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폭망한 식품업계 막전막후

돌이킬 수 없는 회장님의 일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부 오너 일가의 일탈로 식품·외식업계 전반에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모양새다. 기업의 ‘오너리스크’ 악영향이 해당 기업과 오너 일가에 그치지 않고 투자자와 고객에게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 이 같은 상황서 잇따라 터지는 사건들은 이미 밑바닥까지 떨어진 이미지와 신뢰를 더욱 추락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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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외식업계가 오너 일가의 횡령·탈세·마약·성추행 등으로 인한 이미지 추락을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오너 일가의 외도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대리점 또는 가맹점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일가 외도
피해 일파만파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의 상장폐지 여부가 이르면 이달 내로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 9일 업계에 따르면, MP그룹이 코스닥시장위원회로부터 부여받은 4개월간의 개선기간이 이달 10일로 종료됐다.

MP그룹은 이날 기준 7영업일 이내, 즉 이달 23일 전까지 개선 계획 이행내역서와 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거래소는 MP그룹의 서류 제출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에 코스닥시장위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코스닥시장위가 계획대로 잘 이행됐다고 판단할 경우 MP그룹은 상장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MP그룹의 주식거래도 재개된다.


앞서 MP그룹은 정우현 전 회장이 150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2017년 7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이에 MP그룹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경영 포기 추가 확약, 주요 관계임원 사임 및 사직 등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상생경영을 통한 주주가치 증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MP그룹의 영업손실은 2018년 사업보고서 연결재무제표 기준 2017년 17억700만원 적자서 2018년 3억7700만원 적자로 그 규모가 축소됐다. 매장 수는 2015년 말 390여개서 2017년 말 290여개로 줄었지만, 2019년 3월 기준 280여개로 비슷한 수준이다.

MP그룹 관계자는 “실적 개선과 문제가 된 임원의 경영참여 배제 등 상장유지와 거래재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개선기간 동안 계획했던 대로 잘 이행했다는 걸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추락 모자라 불매·상폐 위기 
유명인 앞세워 잘나갔지만…손님 뚝

아오리라멘은 승리의 ‘버닝썬 사태’ 이후 ‘매출 폭락’이라는 폭탄을 맞았다. 승리의 라면회사로 유명세를 탔다가 되레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신한·KB국민·현대·삼성 4개 카드사로부터 아오리라멘의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최초 보도 전과 비교해 보도 후 3개월간의 매출이 최대 73% 하락했다.

최초 보도일인 1월28일 직후인 지난 2월 하루 평균 카드결제액은 1월 대비 22.9%포인트 감소했으며, 3월에는 1월 대비 46.7%포인트 감소했다. 아오리F&B는 지난달 공식 SNS에 “아오리라멘의 국내 43개 매장 가맹점주가 모두 승리의 지인 및 가족관계가 아니고 극히 일부일 뿐이며, 관련 있는 일부 가맹점은 폐업을 결정했다”며 “무고한 가맹점주들에게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양유업과 서울탁주(서울장수막걸리)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남양유업은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로 알려진 황하나씨의 구속으로, 서울탁주는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로이킴의 피의자 입건으로 불똥을 맞았다. 

황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됐으며 영장실질심사서 지인의 권유로 마약을 했다며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유명인 연루
발 빼기 급급

로이킴은 정준영 등과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 음란물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로이킴은 경찰 소환조사를 위해 지난 9일 오전 비밀리에 귀국했으며, 현재 소환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남양유업과 서울탁주의 제품을 구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불매운동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논란이 된 인물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대리점주와 판매처 등이 피해를 입고 있다.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남양유업은 “황하나씨와 일가족들은 실제 남양유업과 전혀 관련이 없다. 창업주의 외손녀란 이유로 피해를 입고 있다. 일생을 낙농 발전을 위해 살다 가신 창업주의 명예 또한 실추되고 있다”며 “개인의 일탈행위가 회사와 관련 종사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서울탁주 역시 “로이킴은 일반주주 중 1명으로 사내 영향력이 없는 일반주주일 뿐”이라며 “로이킴과 그 아버지의 회사인 것처럼 알려져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원조 라면기업 삼양식품의 오너리스크도 갈수록 증대돼 회사의 재도약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구속된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이 이번에는 탈세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법 마련됐지만
실효성은 그닥

앞서 전 회장은 구속된 상태서 ‘돈잔치’를 벌여 회사보다는 개인적인 부의 축적에 혈안이 됐다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난 15일 검찰과 식품업계에 따르면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정구속된 상태인 전 회장이 이번에는 탈세혐의로 재차 검찰수사를 받게 됐다. 전 회장은 정상 경영을 하지 않고 탈세 경영으로 이익을 남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북부지검은 서울지방국세청이 삼양식품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탈세 규모나 방법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 이달 초 전 회장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은 지난 2월14일 사법부로부터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무죄를 주장하던 최 전 회장은 물론, 호식이두마리치킨에 대한 이미지의 실추까지는 면치 못했다. 
 

