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삽질> 김병기 감독의 4대강 추적기

“삽질은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책임을 묻지 않으면 결국 강은 계속해서 썩어갈 겁니다.” 영화 <삽질>은 <오마이뉴스>의 김병기 기자와 ‘4대강 독립군’으로 불리는 시민기자들이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을 12년간 밀착 취재해 담은 추적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정권에 부역한 검찰, 정치인, 교수, 언론 등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요시사>는 김 감독의 기나긴 추적기를 들어봤다.
 

▲ 영화 &lt;삽질&gt;의 김병기 감독이 &lt;일요시사&gt;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추적하던 김 감독은 취재 중 불법 비자금에 연루된 결정적인 공익 제보자를 만나게 된다. 4대강 공사를 하면서 본인이 직접 현금 100억원을 라면 박스에 담아 원청업체인 건설사에 가져다 줬다는 충격적인 제보였다. 하지만 공익 제보자는 검찰 수사 도중 피의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당신은 기자니, 내 얘기를 듣고 특종을 쓰면 끝이지만, 나는 왜 그 불구덩이 속으로 다시 뛰어 들어가야 하는 거냐. 나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건데.”

제보자 말에 김 감독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결국 제보자의 고발은 취하됐고, 진실은 숨어버렸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마이뉴스>의 김병기 기자라고 합니다. 지난 14일에 개봉한 <삽질>이라는 영화의 감독이기도 합니다.

-<삽질>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환경을 망친 내용도 적나라하게 담고 있지만, 무엇보다 4대강 사업에 국정원·검찰·기무사 등 국가 권력이 총동원돼서 불법과 탈법 등으로 민주주의를 망치는 내용입니다. 이들이 어떻게 불법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12년간의 추적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죠.


-영화를 만든 목적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은 10년 전에 국민 세금 22조2000억을 투입해서 강을 망친 일회성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이 삽질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매년 5000억원서 1조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고 있어요.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책임을 묻지 않으면 결국 강은 계속해서 썩어갈 겁니다.

-취재를 하게 된 이유는요.
▲2006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일 마인-도나우 운하에 가서 한반도 대운하를 만들겠다는, 국운융성 프로젝트를 제1공약으로 선포했죠. 경제도 살리고 강도 살리겠다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기자니까 당연히 유력 대통령 후보를 철저하게 검증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취재를 시작했고요.

12년 밀착 취재 다큐멘터리
MB정권 부역자들 민낯 공개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따라 독일도 가셨다고요.
▲이명박 후보가 제1공약을 발표하고 두 달 뒤에 제가 독일로 갔습니다. 이명박 후보한테 브리핑했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가서 운하를 가지고 국운융성을 시킬 수 있는지, 운하를 통해서 강을 살릴 수 있는지를 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분들은 코웃음을 치더라고요.

-뭐라던가요?
▲도로 교통과 철도 교통, 철도 운송 수단이 발달해 운하는 속도가 느린 편에 속하는 데다 하역작업도 상당히 번거롭습니다. “시간이 돈인 시대인데 운하로 어떻게 경제를 살리겠냐. 그걸로 경제 동력을 삼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운하의 물은 깨끗합니까?” 물어보니까 “물이 고여있기 때문에 더러워서 수영도 못 한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경제를 살리겠다, 강을 살리겠다, 이 얘기가 다 새빨간 거짓말이었잖습니까.

-4대강 취재 때 MB정권의 탄압이 엄청났다고 들었습니다.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재단을 검찰이 압수수색했어요. 100개의 후원 기업들을 그냥 다 털었어요. 중앙환경운동연합은 간사들이 거의 다 나갔죠. 정권서 본보기를 보여준 거예요. 저항하면 다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걸요. 공포 정치이자, 공포 검찰이었던 거죠.
 

