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체 세정 협력사와 무슨 일이?

10년 우정 한순간에 ‘와르르’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패션업체 세정이 지난 10년간 동고동락한 협력업체와 대금 지급과 관련해 법정 다툼을 벌일 모양이다. 하청업체에 불합리한 하도급 계약을 종용하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협박하며 일을 부려왔다는 것이 협력사 측 주장. 이 과정서 개인의 채무변제를 법인인 협력사에 강요한 것 등을 두고 세정과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김보경 현진어패럴 대표는 세정과 박순호 회장의 갑질로 파산위기에 처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현진어패럴은 세정과 2008년부터 2019년까지 12년 동안 거래해왔다. 그동안 현진어패럴은 세정으로부터 하도급 대금을 부당으로 감액하고 19억77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또 12년간 샘플의류 제작비를 단 한 번도 지급받은 적이 없어 피해 금액은 6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일방적 감액?

김 대표의 주장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2년 세정은 부당감액하는 것이 문제될 것을 우려해 회사의 통장과 도장을 가져가 자신들이 입출금을 처리하며 돈을 마음대로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2014년 이후에는 회사가 급격하게 어려워지자 공문, 각서, 편지 등을 강요하면서 충성서약을 서면으로 남기게 하고, 이를 담보로 돈을 몇 차례 차입해줬다. 그러나 은행, 사채 등의 이자가 불어나 차입을 받아도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받지 못한 돈은 계속 불어나 일부 차입금을 가지고는 이자를 막기도 버거웠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2018년 말 현진어패럴이 도산위기에 몰리자 박 대표는 김 대표의 딸 집을 저당잡아 4억원을 대여, 매달 이자를 받아갔고 2개월간 이자가 밀리자 곧바로 경매에 넘겨버렸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세정에 부당하게 가져간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고 샘플비를 청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거래중단 공문이었다. 

현진어패럴이 마땅히 받아야 할 납품대금의 일부를 세정이 주지 않았던 배경에는 박순호 회장과 김 대표의 친오빠 사이에 발생한 채무관계가 얽혀 있다. 부산서 봉제공장을 운영하다 브랜드 론칭을 한 김 대표의 친오빠는 세정 박 회장에게 15억원을 빌렸다.
 

▲ ▲

하지만 해당 회사는 부도가 났고, 박 회장은 투자금액만큼 손실을 입었다. 

문제는 김 대표가 친오빠의 채무를 인수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이 개인 간 투자관계서 비롯된 채무변제를 법인인 현진어패럴이 대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서 비롯됐다. 현진어패럴에 따르면 당시 세정은 이 같은 채무변제 불응 시 거래 중단 및 대금결제를 막겠다는 협박을 불사했다. 

김 대표는 “여태껏 친오빠의 채무인수에 관해 서류상 작성을 한 적이 없다”며 “이 같은 부당한 계약 관계에 관해 그동안 수십 번도 더 세정 측에 호소했지만, 동생인 제가 대신 변제하지 않으면 작업 중인 옷들을 받지 않을 것이며, 나가야 결제할 대금도 모두 막겠다는 협박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2008년 1월 세정으로부터 첫 수주를 한 이후 이미 다음 수주작업을 진행 중이었던 현진어패럴은 그대로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는 우려와 투자한 금액의 3~4억원가량만 대신 갚아주면 없던 일로 하고 계속 하청을 주겠다는 박 회장의 약속에 세정이 주는 대로 납품대금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현진 “갑질로 파산위기 처했다” 억울함 호소
세정 “허위사실 명예훼손” 법적 공방 불가피


그러나 이후 박 회장은 나머지 빚까지도 다 갚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현진어패럴은 현재까지 12억원가량의 납품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오히려 세정서 선결제금을 받거나 사채까지 끌어다 쓸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려야 했다. 

김 대표는 “승계한 적 없는 채무변제 명목으로 12억원가량을 일방적으로 세정에 뺏겼다”며 “간신히 유지해왔던 사업마저 최근 더 어려워지면서 직원의 절반 이상은 퇴사를 시켰고, 국세·지방세 체납에 외주업체 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압류 소송마저 받으며 회사는 부도 직전에 놓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세정은 박 회장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갑질을 행사하며 갈취를 일삼았다. 

김 대표가 주장하는 세정 임직원들의 갑질은 여러 가지다. 재무팀 회식에 사용한 발렌타인 30년산 고급양주 값과 임원 골프비·술값을 대신 결제했고, 임원의 부인이 운영하는 의류매장의 상품을 사라고 강요당했으며, 임원의 모친을 명목상 신청인의 회사 직원으로 등재한 후 매월 급여명목으로 금전을 갈취해갔다.
 

이 같은 현진어패럴 측 주장에 세정은 김 대표가 친오빠의 채무를 인수했다는 것을 거래 계약상 명시해놓은 것은 없다면서도 지난 10여년간 채무변제와 관련해 김 대표가 직접 협조문 등을 작성해 보내는 등 충분히 채무인수 의사를 밝혀왔다고 반박하고 있다. 

세정 측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그동안 김 대표는 박 회장이나 회사 측에 자필 편지와 협조문을 보내 채무변제에 대한 의사를 전달하고 밝혀왔다”며 “무려 10년이 넘는 동안 채무변제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갑자기 내용증명 등을 통해 채무인수 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미수금채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법무법인에 의뢰해본 결과 이 같은 현진어패럴 측 요구사항에 대해 이행해야 할 어떤 법적 의무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세정은 오히려 현재 현진어패럴서 선결제금을 받아간 뒤 물품을 제때 납품받지 못한 금액이 16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사는 채무인수 여부뿐 아니라 이 같은 거래내역을 두고도 입장이 확연히 달라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세정 관계자는 “현진어패럴은 회사 운영이 더욱 어려워지자 그동안의 ‘부채로 상환한 금액’에 대해 세정그룹이 ‘납품대금을 모두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둔갑시켜 미수령 금액이라 주장하고 있다”며 “‘물품대금의 일부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부채를 상환한 것이라는 분명한 증거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증거들은 언제든 공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반된 주장

세정 측은 “기업의 행보에 대한 사회적 감시 분위기 속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당사와 관련된 대리점 및 협력업체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며 “현진어패럴의 채무 상환금액에 이자까지 붙여서 돌려달라는 적반하장식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어서 법적 대응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현재 세정에 대해 조정절차에 돌입했다. 세정은 현진어패럴을 대상으로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형사고소와 민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