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수 ‘은파교회 살생부’ 미스터리

목사님만 아는 내용이 저주 편지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살생부에는 죽이고 살릴 이름이 담긴다. 일반적으로 살생부는 권력을 가진 사람의 전유물로 사용됐다. 지방의 대형교회 장로들이 어느 날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자신과 가족들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죽는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살생부가 집으로 배달된 것이다.
 

▲ 여수 은파교회 장로들이 받은 편지들

20117월 말8월 초경 여수 은파교회 소속 4명의 장로에게 각각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우편보다는 이메일, 이메일보다는 스마트폰 메시지가 훨씬 보편화된 시기였다. ‘보내는 사람받는 사람이 적힌 전형적인 편지봉투에 250원짜리 우표가 붙어 있는 평범한 편지였다.

컴퓨터로
타이핑한

날씨가 몹시 더웠습니다.” 서정호 아름다운교회 장로는 편지를 받던 때를 떠올렸다. “기분이 몹시 이상했습니다.” 편지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도 설명했다. “내용을 보고는 심장이 두근거려서 혼났습니다.” 서정호 장로는 8년 전 편지를 읽고 난 뒤의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한 듯 몸서리쳤다.

서정호 장로는 편지봉투와 편지를 복사한 종이를 내보였다. 손때가 잔뜩 묻은 원본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당시 받았던 편지봉투와 편지를 8년 넘게 보관 중이었다. 언젠가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을 찾아 벌을 주겠다는 일념이 엿보였다.

편지봉투의 수신인과 발신인을 적는 부분에는 컴퓨터로 타이핑한 종이가 붙어 있었다. 장로들이 받은 편지의 보내는 사람에는 은파교회 사망추진위원’ ‘은파교회 사망 추진위원회’ ‘은파장사추진위원’ ‘은파사망추진위원’ ‘은파교회 장사추진위원등과 같은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서정호 장로는 사망(死亡)이나 장사(葬事) 같은 죽음과 관계된 말로 만든 단어를 보내는 사람으로 한 것부터가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받는 사람에는 장로 4명의 주소와 우편번호가 정확히 기재돼있었다. 서정호 장로 외에 서모 장로, 김모 장로, 박모 장로 등 당시 은파교회에 다니고 있던 장로 4명이 23일 간격으로 각각 23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 내용은 편지봉투서 수신인과 발신인을 처리한 것처럼 컴퓨터로 타이핑한 종이를 붙이는 방식으로 작성돼있었는데 편지 어디서도 직접 쓴 손글씨는 찾아볼 수 없었다.

2011년 장로 4명 편지 받아
자신과 가족 죽음 등 음해

편지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는데 일단 제목부터가 살생부였다. 장로와 가족의 이름을 써놓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죽는지 적혀 있었다. 밤길을 조심하라는 등의 당부(?)도 포함됐다. 서정호 장로는 편지에는 나와 가족들을 향한 저주와 악의가 가득했다고 표현했다.

○○(이름) 2015.7.19. 이전 사망(공갈 협박 무고 타교회로 도망가라). 부인 2018.8.25. 이전(지병 및 교통사고). 언제 어디서 행동 조심. 차 운전 조심. 밤길 조심. 가족 전체 꼭 집에만 있어라. 그리고 일 년 이내 당신 운명. 부인부터.

서종호(서정호의 오타로 보임) 2013.7.17. 이전 사망. 지병으로 사망. 부인 권사 2018.8.15. 이전 사망. 교통사고 및 지병으로 병원생활. (초등학교 옆 당초 은파교회 건축 후 교회 이관 약속할 것. 한 자녀 이혼 또한 자녀 결혼 못 함) 언제 어디서 행동 조심. 차 운전 조심. 밤길 조심. 가족 전체 꼭 집에만 있어라. 그리고 일 년 이내 당신 운명. 부인부터.


