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문정부 2년 공과 대해부

‘평화’만 있고…노와 오버랩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오는 5월10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번 정부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살고자 하는 염원들로 만들어진 ‘촛불정부’다. 헌정 역사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문재인정부의 지난 2년은 어땠을까. 그동안의 공과를 <일요시사>가 핵심 키워드별로 짚어봤다.
 

▲ 신년 기자회견 갖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헌정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된 후, 2017년 5월10일 문재인정부가 새로 출범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첫 임기 당시 80%에 육박하며 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문 대통령의 지난 2년은 어느 정부 때보다 드라마틱했다.

그러나 인사 논란,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경제 정책, 번복되는 교육 정책 등으로 지지율이 40∼50%으로 떨어지면서 초반의 기대는 사그라들었다. 2년 만에 8명의 장관급 인사들이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서 낙마하면서 인사 검증 실패는 문정부의 오점으로 남았다. 게다가 50조 가까이 일자리 예산을 투입시키고도 최악의 역대 실업률을 기록했다. 앞으로 남은 문정부의 과제는 무엇인가. 문 대통령의 지난 임기의 공과 과를 알아보자.

[촛불]

국민들은 지난 정부의 사유화된 국가권력과 부정부패에 분노했다.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로 이어졌고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됐다. 국민의 신임을 다시 얻기 위해 문정부는 국가 비전을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선정했다. 또 국민이 주인인 정부와 더불어 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5대 목표로 삼으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며,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에 담긴 국민들의 염원에 보답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촛불로 새로 탄생한 정부는 국민들에게 더 나은 한국을 꿈꾸게 했다.


[소통]

촛불시민의 성원에 힘입어 탄생한 문정부는 국민들과의 소통을 특히 강조했다. 시민단체, 광화문 1번가, 청와대 국민청원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특히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하는 시스템인 청와대 국민청원은 과거에 없었던 대국민 소통 수단이다. 담당 부처 장관이나 청와대 비서관들이 직접 청원에 답변하는 시스템은 국민 소통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로 읽힌다.

기자회견도 남달랐다. 각본 없는 100분 기자회견과 즉석 질의응답으로 언론과의 소통 역시 신경 썼다.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준 문정부는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적폐]

적폐 청산은 문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국정운영 계획의 첫 번째 과제로 국정농단 사태의 재조사, 세월호 진상 규명 등을 포함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 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며 적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반부패정책협의회 회의를 열어 유치원·채용 비리와 같은 대표적 부패 사례를 ‘생활적폐 9대 과제’로 선정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2월 한국이 부패인식지수(CPI) 역대 최고 점수를 받은 것은 이러한 정책의 결실이라 볼 수 있다.

촛불민심으로 출범, 지지율 80%로 출발
‘정의로운 나라’ 강조…그동안 바뀐 점은?


문 대통령은 이를 두고 국제사회에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OECD 평균 점수 수준까지는 가야 한다고 말했다. 폐단과 비리 사회를 척결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의지와 행보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북]

문정부가 집권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2018년 3월,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됐다. 2007년 10월 평양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 이후 첫 회담이었다.

지난해 4월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을 마친 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공동 발표했다.
 

▲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함께 걷는 문재인 대통령 ⓒ한국사진공동취재단

두 정상은 이 선언을 통해 핵 없는 한반도 실현, 연내 종전 선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등을 천명했다. 4·27남북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85.7%까지 오르며 대북 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긍정적인 지지를 받았다.

2018년 9월엔 평양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서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서명하며 한반도 평화의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두 정상의 의지를 확인했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에 한 획을 긋는 데 성공했다.

[젠더]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젠더 문제에 최초로 관심을 보인 대통령이다. 차별은 빼고 평등을 더하겠다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청해 실질적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고자 했다. 또 여성을 부처 요직에 임명하고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을 추진했다. 여성의 대표성 제고와 젠더폭력 대응에 관해 선도적으로 정책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국민적인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도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청년세대서 남녀 간 성대결이 심화되는 상황서 문정부가 여성 친화적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남성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중 최초로 성불평등 문제를 인식하고 실질적인 행보를 한 점은 높은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

문정부의 경제 정책은 이번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청년 실업률은 최악의 국면을 맞았다. 또 2년 동안의 경제 정책으로 마이너스 성장, 수출 감소, 경기악화는 계속되고 있다. 문정부는 가계의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자영업자나 소규모 기업의 비율이 높고 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타당성 논란이 커지자, 문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신년사에서 ‘혁신성장’을 함께 강조하기도 했다. 소득주도성장이 국민의 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을 주도하겠다는 ‘수요’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면, 혁신성장은 기업의 혁신을 촉발해 경제 발전을 꾀하는 ‘공급’ 중심의 정책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문정부가 산재된 경제 문제들을 남은 임기동안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인사]

