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실종사건 '왜?'

연기처럼 사라진 아이와 어른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실종의 사전적 의미는 종적을 잃어 간 곳이나 생사를 알 수 없게 됨이다. 실제 실종자의 가족들은 사라져버린 사람의 생사를 알지 못해 오랜 시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한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사라지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실종사건은 어느 새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문제로 떠올랐다.
 

▲ 청주 조은누리양 수색에 나선 군인들

이메일 주소와 커뮤니티 아이디만 가지고도 신상정보를 탈탈털 수 있는 시대다. 이용자가 개인정보를 다루는 데 민감하지 않다면 성별, 연령, 출신, 직업 등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SNS를 즐겨 이용한다면 사는 곳은 물론, 뭘 좋아하고 뭘 샀고 누굴 만났는지도 파악이 가능하다.

CCTV
많아도…

전국 곳곳 CCTV가 없는 곳이 없고 무슨 일만 나면 SNS를 통해 목격담과 동영상이 확산되는 시대에 실종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눈 깜빡하는 새 사라질 수 있는 어린이·치매노인·정신장애자는 물론, 사리분별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성인이 어느 샌가 사라져 자취를 찾을 수 없는 일도 다반사다.

경찰은 범죄 가능성이 낮은 실종수사에는 인력을 투입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그마저도 실종 기간이 길어지면 수사 순위는 뒷전으로 밀린다. 가족들은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돌리고 현수막을 거는 등 백방으로 노력한다. 그 사이 실종자 가족의 삶은 경제적·심리적으로 망가지기 일쑤다.

지난달 23일엔 청주서 여중생이 없어졌다. 14세의 조은누리양은 가족과 함께 등산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조양의 소식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조양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조양을 찾기 위해 군··소방의 합동수색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지만 흔적은 어디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청주 상당경찰서와 육군37사단에 따르면 육군 특공·기동부대 등 400여명, 경찰 70, 소방인력 25, 충북도청·청주시청 공무원 25명 등 총 520여명이 조양을 찾기 위해 나섰다. 14마리의 수색견도 투입됐다. 경찰 드론수사팀과 육군, 지자체가 보유한 드론으로 공중수색도 진행했다.

그로부터 10일 뒤, 군 수색견이 지난 2일 오후 2시40분쯤 충북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에서 조양을 발견했다. 수색 중심지였던 청주시 가덕면 무심천 발원지와 500~600m 가량 떨어진 곳이다.

수색견을 쫓아 함께 수풀로 따라온 군 장병이 조양을 업고 함께 하산했다. 장기간 실종에 따라 탈진 증세를 보이고 있으나,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양은 발견 당시 의식이 있었고 대화도 가능한 상태였다”며 “이름을 부르자 대답을 했다”고 발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어린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들은 평생 동안 아이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못한다. 2003년 부산 해운대 장산 성불사로 소풍을 갔다가 실종된 모영광군의 어머니 박혜숙씨는 지금도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모군은 세 살배기 아이였다. 건강한 모습으로 자랐다면 올해 18,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것이다.

생사 알지 못해 냉가슴
가족들은 평생 찾아다녀

당시 모군은 소풍을 떠난 곳에서 대열을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군의 실종을 알게 된 인솔교사 3명이 산 곳곳을 찾아다녔지만 모군의 모습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이후 경찰과 119구조대 등 대규모 인력이 모군을 찾기 위해 동원됐다. 모군의 부모, 회사 동료와 학교 선후배, 친척들이 힘을 합쳐 부산 시내에 10만장의 전단지를 뿌렸다.


모군의 실종 이후 어머니 박씨는 자주 방송에 출연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못했던 것. 박씨는 아동 실종 관련 단체 대표를 맡아 아들뿐만 아니라 장기실종아동 찾기에 헌신하고 있다.

정부는 2012년 아동 실종을 예방하고 실종아동을 빠르게 발견하기 위해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지문사전등록제를 실시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문을 미등록한 아동의 경우 실종되고 발견되기까지의 소요 시간이 평균 94시간이다. 골든타임인 48시간의 2배가량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까지 아동들의 지문사전 등록률은 48.3%에 불과하다.

2016원영이 사건을 계기로 부모의 학대나 방치로 인해 사회서 사라진 아동에 대한 제도가 마련됐다. 20163월 계모와 친부의 학대로 당시 7세에 불과했던 신원영군이 세상을 떠났다.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였던 신군은 예비소집에 불참했고, 학기가 시작된 후에야 사망 사실이 확인됐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부모에 의한 실종과 아동학대 논란이 불거지자 201610월 교육부는 미취학 아동의 관리 강화를 위해 초·중등교육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들, 특히 예비소집에 나타나지 않는 아이들을 학교장이 신고하도록 한 것.

교육청에 관련 기록을 조회하고 직접 탐문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법 개정 이전까지는 아이가 학교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학교에선 교육청과 주민센터에 보고만 하면 됐다.

지난 2월에도 교육부와 경찰청은 취학 대상 아동 19명에 대한 소재 파악에 나섰다. 예비소집에 참석하지 않은 아동에 대해서는 학교장이 유선으로 학교방문요청을 통한 면담을 시행하고 주민등록전산정보자료 및 출입국 사실을 확인, ··동사무소와 협력해 가정방문 등을 실시한다. 학교 차원서 아동의 소재가 발견되지 않으면 관할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다.

늘어나는
실종사건

아동 실종에 대한 경찰의 부실한 대처가 도마에 오르면서 사회적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은 2017930일 서울 중랑구 자신의 집에서 딸의 친구 A양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추행한 뒤 살해했다. 후로 A양의 시신을 강원도 영월의 한 야산에 유기했다.

