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붉은 수돗물’ 주의보

인천 찍고 서울·안산까지 ‘공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인천서 불거진 붉은 수돗물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수도꼭지를 틀면 쏟아지는 적수에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실제 주민들의 불편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 붉은 수돗물 사태와 관련해 고개 숙이는 박남춘 인천시장 ⓒ인천시

지난 530일 인천 서구 검암, 백석, 당하동 지역의 가구와 학교 등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붉은 수돗물 현상은 나흘 후 중구 영종도에 이어 보름 후 강화도까지 번졌다. 주민들은 씻고 먹을 물을 구하기 위해 생수를 구입해야 했으며 학교급식까지 중단되면서 학생들도 피해를 입었다.

100% 인재

최근에는 인천을 넘어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경기도 광주시, 안산서도 붉은 수돗물 민원이 접수됐다. 피해 지역이 인천을 넘어서 조금씩 확산되는 모양새다. 다른 지역 주민들도 붉은 수돗물 현상이 나타날까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붉은 수돗물 현상에 대한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지지부진해 주민들의 불만은 폭발 상태다.

인천시는 지난 6일부터 환경부·한강유역환경청·국립환경과학원·한국환경공단·수자원공사·학계 전문가 등 4개 팀 18명으로 구성된 조사반을 꾸려 원인 규명에 나섰다. 이후 붉은 수돗물 현상이 불거진 지 19일째가 돼서야 정부 차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18일 환경부는 붉은 수돗물 현상의 원인을 무리한 수계전환으로 진단했다. 원래 공촌 정수장서 영종 지역으로 수돗물을 공급할 때는 물이 흐르는 방향 그대로 보내는 자연유하방식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번 수계전환에선 평소보다 2배 강한 유속을 이용해 물의 흐름을 역방향으로 바꿔 공급했다.


일반적으로 역방향 수계전환을 하려면 흔들림이나 충격 등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이물질 발생 여부도 확인해 정상 상태가 됐을 때 공급량을 늘리는 게 원칙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이번 수계전환은 불과 10분 만에 이뤄졌다.

환경부는 탁도계마저 고장 나는 바람에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서 흡수정의 이물질이 사고 발생 이후 지속해서 정수지, 송수관로, 급배수관로, 주택가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또 수도관의 높고 낮음을 판단할 수 있는 지도가 없어 배수지점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체계적인 방류가 지연된 점도 사태 장기화의 원인으로 꼽았다.

무리한 수계전환 때문에 …
식수 부족·급식 중단 사태

조명래 환경부장관은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서 인천의 붉은 수돗물 현상이 100% 인재라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인천의 내구 연한이 지난 노후화된 관은 14.5%로 전국 평균 수준이라며 아무 생각 없이 수계전환을 한 담당 공무원의 매너리즘 때문에 (붉은 수돗물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탁도 등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부유물질을 빼내는 것도 예상 가능한데 그 모든 것을 다 놓쳤다”며 현장서 담당자들이 제대로 답을 못할 뿐 아니라 숨기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현장에 다녀온 뒤 인재를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남춘 인천시장은 붉은 수돗물 사태가 발생하자 고개를 숙였다. 박 시장은 지난 17사태 초기 적극적인 시민 안내와 대응이 미흡했다피해 초기 적수나 탁수가 육안상 줄어드는 과정서 수질검사 기준치에만 근거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주민에게 설명해 불신을 자초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모든 상황을 대비한 철저한 위기대응 매뉴얼을 준비하지 못한 점, 초기 전문가 자문과 종합대응 프로세스가 없었던 점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상수도본부장과 공촌 정수사업소장의 직위를 해제한 상태다.
 

▲ 녹물이 나오고 있는 수돗물 ⓒMBC

환경부는 지난 24일 인천 수돗물 수질검사 결과를 1차로 공개했다.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한국수자원공사 등으로 구성된 안심지원단은 지난 22일부터 인천 서구, 중구 영종도, 강화도 지역 정수장·송수관로 등 급수계통과 아파트, 공공기관 등 38곳서 수돗물을 채취해 수질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수돗물을 실제 사용하는 아파트나 공공기관 등의 탁도가 급수계통보다 높게 나왔다. 안심지원단에 따르면 급수계통에 대한 단계별 청소 효과가 실제 가정에 도달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이번 수질검사서 망간, , 탁도, 증발잔류물 등 13개 항목은 모두 먹는 물 수질 기준을 충족했다고 전했다.

수질 문제는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주민들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실제 붉은 수돗물 사태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피부질환 및 위장염 환자가 137명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서구, 중구 영종도, 강화군에서 피부질환 환자는 103, 위장염 환자는 34명 등 모두 137명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담당 의사나 간호사 등이 이 같은 질환이 수돗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응답한 환자들이다. 인천시는 지역보건소를 통해 지역 의료기관 182곳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하지만 환자들이 보상을 받기까지는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부질환 등이 수돗물로 인한 것이라는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님 직접 사과했지만 …
민심 악화 주민소환 검토

해당 지역의 민심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붉은 수돗물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인천 서구와 중구 영종도 주민들은 박 시장과 관할 구청장들에 대한 주민소환을 검토 중이다. 영종지역 주민단체인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는 지난 26일 주민소환대책위원회를 꾸려 소환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붉은 수돗물 현상이 전국 각지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 아파트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 데 대해 노후 상수도관 138를 긴급 교체하기로 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붉은 수돗물 현상의 원인을 낡은 상수도관 문제로 추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1984년 이후 교체되지 않은 노후 상수도관 175중 재개발지역을 제외한 138를 연내 교체하겠다밝혔다. 서울시내 총 상수도관은 13571에 달한다.
 

▲ 붉은 수돗물 사태로 집회에 나선 인천 시민들

민관합동조사관은 노후배관과 배수관의 끝부분에 쌓인 퇴적물이 수돗물을 혼탁하게 만들어 이번 붉은 수돗물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에선 검은 이물질이 섞인 붉은 수돗물이 나오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증폭됐다. 안산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25일 고잔1동 일부 주택서 음용이 어려워 보이는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잇따라 접수됐다. 피해 가구는 1900여가구에 달했다.


그래도 불안

안산시는 4시간여의 작업 끝에 이물질이 섞인 수돗물을 모두 빼낸 뒤 실시한 수질검사 결과 모두 적합 판정이 나왔다며 주민들에게 사용해도 된다고 통보했다. 주민들은 안산시의 통보에 따라 수돗물을 정상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안산시도 빠른 시간 안에 원인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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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