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하도급업체 대표의 눈물

대기업에 치이고 공정위에 까이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하도급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은 이미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받아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갑질 병폐를 없애기 위해 여러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하도급업체의 피해 사례는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 S사 공장 기계 및 가구 등에 붙은 압류딱지

정말 절박합니다.” 지난 23일 저녁 서울 시내 한 카페서 만난 중소기업 S사의 A 대표는 연신 땀을 흘렸다. 에어컨이 가동 중인 카페는 습도가 높은 야외에 비해 시원한 편이었다. 그는 변호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조사관, 대기업, 협력업체 관계자에게 이미 수차례에 걸쳐 한 이야기를 다시 풀어내기 시작했다.

사업 시작
4년 만에…

사업을 시작한 건 2015년이었습니다.”

휴대전화는 배터리, 액정 등 여러 업체서 만든 부품을 조립해 완성된다. A 대표의 S사는 휴대전화 조립과정서 사용되는 자동화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한다. 201535세의 나이로 사업에 뛰어든 A 대표는 4년여 만에 파산 직전에 몰렸다. A 대표의 현 상황은 사면초가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심각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S사는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이하 LG전자 생기원)의 협력업체인 풍산시스템 등으로부터 하청을 받아 부품을 생산하는 하도급업체다. 2017년 기준 2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시 직원 수는 14명이었다.


불과 몇 년 새 자금이 말라붙으면서 사업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직원 수는 4명으로 줄었고 그마저도 월급을 챙겨주지 못한 지 오래다.

월급이 밀리면서 그만둔 직원들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다음 달 20일까지 월급을 챙겨주지 못하면 구류 처분을 받게 된다. 거래하던 업체에도 대금을 주지 못해 이제 몇 건인지 셀 수 없을 정도의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공장 기계는 물론 가구에도 빨간 압류 딱지가 덕지덕지 붙었다.

현재 저는 신용불량자 상태입니다. 의료보험료를 내지 못해 병원도 갈 수 없습니다. 아내가 제3금융권서 돈을 빌렸습니다. 장모님께 빌린 돈도 있습니다. 저 하나면 상관없는데 가족들도 다 엮여 있어서 막막합니다. 딸들에게도 미안하고요.”

물품 납부했지만 발주서 주지 않아
대금 밀리면서 신용불량자 신세로

A 대표에게는 다섯 살, 3개월 된 딸이 있다. A 대표의 아내는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빌린다. 50만원, 100만원씩 빌린 건 이제 셀 수도 없는 지경이다. 주변서 파산 신청을 하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A 대표는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사업을 하면서 알고 지낸 분들이 아직 젊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서 한번 접으라고들 하세요. 폐업을 하고 다시 시작하라는 말이죠.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저를 믿고 함께해준 직원들은 어쩌고, 거래해왔던 대표님들은 어쩌겠습니까. 또 저 개인적으로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A 대표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에는 풍산시스템의 갑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풍산시스템은 휴대전화 조립 자동화 장비를 개발하고 만드는 업체다. S사 등에서 부품을 받아 자동화 장비를 만들어 현대케피코, LG전자 생기원 등에 납품한다. 지난해에는 LG전자 최우수협력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S사는 20168월부터 201712월까지 풍산시스템이 주문의뢰한 물품을 제작해 납품했다. A 대표는 이 과정서 풍산시스템의 거래 방식이 비정상적이었다고 주장했다. S사가 속한 업계에선 일반적이지 않은 거래방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풍산시스템을 제외하고는 해당 방법으로 거래한 업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보통 물건을 납품하거나 업체와 계약할 경우 공급받으려는 쪽에서 공급자에게 제작을 의뢰한다. 그러면 공급자가 견적서를 작성해 보내고 이를 수령한 쪽에서 발주서를 통해 금액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최우수협력사
갑질 업체?

이 과정서 정해진 공급 금액과 발주조건에 따라 납품이 이뤄지면, 공급 받은 쪽에서 일정 기간 내에 대금을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견적서는 공급하는 쪽에서, 발주서는 공급받는 쪽에서 보내는 문서로 A 대표에 따르면 S사가 속한 업계에선 이 두 문서가 계약서에 가까운 기능을 했다.

