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어 자녀도…’ 다우테코 갑질 대물림 내막

딸 죽고 아들은 빚더미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회사가 무너진 것도 모자라 가정까지 파탄 났다. 아버지를 돕겠다고 나선 아들은 빚더미에 앉았다. 대금 독촉에 시달리던 딸은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졌다. 아버지는 평생 일군 회사와 소중한 가족을 잃었지만 싸움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일요시사>가 중소기업 다우테코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저 때문에 애들이 고생이 많았습니다. 다른 데 잘 다니던 아들을 회사로 불렀고, 딸에게도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정광연 다우테코’ CEO는 딸 이야기를 하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회계 업무를 보던 정 CEO의 딸은 지난 7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26세의 정씨는 협력회사의 대금 지불 재촉 등의 스트레스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 중이었다.

공정위 판결에도

2차전지 설비 제조업체 다우테코는 현재 코스닥 상장기업인 디에이테크놀로지’(이하 디에이)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디에이가 다우테코에 일을 맡기고도 대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CEO는 디에이의 갑질로 인해 수십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서 월급을 주지 못해 직원들은 퇴사하고 협력업체로부터 소송이 빗발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CEO에 따르면 20171월 디에이는 다우테코에 핫프레스와 볼 실링 공정에 대한 견적을 요청했다. 다우테코는 검토를 거쳐 38억원의 견적서를 제출했지만, 디에이는 핫프레스 공정만 115000만원에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다우테코는 부당한 가격이라고 거절하려 했으나 이후 다른 프로젝트로 만회해준다는 디에이 측의 약속에 계약을 진행했다.

문제는 일을 하는 동안 13차례나 사양 변경이 이뤄진 점이다. 이때 들어간 비용은 고스란히 다우테코의 몫이 됐다. 20175월에도 디에이의 여러 요구에 반발한 다우테코가 중도금을 요청하자 작업 진행을 중단시키는 등의 일이 발생했다.


CEO당시 디에이는 다우테코 직원들의 출입까지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다우테코는 수차례에 걸쳐 디에이에 대금을 지불해줄 것을 요청했다. 협력업체들도 돈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CEO디에이 대표이사 등 관계자들이 다우테코의 지분 77%를 갖고 있다. 아들 정현명 대표가 공장임대 보증금을 근거로 23%의 주식만으로 경영하는 중이다. 우리는 디에이가 어떤 요구를 하든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 시켜놓고 대금 안 줘
직원 나가고 업체 소송

결국 다우테코는 20178월 공정거래조정원에 제소하기에 이른다. 처음에는 18억원으로 조정을 요청했지만 디에이가 거절하면서 201711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서울사무소로 이관됐다. CEO공정위 접수하고 5개월이 지날 무렵 담당 직원이 교체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1년이 지나고 올해 4월에야 의결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 사이 정 CEO의 아들 정현명 대표는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진행한 대기업 갑질 피해 2차 증언 대회에 나가 호소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당시 정 대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참석했다채권자들의 독촉전화가 알람이 된 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기업만 갑질을 하는 게 아니고 대기업에 배워서 하청업체를 내리 갈구는 대기업 1차 협력사들의 문제도 심각하다대기업의 불공정 갑질이 반복되고 공정위는 힘을 쓰지 못하는데, 저희 같은 중소기업이 어떻게 대기업처럼 성장해서 나라 경제를 이끌 수 있겠냐고 호소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디에이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건을 두고 디에이는 수급사업자인 다우테코에게 2차전지 제작설비에 필요한 핫프레스, 특성측정기와 스태킹 배출부의 제조를 위탁하거나 위탁내용을 추가·변경 위탁하면서 하도급계약에 관한 서면을 발급하지 않거나 수급사업자가 제조위탁에 따른 물품납품을 위한 작업을 시작한 후에 발급하는 행위를 다시 해서는 안 된다고 의결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 3(서면의 발급 및 서류의 보존)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등의 위탁을 하는 경우에는 하도급대금과 그 지급방법, 원재료의 가격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의 조정요건 방법과 절차 등을 적은 서면을, 수급사업자가 물품 납품을 위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발급해야 한다.

디에이는 20171월 핫프레스 설비와 스태킹 배출부, 특성측정기를 다우테코에 제작 위탁하는 과정서 하도급계약에 관한 서면을 늦게 발급하거나 변경·추가 위탁 서면을 아예 발급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디에이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3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향후 동일 또는 유사한 법위반 행위가 반복될 우려가 있으므로 향후 재발방지 명령을 부과한다고 했다.

20년 전에도 당했는데 
똑같은 일 또 일어나

정 대표는 공정위는 디에이에 경고장과 의결서로 벌점을 부과했지만 직접적인 대금 지급 등 정말 절박한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디에이가 지난 5월 서울보증보험에 계약금 반환을 요청하고 다우테코가 공정위에 재심청구를 제소하면서 다시 공방이 시작됐다.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공정위에선 깜깜 무소식이라고 한다.

결국 정 대표는 지난 6월 디에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도급법 위반대금을 달라는 내용이다. 그러자 디에이는 다우테코를 해산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정 대표에 따르면 디에이 박모 이사는 대표이사 등의 지분을 위임받아 주주총회를 소집했다. 그리고 이 자리서 다우테코의 해산을 결의했다.

CEO우리가 소송을 거니까 디에이 측에선 아예 회사를 날려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주주총회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초에는 디에이 박 이사가 정 대표의 지위를 삭제하고 자신을 청산인으로 등록했다. 다우테코가 진행 중인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에게도 해임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의 원고도 박 이사 자신으로 바꾼다고 통보했다. 사건의 원고와 피고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

CEO“1999년 사업을 시작하면서 LG생산기술원 협력업체 회장까지 맡았다. 당시에도 LG와 문제가 생겨 가족들에게 많은 원망을 받았다. 그런데 디에이로부터 똑같은 일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우테코 말고도 이런 상황에 처한 영세업체들이 많다. 1차 협력업체의 갑질은 대기업 갑질에 가려져 있지만 더 악랄하고 피해자도 많다”고 강조했다.

돈은 못 받아

그러면서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제대로 된 조사와 발 빠른 조치가 이뤄져야 대기업과 1차 협력업체의 갑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국가를 원망하는 국민이 되지 않도록 정부기관서 좀 더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디에이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신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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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