최 전 회장의 성추행 논란은 호식이두마리치킨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져 가맹점의 매출 하락으로까지 이어졌다. 실제 2017년 해당 사건이 알려진 후 전월 대비 가맹점당 매출은 20∼4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 전 회장 성추행 사건은 이른바 ‘호식이방지법’까지 탄생시켰다. 이 법은 오너리스크로 인한 가맹점의 피해를 가맹본부서 배상하는 것을 골자로 올해 1월1일부터 시행 중이다.

가맹·대리점 피해…실효성 없는 법안
떨어진 신뢰 “더 이상 회복 어렵다”

교촌치킨도 오너리스크 명단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권원강 회장의 6촌인 권 전 상무가 가맹점 직원들에게 폭행·욕설 등의 갑질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물의를 빚었다.


하이트진로는 ‘일감 몰아주기’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검찰은 하이트진로가 삼광글라스와의 맥주용 캔 제조 및 유통 과정서 비상장 계열사를 포함시켜 통행세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각종 오너리스크가 식품·프랜차이즈업계를 덮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마련된 오너리스크 방지법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 시행 이전의 피해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 데다 책임 규명도 어렵기 때문이다. 
 

▲ 아오리라멘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부터 오너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표준가맹계약서에 오너리스크에 따른 가맹본부의 배상책임을 기재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경영진과 오너 일가의 일탈행위로 가맹점이 손해를 입더라도 입증은 온전히 가맹점주가 해야 하는 상황이라 보상이 쉽지 않다. 법이 시행되기 전에 계약을 맺은 가맹점주들은 애초에 구제 대상에 오르지도 못한다.

법조계에서는 오너 일탈로 인한 매출 하락의 책임을 가맹점주들이 법적으로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연예인 등 유명인 명성에 의존하는 가맹사업은 일반 가맹사업보다 위험성이 커 오너리스크 방지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떨어진 이미지
회복 방법은?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체들도 이미지를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며 “소비자와의 관계가 밀접한 만큼 오너리스크가 부담되는 건 당연지사다. 한번 떨어진 이미지와 신뢰를 다시 끌어올리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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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후폭풍> 혼돈의 국민의힘 막다른 생존게임

