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세버스연합회와 공제조합서 인사 비리 의혹은 고질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국토교통부 감사나 국회의원 기자회견서도 부정 채용·승진 의혹이 문제로 꼽혔다. 전세버스연합회와 공제조합의 내부 문제가 바깥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한 이때, 인사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와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공제조합(이하 공제조합)은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국토부는 3년에 한 번씩 이들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운영 상황을 살핀다.
감사했어도
문제 계속돼
지난 2015년 12월 국토부는 연합회와 공제조합에 대한 정기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당시 자체 감사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연합회와 공제조합은 시정 4, 주의 8, 통보 1의 행정조치와 고발 1명, 징계 2명, 경고 27명 등의 신분조치를 권고받았다.
첫손에 꼽혔던 지적사항은 ‘신규직원 채용업무 부당 처리’와 ‘승진 인사 부적정’ 문제였다.
국토부는 공제조합이 채용 과정서 전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부장 추천에 의한 채용의 경우 공채 방식으로 응시자를 모집해 서류전형 및 면접을 실시한 후 채용 예정 인원의 3배수 이상을 공제조합 본부에 추천해야 한다. 이 과정서 응시원서를 위·변조하거나 허위로 면접서류를 작성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공제조합은 2015년 직원 1명을 채용하는 과정서 모집공고도 하지 않았고, 채용공고를 한 것처럼 허위 문서를 만든 사실이 적발됐다. 심지어 허위로 ‘면접평가 의견서’를 만들어 직원을 선발했다.
국토부는 신규직원을 채용할 때에는 공제조합 ‘인사관리규정’ 12조(채용시험)에 따를 것을 지시했다. 또 사문서 등의 위조·변조죄, 업무방해죄 등이 성립되는 관련자에 대해 고발 조치하라고 명시했다. 신규직원 채용 관리를 담당한 팀장에 대해서는 ‘면직’ 처분하라고 요구했다.
직원 승진 과정도 적정하지 않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공제조합 인사관리규정 15조(승진의 원칙)에 따르면 직원의 승진은 근무성적평정, 경력평정 등 기타 능력의 실증에 의해 매년 하반기에 시행한다고 돼있다. 승진을 위한 최저근무기간(16조)도 명시돼있다.
국토부·국회의원 지적해도
연합회 ‘쇠귀에 경 읽기’
하지만 공제조합은 인사관리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전국 시·도 조합 소속 직원 26명의 승진을 단행했다. 국토부는 공제조합에 주의 조치를 내리고 직원 승진 업무를 소홀히 한 관련자를 경고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국토부의 지적사항은 지난해 10월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재차 지적할 때까지 시정되지 않았다. 당시 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던 이병철 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국토부 감사 이후 적정한 채용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않았던 것.
당시 윤 의원과 공제조합 노조, 사무금융연맹, 민생경제연구소, 육운공제 노조협의회는 공제조합의 친인척, 자녀 특혜 승진, 인사갑질 등을 비판했다. 국토부는 신규직원 채용에 관여한 관련자에 대한 해임 등의 징계를 요구했지만 공제조합은 자체 운영위원회를 열어 관련자에 대한 권고사항을 무시하고, 징계 내용을 경고로 바꿔 이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공제조합 운영위원장은 이병철 회장이었다.
국토부 감사, 국회의원과 노조의 기자회견에도 공제조합은 ‘마이웨이’를 유지했다. 지난해 12월 11대 연합회 회장 선거서 선출된 이 회장의 불법선거 관련 소송 과정서도 채용문제는 불거져 나왔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11일 이 회장에 대한 직무대행자선임가처분 소송서 이 회장이 연합회장으로서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최소 4명의 직원이 적정한 채용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공제조합에 입사했다.
그때도 지금도
같은 회장님
연합회 광주조합 이사장 A씨의 딸, 상주경찰서 관할 전 파출소장 B씨의 아들 등은 서류전형을 거치지 않았고, 상주시청 세정과 직원 C씨의 딸은 아예 채용절차 없이 공제조합 직원이 됐다. 전북조합 이사장 D씨의 조카는 연령제한 등 명백한 결격사유에도 불구하고 채용됐다. 여기에 전 국회의원의 보좌진 출신 E씨도 채용 비리 의혹을 받고 있다.
한 공제조합 관계자는 “적어도 상주시청 공무원의 딸, 상주경찰서 관할 전 파출소장의 아들, 전 국회의원의 보좌진 등은 채용과정서 이 회장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2004년부터 연합회 경북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고, 경북 상주에 본사를 두고 여러 사업을 하고 있는 이 회장과의 친분관계가 직원 채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공제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상주시청의 현직 공무원 C씨는 이 회장과 초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해당 초등학교 총동창회 부회장을 함께 맡은 적이 있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2012년 7월 C씨가 1년간 상주 서울사무소장으로 발령받았을 당시 연합회 사무실에 찾아와 이 회장과 수차례 만났다고 주장했다.
