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 정당별 손익계산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14일 전격 사퇴했다. 장관으로 지명된 지 66일, 임명된 지 35일 만이다. ‘조국 사퇴’를 외치며 장외투쟁을 이어가던 자유한국당과 ‘검찰 개혁’을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나아갈 ‘판’을 재구성해야 한다. <일요시사>가 국론이 분열되는 대혼란 속에서 ‘조국 정국’에 대응하는 정당별 자세를 분석해봤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

“저의 쓰임은 다했습니다. 이제 저는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갑니다” “제가 자리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합니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여 ‘멘붕’
“안타깝다”

지난 14일 오후 2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검찰 개혁 방안을 발표한 지 3시간 만에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조 전 장관의 갑작스런 사퇴에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조 전 장관의 검찰개혁이 제대로 완수되지 못한 상태에서 물러나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며, 당이 검찰개혁의 제도화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야당을 향해선 경제와 민생에 전념해 정치 본연의 역할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예상대로 조 전 장관이 사퇴했다”며 ‘민심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상처와 분노, 국가적 혼란을 불러온 인사 참사”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 앞에서 사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적인 질타와 정계의 사퇴 압박에도 조 전 장관은 ‘오랜 소신’이라고 밝혔던 검찰개혁을 위해 버텨왔다. 갑작스런 조 전 장관의 사퇴에는 아내 정경심 교수의 ‘뇌종양’ 진단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 전 장관의 일가 수사가 계속되면서 정 교수의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이에 조 전 장관이 ‘선봉장’이 아닌 가장으로서 가족을 먼저 챙겨야 할 급박함을 느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퇴 입장문에 쓰인 “인생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대목을 미뤄 조 전 장관의 심경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조 전 장관의 임명 직후 ‘기회’와 ‘공정’의 가치를 훼손한 법무부장관이 어떻게 검찰을 개혁할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우세했다. 하지만 판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조 전 장관의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무리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서초동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고 검찰 개혁을 바라는 민심들이 가시화됐다.

한국당, 지지율 상승 자축
민주당, 중도층 대거 이탈

이로써 검찰 개혁에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가 사법개혁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됨에 따라 조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울러 사법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만큼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조 전 장관의 판단 역시 사퇴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여당의 사퇴 종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안정치연대 박지원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서 “일부 여당 의원이 나더러 조국 사퇴를 말하라고 한다”며 “조 장관에게 (본인들이)‘그만두라’고 하면 내년 총선 때 민주당 경선서 지고, 말하지 않으면 본선서 지기 때문”이라며 여의도 내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조 장관의 사퇴는 “조 장관 본인의 결심”이라며 사퇴 종용설에 대해 일축했다.

조 전 장관의 사퇴에 한국당을 포함한 야권은 ‘사필귀정’이라며 환영 목소리를 냈다. 한국당 소속 인사들은 자신의 SNS 등을 통해 조 전 장관의 사퇴를 본인들이 이뤄냈다며 자축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애국시민의 승리”라며 “국민은 지금 정권의 위선과 거짓에 분노했다. 우리는 함께 분노하고 함께 행동했다”고 평가했다. 한국당 민경욱 의원도 “불의의 싸움서 정의가 승리했다”며 “조국 가족에 대한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국민들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SNS에 전했다.


조 전 장관의 지명 전,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폭력 사태와 소속 의원들의 막말 논란, 당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 등으로 지지율 하락을 벗어날 출구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뿔뿔이 흩어진 보수 세력을 결집할 ‘매개’가 필요한 시점에 문 대통령의 조 전 장관 지명은 한국당에게 총력전을 펼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돼주었다.

범야권 투쟁
보수 재집결

조 전 장관의 각종 의혹에도 불구,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에 한국당은 릴레이 삭발까지 벌이며 총공세를 폈고, 광화문 집회에는 보수 세력의 주최 집회 중 최대 규모의 인원이 모이는 새 역사가 쓰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당은 민심과 합심해 조 전 장관을 사퇴를 이끄는 데 성공, 민주당 지지율을 0.9%p 차이로 근접하게 따라잡는 큰 성과를 냈다.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해 지난 14일 발표한 정당지지율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역대 정당사를 살펴보면, 야당은 대통령 집권 중후반기에 상승세가 올랐을 때 그 기세를 몰아 주도권을 지키는 데 성공해왔다. 이번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문 대통령은 임기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조 전 장관 사퇴에도 한국당은 광화문 장외집회서 범야권 투쟁을 위해 문재인정부를 ‘경제파탄’ 등을 이유로 공격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성난 민심이 고작 조국 사퇴만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면 크게 잘못 생각한 것이다. 10월 항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앞으로도 투쟁을 이어갈 것임을 암시, 남은 총선까지 상승기세를 몰기 위해 필사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당에게 갑자기 강력한 대여 투쟁 수단이 사라졌고, 다음 전략 역시 부재한 상황인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보수통합이 아직 과제로 남은 상태서 명분이 사라져버렸다. 지난 두 달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의 보수통합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황 대표는 바미당 유승민 의원에게 ‘자유민주 회복을 위한 국민연대’를 제안한 바 있다.
 

