 빌다시피 사과를 한 후 합의서를 받아 온 것으로 추정했다.

예당엔터테인먼트도 공식입장을 통해 “사건 후, 전씨가 병원을 방문해 눈물로 사과의 뜻을 전했고 조관우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 만큼 원만하게 합의에 응해 법원에 합의서를 제출했다”면서 “현재 전씨는 불구속 조사 중이다. 조관우의 가까운 지인이라 모든 부분에 있어 조관우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입장을 믿더라도 전씨가 어떤 계기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즉 범행동기에 대한 궁금증이 여전히 남는다.

하루 만에 돌변
합의 ‘왜?’

일반적으로 이런 사건의 경우 원한관계나 금품 등의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전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가 검찰과 법원 재판에서 밝혀질지 아니면 술에 취해서 저지른 이른바 ‘주폭’으로 처리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연예인들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 과거 연예인 피습사건에 대한 관심도 새삼 높아지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무방비로  노출 돼 있는 직업이라 언제든 테러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데다, 대중의 뇌리에 남은 연예인들 피습사건은 늘 충격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연예인 피습사건은 1989년 형제 그룹 ‘수와진’의 안상진이 무방비 상태로 팬에게 폭행을 당한 후 뇌수술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안상진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병원생활만 3년, 요양만 14년을 했다”면서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가수 활동을 중단했다고 고백했다.

2008년 2월에는 방송인 노홍철이 귀가도중 자신의 집 앞에서 20대 정신질환자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 사건으로 노홍철은 왼쪽 귀가 찢어지고 온몸에 타박상을 입었다.

100kg이 넘는 거구인 가해자는 품속에 과도까지 소지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더욱이 가해자는 노홍철의 집 주소를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당시 연예인들의 신상정보 노출에 대한 위험성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분노’인가 ‘원한’인가…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여전
끊이지 않는 연예인 테러…“성숙한 팬 의식 필요”


이 뿐만 아니다. 2007년에는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두고 배우 이승신이 남편인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의 콘서트장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는 사건이 있었고,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는 2006년 팬이 건넨 본드가 든 음료수를 마시고 병원치료를 받았다. 배우 송혜교는 2005년 전 매니저에게 염산과 환각제를 뿌리겠다는 협박을 받아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1998년에는 두 명의 미녀 탤런트가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도지원은 한 스포츠센터 주차장에서 2명의 남녀에게 납치당해 5시간동안 끌려 다니다 풀려나는 아찔한 경험을 했고, 몇전 전 세상을 떠난 고 최진실 역시 귀가하는 도중 엘리베이터에서 한 남성에게 납치당할 뻔했다가 비명을 듣고 온 매니저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났다.

당시 여배우를 흉기로 위협하고 납치하려 시도했던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충격을 안겨줬다.

가요계의 두 거성 나훈아와 남진도 피습을 당했다. 남진은 1989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남자 3명에게 공격을 당해 허벅지를 관통하는 큰 상처를 입었고, 나훈아는 1972년 공연 도중 올라온 남성이 깨진 사이다 병을 휘둘러 왼쪽 뺨이 찢어지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이같이 연예인들에 대한 피습이 잇따라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 연예 관계자는 “연예인은 직업 특성상 불특정 다수의 대중들에 노출이 되면서 스토킹이나 피습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위험관리를 한 명의 매니저가 아울러 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힘든 부분이 있다. 연예인들을 피습으로부터 보호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연예인 신변안전
‘적신호’

스타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산다. 태생적으로 대중에게 자신의 모습을 노출시킬 수밖에 없으니 환호와 더불어 질시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이 피해자가 돼야 할 이유는 없다.

스타도 연예인이기 이전에 사람. 그들에 대한 비정상적인 집착은 그들의 신변을 위협하는 사건으로 이어질 뿐이다. 연예인 스스로와 또 팬들의 성숙한 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요즘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