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만?’ 경찰 개혁의 이면

검 방패 삼아 묻어가려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은 문재인정부 들어 개혁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부터 나오던 검찰 개혁의 목소리는 최근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검찰 권한의 축소는 필연적으로 경찰 권한의 강화로 이어진다. 경찰의 오랜 숙원은 이제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일각에선 경찰 역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제주도 펜션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

2017310일 헌법재판소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주문과 함께 정국은 조기 대선모드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핵심 공약으로 삼았다. 특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검, 힘 빼고
경, 강화?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는 수사기관 권력구조와 관련해 내놓은 3대 공약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당시 문 대통령이 내건 공약은 ·경 수사권 조정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추진 공수처 신설이었다. 지난해 621일 구체적 실행방안이 담긴 ·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발표됐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429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을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없애고,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거나 수사종결권을 갖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로 좁혔다. 자치경찰을 제외한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해서만 수사지휘권을 유지하도록 했다.


전직 대통령·국회의원·법관·지방자치단체장·검사 등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 기소할 수 있는 공수처를 설치해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제어하고자 했다.

개정안은 야당의 반대로 현재 국회에 잠들어 있다. 잠잠해지나 했던 검찰 개혁의 목소리는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으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청와대 민정수석서 물러난 조 장관을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그와 동시에 조 장관의 딸, 아내, 동생, 조카 등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고 검찰수사로까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조 전 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정국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조 장관과 그 가족들에 대한 논란은 검찰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로 변해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 집결했다.

검찰 개혁 목소리 높아져
경찰 숙원 이뤄질 가능성↑

반대로 조국 사퇴를 주장하는 쪽의 목소리가 서울 광화문서 울려 퍼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서 연 수석·보좌관 회의서 조 장관 수사, 검찰개혁과 관련해 최근 표출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다양한 의견 속에서도 하나로 모아지는 국민의 뜻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보장 못지않게 검찰 개혁이 시급하고 절실하다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 모두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국회에 계류된 개정안이 통과되면 경찰은 지금보다 강화된 권한을 갖게 된다. 문제는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크고 분명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경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 생각에 잠긴 민갑룡 경찰청장

오히려 검찰개혁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사그라지는 모양새다.

경찰은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사회기관 조사서 지난해와 올해 검찰, 국회와 함께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리얼미터는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2019년 국가사회기관 신뢰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대통령이 25.6%1, 시민단체가 10.1%2위를 차지했다. 이어 언론 9.0%, 종교단체 8.1%, 대기업 6.3% 등이 뒤를 이었다.

경찰은 2.2%로 국회 2.4%, 검찰 3.5%보다도 낮은 꼴찌를 기록했다. 지난해 조사서도 1위는 대통령(21.3%)이었고, 경찰(2.7%)과 검찰(2.0%), 국회(1.8%)는 바닥권을 맴돌았다. 경찰은 지난해 조사보다 수치가 0.5%p 떨어졌고, 순위도 뒤에서 3번째서 꼴찌로 낮아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경찰 불신에 기름을 붓는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를 달궜던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해 경찰이 봐주기 의혹에 휩싸였다. 버닝썬 게이트서 경찰총장이라고 지칭됐던 윤모 총경에 대한 수사가 부실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경찰은 지난 5월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해 윤 총경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밝혀낸 혐의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국민 신뢰도
검·경 비슷

뇌물과 김영란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했고 결국 직권남용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했다. 윤 총경은 가수 승리와 유리홀딩스 유모 전 대표가 운영하던 클럽에 대해 식품위생법 위반 신고가 들어오자 단속정보를 미리 알아봐 준 혐의를 받았다.

앞서 윤 총경은 유 전 대표로부터 식사와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이는 무혐의로 결론 났다.

경찰은 윤 총경의 사건 개입 시점과 골프 접대 시점이 1년 이상 차이 나고 일부 비용이 윤 총경이 내기도 해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접대 금액이 적다는 이유도 들었다. 청탁금지법을 적용하려면 한 번에 100만원 또는 1년 기준으로 300만원 이상을 받았어야 하는데 윤 총경이 접대 받은 금액은 260여만원에 그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지난달 27일 윤 총경과 관련된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7일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자본시장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윤 총경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 버닝썬 압수수색 중인 경찰

윤 총경은 지난 10일 구속됐다.

윤 총경은 주식 수천만원어치를 받고 수잉크 제조업체 녹원씨엔아이의 정모 전 대표에 대한 경찰수사를 무마하는 데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정 전 대표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과 달리 검찰은 윤 총경이 사건을 무마했다고 본 것이다. 윤 총경에 대한 경찰 조사가 미온적으로 진행됐다는 의심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경찰이 마주한 악재는 버닝썬 게이트만이 아니다. 과학수사의 쾌거로 불렸던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8차 사건의 진범 논란으로 경찰의 발목을 잡고 있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 일대서 일어났다. 개구리소년 사건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제사건으로 꼽혔다.

20064210차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영구미제로 남는 듯했던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지난 8월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경찰이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이미 다른 범죄로 수감 중이던 이춘재를 특정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18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 시작했다.