[탄핵 후폭풍] 혼돈의 국민의힘 막다른 생존게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국민의힘 내 대권주자 6명과 친윤계 중진들은 조기 대선과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과 줄서기 전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체질 개선에 실패하면, 영남 자민련도 상정 못할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난 4일 재판관 8명 전원의 의견 일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이후 123일 만에 대통령직서 물러나게 됐다. 헌법 제68조 제2항은 대통령의 궐위·사망·자격 상실 상황서 60일 이내에 선거를 진행하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차기 대선은 늦어도 오는 6월3일 안에 진행돼야 한다. 비상계엄 123일 만에… 각당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미 조기 대선을 준비하고 있었다. 윤 대통령 파면을 공식 반대했던 국민의힘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까지 거론된 국민의힘의 대권주자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다. 이 중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주자는 김 장관이다. 김 장관은 올해 들어 차기 대선주자로 갑자기 주목받았다.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해 12월11일 국회서 진행된 긴급 현안 질문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자, 한 총리 이하 국무위원들은 모두 자리서 일어나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했지만, 홀로 응하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윤 전 대통령과 비상계엄을 두둔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김 장관은 가장 유력한 국민의힘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무선 100% ARS 방식을 통해 국민의힘 지지층 및 무당층 총 471명을 대상으로 범여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한 결과, 김 장관은 29.5%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지자 386명 중에선 34.1%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장관의 장점은 당내 다수인 친윤(친 윤석열)계의 지원을 쉽게 업을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윤 전 대통령이 김 장관을 간접 지원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지난달 1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이 아주 강한 공격에 나설 것이란 확신이 있다”며 “김 장관은 사저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한 전 대표는 초대하지 않는 식으로 ‘윤심’을 드러내려고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내의 계파 다툼에 개입하지 않아 뚜렷한 적이 보이지 않는 것도 강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중엔 경기도지사로서 호평을 들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시기엔 친박(친 박근혜)계서 활동했다.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엔 친윤 소속으로 여러 장관급 보직에 기용됐다. 현재까지 비리 의혹에 연루된 적이 없단 사실도 경선과 본선서 상수로 진행되는 네거티브 공세로부터 자유로울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나가? 있어?’ 줄서기 전쟁 당심과 중도층 사이의 괴리 다만 본선에선 그 경쟁력이 약점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김 장관을 따라다니는 상징 2개는 ‘변절자 이미지’와 “도지삽니다” 발언 사건이다. 김 장관은 젊은 시절엔 노동운동의 대부였다. 지난 1994년 국민의힘 전신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정치에 입문한 이후, 진보 세력 일각에선 김 장관을 변절자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그럴수록 김 장관은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국회서 사과를 거부하면서 보여줬던 꼿꼿한 모습도 국민의힘을 벗어나면 비호감 이미지로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김 장관은 경제사회노동위원장으로 재임했던 지난 2023년 3월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한 후 “노조가 없고 현장서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으며, 노동자 평균임금이 4000만원이 안 돼 감동했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변절자 이미지를 가중시키기도 했다. 그를 13년 넘게 따라다녔던 “도지삽니다” 전화 통화 사건도 대선 출마 시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김 장관은 경기도지사 재임 중이었던 지난 2011년 119에 전화해 자신이 도지사임을 밝히며, 장난 전화로 착각해 대응하지 않으려던 소방관들에게 집요할 정도로 “전화 받은 사람은 누구고, 관등성명이 뭐냐”고 캐물었다. 해당 소방관들은 징계성 인사 조처를 당했다가, 김 장관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후 직접 철회했다. 지난 2020년 8월엔 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여한 일행을 단속하려고 한 경찰관에게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쳤다. 그는 경찰관의 조치에 불만을 품고 현장 상황을 촬영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올렸다가, 되레 역풍을 맞았다. 국민의힘은 기존 보수 유권자들을 묶고, 중도 유권자들을 공략해야 한다. 중도 유권자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에 찬성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그러므로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로 통하고 있고, ‘갑질’ ‘변절자’ 이미지가 강한 김 장관이 중도 유권자들에게 주는 설득력은 낮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비상계엄 정국서 극과 극을 오갔다. 그 자신도 체포 대상으로 지정됐던 피해자였고,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과 함께 계엄령을 해제하는 데 적잖은 공을 세웠다.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무력화된 이후 당의 주역으로 자리 잡을 기회도 있었다. 정치적 후계자 하지만 ‘한덕수 책임총리 체제’ 파문 당시 한 총리와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하려다가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이어 친윤계 의원들의 반격을 받아 국민의힘 대표서 물러나야 했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국민의힘이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대선후보로 통한다.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이어졌던 윤 전 대통령과의 갈등도 본선에선 긍정적인 자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일관적으로 비판했던 원로 보수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도 지난 2월 한 전 대표를 만난 후 “한 전 대표 스스로 비상계엄을 저지했단 역할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는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중도층에 대한 한 전 대표의 경쟁력은 아직 여론조사 수치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과의 갈등은 물론, 검사 시절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수사 핵심이었다는 사실도 강경보수층엔 여전히 앙금으로 남아있다. 