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베트남 수출’ 보트 스캔들

한 배에 사공은 두 명 ‘누가 훔쳤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베트남 국영기업과 거래하던 한 중소업체의 일감이 뚝 끊겼다. 만들지도 않은 상품이 업체의 로고를 달고 수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뢰가 깨졌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눈 뜨고 코 베였다고 주장했다. 베트남서 수주받은 물량을 다른 업체 대표가 가로챘다는 것이다.
 

▲ 베트남 국영기업과 거래하던 한 소형보트 업체의 일감이 끊겨 논란이 되고 있다.

물품 거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망가진 신뢰는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해외 업체와의 거래서 문제가 생기면 국가 이미지도 타격을 입는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거래에 앞서 공인된 기관의 검증을 거쳐 발급된 문서를 주고받는 이유다.

중간에 슬쩍∼
가로채기 의혹

경남 김해 소재의 소형보트 제조업체인 송연부산보트(이하 송연보트)2017년 날벼락을 맞았다. 현지 에이전시 ‘P를 통해 베트남 국영조선소에 소형보트 4대를 납품한 직후였다. 송연보트 로고(SBB)가 붙은 보트가 4대 더 베트남에 들어와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P에이전시는 송연보트를 향해 이중계약을 한 것이냐고 펄펄 뛰었다. 하지만 당시 송연보트는 추가 물량을 만들던 중이었다. 완성되지도 않은 보트가 베트남에 들어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송연보트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송연보트 관계자는 “국가 망신입니다, 망신” “눈 뜨고 코 베였습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송연보트가 베트남 국영조선소에 납품하기로 한 보트는 총 10. 그중 4대는 송연보트서 제작됐지만 나머지 4대는 전혀 다른 업체를 통해 베트남에 수출됐다.


사건의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연보트는 선박 임대·수리, 선박 구성품 제조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베트남 국영조선소와의 거래는 수년 전에 시작됐다. 송연보트가 수출한 보트를 P에이전시가 베트남 국영조선소에 납품하는 구조다.

2013년 송연보트는 P에이전시로부터 물품 제작 요청을 받았다. 베트남 정부서 세관감시용으로 사용할 소형보트를 만들어달라는 요구였다. 송연보트는 기동성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세관감시정 제작에 뛰어들었다.

송연보트는 배를 직접 만들어본 경험이 없어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을 해야 했다. 송연보트 관계자는 선박 제조 업체를 찾는 과정서 길바닥에 버린 돈만 해도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설계 과정서 삐끗하는 등 시행착오도 숱하게 겪었다.

베트남 국영조선소에 납품 물품
업체도 모르게 또 다른 보트가?

그러다 선박 제조업체 A사의 관계자를 알게 되면서 제작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송연보트는 A업체와 용역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보트 만들기에 돌입했다. 20175월 송연보트가 설계한 보트 도면은 P에이전시와 베트남 국영조선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모델명, 이른바 보트의 이름인 ‘RIB-550DX’를 상표 출원해 등록까지 마쳤다. 이 모델명은 베트남에도 등록됐으며 검증도 진행했다. 송연보트는 RIB-550DX 보트를 포함한 2가지 제품에 대해 한국선급의 검증 과정을 거쳤다.

한국선급은 선급업무를 진행하는 선급단체로 해상서 인명과 재산의 안전을 도모하고 조선, 해운 및 해양에 관한 기술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이다. 정부로부터 인정받은 우리나라 유일의 선박 검사대행 기관이기도 하다.
 

▲ ‘550DX-006’ 송면보트는 ‘550DZ-004’까지 납품했다.

RIB-550DX 보트는 제조 성능, 도면, 사용원재료, 스피드 검사 등을 받았다. 한국선급 관계자가 직접 제작 현장에 나와 재료를 낱개로 체크하는 등의 방식으로 검증이 이뤄졌다. RIB-550DX 보트는 해당 검사를 모두 통과해 한국선급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송연보트 관계자는 “RIB-550DX 보트는 소형선박 부분에서는 최초로 한국선급의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면서 국내서 만든 보트를 베트남 국영조선소에 납품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정말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고 전했다.