인사는 만사다. 지나온 정권서 인사의 실패는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문정부는 병역기피·세금탈루·불법 재산증식·위장전입·연구부정행위에 음주 운전과 성(性) 관련 범죄를 인사 배제 원칙으로 추가했다. 이후로도 공직자 임용 기준이 계속해서 강화됐다. 그러나 인사 검증의 부실한 점이 계속해서 논란이 되면서 이번 정부 역시 인사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청와대

집권 초기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은 인사 청문 과정서 위장전입 사례가 드러나 곤혹을 겪었다. 또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됐던 안경환 서울대 교수는 조국 민정 수석과 사제 지간이자 동료 교수 관계로 밝혀졌다. 반복되는 검증 실패의 원인이 ‘코드 인사’ 때문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이후로도 2기 내각 후보자 중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와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후보자는 여론의 비판 속에서 낙마했다. 지난달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부동산 투기로 전격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도덕성을 중시했던 문정부에게 인사 실패는 더욱더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집값]


부동산 집값은 우리나라의 부를 양극화하는 요인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이 집권 이후 전격 실시한 집값 안정화 대책 역시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정부는 출범 이후 총 13번의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강한 규제 탓에 지방 대부분 도시들은 오히려 집값 하락과 미분양 누적에 시달리고 있다.

남북회담 최대 업적
경제·인사 오점으로

또 정부가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겠다며 추진한 청약제도 개편이 대출 규제와 맞물려, 오히려 무주택자들을 분양시장 밖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서울과 6대 광역시 간의 아파트 가격 격차는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상태다.

[노동]

정부는 국민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찾고 저녁이 있는 삶을 살게 하겠다는 취지로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업종별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해 오히려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장 어디까지를 노동시간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해석 역시 분분하다. 함께 맞물린 최저임금 인상 정책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16.4%, 2019년엔 10.9%로 급격히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노동력이 중요한 제조업과 건설업계는 골머리를 썩고 있다. 불경기 속에서 공장 가동률은 점점 낮아지는데 최저임금이 높아지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임금은 높아지고 근로시간은 단축되니 노동력이 중요한 공장이 몰락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 신년 기자회견 갖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대기업서도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최저임금법과 주휴수당에 따라 사원에게 5000만원을 지급한 대기업이 최저임금 미달로 노동부로부터 시정지시를 받았다. 우리의 근로 환경과 동떨어진 노동정책에 대한 시급한 보완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교육]

문정부의 교육 정책 혼선은 국민들의 불신을 낳았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한국의 교육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자사고·외고 폐지와 대대적인 대입제도 개편을 공약으로 걸었다. 그러나 학교와 학부모의 반발이 거세짐에 따라 자사고·외고 폐지는 무산됐다.

교육부는 2017년 8월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며 대입제도 개편을 한 차례 유예하기에 이르렀다. 이 후 약 1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8월17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확정 발표했다. 그러나 ‘정시 수능전형 확대’를 제외하면 이전의 입시제도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1년 동안 세금만 축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공약 역시 실패했다. 교육계에서는 국어·수학·탐구 과목은 현행대로 상대평가 과목으로 남겨두면서,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공약 이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시 30% 확대에 대해서는 진보와 보수진영 어느 쪽의 입장도 반영하지 못했다. 문정부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교육제도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공약에만 얽매여 교육업계를 혼란스럽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권변호사 문재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1953년 1월 경남 거제서 가난한 피란민의 아들로 태어났다. 가난한 달동네서 성장하면서도 독서를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서 명문 학교로 꼽히는 경남고를 수석 입학한 후 경희대 법대를 4년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이후 그는 유신반대 시위를 주도하는 운동권 학생이 됐다. 1975년 유신독재 반대운동 시위를 이끌다 징역 8개월을 받고 강제 징집돼 특전사령부에 입대했다. 전역 후 문 대통령은 전남 대흥사서 사법고시를 준비해 1979년 1차에 합격했다.

같은 해 10·16부마항쟁과 10·26사태가 발생하자 전두환정권에 반대하는 시위에 가담하면서 2차 시험에 응시했다. 결국 2차 시험의 합격증은 청량리경찰서 유치장서 받게 됐다.

1982년 문 대통령은 쟁쟁한 동기들 속에서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마쳤지만, 유신반대 시위 전력이 결격 사유가 되어 판사 임용에 탈락했다. 대형 로펌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지만, 홀로 계신 노모를 모시기 위해 부산행을 택했다.

문 대통령은 부산서 사법 연수원 동기생인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소개로 변호사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다. 문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처음에는 동업자였지만 서로 신뢰를 쌓아나가며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부산과 경남 전역으로 노동인권사건을 총괄하고 1985년에는 부산민주시민협의회를 창립, 87년에는 6월 항쟁의 주역이 된 부산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를 만들어 상임집행위원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 <운명>서 “노무현 변호사와 함께한 6월 항쟁의 기억은 살아온 동안 가장 보람 찬 일이었다”고 술회했다.

‘정의로운 시대를 살고 싶다는 꿈’을 키운 문 대통령은 2012년 4월 총선서 부산 사상구에 출마했다. 정치인으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이후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서 그도 청와대에 입성하게 됐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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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