하지만 풍산시스템과의 거래는 달랐다. 풍산시스템이 주문의뢰를 하면 S사가 견적서를 보내는 것까지는 같다. 이때 주문의뢰는 대부분 이메일로 진행됐다. 문제는 풍산시스템서 보내야 하는 발주서가 제 날짜에 날아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S사는 발주서를 받지 못한 채 풍산시스템이 주문의뢰를 하는 과정서 정한 납기일에 맞춰 납품했다. 발주서는 납품 이후에야 S사로 넘어왔다. 이때 발주서에는 S사가 견적서에 기재한 금액보다 낮은 액수가 기재돼있었다. 실제 대금도 감액된 금액으로 지급됐다.
 

예를 들면 1월에 납품한 제품의 발주서가 7개월 뒤에 오는 식이다. 20161228일 풍산시스템은 S사에 201712일까지 제품을 보내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S사는 메일을 받은 당일 견적서를 보냈고 납품 완료 후 거래명세서도 받았다. 발주서는 그로부터 7개월 뒤인 201774S사로 넘어왔다. 당초 견적서에 기재한 가격보다 낮은 금액이 기재돼있는 상태였다.

이메일로 주문의뢰를 받을 때마다 저희는 견적서를 보냈는데, 풍산시스템은 발주서를 주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런 상황이면 견적금액을 계약금액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풍산시스템서도 견적금액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습니다. 만약 견적금액이 부당하다고 여겼다면 제작 단계서 발주서를 보내 금액에 대한 논의를 했으면 되는 거거든요.”

A 대표는 감액된 금액이 기재된 발주서가 납품 이후 날아오는 일이 수차례 일어나면서 6억원에 가까운 돈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20168월부터 201712월까지 거래하는 동안 풍산시스템서 S사에 지급해야 하는 돈은 266150여만원에 이르는데, 실제 S사가 받은 돈은 206180여만원에 그쳤다는 주장이다.

조사한 지 1년 6개월 ‘감감무소식’
결과 기다리다 민사소송도 스톱

A 대표는 발주서가 제품 납품 시기보다 늦게 오는 문제가 반복되는 사이에도 밀려드는 주문의뢰를 처리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제품은 제작해서 납품되는데 대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됐다. 먼저 직원들의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고, 거래업체와의 대금 지급 기한을 계속 어기게 됐다.

풍산시스템과 정한 대금 지급 기한은 60일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120일에 제품을 납품하면 320일 이전에 대금이 들어와야 합니다. 하지만 발주서가 늦게 오다 보니, 발주서가 온 날짜에서 또 60일을 기다려야 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 회사와 거래하는 업체들도 그 지급 기한에 맞춰 회사를 꾸리고 있는데, 저희가 계속 돈을 밀리다 보니.”


풍산시스템의 행위가 하도급법에 위반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4(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 금지)에 따르면 협조요청 등 어떤 명목으로든 일방적으로 일정 금액을 할당한 후 그 금액을 빼고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의해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등을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으로 보고 있다.
 

11(감액금지)에는 원사업자는 제조 등의 위탁을 할 때 정한 하도급대금을 감액해서는 안 된다고 돼있다. 특히 위탁할 때 하도급대금을 감액할 조건 등을 명시하지 않고 위탁 후 협조요청 또는 거래 상대방으로부터의 발주취소, 경제상황의 변동 등 불합리한 이유를 들어 하도급을 감액하는 행위 등을 막고 있다.

다만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에는 하도급대금을 감액할 수 있다. 이때도 감액사유와 기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적은 서면을 해당 수급업자에게 미리 주도록 하고 있다. 또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감액한 금액을 목적물의 등의 수령일부터 60일이 지난 후에 지급하는 경우, 그 초과기간에 대해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이 많아서 ”
바쁜 조사관

실제 공정위는 지난 51일 하도급업체들에 대금을 늦게 지급하면서 지연이자 등을 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된 남해종합건설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2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남해종합건설은 201511부터 201612월까지 36개 하도급업자들에게 법정 지급기일을 최대 528일 초과해 대금을 지급하면서 지연이자 11138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A 대표는 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풍산시스템에 대금 지급을 요구했다. 그러다 지난해 1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하 공정거래조정원)에 사건을 접수했다. 공정거래조정원은 공정위 산하기관으로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당사자 간의 자율적인 조정을 통해 신속하게 해결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공정거래조정원서 3개월 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정위로 사건이 넘어간다. A 대표의 사건은 지난해 4월 공정위로 넘어갔다. 문제는 A 대표의 사건이 13개월째 공정위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담당자가 바뀌면서 결론이 언제쯤 날지 기약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A 대표는 답답한 상태다. 공정거래조정원에 사건을 접수하면서 함께 제기한 물품대금 청구 민사소송은 공정위 결론이 늦어지면서 진행되지 않고 있다.