P에이전시와 물품공급 계약을 맺은 송연보트는 우선 4대를 먼저 베트남으로 수출했다. 베트남서도 RIB-550DX 보트에 대한 성능 검사가 추가로 이뤄졌다. 송연보트 관계자에 따르면 베트남 군과 세관 관계자가 RIB-550DX 보트의 성능에 만족을 표했다고 한다.

제작에 검증 
상표 출원까지

이 과정서 베트남의 또 다른 에이전시 ‘J가 송연보트에 접촉해왔다. 자신들도 송연보트로부터 RIB-550DX 보트를 공급받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송연보트는 오랫동안 함께 일한 P에이전시와의 관계를 고려, J에이전시의 요청을 거절했다.

하지만 J에이전시는 RIB-550DX 보트를 직접 제작하고 있던 송연보트의 하청업체 A사에도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당시 업무 차 A업체에 와있던 D업체의 오모 대표가 J에이전시와의 통화에 관여했다는 점이다.

영어에 서툰 A업체 관계자를 대신해 J에이전시와 통화를 진행한 오 대표는 이후 수상한 행보를 보였다고 한다. A업체는 물론 송연보트에 알리지 않은 채 J에이전시와 이메일 등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한 것.

오 대표는 20175‘New Project’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J에이전시 관계자에게 보냈다. 이메일에는 오 대표의 회사인 D업체에 대한 소개, 오 대표의 경력 등이 담겼다. 이메일은 오 대표가 J에이전시 관계자에게 필요한 보트의 종류와 크기, 대수 등을 묻는 것으로 끝났다.

J에이전시와 오 대표가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업체 관계자는 수차례에 걸쳐 이에 대해 말했다고 한다. 이미 송연보트가 보트를 납품하고 있는 베트남이 아닌 동남아시아의 다른 지역을 공략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오 대표는 J에이전시를 통해 4대의 소형보트를 베트남에 수출했다. 이 사실은 베트남서 오 대표가 납품한 보트의 성능 검사를 하는 과정서 드러났다. 보트에 들어간 한 부품의 색이 앞서 들어온 송연보트의 보트와 다른 것을 의아하게 여긴 관계자들이 이를 지적하면서였다. 베트남서 부품의 색이 다른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똑같은 보트라고 생각할 만큼 외형도 흡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트를 직접 제작한 A업체 관계자는 배는 수제품이기 때문에 길이나 폭 등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하지만 프레임이나 의자 배치, 부품의 사용 등이 송연보트서 제작한 보트와 거의 똑같다고 설명했다. 송연보트 로고(SBB)는 명판, 핸들, 보트 겉면 등에 박힌 채였다.
 

▲ 위조된 로고

문제의 보트 명판에는 6번째 보트를 뜻하는 550DX-006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송연보트에서는 50DX-004까지만 납품한 상태였는데, 갑자기 006이 튀어나온 것이다. 더구나 A업체 관계자가 명판에 모델명을 새기는 과정서 대시(-)를 두 번 적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그 부분도 똑같았다. 송연보트의 흔적이 가득하나 송연보트가 만들지는 않은 물품이 베트남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한국선급은
“발급 안 했다”

사실을 알게 된 P에이전시는 송연보트에 강하게 항의했다. 송연보트가 자신들 외에 J에이전시와도 물품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황당하기는 송연보트도 마찬가지였다. 송연보트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반박했고, 그와 관련된 증거를 P에이전시에 제공했다.

그러자 P에이전시는 오 대표가 공급한 보트에 대한 문서를 몇 가지 입수해 송연보트에 보냈다. 한국선급서 발급했다는 ‘Statement for Speed trial RIB’, 송연보트서 D업체에 발급했다는 품질보증서 등이다. P에이전시는 해당 문서에 대한 진위 여부를 물었다.

