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찍는’ 카톡의 민낯

“그냥 대화한 건데…” 까딱 잘못했다간 쇠고랑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죽이고 살릴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는 명부를 뜻하는 살생부’. 왕권시대에는 살생부가 뜨면 궁궐에 피바람이 불었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권에서는 살생부라는 말이 유령처럼 떠돈다. 최근 카카오톡이 현대판 살생부로 급부상했다.
 

▲ 경희대학교 벚꽃 핀 전경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A씨는 최근 10년 넘게 알고 지낸 지인 B씨와 다툼을 벌였다. B씨를 포함한 친구들과 여행 일정을 짜던 중 호텔을 예약하는 문제로 갈등이 생긴 것이다. 곧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다툼이 길어졌다.

그러던 중 B씨가 그동안 자신과 나눈 카카오톡(이하 카톡) 대화 내용을 친구들에게 공개했다. 카톡에는 A씨가 B씨에게 주변 친구들에 대해 험담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 역시 B씨와의 카톡 내용을 친구들에게 캡처해 돌렸다. 주변 친구들도 하나둘씩 싸움에 합세했다. 카톡을 통해 지난 대화가 전부 드러나면서 관계는 순식간에 끝장났다. A씨는 현재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는다.

사생활 침해?

카톡의 월간 실사용자(MAU)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300만명이 넘는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거의 대다수가 카톡을 이용하는 셈이다. 수차례에 걸쳐 텔레그램 등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카톡의 아성은 여전히 견고하다.

인터넷 이용자라면 카톡 대화방 캡처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카톡 대화 내용을 개그 소재로 올리거나 고민 상담, 잘잘못을 가리기 위한 자료 등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하는 이용자가 많아졌다.


이용자들은 카톡 대화방에 대해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대화방서 온갖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대화 내용이 제3자나 불특정다수에게 유출될 가능성을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최근 가수 정준영 사건을 보고 많은 이용자들이 뜨끔했을 듯하다. 대화 내용이 어떻든 간에 특정 경로를 통해 타인에게 유출될 수 있고, 경찰·검찰서 범죄의 증거로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 ▲▲ 정준영 카톡 대화방

버닝썬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빅뱅의 전 멤버인 승리(본명 이승현)와 정준영 등 8명이 참여한 카톡 단체 대화방이 공개됐다. 승리가 성접대를 알선하고 정준영이 성관계 불법 촬영물을 공유한 정황이 담긴 카톡 대화방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비난 여론이 폭발했다.

이들의 카톡 대화 내용은 정준영이 휴대전화 수리를 맡기면서 유출됐고, 공익제보에 이어 수사까지 이어졌다. 누리꾼들의 관심은 단체방에 함께 있던 8명의 신원에 쏠렸다. 경찰 수사에 의해 하나둘 8명의 신원이 밝혀졌고,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퇴출운동까지 벌였다.

그룹 FT아일랜드의 최종훈, 하이라이트의 용준형 등이 거론됐고, 대화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자 소속사는 이들과의 전속계약을 해지하는 등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정준영의 휴대전화 속 카톡 대화방 공개로 다른 연예인들의 사생활도 낱낱이 드러났다.

정준영의 휴대전화 카톡 메시지를 통해 KBS 예능프로그램 <12>에 출연 중이던 배우 차태현, 개그맨 김준호의 내기골프 정황이 발견되면서 출연진 하차는 물론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되기도 했다.
 

▲ 정준영 카톡 단체 채팅방

카톡 대화방서 거론된 인물 가운데 연예계를 떠나는 사람이 생겨나면서 정준영의 휴대전화가 살생부라는 말까지 떠돌고 있다.


정준영 휴대전화의 카톡 내용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자 제보의 적법 여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타인의 비밀을 무단으로 유출한 불법이라는 의견과 공익신고기 때문에 제보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갈렸다.

법조계는 대체적으로 공익을 위한 신고라면 위법성이 면책된다고 보고 있다.

정준영 카톡 공개로 주변 연예인들 불똥
법원, 단톡방 공연성 인정…일반인들도 주의보

카톡 대화 내용 유출에 대한 논란은 20152016년 대학가 온라인 성폭력 논란이 한참 불거질 때 수면 위로 올라온 바 있다. 먼저 국민대서 논란이 시작됐고 이어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 유사한 내용의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20152월 국민대의 한 학과 남학생 32명이 만든 카톡 대화방서 여학생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음담패설이 오간 사실이 드러났다. 카톡 대화 내용 중에는 여학생들을 일본군 위안부에 비유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뒤이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홍익대 등에서 카톡 대화방 사건이 줄줄이 터져나왔다. 대화 내용 중에는 학과 여학생에 대한 외모 평가나 성적인 발언이 포함돼있었다. 대학가서 카톡 대화방 문제가 연달아 불거지자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성의 요람이자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가서 온라인 성희롱이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내부고발 등을 통해 알려지고 공론화되는 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면서도 카톡 대화방 내용을 외부로 유출하는 것이 적법한지, 또 카톡 대화방서 나눈 대화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은 분분한 상황이다.

쟁점은 공연성 여부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연성이 있어야 한다.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단체 대화방의 경우 1명에게 말했다 해도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공연성이 인정된다.
 

국민대서 카톡 대화방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학교는 학생 2명에게 무기정학, 4명에게 근신 처분을 내렸다. 학생들은 학교의 처벌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학생들의 행동이 모욕죄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채팅방 멤버가 전원 남학생으로만 구성됐지만 가해 학생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은 학생이 있어 대화 내용이 언제든 외부로 유출될 위험성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단체 대화방은 외부에 폐쇄적이면서도 열린 공간이고, 또 공개적인 비방이 이뤄졌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봤다. 즉 사람이 많이 모인 카톡 대화방서 성적 발언을 한 내용이 유출될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공적인 공간?

정준영 사건은 물론이고 최근 불거지는 여러 사건·사고의 증거로 카톡 대화 내용이 거론되면서 일반인들 사이서도 카톡 경계령이 내려졌다. 오랫동안 유지해온 단체 대화방을 없앤다거나 해외에 서버를 둔 메신저로 옮기는 사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체 대화방을 유지해야 할 경우에는 영상 공유 금지’ ‘지라시 유포 금지등의 규칙을 만들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카톡 이용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해도, 카톡 대화 내용이 밖으로 알려지지 않으면 대화방은 여전히 은밀한 공간이다. 불법 촬영 영상물을 돌려보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담긴 내용을 퍼나르는 일은 법적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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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