A 대표의 사건을 맡고 있는 공정위 관계자는 접수된 사건 순서대로 진행하고 있다. 담당자가 바뀐 것은 통상적인 인사이동이었다. 전임자가 있었다고 해도 결론을 내고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는 후임자가 직접 사건자료를 다시 다 봐야 한다. 일부러 사건 처리를 지연한다거나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지난 2015년 만든 내부지침에는 사건 접수 뒤의 처리기간을 6개월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담당자가 사건 처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대개 1명의 조사관이 맡고 있는 사건의 수는 15건이 넘는다. 나도 현재 16건의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A 대표의 사건보다)더 이전에 접수된 사건도 있다고 덧붙였다.

“월급도 못 주고 …
감옥 가게 생겼다”

A 대표가 풍산시스템과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는 회의록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정거래조정원에 사건을 접수하고 다음 날인가 풍산시스템서 연락이 왔습니다. 협의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직원들 급여가 밀려 있었고, 일부 거래업체로부터 물품대금 지급명령신청을 당했습니다. 거래 계좌도 압류당한 상태였습니다. 말 그대로 한 푼이 아쉬운 때였습니다.”

​​​​​​​A 대표는 2018117일 풍산시스템 관계자와 대금 지급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했다. A 대표에 따르면 이날 논의서 다뤄진 부분은 20179월과 11월의 마감분 물품공급, 201711월 말일(9월분)20181월 말일(11월분) 정기결제돼야 할 금액에 대한 선지급 협조요청과 지급완료 확인, 201712월 마감분으로서 20182월 말일 정기결제 될 금액에 대한 선지급 협조요청과 풍산시스템의 조기결제 요청의 수락 등이었다.

2017년 풍산시스템이 발주 처리를 하지 않은 건에 대해 5600만원을 받기로 한 점, 상호 간 처리되지 않은 대금에 대한 협의는 이날 완료돼 추가 잔금은 없다는 점, 대금 조기 결제가 이뤄진 후 회의와 관련된 미처리 대금에 대해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점 등이 논의됐다. A 대표는 이날 회의와 관련돼 작성한 회의록에 서명했다.

회의록에 서명을 해야 대금을 지급해준다고 했습니다. 회의 때 논의된 5600만원도 실제로는 5694만원이었습니다. 풍산시스템서 94만원을 깎은 거죠. 그마저도 20182월에야 들어왔어요. 풍산시스템은 제가 서명한 회의록을 근거로 과거 거래의 대금까지 전부 지불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른 피해업체?
엄벌해 주길

풍산시스템은 저 같은 하도급업체의 납품단가를 착취해 250억원 상당의 사옥을 짓는 등 호위호식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족도 직원도 챙기지 못한 채 신용불량자로 전락했습니다. 저 말고도 아직 나서지 못하는 피해업체 관계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도급업체에 대한 갑질을 엄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강화됐으면 합니다.”

이와 관련해 풍산시스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현재 공정위 조사나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돈 안 주는 기업 손 본다’ 하도급 신고센터 운영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를 추석 연휴 전날인 911일까지 운영한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명절을 앞두고 자금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중소기업이 하도급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 자금난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지난 설 320억원 지급

지난 설 연휴 기간에도 공정위는 47일간 신고센터를 운영했다. 그 결과 총 286, 320억원이 지급 조치됐다.

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는 수도권과 대전·충청권, 광주·전라권, 부산·경남권, 대구·경북권 등 전국 5개 권역에 10개소가 설치된다.

