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가 살인자로’ 간병살인 비극 천태만상

긴 병에 효자 없다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긴 병에는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당사자만큼이나 가족도 고통스럽다. 최근 들어 고통을 견디다 못한 자식이나 부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요시사>가 간병살인의 비극을 들여다봤다.
 

지난해 2월 일본 <마이니치신문> 의 취재진이 쓴 <간병살인>이 국내에 번역됐다. <간병살인>은 일본 사회에 충격을 안긴 재택간병을 둘러싼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심층 취재한 결과물이다.

간병의 고통을 견디다 못해 가족의 목숨을 뺏은 사람과 주변서 그들을 지켜본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간병생활의 현실을 지적했다.

가족이 가해자

아픈 가족을 간병하는 과정서 또 다른 가족이 가해자가 되는 일이 국내서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환자를 살해한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하거나 실제 사망에 이르는 일도 있다. 문제는 여타 나라에 비해 빠른 속도로 고령자가 늘고 있는 우리나라 사회 변화의 특성상 간병살인, 간병범죄가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자폐증 아들을 40년간 돌보다가 살해한 60대 모친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지난 2일 수원지법 형사15(송승용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의 아들 B씨는 3세 때 자폐 판정을 받은 뒤 기초적인 수준의 의사소통만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서 폭력성향이 심해졌고 20세 무렵부터 정신병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A씨는 지난해 1127B씨가 계속 소리를 지르고 벽을 주먹으로 두드리는 등 소란을 피우자 간호사에게 진정제 투약을 요청해 그를 재웠다. 다음 날 새벽 A씨는 병실서 아들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B씨의 상태에 낙담하고 다시 받아줄 병원이 없으리라는 불안감, 기력이 쇠해 앞으로 간호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절망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 B씨는 난폭한 성향으로 인해 퇴원을 권유받거나 입원 연장을 거부당하는 일이 많아 20여년 동안 정신병원 10여곳을 전전해야 했다.

장애인 아들 죽인 엄마
치매 아버지 죽인 아들

법원은 이번 사건의 책임이 온전히 A씨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거의 40년 동안 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양육하면서 헌신적으로 보살펴 부모의 의무를 다해온 것으로 보인다스스로 자식을 살해했다는 기억과 그에 대한 죄책감이 어떤 형벌보다 무거운 형벌이라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법률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각종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이 사건 기록상 국가나 지자체의 충분한 보호나 지원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이런 사정이 피고인의 극단적인 선택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점을 추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국가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40대 아들이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투신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지난 220일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서 C씨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C씨는 사건현장서 조금 떨어진 아파트서 아버지 D씨와 함께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뒤 인근 아파트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C씨의 집을 확인하는 과정서 1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아버지를 데려간다는 내용이 담겼다. C씨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D씨의 목 부위에서는 무언가에 눌린 흔적이 발견됐다.

서울에 살던 C씨는 치매 증상을 앓는 아버지의 병간호를 위해 10년 전 가족과 떨어져 홀로 청주서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간병생활을 견디다 못한 배우자가 환자와 함께 동반자살을 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59월 경기도 양주의 한 아파트서 E씨와 E씨의 아내 F씨가 숨져 있는 것을 며느리가 발견했다. E씨 부부는 잠을 자는 것처럼 이불에 누워 있었는데, 집 거실에선 불에 탄 번개탄과 연탄통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F씨는 오랜 기간 치매에 걸린 남편 E씨를 홀로 돌봐왔다. 자녀들은 타 지역에 거주해 주말에만 부부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E씨는 고관절과 허리디스크 등을 앓으면서 거동이 힘들어진 상태였다.

고통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도 늘어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을 확인, F씨가 번개탄을 피운 후 남편과 함께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간병살인은 일본서 1980년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간병살인은 앞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간병살인 등 간병범죄에 대한 통계조차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간병살인이 많이 일어나는 질환인 치매에 대한 국가적 지원도 지지부진하다.

중앙치매센터가 지난해 5월 발간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7’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추정 치매환자는 661707명에 이른다. 유병률은 9.8%,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뜻이다.

치매환자의 증가 속도는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치매환자는 2024100만명, 2041년에는 200만명을 넘어 2050년에는 27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치매 질환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증상이 심화될수록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일상에 균열이 가기 때문이다. 치매전문센터에 환자를 맡기기엔 경제적인 부담이 만만찮다. 비용과 돌봄 시간이 많이 필요한 질환인 것이다.
 


실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7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2054만원으로 추정됐다. 또 대한치매학회의 인식조사에 따르면 치매환자의 간병시간은 평균적으로 경증치매는 4시간, 중증치매는 7시간에 이르렀다.

문재인정부는 문 대통령의 공약인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 중에 있지만 치매환자의 70%는 가족이 돌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치매노인과 돌봄제공자를 위한 맞춤형 정책 방안 모색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 확진자의 70.2%가 동거 가족원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국가가 제공하는 장기요양보험·노인돌봄서비스를 받는 치매환자는 48.7%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여전한 가족 돌봄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부양체계가 변화하면서 노인이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노노간병도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이 고령인구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서 좀 더 정교한 사회보장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병을 앓고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도 케어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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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