A양의 어머니는 딸이 실종된 당일 112에 실종신고를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A양 휴대전화의 최종 기지국 위치를 중랑경찰서 112상황실에 알렸다. 상황실은 망우지구대 순찰차와 중랑서 여성청년수사팀에도 출동을 지시했다. 하지만 망우지구대 경찰들은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랑서 여성청년수사팀은 출동 무전에 알았다고 응답한 뒤 실제 출동하지 않았다. 다른 경찰은 소파에 엎드려 잠을 자느라 무전을 듣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팀은 다음 날에도 A양의 실종사건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 없이 가출·미귀가 4건이 있다고 형식적으로 업무 인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A양의 부모와 함께 탐문에 나섰을 때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A양의 부모가 근처 교회에 CCTV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열람을 부탁했고, 이영학의 집에 도착해 내부 수색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영학이 집에 들어갔는지 확실치 않아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결국 A양의 부모는 친구 소유의 사다리차로 집 내부를 확인해도 되는지를 묻고 직접 확인해야 했다. A양은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어금니 아빠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부실 대응에 따른 비판이 빗발쳤다. 법원도 A양의 가족들이 경찰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장판사 오권철)는 국가가 A양의 가족에게 180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경찰관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 행위와 A양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따라서 국가는 경찰관들의 직무 집행상 과실에 대해 A양과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찰은 실종수사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실종 사건 발생 초기부터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과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것. 18세 미만 아동이나 여성이 없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관할 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과 형사, 지구대 등이 함께 현장에 출동하도록 했다.

없어졌다가
범죄 희생양

이전에는 실종이나 가출 신고가 접수되면 실종자 수색을 위주로 초동대응을 하다가 그 과정서 범죄가 의심되면 강력사건으로 전환할지 여부를 결정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종아동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아동 실종 신고는 44.3% 증가했다. 201415230, 201519428, 201619869, 201719954, 지난해 21980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도 지난 3월 기준 아동 실종은 4442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 중 아직 발견되지 못한 아동도 606명이나 된다.


늘어나는 성인 실종도 큰 문제다. 아동 실종에 비해 성인 실종자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모임(이하 전미찾모) 회장은 성인 실종은 실종 사건 중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범죄 가능성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 경찰은 성인 실종을 단순 가출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실제 성인 실종자의 95% 이상(2015년 기준)은 실종신고가 접수되고 24시간 안에 집으로 귀가했는데 5%가 문제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든 끝내 사회로 돌아오지 못한다.

부산서 신혼부부가 실종된 사건은 3년째 미스터리다. 경찰이 공개수사로 전환했지만 단서나 제보가 적어 장기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6528일 부산 수영구의 한 아파트서 살던 전씨 부부가 사라졌다. 당시 경찰은 아파트 주변 CCTV를 분석했지만 부부가 집안으로 들어간 흔적만 나왔을 뿐, 나간 흔적이 없어 여러 추측을 낳았다.

실종·가출 사망자 10명 중 9명 성인
현행법으론 아동·치매환자에 밀려

현행 실종아동법상 경찰이 위치추적과 수색수사가 가능한 대상자는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에 국한돼있다. 이 외의 사람이 실종됐을 경우 경찰은 가출과 실종 여부를 구분하고 검찰에 위치추적 영장을 신청해야 한다. 그 사이 실종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지난해 11월 대학생 조모씨가 집에 간다는 메시지를 남긴 후 실종됐다. 조씨는 실종 1주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서울 석촌호수서 발견된 그는 부검 결과 익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술을 마시고 귀가하다가 호수에 빠진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경찰의 늑장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실제로는 현행법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 ⓒ청주 상당경찰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520192월 연도별 실종자·가출자 사망 통계 현황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실종 접수된 성인 가출자가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건수는 4737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치매환자 345, 지적장애인 138, 실종아동 72건 순이었다.

최근 4년간 치매환자·아동·지적장애인·성인 가출자에 대한 실종신고 접수 건수는 총 458369건에 이른다. 이 중 293784건이 성인 가출자 신고다. 아동·치매환자·지적장애인에 대한 신고 접수가 각각 83928, 44835, 35822건이다. 실종 신고가 접수됐지만 찾지 못한 사람은 4614명으로 이 중 4380건이 성인 가출자다.

현재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실종자 수색·수사 등에 관한 법률안’(실종자법) 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들 법안은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등으로 역할이 혼재된 실종자 업무를 정리하고 성인 실종자 대응 체계를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어른 실종에
관심 가져야

김승희 의원은 입법 사각지대에 놓인 성인 가출자가 가출 후 사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범죄 등으로 인한 성인 가출자의 사망 피해를 막기 위해 성인 실종자 입법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총리실이나 대통령 직속기구로 실종자 찾기 종합센터’(가칭)를 신설해 18세 미만 실종 전담팀 치매환자·지적장애인 실종 전담팀 성인 실종 전담팀 입양 관련 전담팀 등을 운영하면 실종사건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발적 실종자들 ‘일본, 매년 10만명씩 증발’

지난 2017년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인 레나 모제와 그녀의 남편이자 사진작가인 스테판 르멜이 <인간 증발>이라는 책을 내놨다.

이 책은 두 사람이 일본 각지의 그늘진 뒷골목을 5년 동안 돌아다니며 쓴 것으로 일종의 탐사 보고서다.

실패한 괴로움에 잠적

이들은 일본서 매년 1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증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중 85000명 정도는 스스로 모습을 감춘 사람들이다.

자발적 실종자들은 빚, 파산, 이혼, 실직 등 각종 어려운 상황서 오는 수치심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아무 말 없이 사라져서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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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