공제조합 관계자는 2013년부터 이 회장을 수행한 공제조합 직원의 업무일지를 근거로 들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업무일지는 공제조합 직원 임모씨가 2013년 1월2일부터 2019년 1월28일까지 기록한 업무내용으로 빼곡했다. 그는 개인적인 일과 회사 일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한 일을 시간대별로 매일 꼼꼼히 기록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를 만났다면 시간과 장소, 동행인, 머무른 시간 등을 적는 식이다.
임씨는 “2010년 입사 후 선배가 ‘업무일지를 쓰면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해줬다”며 “이전에는 손으로 썼지만 2013년부터는 컴퓨터에 기록했다. 검색을 쉽게 하려고”라고 말했다.
6년간의
업무기록
임씨의 업무일지서 C씨는 ‘소장님’으로 지칭되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 5월21일 ‘18:00 회장님과 소장님, 전무님, 부장, 과장 식사하러 가심’, 2013년 6월14일 ‘11:20 회장님, 소장님, 부장님 수행-법무법인 KR 방문’, 2013년 6월27일 ‘17:30 회장님 수행-국회: 헌정기념관 15분 정도 있다가 KBS홀 이동-소장님 뵘’ 등이다.
C씨의 딸은 2013년 7월9일 어떤 채용절차도 거치지 않고 연합회 총무과 직원으로 첫 출근했다. C씨의 딸이 채용된 이후에도 2013년 7월13일 ‘17:00 상주 수정정비 도착해서 수행 완료-소장님 계심’, 2013년 7월18일 ‘11:15 사무실 복귀 김상배 변호사님 및 소장님(박카스 사오심) 오심’ 등에서 C씨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C씨의 딸은 2013년 12월20일 공제조합에 최종적으로 채용됐다.
상주시청 관계자는 C씨가 현재 출장 중이라고 전했다.
상주경찰서 관할 전 파출소장 B씨의 아들은 2014년 8월25일 서류전형 없이 면접만 보고 채용됐다. 2016년 퇴임한 B씨 역시 임씨의 업무일지에 등장한다.
2018년 9월12일 ‘16:20 eq900 타고 서울역 출발-회장님, 전무님, ○○○씨 아빠(B씨) 만나서 양평동 또순이네 식당으로 이동’, 2018년 12월 ‘16시 혼자 eq900 차량을 운전해서 서울역 가서 B씨(이름) ○○○○○○(전화번호) 사무실까지 모셔옴-사무실에서 회장님 픽업해서 양평동 또순이네 식당 이동: 내 카드 없어서 가져 옴’ 등이다.
당시 이 회장은 업무상 횡령 고소 사건으로 영등포 경찰서서 조사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임씨는 이 회장이 “수사 과정서 B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뉘앙스로 말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이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수사 관련 도움을 준 사실은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아들의 채용 문제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변했다.
회장 개인회사, 상주에 본사
지역 유지들 업무일지에 담겨
철도부품업체로부터 1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2015년 11월 의원직을 상실한 자유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조현룡 전 의원의 보좌진 중 1명도 공제조합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해당 직원의 채용이 전세버스 총량제 도입을 위해 노력했던 조 전 의원에 대한 보은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조 전 의원은 2013년 10월 현행 전세버스 등록제의 총량제 전환을 골자로 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세버스연합회는 당시 과잉공급 문제와 경영여건 개선 등을 위해 면허제 또는 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13년 1월 처음 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 회장도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서 “현재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는 전세버스운송사업을 면허제 또는 총량제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도 전세버스운송사업은 등록제로 유지되고 있다.
조 전 의원의 비서관 출신으로 알려진 E씨는 2016년 8월25일 공제조합 4급 일반직으로 채용됐다. E씨는 서류전형 없이 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공제조합 인사관리규정에 따른 결격사유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제조합 규정 11조(결격사유) 2항에 따르면 “직원으로 채용되는 자의 최고 연령은 3급 이상은 45세, 4급 이하는 35세로 한다. 다만 공제조합 업무 수행상 인사권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돼있다. 인사권은 연합회 회장(당시 이병철 회장)이 갖고 있었다.
보은·낙하산
대체 어디까지?
공제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E씨가 입사할 당시 나이는 40세(1977년생, 만39세)였다. 35세로 제한된 4급 일반직에는 입사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E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접촉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 회장 역시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임씨 업무일지에는… ‘국토부’ ‘가짜’ 등장
<일요시사>가 입수한 560장 분량의 업무일지에는 ‘국토부’라는 말이 423번 등장한다.
주로 업무에 관련된 내용이지만 간간히 식사를 했다는 부분도 발견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가짜’라는 단어가 73번에 걸쳐 나온다는 점. ‘
가짜 영수증’ ‘운송수익 관련 가짜 데이터 작업’ 등 의심스러운 대목이 수차례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