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축구협회 ‘선거정보 유출’ 의혹

김병지는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입수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선거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면 선거의 신뢰도는 추락한다. 선거 규정을 촘촘하게 짜는 이유다. 특히 게임의 룰’(rule)은 모든 후보자에게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선거정보를 사전에 습득한 후보자는 길 찾기 게임서 혼자 지도를 갖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전 국가대표 골키퍼 김병지

대한축구협회(이하 대한축협)가 서울시축구협회(이하 서울축협) 회장 선거에 출마 선언한 김병지에게 문건을 유출한 정황이 <일요시사> 취재 결과 확인됐다. 김병지는 대한축협서 만든 서울축협 회장 선거 관련 문건을 선거권자에게 유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정 후보
특혜 논란

김병지는 지난달 6일, 언론을 통해 서울축협 회장 선거에 나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서 서울시 엘리트 축구와 생활축구의 상생을 위해 오랫동안 계획해왔던 축구 행정가의 꿈에 도전한다고 선언했다.

김병지가 선거일정이 공표되기도 전에 선거정보가 담긴 문건을 미리 받아봤고, 이를 축구인들에게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전선거운동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해당 문건이 대한축협 관계자를 통해 김병지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대한축협의 선거개입 논란도 함께 제기됐다.

대한축협은 시도축협 선거 개입을 제한하고 있다. 대한축협 정관 239항에 따르면 시·도축협을 포함한 대한축협의 임직원은 체육회의 회장 선거, 협회, 회원종목단체, ·도체육회 및 시·도종목단체 등 체육단체의 선거와 관련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위반할 경우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체육회에 요구할 수 있다.


김병지는 서울시축구협회 회장 선거 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축구인들에게 보냈다. 김병지에게 문건을 받은 축구인 중에는 서울축협 회장 선거에 1표를 행사할 수 있는 선거인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규정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문건 받아 선거권자에 유포해?

<일요시사>가 입수한 문건을 확인한 결과, 대한축협이 해당 문건을 만들었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건 오른쪽 상단에는 부서: 기획감사팀’ ‘작성일: 2019. 3. 26’이라고 쓰여 있다. 문건에 기재된 기획감사팀은 대한축협 경영혁신실 산하 부서로, 대한축협 내 중요 부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대한축협 내부서 서울축협 회장 선거 관련 문건을 만들었고, 이 문건이 김병지에게 전달된 것이다.

문건의 내용은 크게 선거인단 구성향후 일정으로 나뉜다. 문건에 따르면 선거인단은 서울시 규약에 따른 대의원 50명과 대한축협에 등록된 사람들 50명 등 100명으로 구성된다. 대의원은 자치구 축구협회의 장 25명과 등록팀의 단체군 대표 25명이다.

나머지 50명은 초···대학·일반·여성 지도자 10, 심판 10, 선수 10, 동호인 20명으로 정했다. 지도자, 심판, 선수, 동호인은 선거 20일 전 대한축협에 등록된 자를 대상으로 하며 사정에 따라 선거위원회가 별도로 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건에는 410회장 선거 공고를 시작으로 430·개표에 이르기까지의 선거일정도 일별로 기재돼있다.

대한축협 관계자는 해당 문건은 서울축협 관리위원회서 나눴던 회의 내용을 (대한축협)내부적으로 정리·보고하는 과정서(김병지에게 유출됐다)”고 밝혔다. 문건이 내부 보고용이었다는 입장이다. 문건 유출 경로에 대해서는 파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특정후보(김병지)를 서울축협 회장으로 밀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어디서?
어떻게?


그러면서 다른 후보자들도 여러 경로를 통해 관리위원회서 어떤 얘기가 나왔는지 물어봤을 것이라며 저희는 문서화된 문건이 김병지에게 가서 문제가 된 것이고, 다른 분들은 구두로 (회장 선거가)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 대한축구협회서 유출된 해당 문건

이 관계자는 다른 후보자들에게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대한축협의 생각은 그렇다고 언급했다.

김병지의 경우처럼 문건으로 유출됐든 구두로 전해졌든 관리위원회 회의 내용이 후보자들에게 공유됐을 것이라는 뉘앙스다. 대한축협 관계자는 문건 유출 경로 등에 대해서 대한축협과 서울시체육회, 관리위원회서 논의가 이뤄질 것 같다면서도 우리가 결정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체육회(이하 시체육회) 관계자들은 문건 유출에 대해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문건이 만들어진 과정, 유출 경로 등에 대해 대한축협으로부터 아무 얘기도 듣지 못한 상황이다. 관리위원회 회의서 사용되는 문서는 비공개 보안문서로 분류해 관리하고, 회의가 끝나면 회수하는 등 보안 유지에 만반을 기하고 있는데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관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시체육회 종목육성팀 관계자는 관리위원회서 서울축협 회장 선거 규정 등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서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대한축협서 만든 문건이(새나간 것 같다)”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을 위해 45일 대한축협에 공문을 보냈고 유선으로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대한축협은 시체육회의 요청에 회신하지 않은 상태다(지난 19일 기준).