통상적인 방식과는 달리 하도급대금 조기 지급에 중점을 두고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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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내란 특검 ‘북풍 공작’ 수사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이 가장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외환 혐의’다. 윤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핵심이다. 일부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특검은 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게 윤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에게 ‘V(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라고 들었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확보한 군 장교 녹취록의 일부 내용이다. 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군 수뇌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유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조 특검팀은 이 녹취록 외에도 외환 혐의 입증이 가능한 다수의 물적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다. 잃어버린 무인기 조 특검팀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소형 정찰 드론 2대가 사라졌다는 국방부 감사관실 조사 보고서를 확보했다. 조 특검팀이 확보한 국방부 감사관실 보고서는 지난달 말 작성됐다. 드론작전사령부가 지난해 10월15일과 12월19일 각각 백령도와 속초 대대에서 소형 정찰 드론 기체 2대를 잃어버려 찾지 못했다며 그 사유를 ‘원인 미상’이라고 기록한 게 핵심이다. 드론 소실 시점은 같은 해 10월 북한 외무성이 한국 무인기가 삐라(대북 전단)를 살포했다고 발표한 시기(10월 3·9·10일)와 11월 초 북한 함경남도 차호 잠수함 기지로 드론을 보냈다는 군 내부 제보 시점과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은 “차호 잠수함 기지까지 (드론을) 간신히 보낼 수 있었다”며 “매뉴얼 제원상 (최대 항속거리가) 500㎞지만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군 현역 장교 증언을 확보했다. 보고서에서 국방부 산하 국립과학연구소가 드론사에 무상 증여한 소형 정찰 드론 중 고장나거나 소실된 것은 총 8대다. 이 중 2대는 2023년 10월 ‘원인 미상 엔진 정지’ ‘공기 속도 센서 결함’ 등으로 고장 사유가 기록돼있다. 지난해 1월과 6월, 10월 무인기 파손 역시 구체적인 사유가 적혀있다. 11월7일 난기류와 강풍 때문에 추락한 드론은 속초·양양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15일, 12월19일 잃어버린 드론은 회수하지 못했고 사유 역시 ‘원인 미상’ 처리됐다. 군수품관리법에 따라 무인기가 소실되면 그 이유 등을 정확히 기록해 국방부에 신고해야 한다. 특검팀은 드론 2기 소실 경위와 사후 조사가 부실한 이유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국방부 감사관실은 평양·연천 등에서 발견된 드론과 동일 기종을 지난 1월22일 전수조사했다. 백령도는 북한이 지난해 10월19일 평양에서 ‘추락한 드론’의 동체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륙 지점이라고 발표한 곳이다. 윤 “평양에 무인기 보내라” 지시 의혹 특검 “V가 북 반응 좋아해” 녹취 확보 국방부는 드론사 예하 김포·백령도·연천·속초 가운데 백령도 대대는 방문 조사를 하지 않고 유선 조사만 했다고 한다. 장부에 기록된 내용과 재고 상황이 정확한지 현장에서 실물을 확인한 다른 부대와 달리 백령도는 보고받은 사진을 바탕으로 조사했다. 특검팀은 드론사 관계자를 소환해 ‘북풍 몰이’ 목적으로 평양 등에 드론을 보냈는지 여부와 소실 배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은 앞서 ‘평양 드론 침투’ 의혹과 관련 “김용대 사령관이 V(윤 전 대통령) 지시다. 국방부와 합참 모르게 해야 된다(고 했다)” “삐라(전단) 살포도 해야 하고, 불안감 조성을 위해 일부러 (드론을) 노출할 필요가 있었다”는 내용의 현역 장교 녹취록을 확보했다. 녹취록엔 당시 북한의 위협적 반응에 “VIP와 장관이 박수치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해서 사령관이 ‘또 하라’고 그랬다” “11월에도 무인기를 추가로 보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녹취록에는 “(무인기를) 의도적으로 (북한에) 노출할 생각이 있었지만 떨어뜨릴 생각은 없었다”면서도 “(무인기가 개조되면서) 기체 불안정성 때문에 추락에 대한 가능성은 항상 품고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또 “비행 자체에 대한 부담은 크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체 성능 자체가 안 되어서 손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도 했다. 군 측은 지금까지 평양 드론 침투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또 군은 작전에 사용된 드론 추락을 염려하기도 했다. 본래 설계와 다르게 자체 개조됐기 때문이라는 게 부 의원실의 판단이다. 외환 혐의 규명 필요 부 의원실이 지난 5월 국방과학연구소로부터 제출받은 ‘북 전단 무인기 비교 분석’ 자료는, 북한에 떨어진 무인기와 연구소가 드론작전사령부에 납품한 무인기와 유사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충격 방지를 위한 ‘랜딩폼’ 부품이 빠지고 전단 살포를 위한 전단통이 개조돼 붙어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애초 전단 살포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무인기 구조를 변경하면서 기체가 불안정해져, 전단 살포 시 추락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무인기는 소음이 너무 커서 군사작전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환 혐의는 지금까지 검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조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지난 1일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정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드론사 간부들이 줄소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검팀은 드론 평양 침투 외에도 외환 행위 고소·고발 사건과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전쟁 또는 무력충돌을 야기하려고 했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할 수 있다. 