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4당 공조 흔들 한국당 카드는?

계산은 끝났다 베팅만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국회가 검찰 개혁안이 담긴 패스트트랙을 12월에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결정하면서 여야는 한 달간 협상할 시간을 갖게 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선거제 개혁안에 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항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과 군소야당들과의 4당 공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의 속내는 더 복잡해졌다.
 

▲ 국회가 검찰 개혁안이 담긴 패스트트랙을 12월에 국회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한 가운데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이 본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하 공수처법)이 포함된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검찰 개혁안을 오는 12월3일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여야4당과의 공조 의지를 피력했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검찰 개혁안과 선거제 개혁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강조했다. 절차상 내년 1월 말에 부의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한 달 간 여야의 극한 대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디데이 12월3일
극한 대치 전망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사법개혁 법안의 경우 신속처리안건 지정일로부터 180일이 되는 10월28일까지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심사 기간이 57일에 불과해 체계·자구심사에 필요한 90일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법사위 이관(9월 2일) 시부터 계산해 90일이 경과한 12월3일에 사법개혁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론”이라고 말했다.

본회의 부의를 29일 할 것이라는 여야의 예상을 깬 결과로, 법사위에 이관한 날부터 체계·자구 심사 90일을 꽉 채워 여야가 합의를 도출하라는 문 의장의 속내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선거제 개혁안의 선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군소야당과 민주당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점이 부의 날짜 결정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선거제 개혁안의 선처리 약속을 깨고 공수처법만 먼저 처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군소야당서 나오면서 검찰 개혁안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내달 3일의 패스트트랙에 대한 국회 부의 입장에 반대 입장 밝히고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제 개혁안을 둘러싼 여야4당의 확실한 공조 계획이 불발되면 공수처법을 포함한 검찰개혁안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문 의장에게도 큰 타격이 갔을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한국당은 이날 부의를 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고, 12월3일도 국회법에 맞지 않는 날짜라고 비판하면서 검찰개혁안·선거제 개혁안 모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12월3일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에 어긋나는 해석”이라며 법사위에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주면 내년 1월 말에 부의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부의 날짜 두고 여야 입장차 ‘극명’
여 통과 위해 ‘투트랙 협상’ 본격화

반면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원칙을 이탈한 해석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는 의견을 표명하며 군소야당과 본격적인 공조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이 원내대표는“한국당,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의 협상만으로는 안 되니, 이전에 패스트트랙 공조를 추진했던 야당들, 정치그룹들과 검찰개혁 및 선거개혁을 어떻게 할지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공수처 법안이 예산안 전에 처리되기는 어려웠으니, 의장 뜻에 따라 여야 간 합의를 하면 될 일”이라며 “일장일단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안과 선거제 개혁안, 여기에 예산안까지 처리해야 할 민주당 지도부에게는 두 가지 전략이 있다. 하나는 한국당을 설득해내는 방안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공수처 절대 반대’를 내세우고 있고 선거제 개혁안의 ‘의원 정수 확대’에 있어서도 큰 이견을 보여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른 하나는 군소 야당과의 여야4당 공조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한국당과의 협의에 교착상태에 빠진 민주당에게는 군소정당의 공조가 필요하다. 검찰 개혁안 처리를 위한 의석 과반수(149석)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주당(128석)과 대안신당(10석) 정의당(6석)의 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과의 협상 또한 쉽지 않다.


현재 민주당은 의원 정수 확대 불가를 당론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야당이 의원 정수 확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4당이 공조의 댓가로 내세운 것이라는 일각의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여야4당의 의원 정수 확대 협상은 검찰 개혁안 통과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여야 셈법 분주
각당의 전략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달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서 "의원 정수는 현행 300석의 10% 범위서 확대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언급했다.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현재 의원 정수 300명서 30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세비와 보좌관 수를 줄이고 관련 예산을 최소 5∼10년간 동결하겠다고 하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평화당 정동영 대표 역시 국회의원 특권을 줄이고 보수 수준을 줄여 10%를 증원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안정치연대 박지원 의원도 “30명 증원은 지역균형 발전은 물론, 인구와 면적을 대변할 수 있는 길”이라며 의원 정수 확대에 동의했다.
 