○○(이름에 오타 있음) 2015.4.5. 이전 사망. 돌산에서 교통사고 사망. 부인 권사 2014.3.12. 이전 사망. 지병으로 사망. 황금 알기를 돌가치(같이) 타교회로 도망가라. 교회 분열대역제(). 고목사 수십억 꼭 발표할 것. 또 안○○ 장로 것 꼭 수사 후 발표(당신이 교회 장부 경찰서 유출). 언제 어디서 행동 조심. 차 운전 조심. 밤길 조심. 가족 전체 꼭 집에만 있어라. 그리고 일 년 이내 당신 운명. 부인부터.

○○ 2017.2.17. 이전 사망. 부인 권사 2019.4.17. 이전 사망. 협박 및 공갈 자녀 타교회로 도망(부인 지병으로 사망하고 딸도 결혼 전 사망). 은파교회 사망 추진위원회 일동. 은파교회 장사추진위원회 일동. 언제 어디서 행동 조심. 차 운전 조심. 밤길 조심. 가족 전체 꼭 집에만 있어라. 그리고 일 년 이내 당신 운명. 부인부터.

이름 틀리고
맞춤법 안 맞고

편지는 장로와 그 가족들에 대한 개별 정보, 공통 내용(언제 어디서~부인부터)으로 구성됐다. 이름이나 맞춤법 등 군데군데 오타가 보였다. 서정호 장로에 따르면 일부 편지봉투에는 이름을 틀리게 적은 것도 있다. 그는 이런 오기된 이름이나 틀린 맞춤법 모두가 의도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편지를 받은 몇몇 장로는 당시 은파교회서 시무장로를 맡고 있었다. 장로는 개신교 교회서 목사를 도와 교회 운영에 참여하는 평신도 중 최고의 직급이다. 시무장로는 재정·감사 등 교회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한다. 은파교회는 등록 교인 수가 3000여명에 이르는 여수 지역의 대형교회. 누가 이 교회 장로들에게 저주의 편지를 보낸 걸까.
 

▲ 여수 은파교회 고만호 목사

몇몇 장로들은 고만호 은파교회 담임목사를 의심했다. 고 목사에게만 말한 정보가 편지에 쓰여 있었다는 것이다. 한 장로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께 들어온, 평생 좌우명처럼 삼았던 말을 고 목사에게 한 적이 있다그 말을 한 다음 날 그 내용이 담긴 편지가 도착했다고 말했다.

서정호 장로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그 시기에 집안에 자녀와 관련해 좋지 않은 일이 있었다. 크게 고민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고 목사에게 털어놓으면서 기도를 부탁했다그런데 그 내용이 편지에 적혀 있어 놀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받은 편지를 들고 고 목사를 찾아가 이런 짓을 한 사람을 반드시 찾겠다고 말했는데 그 이후로는 편지가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서정호 장로 등은 편지를 증거로 발신인을 찾아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도 편지를 보고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단순 협박이라고 보기엔 장로 개개인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고 저주의 수위도 높아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에도 불구하고 발신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서정호 장로에 따르면 경찰은 발신인을 확인하기 위해 편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냈다. 하지만 편지에는 장로들 외의 다른 지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편지봉투 소인에 찍힌 우체국에는 공교롭게도 CCTV가 없었다. 해당 우체국은 은파교회와는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 지역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CCTV 없는
먼 우체국

저주의 편지를 받은 4명의 장로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은파교회가 새 교회를 건축하는 과정서 발생한 비리를 고발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사건은 교회 건축을 맡은 건축업자가 낸 헌금이 감쪽같이 사라진 일에서 시작됐다.


은파교회는 2007~2009년 사이 새 교회를 건축했다. 공사비는 교인들의 헌금 등으로 충당됐다. 문제는 공사를 하게 된 건축업자 A씨가 2년여 동안 건축헌금 명목으로 은파교회에 납부한 돈이 당시 건축위원장이었던 안모 장로에 의해 증발했다는 점이다. A씨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건축헌금 명목으로 9차례에 걸쳐 안 장로에게 준 돈은 21000만원에 이른다.