결국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통해 꼬리가 잡힌 ‘북풍 공작’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경찰이 노 전 사령관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수첩에는 비상계엄 당시 ‘수거(체포)’해야 할 명단이 적혔고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 시키는 방안” 등이 담겼다. 또 수첩에는 북한과의 접촉 방법도 “비공식 방법,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 접촉 시 보안 대책은?”이라고 구체적으로 적혔다. 북한이 날려 보낸 ‘오물 풍선 원점 타격’으로 전쟁 상황을 연출해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10월 정도로 기억하는데 김용현 전 장관이 ‘북한 오물 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 합동참모본부 지통실(지휘통제실)에 직접 내려가서 지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급박한 계획 변경 비상계엄 선포 뒤 노 전 사령관이 지휘하는 수사2단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직원 조사 임무를 맡기로 했던 김봉규 정보사 대령도 지난해 11월2일 경기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노씨가 “비상계엄 관련해서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고 “언론에 특별한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 말, 당시 해외 출장 중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에게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 하루 전날을 콕 집어 조기 귀국을 종용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두 인물의 검찰 수사 기록을 보면 계엄 9일 전이던 지난해 11월24일 일요일,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때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에게 자신이 곧 해외 출장을 간다는 사실을 알렸다. 문 전 사령관은 같은 해 11월25일부터 29일까지 대만 출장이 예정돼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노 전 사령관이 흥분하면서 화를 냈다. 그는 문 전 사령관에게 “이 중요한 시기에 무슨 해외 출장을 가느냐”며 “출장을 당장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문 전 사령관은 황당해하며 “이미 약속된 일”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노 전 사령관은 “늦어도 수요일 밤까지는 귀국하라”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수요일 밤’은 11월27일이다. 하루 뒤인 28일은 북한이 33번째 오물 풍선을 부양한 날이었다. 문 전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에 따라 실제 귀국 비행기표를 11월27일 수요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의 변수가 생기며 이날 귀국하지 못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북한 오물 풍선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무렵, 정보사 대령들에게 ‘오물 풍선 원점 타격’ 필요성을 언급한 사실도 확인된다. 김 대령은 검찰 조사에서 “노상원 전 사령관도 오물 풍선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내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해야 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방첩사, 비상계엄 당일까지 위기감 고조 합참, 북 원점 타격·대응 김 지시 거부 지난해 11월 초, 노 전 사령관은 김 대령과 문 전 사령관을 안산 상록수역으로 불러 앞서 지시한 인원 선발이 다 됐는지를 확인했다. 그는 이때도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면 우리가 원점을 타격하고 지원 세력을 타격할 수 있어서 너희가 임무 수행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이 같은 계획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의 32번째 오물 풍선 부양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17일 지상작전사령부에 “오물 풍선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시 경고 사격을 하고, 북한이 화기 도발을 하면 지체 없이 원점을 타격하도록 대응 계획을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수처는 박모 방첩사 대령의 진술로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이재학 방첩사 대령의 검찰 진술에도 “상황이 위중하니 부대에 위치해 있으라”는 얘기를 사령부로부터 들었다. 그는 “그전까지 북한 오물 풍선이 30여회 정도 떴는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오물 풍선이 국지전으로 확대될 수 있어서 사령관이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지난달 군사 재판에서 북한 오물 풍선 대응과 연결된 ‘국지전 시나리오’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3일 법원에 출석해 “그때 상황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면, 12월 1~2일쯤 사령관 되는 군인들이 가장 걱정한 건 북한 쓰레기 풍선이었다”며 “방첩사령관으로서 쓰레기 풍선에서 삐라가 떨어지는데 그걸 수거해 분석하는 게 방첩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군들은 북한 오물 풍선 때문에 뭔 일 터지는 거 아니냐 이런 걱정이 태반이었고, 걱정스러워서 (장군들과) 통화를 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러나 당시 합참은 김 전 장관이 내린 경고 사격 지시에 소극적인 입장이었고, 오히려 다른 방식을 김 전 장관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내부의 이 같은 기류는 합참에 파견된 박 대령을 통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됐다. 국지전 도발했다 반면 여 전 사령관은 북한 오물 풍선 대응 지침을 전파하는 방식으로 방첩사 내부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12·3 내란 사태 당일에는 “적 오물 풍선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라며 주요 간부들에게 준비 태세 확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