▲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찍은 김병기 감독이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명박정부서 3000만원짜리 광고를 주겠다고 회사 쪽으로 전화가 왔다고 들었습니다.
▲당시에 4대강 정비사업 광고를 위해 엄청나게 많은 광고비가 투입됐습니다. <오마이뉴스>에도 3000만원 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저희가 상당히 힘들 때였어요. MB정권이 사기업 광고까지 조여왔거든요. 근데 안 받았죠. 시민기자들의 모습을 보면서요. 이 사람들은 월급도 안 받는 사람들이에요. 어떤 때는 일용직으로 돈 벌어서 기름값에 쓰면서, 지난 10년 동안 죽어가는 4대강을 고발해왔던 사람들이거든요.


-강의 모습은 어땠나요.
▲2012년 완공되고 나서 곧바로 물고기 떼죽음이 벌어집니다. 다음 해부터 녹조가 가득 낀 ‘녹조라떼’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2014년에는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합니다. 당시 김종술 시민기자가 이를 처음 발견해서 전문가에게 문의했지만 아무도 이 괴생명체의 이름을 몰랐죠. 이후 2년 동안 창궐한 큰빗이끼벌레가 싹 없어집니다.

-큰빗이끼벌레가 사라지고 당시 언론들은 4대강 사업으로 강이 좋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큰빗이끼벌레는 흐르는 강이 아닌 호수나 2·3급수 정도에 사는 생명체거든요. 이마저도 살 수 없는 환경으로 오염된 거예요. 그 다음해부터는 시궁창 펄에 실지렁이, 붉은 깔따구가 득실득실합니다. 자연생태계는 인간처럼 거짓말을 못 해요. 강은 침묵하고 있지만 보여주면서 죽어가고 있는 걸 말해준 거죠.

-문재인정부 들어서 금강은 수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변화가 있던가요.
▲2017년 금강은 수질예보제(녹조류의 발생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예보하는 제도) 관심 이상 발령일수가 120일 정도 됐어요. 문을 열고 나서는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2018년엔 59일로 줄었어요. 올해는 관심 이상 발령일수가 제로였습니다. 수문만 열어도 녹조는 없어진다는 거예요.

괴생명체까지…병든 4대강
권력으로 벌인 22조 돈잔치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는 4대강 사업 후 금강의 수질이 개선됐다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수문을 열었을 때와 닫았을 때를 비교해봤더니, 수문을 닫았을 때가 더 깨끗했다는 논문이었어요. 제가 팩트체크를 해보니 4대강 보, 수문을 열기 전에 데이터는 겨울 데이터를 씁니다. 수문을 연 뒤의 데이터는 여름 데이터를 씁니다. 같은 기간을 같이 비교해야 하잖아요. 책임지기 싫으니까 악마의 편집으로 호도하는 거죠.

-일부 시민 단체나 자유한국당에서는 보 해체를 하는 게 돈이 더 많이 든다고 주장합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비용 편익 분석’이라는 게 있어요. 이 지수가 향후 50년 동안, 이대로 간다면 0.21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국민 세금 100원을 투자하면 거기서 21원을 벌 수 있다는 거예요. 손해 나는 장사잖아요. 사람들은 이미 만들어 놓은 댐인데 그대로 두면 어떠냐고 얘기를 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매년 유지보수비가 5000억원서 1조원을 들여서 수문을 막고 보를 유지하고 있어요.
 

-4대강 사업의 본래 취지는 강과 지역 경제를 살리고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의미 있는 투자예요. 자연재해를 예방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그게 아니거든요. 강과 지역경제를 다 죽이고 있습니다. 어민들은 항상 빈 그물입니다. 4대강 사업 이전에도 4대강 본류에선 홍수와 가뭄이 없었어요. 홍수와 가뭄은 강원도 산간지역, 도서 지역인 영동지역에나 발생했던 거죠. 발목뼈가 금이 가면 깁스하면 되는 건데 심장 수술을 한 격이에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다면...
▲스페인 속담 중에 1000년 뒤에 강은 제 길로 되돌아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돈 잔치를 벌이기 위해 5년짜리 대통령이 아무리 강을 훼손하더라도 1000년 뒤에 인간은 대자연의 섭리를 어길 수 없다는 의미인 거죠. 미래의 세대들이 누려야 할 우리의 4대강이 지금 계속 썩어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관심만이 4대강 삽질을 멈출 수 있다는 얘기를 마지막으로 전해드리고요. 많은 관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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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