다른 후보도
받아 봤다?

또 다른 시체육회 관계자는 우리도 언론보도를 통해 문건 유출 사실을 알게 됐다사건 이후 관리위원회를 부정하고 불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문건 유출에 대해 알게 된 일부 축구인들이 시체육회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축구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건 유출 이후 서울축협 회장 선거 관련 회의 등은 현재 올스톱 상태다.

시체육회의 종목단체인 서울축협은 9개월째 회장 자리가 공석이다. 지난해 7월 최재익 전 회장과 집행부가 각종 송사에 휘말려 자리서 물러난 뒤 현재까지 보궐선거를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체육회는 지난해 112712차 이사회서 서울축협을 관리단체로 지정하는 안을 가결했다.
 

시체육회는 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서울축협의 정상화를 꾀했다. 서울축협 관리위원회는 축구인 출신 관리위원장, 대한축협 추천 인사인 부위원장·변호사, 대한축협 인사 2, 시체육회 인사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됐다.

관리위원회의 시급한 과제는 9개월째 공석인 서울축협 회장을 비롯해 집행부를 구성하는 것이었다. 시체육회에 따르면 약 10일에 한 번씩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는 선거 일정이나 규정 등 서울축협 회장 선거 관련 전반적인 사항이 다뤄졌다. 이런 상황서 문건 유출 사건이 터진 것이다.

문건 유포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축구인들은 시체육회에 진정서를 내고 항의했다. 이들은 “서울축협 회장 선거를 진행할 권한이 없는 대한축협이 특정후보(김병지)를 당선시키기 위해 문건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축구인들에게는 선거 관련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진정인들은 대한축구협회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서울시축구협회 불법 회장 선거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 불공정하고 불법적으로 선거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시축구협회 관리위원회 위원 전원은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관리위원으로 활동 중인 대한축협 인사 3명을 즉각 해임하고 대한축협 차원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축협, 유출 경로 파악 중이라면서
시체육회 사실확인 요구 묵묵부답

하지만 문건 유출에 대한 조치는 서울축협 회장 선거 관련 규정이 정비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축협은 2016년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간의 통합 과정서 잡음이 발생하면서 회장 선거규정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관리위원회서 회장 선거 관련 규정에 대해 논의하던 차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서울축협 회장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축구인 A씨는 “문건 유출 사건에 대해 대한축협이 실망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A씨는 문건 유출에 대해서는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 축구인들 사이서 돌아다니는 문서를 보고 정확한 내용을 알게 됐다그 이전에 문건을 접하거나 그에 대한 내용을 들은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대한축구협회

그러면서 나를 포함해 여러 축구인들은 그 문건을 보고 대한축협서 조직적으로 김병지를 밀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축협을 통해 특정후보에게 문건이 유출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한마디 사과의 말도 없다 문건을 유출한 사람이든 받은 사람이든 대한축협 차원서 어떤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게 아닌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축구인 B씨는 김병지가 문건 유출에 앞서 또 다른 사전선거운동을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322일 서울 효창운동장 회의실서 초등학교 감독들을 모아놓고 경기도의회의 한 도의원과 함께 대화를 나눴다는 것. B씨는 이 자리서 지도자 처우 개선 등의 말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혹
초등 지도자도?

B씨는 당시 회의실에 있던 초등학교 감독들은 초등연맹서 영향력이 있는 분들이라며 김병지의 사전선거운동 의혹에 대해 대한축협과 시체육회의 명백한 조사와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이후 서울축협 회장 선거가 투명하게 치러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병지 입장은? 
문건 받은 것 맞다

김병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문건을 받았고 유포한 사실에 대해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문건을 어디에서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병지는 문제를 제기한 쪽에서 선거법 위반을 얘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부분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변 축구인들에게 선거 일정 나왔습니다라는 문구를 달아 메시지로 문건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에 관련된 문건을 받은 것은 맞지만 그걸 악의적으로 이용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선거 일정 알려주면서 보내줬다”
“어디서 받았냐고? 말하기 곤란”

그는 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다른 분들도 (문건을)다 받아본 것으로 알고 있다제가 관련 내용을 알기 전에 그분들도 먼저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322일 효창운동장 회의실에서 있던 일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지도자들의 궁금증, 현재 초·중학교 체제의 어려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은 맞다저는 ()의원을 소개시켜주고 빠졌다. 그 자리에서 저를 찍어 달라거나 하는 등의 말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초등학교 지도자들이 그 의원과 만나고 싶다고 해서 주선해준 것이라며 축구 발전을 위해서 한 일인데 주변서 다르게 해석되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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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