이런 사실은 은파교회 소속 노모 장로가 A씨를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알게 됐다. 노 장로는 서정호 장로에게 안 장로의 횡령 사실을 알렸고, 서정호 장로는 은파교회 재정부장 등을 통해 사실을 확인한 후 고 목사에게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변화가 없자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안 장로를 고발하기에 이른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안 장로의 계좌와 안 장로 아내의 계좌에 현금으로 1000만원, 1000만원, 2000만원 등을 입금하는 식으로 총 21000만원을 줬다. 또 현금으로 4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이 돈은 안 장로 개인 채무를 변제하거나 안 장로의 아들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쓰였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20126월 안 장로의 횡령 혐의에 대해 징역 8,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과수에 보냈는데 지문 없어
건축비리 고발 시점과 비슷해

횡령 혐의로 실형을 받은 안 장로는 은파교회서 출교 조치를 당했지만 현재는 다시 돌아와 시무장로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파교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안 장로는 다른 것도 아니고 교회 헌금을 가지고 장난쳤다그런데도 다시 시무장로로 복귀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의아해했다.

이후 서정호 장로 등은 교회 건축비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했다. 이 과정서 교회 건축비가 3배 이상 부풀려진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 은파교회 재정 감사였던 서정호 장로는 최초 건축비는 67억원 상당이었는데 고발 당시 교회 장부를 확인해보니 건축비는 215억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서정호 장로 등은 건축위원장이었던 안 장로·고만호 담임목사 등을 업무상 배임, 사문서 변조, 변조 사문서 행사, 재물손괴,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특히 고 목사는 당시 교회 사무장이었던 홍모씨에게 교회 건축공사와 관련된 계약서와 지출결의서, 금전출납부 등을 파쇄하도록 지시해 재물손괴 및 증거인멸의 혐의를 받았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2009724일 고 목사가 관련 서류를 불에 태우도록 홍씨에게 지시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교회와 교인들의 안정을 위해 교인들의 동의를 얻어 서류를 파쇄했다는 고 목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했다.

한 은파교회 교인에 따르면 고 목사는 교인들 앞에서 교회 건축공사 관련 서류 등 회계장부를 법궤에 비유하면서 법궤가 세속에 나올 수 있는가. 태워버리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법궤는 하나님의 법, 곧 십계명을 새긴 돌판이 보관된 궤를 말한다. 법궤 안에는 십계명 외에도 만나(하나님이 내려준 양식)를 담은 항아리와 아론(모세의 형)의 싹이 난 지팡이 등이 보관돼있다고 전해진다.

비리 고발에
앙심 품었나?

서장호 장로는 은파교회의 새 성전은 교인들의 헌금으로 지어졌다. 건축비가 3배 이상 부풀려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인들의 불신이 높아졌다. 교회의 재정 감사로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고 목사 등을 고발했지만 법의 심판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파교회 설립자로서 교회 정상화를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지만 돌아온 건 저주가 가득 담긴 편지뿐이라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초 제보자 입 막기 정황? “잠깐 멀리 떠나 있어라”

건축헌금 횡령 의혹과 건축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던 무렵, 최초 제보자로 알려진 노모 장로에게 고만호 목사가 1억원을 건넸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 장로의 입을 막기 위해 1억원을 지급했다는 의혹이다.

실제 당시 은파교회 재정부장이었던 김모 장로는 고 목사의 지시로 노 장로에게 돈을 집행했다고 말했다. 새벽 기도를 하던 중 고 목사에게 교회 강단 뒤편 작은 방으로 불려가 노 장로에게 1억원을 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것.

명목은 선교비였다. 노 장로에게 여수 지역을 떠나 선교활동을 하라는 명목으로 1억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노 장로 역시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파송 선교비로 받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노 장로는 선교사도 아니었다. 다시 말해 선교비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설사 자격이 됐다 해도 1억원씩 선교비를 주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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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