이는 경선에선 매우 불리하게 작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 상황에선 김 장관이 친윤계의 유일한 대안으로 통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 전 대표의 중도 경쟁력은 오 시장·안 의원·유 전 의원도 가지고 있어, 유일한 대안으로 보긴 어렵다. 십수명 안팎의 친한계도 경선을 휘어잡을 조직력을 가졌다고 보기엔 규모가 다소 작다. 지난 2024년 총선의 패장이었고, 스스로 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없단 것도 매우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로 대권에 도전하는 홍 시장도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언행을 이어갔다. 지난 1995년 정계 진출 이후 자타공인 홍 시장의 상징 표현은 “혼자 다닌다”는 의미로 일본어가 변형된 표현인 ‘독고다이’였다. 홍 시장은 지금까지 당내 비주류로 일관했던 경향이 강하고,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에만 잠시 ‘친홍’이란 급조된 계파를 거느려봤을 뿐이다. 당시에도 제7대 지방선거서 대패하는 등 유능한 당 대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대신 홍 시장은 특유의 언변을 매개로 2030 세대 남성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어 지난 2020년 진행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선 그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당원투표 50%와 국민투표 50%가 합산돼 후보가 결정됐던 당시 경선서 홍 시장은 당원투표서 크게 뒤처져 대선후보가 되진 못했다. 하지만, 국민투표에선 가장 많은 득표를 해 젊은 유권자들에 대한 경쟁력을 과시했다. 당내 기반이 취약했던 한계를 크게 느꼈는지, 홍 시장은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엔 그를 적극적으로 두둔하면서 김 장관과 유사한 강성보수 이미지가 강해졌다. 이 전략이 성공적이었는진 알 수 없다.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면서 2030 세대 남성은 지지층서 이탈했지만, 홍 시장이 친윤계서 뚜렷하게 자리 잡았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경선 좌우 중진의힘? 게다가 현직 대구시장으로서 현실 정치에 직접 개입이 어려워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정치 현안에 간접 개입하는 한계도 있다. 이 때문에 홍 시장은 지난 2023년 1월엔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을 비판하다가, 유 전 의원으로부터 “대구가 30년째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 꼴찌란 걸 어떻게 벗어날지 고민해야지, 대구시장이 그렇게 할 일이 없는 자리인 줄 몰랐다”는 면박을 들었다. 홍 시장으로선 지난 2022년 대선 경선과 달리, 당심과 민심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꼬인 상황에 부닥쳤다. 오 시장은 당내 정적이 드물고, 다른 주자들에 비해 비호감도가 낮아 본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울러 서울시장에 총 4회 당선되는 등 격전지 서울서의 경쟁력과 중도 확장성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서울시장 4회 당선’은 오 시장이 당과 국회에 뚜렷한 기반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임을 드러낸다. 오 시장에게 따라다니는 “의견이 늘 오락가락한다”는 고질적인 비판도 걸림돌이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탄핵 찬성과 반대 견해를 번복했던 적이 있다. 아울러 홍 시장과 오 시장은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 다음으로 거론됐던 정치인이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 사이, 명태균 게이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조기 대선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다시 정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달 14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검찰 수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오 시장의 공관과 집무실을 압수수색했고, 명씨가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확보했다. 문자메시지 내용은 “여론조사 업체에 ‘오 시장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내 달라’고 얘기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오 시장은 “오히려 기다리던 압수수색이었고, 매우 기다리던 절차가 진행됐다”면서 연루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여권 덮칠 ‘명태균 게이트’ 다시 열리나 김문수·오세훈·한동훈…잠룡들 행보는? 검찰은 홍 시장과 관련해서도 측근이 명씨 측에 여론조사 대가로 수천만원을 입금했다고 알려진 송금 내역 및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시장의 아들이 명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역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시장은 “내 아들이 명씨에게 속아 감사 문자 보낸 게 무슨 죄가 되느냐”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제1차 탄핵소추안 표결 ▲내란 특검법 표결 등에서 유일한 찬성표를 던졌던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입당 후 소신파로서의 줄곧 입지를 굳혔지만, 이는 반대로 강경보수화되는 국민의힘서 대선후보로 선출되기 어렵단 회의적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새정치민주연합과 국민의당을 거쳐 국민의힘에 안착했기 때문에 국민의힘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 정통성과 당위성을 주장하기도 쉽지 않다. 4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서 뚜렷한 당직을 맡은 적도 없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경선서 친윤계 지원을 받은 김은혜 의원에게 패배한 후 줄곧 야인 생활을 해오고 있다. 입당설이 돌았던 개혁신당으로 가지 않았고, 지난해 총선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경보수층 사이서 통하는 ‘배신자’ 이미지 역시 여전하다. 유 전 의원은 경선 통과 여부를 떠나, 의미 있는 득표를 하지 못하면 정치 생명 자체가 중대한 갈림길에 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조기 대선 경선을 좌우할 축은 현 대권주자들보단 5선 그룹이 될 가능성이 크다. 6선 조경태 의원은 친한계 좌장으로 통하고 있고, 당 주류와 꾸준히 갈등을 빚으면서 주요 보직서 배제되고 있다. 5선 그룹 대부분은 강성 친윤계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및 당 외부 강경보수 세력과의 연결고리를 매개로 조기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영향력이 일각서 의심하는 “한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공고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설과 연결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한 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그동안 행사했던 거부권도 대부분 친윤계의 손익과 직결되는 사안이었다. 강성 친윤 움직임은? 물론 한 권한대행이 앞으로도 친윤계의 영향력 범위 내에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한 전 대표와 친윤계 양쪽의 요구를 무제한으로 수용해 널뛰기하는 것 같은 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임기 도중 탄핵 심판을 거쳐 파면된 대통령을 둘이나 배출했다. 그런데도 텃밭 공천에 매몰된 일부 중진들의 주도권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등 체질개선을 하지 못한다면, 일각서 우려했던 ‘영남 자민련’으로의 전락도 상정 못할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다. 이는 윤 전 대통령 파면이 국민의힘에 남긴 매우 큰 정치적 숙제라고 할 수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