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꽃보직’ 계파전 내막

밥그릇 챙기려면 밥상부터…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최근 자유한국당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내년 총선에서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몸을 풀기 시작한 눈치다. 최근 상임위원장과 총선 요직을 두고 도사리고 있던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집안싸움’ 이면엔 더 깊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 지난 5일, 자유한국당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 도중 황영철 의원이 지도부서 의총을 비공개로 전환하려 하자 항의하고 있다.

국회엔 17개의 상임위원회와 7개의 특별위원회가 있다. 의원들은 법제사위, 국방위, 여가위 등 각자 전문 분야를 정해 위원회 활동을 하게 된다. 회사로 보면 사원의 부서 배치와도 같은 셈이다. 본회의에 올라갈 법안을 심사하기에 의원들의 주요 의정활동은 대부분 상임위서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상임위원회를 이끄는 위원장은 주로 3·4선의 중진 의원들이다. 보통 평의원 사무실은 본청 옆 의원회관 건물에 마련되는데, 위원장 사무실은 국회 관계자들에게 접근성이 더 좋은 본청에 마련된다. 지난해 상임위원장에게 지급됐던 특수활동비는 폐지됐지만 위원장에게 주어지는 혜택과 권한은 여전히 막강하다.

자리 눈치싸움
내부는 뒤숭숭

상임위원장은 국회법 제49조에 따라 위원들의 의사를 정리하고 질서 유지권을 발동할 수 있다. 이어 위원회의 의사 일정과 개회일시를 간사와 협의해 정할 수 있다. 이외에도 위원장은 위원들의 발언 기회와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의안 회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

단순해 보이지만 행간을 살피면 위원장이 본인의 입맛에 따라 회의를 ‘좌지우지’할 여지가 엿보인다. 여야의 이견이 있을 때 위원장이 결국 ‘조정자’의 역할로 나서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위원장 소속 정당의 의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6월 사개·정개특위의 활동 기한 연장 조건으로 두 특위 중 한 곳의 위원장 자리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이 맡기로 한 조건이 합의되자, 정개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이를 크게 우려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만약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한국당에게 넘겨주게 되면, 위원장이 본인의 권한으로 법안을 저지해 선거법 개정안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자유한국당)은 “각 상임위원회가 한국당과의 합의 없이 처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가 허용되는 한 해당 상임위로 다시 회부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법사위는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들에 대한 체계 및 자구 심사를 담당한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법사위에 회부된 법안을 법사위원장이 상임위로 다시 회부할 근거 조항은 국회법 어디에도 없다. 바꿔 말하면 법조인 출신인 여 위원장조차도 ‘월권’의 선을 알지 못할 정도로 법안 처리 과정서 위원장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상임위 등 요직 두고 계파 갈등 수면 위로
또 집안싸움?…지도부 리더십이 시험대에

예산과 직결되는 상임위원장은 의원들에게 단연 매력적인 자리다. 위원장이 되면 안건 조정이 가능해 지역구에 가져다줄 ‘선심성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지역구 의원들이 따낸 지역사업 예산금액은 의원 본인의 성적표와도 같다.

특히 한국당 박순자 의원이 맡고 있는 국토교통위원장은 상임위 중 ‘금싸라기’ 자리다. 국토교통부나 주택공사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철도·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지역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여의도서 국토위는 의원이 의원에게 쪽지 예산, 문자 예산 등의 방식을 동원해 로비하는 곳으로 통할 정도다.


최근 박 의원은 노른자 보직인 국토위원장을 뺏기지 않기 위해 버티기에 돌입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7월 후반기 원 구성 때 자당에 배정된 7개 상임위원장 중 다섯 자리의 임기를 쪼개 2명이 1년씩 번갈아 맡기로 했다. 당시 국토위원장은 박 의원과 한국당 홍문표 의원이 각각 1년씩 맡기로 했지만, 박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원장 사퇴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위원장의 자격인 3선 이상 의원들은 많은데 위원장의 임기는 2년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의원들끼리 위원장 자리를 1년씩 돌아가며 나눠 갖는 ‘쪼개기’ 편법이 생겼다. 하지만 이는 의원들끼리 만든 관행적 ‘룰’에 불과해 법적인 대응을 할 수단이 없다. 박 의원이 이 같은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박 의원은 “1년씩 자리 나누기에 합의한 바 없다”며 두 차례 입장문을 배포했다. 이에 홍문표 의원은 “박 의원의 몽니는 과욕을 넘어 당을 욕보이고 있다”며 비난했다. 당 지도부의 설득에도 박 의원이 물러서지 않자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다시 급물살을 탔다.

총선 대비
전초전 양상

결국 나 원내대표는 윤리위에 박 의원의 징계안을 회부했고, 당 윤리위는 지난 17일 징계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하지만 박 의원에게 사실상 징계 수위는 큰 의미가 없다. 상임위원장은 당직이 아닌 국회직이라 자발적으로 사임하지 않는 이상 강제로 뺏을 수 없는 자리기 때문이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토위원장이 매력적인 자리라지만, 박 의원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가진 당 지도부의 장악력까지 훼손시키는 큰 위험을 감수했다. 왜일까.