▲ 조국 퇴진 광화문 집회 갖는 보수단체 회원들

이에 유 의원은 “딱히 협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한국당에 동참 뜻을 내보였고, 양당은 지난달 이미 부산서 ‘조국 파면 부산시민연대’를 결성했다. 또 보수 진영에선 지난 개천절 집회를 기점으로 보수통합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확산되면서 보수 세력이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탄핵의 여진은 깨끗이 씻어 버리고 모두 하나가 되어 자유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자”며 보수대통합을 향한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검찰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한 바미당과 한국당의 입장이 엇갈리게 되면서 보수통합은 다시 멀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특히 한국당 지도부는 바미당과 공조해 공수처법 설치에 반대하겠단 계획이었지만, 바미당은 권은희 의원이 낸 ‘권은희안’으로 절충이 된다면 공수처법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궁지에 몰린
민주 지도부

반면 민주당 내에서 당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거지며 당내 혼란이 감지되고 있다. 조 전 장관의 사퇴 이전까지는 야당으로부터 조 전 장관 지키기에 당 지도부에 반하는 발언을 서로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조국 정국이 일단락되자 당 내부서 지지율 하락 및 조 전 장관의 사퇴에 대해 당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SNS에 “조국은 갔다.(하지만 남은 사람들이) 후안무치한 인간들뿐이니 뭐가 달라지겠는가”라며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이게 우리 수준”이라며 당을 비판했다.

지난 1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서 김해영 최고위원은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국민의 갈등이 증폭되고 많은 국민께 심려를 끼쳤다”며 “집권 여당의 지도부 일원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당 지도부 최초로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정작 핵심 지지층의 요구는 ‘지도부 사퇴’인데,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에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조국 사퇴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라며 “민심이 이 정도로 나빠지고 중도층이 떠난 데 대해 (여권이)대통령에게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총선까지 민주당은  검찰개혁과 민생국감에 최대한 집중해 이탈한 중도층을 다시 잡는 데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이 지명되기 전엔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이 훨씬 우세했지만, 최근 10월 2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중도층의 한국당 지지율이 33.8%, 민주당 지지율이 28.5%로 조사돼 한국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데스노트’ 논란 정의당도 큰 상처
사법개혁안 처리 여3당 공조 필수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BBS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지금은 유감과 사과 표명을 반복적으로 거듭하는 것보다는 침체되고 있는 경기에 활력을 드높이는 일을 해내는 것이 제대로 책임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 개혁을 한 축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겠지만 다른 한 축에서는 민생 문제 해결 그리고 시급한 경제 활력의 제고에 나서는 것이 집권당으로서의 마땅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의당의 경우에는 조 전 장관 사퇴와 관련해 “취임 이후 36일 동안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개혁을 해왔고, 오늘까지도 개혁안을 발표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며 “고심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조 전 장관이 임명되기 전 당의 중요 지지층인 청년들이 조국 정국으로 인해 큰 상처를 받은 것을 인정하며 자녀의 논문 특혜 등 각종 의혹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 조국 장관과 면담 갖는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하지만 당의 ‘데스노트’에 조 전 장관을 올리지 않았고, 이에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정의당 데스노트는 정의당이 임명을 반대한 공직 후보자는 문재인정부서 대부분 낙마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단어다.


정의당 당원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는 당의 결정에 반발, 탈당계를 제출했지만 심상정 대표가 만류해 결국 탈당을 철회했다. 그는 “조 장관 임명 전 반대 의견을 정의당에 전달했지만 당은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았다”며 “이 상황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갤럽’에 따르면 정의당 지지율이 지난달 말에는 6%로까지 떨어져 지난해 16%까지 기록했던 지지율이 급락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지난 14일, 조 전 장관의 사퇴에 “이제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평화당 박주현 대변인은 논평서 “조국 사태가 조 장관의 사임으로 일단락됐지만 사퇴 결심을 존중하고 결단에 고마움을 전한다”며 선거제 개정안과 공수처 및 검경수사권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평화당과 대안정치연대는 지난 조국 정국때 조 전 장관의 임명에는 반대했지만 한국당의 조국연대 제안에는 선을 그으며 ‘제3지대’로서 무당층에게 합리적이라는 인식을 줬다.

다음…
주요 쟁점은?

앞으로 국회의 시간은 조 전 장관이 과제로 남긴 사법개혁안 처리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개혁안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이 필요해 민주당(128석)과 정의당(6석), 평화당(4석), 대안정치연대(9석), 바미당 일부 의원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선거제 개혁안에 앞서 사법개혁안을 처리하려는 민주당의 움직임에 야3당이 반발하고 있어 향후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