경찰은 모방범의 소행으로 알려진 8차 사건을 제외하고 4건의 DNA가 이춘재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춘재는 지난 19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5건 등 14건의 범행을 자신이 했다고 자백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찰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경찰이 모방범의 소행이라고 결론 낸 8차 사건을 이춘재가 자신이 했다고 주장하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고문 가능성에
부정여론 높아

8차 사건은 19889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한 가정집서 중학생 A양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여성이 성범죄를 당한 뒤 살해됐다는 점을 들어 화성연쇄살인 사건으로 포함됐다. 19897A양 집 인근에 살던 윤모씨가 범인으로 잡혔다. 윤씨는 1심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심과 3심에선 경찰의 고문으로 허위 진술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20여년을 복역하다가 감형돼 2009년 출소했다. 8차 사건의 진범이 이춘재일 경우 경찰의 책임 소재가 커진다. 진범이 아닌 사람이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셈이기 때문이다. 이춘재가 진범이 아닐 경우에는 14건의 자백도 신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고유정 사건은 여전히 부실수사, 유착 의혹서 자유롭지 못하다. 고유정은 제주서 전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518일 고유정은 본인의 차를 배편에 싣고 제주도로 들어갔다. 이후 일주일 만인 25일 전 남편 강모씨를 만나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 입실한 뒤 살해했다.

하지만 고유정의 범행 이후 경찰의 미흡한 초동 조치가 도마에 올랐다. 제주 경찰은 수사 초반 용의자 추적의 핵심 단서인 CCTV를 유족이 찾아줄 때까지 놓치고 있었다.

또 펜션 주인의 사건 현장에 대한 내부 청소를 허락하는 등 현장훼손도 그대로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이 초동수사를 제대로 했더라면 고유정이 시신을 유기하기 전 체포할 수 있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경찰은 결국 지난 7월 고유정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수사 과정서 부족함이나 소홀함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 본청서 진상조사팀을 구성해 하나하나 수사 전반을 짚어보겠다고 말했다.
 

▲ ▲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와 몽타주

바로 잡아야 할 것과 현장서 잘 안 되는 것들이 어떤 것인가를 반면교사로 삼고 큰 소홀함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필요한 추가 조사 후 상응하는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민 청장은 버닝썬 사태 등에서 불거진 제 식구 감싸기’ ‘부실수사논란에 대해 경찰 수사는 여러 경로를 통해 나온 의혹에 대한 것이라며 검찰 수사와 경찰 수사는 영역이 다르다고 해명한 바 있다.

버닝썬, 화성, 고유정…잇단 악재
공무원 범죄 절반이 경찰청 소속

그는 지난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 국감에 출석해 국민과의 약속인 경찰개혁을 차질 없이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버닝썬 게이트 등으로 드러난 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내부 감찰제도를 쇄신하고 강도 높은 유착비리 근절대책을 시행하는 등 투명하고 청렴한 경찰상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이해진 공직기강은 수치로 확인됐다. 최근 공개된 국가공무원 범죄 통계 자료서 범죄를 저지른 전체 국가공무원의 절반이 경찰청 소속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행안위 소속 김한정 의원이 경찰청서 제출받은 2018년도 공무원 범죄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은 총 3356명이었다. 이중 경찰청 소속 공무원이 1460(48.9%)로 가장 많았다.

두 번째로 범죄를 많이 저지른 법무부 소속(304)과 비교해도 5배 이상 많은 수치다. 교육부가 280(8.3%)으로 세 번째였다. 강간 범죄의 경우 23건 중 18(78.3%), 협박 범죄는 47건 중 30(63.8%)이 경찰청 소속 공무원에 의해 저질러졌다.

김 의원은 법질서 수호자인 경찰의 부끄러운 민낯이자 낮은 윤리의식과 공직 기강 해이의 결과라며 경찰의 철저한 반성과 쇄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도 국회 행안위 소속 김영우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4년간 국가공무원 범죄 현황서도 경찰은 독보적이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12000명에 달하는 국가공무원 범죄가 발생했다. 이중 경찰은 4년 동안 5610명이 범죄를 저질렀다. 46.7%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 3년간 유착비리 혐의로 기소된 경찰도 30여명에 이른다. 국회 행안위 소속 권미혁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유착비리 혐의로 기소 처분된 경찰공무원은 총 28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청 소속 B경위는 풍속영업단속 지원 출동 업무와 112신고 사건처리 및 방범순찰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중 관내 성매매 업주에게 단속 상황, 수사 상황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총 4회에 걸쳐 5698000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 경찰 대응 논란으로 불거졌던 대림동 여경 사건ⓒ유튜브

서울청 소속 C경위도 단속 및 수사정보를 제공, 수사를 축소·은폐하고 수사경과를 알려주는 대가로 성매매 업소서 11만원 상당의 마사지와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봐주고
대가 받았다

대부분의 비위행위는 풍속 단속업무 중 오래 알고 지낸 경찰과 업주들의 유착으로 발생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 감찰로는 걸러지지 못했다. 실제 유착비리의 50% 이상(17)이 검찰·감사원 등 외부서 적발됐다.

권 의원은 최근 경찰의 유착비리는 금품과 향응 수수와도 같은 눈에 띄는 비위행위를 넘어 부정청탁 또는 수사·단속정보 유출도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버닝썬 게이트 이후로 경찰이 명운을 걸고 유착비리를 개혁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유착비리를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내부 반부패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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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