일각에선 박 의원의 버티기를 두고 지역구인 안산 단원을에 출마하려는 경쟁 상대가 당내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나를 잘라봐야 누가 할 사람 있겠냐는 마음일 것”이라며 “경쟁자가 있었다면 저렇게는 안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설사 당내 경쟁자가 나타나 공천 ‘학살’이 된다 해도 지역구서 박 의원은 지역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성적 좋은 학생’이다.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나와도 승산이 있다.

박 의원의 지역구인 안산에선 오는 8월 서울과 안산을 잇는 신안산선 착공식이 열린다. 신안산선 사업은 지역의 최대 숙원인 만큼 그때까지 버텨 유권자들의 민심을 사는 게 내년 총선에 더 유리할 거란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당내 지도부의 분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도 ‘미운 오리’는 잠깐이다.

내년 총선이 다가올 때면 당도 지역민들도 박 의원을 함부로 팽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선도 긴장
초선도 긴장


예결위원장 자리를 두고 일어난 당내 분란도 최근 논란이 됐다. 지난해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 당시 한국당 안상수 의원과 황영철 의원이 1년씩 돌아가며 예결위원장을 맡기로 했으나, 지난 3월 안 의원이 사임해 황 의원이 예결 위원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한국당 김재원 의원이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는 황 의원의 상황을 이유로 당내 경선을 요구했고, 지난 5일 황 의원이 결국 경선을 거부하면서 김 의원이 예결위원장에 당선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비박(비 박근혜) 복당파’인 황 의원보다 친박(친 박근혜)인 김 의원을 예결위원장으로 두려는 지도부의 속내가 반영됐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황 의원 역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리싸움이 시작되니까 계파 본색이 온전히 드러나는 상황”이라며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황교안 대표 체제 이후 잠잠했던 계파 갈등이 총선을 앞두고 다시금 불거진 계기가 된 셈이다.
 

▲ 국회 국토교통위워장인 박순자 의원

한편 지난 7일엔 당 지도부가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의 원장직 교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원장이 보건복지위원장을 겸직해 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김 원장은 지난 3월 당 중도층 확장을 위해 당 최고위원회와 여의도연구원 이사회 의결을 거쳐 원장에 임명됐다.

이후 김 원장은 당내 요직 중 유일한 비박계 인물로 취임 이후 차별화된 노선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선거 전략과 총선 여론조사 데이터를 주관하기 때문에 공천과 내년 총선을 위해 핵심 역할을 할 예정이다. 김 원장에 대한 갑작스러운 교체 시도를 두고 친박계가 총선 공천을 주도하기 위해 친박계 인물로 교체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한국당은 박맹우 사무총장, 민경욱 당 대변인,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등 당내 주요 요직은 모두 친박계 인물이 맡고 있다. 비박계서 “친박계가 남은 여의도연구원장까지 맡아 내년 공천을 좌지우지하려고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한국당 내 비박계 의원은 “공천 전략을 짜는 여의도연구원장과 공천을 집행하는 사무처가 같은 계파가 되는 것은 위험하다”며 “이 당이 일부 몇 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막강 권한을 잡아라!
무리로 움직이는 친박

일각에선 당내 주류를 형성한 친박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박계 축출에 노골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친박계 한선교 의원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해 공석이 된 사무총장 자리에 복당파인 이진복 의원이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당내 강성 친박 의원들이 탄핵 과정서 탈당했던 인사를 사무총장에 앉힐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해 결국 친박계인 박맹우 의원이 임명됐다.

박 사무총장은 “당 운영서 친박·비박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서 이번 일을 계파 갈등 프레임으로 보도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국당 내 계파 갈등은 당 내분을 일으키는 고질적 문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후 권한대행 출신인 황 대표와 친박의 지지를 등에 업은 나 원내대표가 당 지도부로 선출됐다. 태생적 한계가 여전한 상황서 당내 불협화음이 계속되자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도 금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사진 오른쪽)과 나경원 원내대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대규모 인적쇄신이 필요한 당 지도부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는 셈이다. 한국당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공천이 다가오니까 공천을 받겠다는 과정서 또 힘의 결집이 이뤄지는 것 같다”며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이 없다 보니 인물을 볼 때도 누구랑 가깝고 어느 캠프에 속해 있었고 이런 것만 본다. 그러니 자꾸 계파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앞서 홍준표 전 대표도 “당 지도부가 친박들이나 만나고 다니는 게 무슨 보수 대통합”이냐며 “친박 2중대로는 총선서 이길 수 없다”고 지도부를 비판한 바 있다.

당내 한 중진의원은 CBS와의 통화서 “상임위원장을 두고 밥그릇 싸움을 하다가 윤리위 회부까지 가는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다”며 “지도부가 뭘 하길래 뭉쳐도 모자랄 판에 이런 상황까지 오게 만드느냐”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지난달 한국당을 탈당해 우리공화당에 합류한 홍문종 공동대표도 보수 분열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홍 공동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현역 40명 이상이 추가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친박계의 재결집을 암시한 바 있다.

또 분열?
답 없나?

한국당이 저조한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대규모 친박계 공천 물갈이를 단행할 경우, 공천서 탈락한 이들이 우리공화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친박계와 각자도생하는 비박계의 행보가 앞으로 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계파 갈등은 더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총선을 위해서는 계파 갈등으로 보수가 분열했던 과거를 뿌리 뽑는 당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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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