그 결과 오 대표가 J에이전시에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Statement for Speed trial RIB 문서가 한국선급에서 발급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선급은 송연보트의 선급증서 위조 문의에 대해 우리 선급서 발행한 선급증서가 아니다라고 회신했다.

해당 문서의 시리얼넘버는 NVS-ST-0022-2017, 송연보트가 실제 한국선급서 받은 증서(NVS-ST-0001-2017)와 비교해 시리얼넘버만 두 자리 다를 뿐 모든 내용은 동일하다. 송연보트는 오 대표가 해당 문서를 위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우리도 피해자라며 법무팀을 가동해 이 사건에 대한 법적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품질보증서도 도마에 올랐다. 품질보증서는 물품 공급업체서 발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P에이전시가 보내온 품질보증서를 보면 송연보트가 오 대표의 D업체에 발급한 것으로 돼있다. 송연보트의 회사 직인까지 찍힌 상태였다. 송연보트는 해당 품질보증서를 발급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 대표를 본 것도 한 번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송연보트 관계자는 오 대표는 우리 보트를 유사하게 흉내 내서 복제품을 만든 것도 모자라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데 필요한 서류를 위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베트남에 보트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송연보트의 제품이라는 증거가 필요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송연보트는 베트남으로 보트를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송연보트 관계자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우리나라서의 문제를 해결하고 오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베트남과의 거래가 재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발급한 적 없는 문서 등장
“현지 에이전시가 조작했다?”

송연보트 관계자는 오 대표의 행위로 우리 회사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는 박살 났고 베트남 에이전시와의 신뢰도 깨졌다하청을 맡았던 A업체도 제작 물량이 끊기면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오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해당 의혹에 대해 “저는 아무 잘못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이 송연보트의 자작극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오 대표는 “RIB-500DX 보트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배라며 우리가 납품한 보트는 송연보트와 길이나 폭이 전부 다르다고 항변했다. 오히려 그는 송연보트가 작은 업체들을 상대로 이런 일을 벌여 돈을 뜯어내려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법원서 기각 처분이 나왔고 일부는 법적 공방 중이라고 했다. 전체 수출 금액은 16000만원 정도였다”며 이런 내용이 기삿거리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송연보트는 오 대표를 상표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 사서명위조, 위조 사서명행사, 업무방해죄로 고소했다. D업체를 상대로도 상표법위반,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으로 고소했다.

부산지검은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오 대표가 J에이전시로부터 작업정 제작을 의뢰받으면서 송연보트 명의로 된 품질보증서와 원산지 증명서도 함께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봤다.

하지만 이 과정서 오 대표는 J에이전시의 요구를 거절하고 D업체 명의의 품질보증서와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했다. 다시 말해 오 대표는 문제가 된 송연보트 명의의 품질보증서와 원산지 증명서는 J에이전시서 위조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오 대표가 J에이전시에 발송한 이메일에 D업체 명의로 작성된 품질보증서, 상업송장, 포장명세서 파일이 첨부된 사실을 근거로 오 대표의 주장을 인정했다. 오 대표 역시 조사 과정서 경찰이 자신의 노트북을 가져갔다고 강조했다.

법정 공방
결과는?

송연보트는 검찰의 판단이 아쉽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기관서 발행하는 선급증서를 위조한 점이나 원산지 증명서에 모델명 RIB-550DX를 기재한 점과 보트에 부착하는 명판과 보트 외부에 부착한 제작 업체명을 가짜로 만들어 부착한 점으로 미뤄봤을 때 오 대표의 혐의가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통상적으로 베트남 국영기업과 거래할 때는 관련 문서의 원본을 제출해야 하는데, 수사기관서 (오 대표의) 이메일 내역만 확인한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송연보트 관계자는 이 사건은 근시안적으로 보면 한 업체가 다른 업체의 뒤통수를 때린 일 정도로 치부할 수 있지만, 멀리 보면 우리 선박업계에 큰 타격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우리 선박업체들이 베트남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로 활동반경을 넓혀가던 상황에 오 대표의 행위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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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