▲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 갖는 장병완(민주평화당)·홍영표(더불어민주당)·윤소하(정의당)·김관영(바른미래당) 전 원내대표

두 전략 모두 불확실성이 큰 만큼 민주당은 검찰 개혁안 처리를 위해 교섭단체 간 협상을 이어가는 한편, 패스트트랙에 공조했던 군소야당과 별개로 논의를 이어가며 ‘투트랙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바미당과의 합의안 도출에 민주당이 계속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바미당은 공수처 도입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공수처장 임명 방식과 기소 방식 등 민주당과 이견을 보이고 있고, 나아가 검경수사권만 제대로 조정되면 공수처는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민주당 송기헌 의원과 한국당 권성동, 바미당 권은희 의원은 국회서 검찰 개혁 법안 관련 실무 협상을 가졌다. 당시 송 의원은 “오늘 권은희 의원 중재안이 지난 바미당과 민주당의 협의보다 밖으로 더 나가서 애초 협의 취지와 다르게 가고 있다”고 우려를 밝힌 바 있다.

여론 무시하고
합의 가능성도

지난달 30일, 홍영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바미당 김관영(바른미래당)·장병완(민주평화당) 전 원내대표, 윤소하(정의당) 원내대표와 만나 “4당 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4당 공조 체제를 강조했다. 이들은 정치·사법개혁을 위한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이 중단 없이 처리된다는 점에 동의하며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법안들을 12월3일까지 반드시 처리하고자 하는 의지를 함께 표명했다.

민주당은 300석 유지를 당론으로 내세우면서도 의원 정수 확대는 논의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는 의원수 확대에 동의할 가능성을 내비침과 동시에 공수처 설치를 핵심으로 하는 검찰 개혁안의 처리를 요구하려는 계산이 담겼다. 대안정치연대 박 의원은 지난달 30일 민주당 지도부가 검찰 개혁안 처리를 위해 의원 정수 확대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박 의원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막판에 민주당이 극적으로 입장을 바꿔 의원 정수를 확대해 검찰 개혁안을 함께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군소정당은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증원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양당서 불가능하다고 하면 선거구 조정도 물 건너갈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한국당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민주당과 군소야당이 의원 정수 확대와 공수처 법안 처리를 빅딜하는 방식으로 공조 체제를 가동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국회의원 늘리는 게 정치개혁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이냐”며 “민주당과 범여권 정당들의 선거법·공수처법 야합은 후안무치한 반개혁·반민주적 작태”라고 비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지금도 많아서 줄이라는 게 국민의 목소리다. 그래서 의원 정수 10% 축소를 말씀드린 것”이라며 “심상정 대표가 밥그릇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원 정수 확대’ 선거제 개혁 뇌관
한국당, 내달 법안 무력화 총력 예상

한국당 지도부는 앞으로 ‘공수처와 국회의원 의원 정수 확대 반대’라는 구호를 앞세워 여론전에 집중할 계획이다. 여야4당이 당리당락에 따라 검찰 개혁안과 의원 정수 확대를 법안 처리의 거래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점을 국민들에게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황 대표의 제안에 따라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30일 의원 정수를 300명서 330명으로 늘리자는 주장에 국민 73.2%가 반대한다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군소 정당의 정수 확대는 민심과 다름을 확인했다.
 

▲ ▲ 검찰 개혁 관련 ‘3+3+3 회동’ 갖는 권은희(바른미래당)·권성동(자유한국당)·송기헌(더불어민주당) 여야3당 간사

한국당은 남은 한달동안 선거제 개혁안 합의 시도도 함께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본회의 법안 부결에만 기대했다가 가결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함이다. 당 내에서는 법안 반대만을 주장하다가 민심 포섭에 실패하고 검찰 개혁안과 선거제 개혁안이 그대로 통과되는 최악의 가능성을 염두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과 관련해 선거제 개혁안 합의 시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합의가 불발돼 민주당과 야4당이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 처리에 나선다면 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 필리버스터 등을 총동원해 법안을 무력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국회 본회의장서 시간 무제한의 법안 토론, 즉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다. 의원들이 스스로 중단하거나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표결로 종결을 결정하지 않는 한 회기 내내 토론을 계속 할 수 있다.

이러다…
또 국회 파행?

하지만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하면 여야가 상호 토론을 거쳐야 하고 토론 종결 정족수인 5분의 3을 채울 방법도 당장 마땅치 않아 국회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시도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 파행을 자초한다면 지지율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 여러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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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