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가 지원’ 농림부 혈세 낭비 의혹

에어컨 실외기에 4000억 예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10여년 동안 4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간 농가 지원사업에 대한 타당성 문제가 불거졌다. 신재생에너지 시설로 홍보하면서 지원·보급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주무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 최근 신재생에너지가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한 농가에 태양열 발전 설비가 설치돼있다.

조상들은 24절기에 따라 계절을 구분했다. 농경사회서 절기는 농민들에게 일종의 시간표였다. 따뜻한 봄에 씨를 뿌려 뜨거운 여름에 가꾸고, 서늘한 가을에 수확해 추운 겨울에 저장하는 과정은 절기에 맞춰 진행됐다. 가을에 수확한 새 곡식으로 올리는 차례는 한 해 농사를 잘 짓게 해준 조상과 하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냈다.

여름·겨울
온도 유지

농민들은 날씨에 따라 울고 웃었다. 비가 많이 오면 홍수를, 비가 오지 않으면 가뭄을 걱정했다. 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작물이 타 죽지는 않을까, 온도가 지나치게 낮으면 얼어 죽지는 않을까 안절부절못했다. 날씨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농민에게 숙명이나 다름없다. 특히 여름과 겨울철, 농작물에 맞는 온도 유지는 농민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정부는 변화무쌍한 날씨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부의 농가 지원사업의 방향은 전기와 유류 난방기기 중심서 신재생에너지 설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재활용하거나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2010년부터 지열냉난방 시설을, 2012년부터 공기열냉난방 시설을 지원하는 농업 에너지 이용 효율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위탁받아 시행한다.


농림부는 이 사업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이용 기술을 농업시설에 적용하고 확대 보급해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친환경 녹색성장을 선도해 온실가스의 절감을 꾀하고 있다. 또 국제유가와 농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농가의 경영비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 이용 효율화 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시설과 에너지 절감시설을 설치지원 중이다.

지열냉난방 시설인 지열히트펌프 지원사업도 그 일환이다. 지열냉난방은 지하수나 지열 등 지열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해 냉난방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여름에는 땅속 깊은 곳에 있는 냉기를, 겨울에는 온기를 뽑아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지열히트펌프는 땅속의 연중 일정한 온도(1215)를 이용해 난방과 냉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장치를 말한다.

신재생에너지 시설 보급
지열냉난방 설비 활성화

지열히트펌프의 원리는 냉장고와 에어컨의 작동 원리와 비슷하다. 압축, 응축, 팽창, 증발의 단계를 거쳐 열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냉방모드의 경우 실내의 열교환기서 열을 흡수한 뒤 실외의 열교환기인 히트펌프를 이용해 열을 방출한다. 난방모드는 반대 과정을 거친다. 열을 흡수하고 방출하는 과정서 냉매가 사용된다. 냉매는 시간에 따라 공기 중으로 방출되므로 주기적으로 보충해야 한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국내의 지열에너지 개발은 2000년대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2000년에는 지열냉난방 시스템을 도입해 학교나 레저시설, 병원 등에 적용했다. 2004년 공공기관의 건물을 신축할 때 공사비의 일부를 대체에너지 설치에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지열냉난방 설치가 크게 늘었다.

2008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농촌진흥청, 에너지관리공단은 시설원예 지열난방 보급사업의 일환으로 지열난방 시스템 교육을 진행했다. 이후 2010년 농림부서 사업을 이어받아 지열히트펌프 보급에 나섰다. 냉난방이 필요한 고정식 시설서 채소·화훼·과수·버섯류를 재배·생산하거나 돼지··오리 가축사육업을 허가 또는 등록한 농가가 대상이다.
 

농림부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이하 신재생에너지법) 4정부는 신재생에너지의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의 촉진에 관한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정부는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기업체 등의 자발적인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및 이용·보급을 장려하고 보호·육성해야 한다를 근거로 지열히트펌프 사업을 추진 중이다.


농가의 자가부담 비율은 20%(융자 10%, 현금 10%)이며, 나머지 80%는 국고서 60%, 지방자치단체서 20%를 지원한다. 설치비는 3.3(1)38~50만원 정도로 3300(1000)에 지열히트펌프를 설치한다면 약 4억원이 든다. 이때 농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8000만원가량이다.

2010년부터
지열냉난방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지열히트펌프 지원사업에 들어간 예산은 약 4200억원에 이른다. 농림부 각 연도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20101200억원, 20111004억원, 2012744억원, 2013500억원, 2014361억원, 2015196억원, 2016137억원, 2017113억원이 지열히트펌프 농가 보급에 사용됐다.

지열히트펌프 보급 사업은 올해도 계속된다. 농림부는 지난해 1219일 세종컨벤션 센터서 한국전력공사, 한국농어촌공사와 함께 농업분야 에너지 이용 효율화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업무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세 기관이 시설원예 농가를 대상으로 지열·공기열냉난방 시설 보급 사업을 공동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농림부는 지열·공기열냉난방 시설은 기존 유류난방기 대비 6078%, 전기난방기 대비 5070%까지 에너지 사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욱 농림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번 협약으로 농가는 경영비의 3040%를 차지하는 난방비 부담을 덜고, 국가 차원에서는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효과를 거둬 모두 윈윈하는 협업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근 지열히트펌프 지원사업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농림부서 신재생에너지 시설로 홍보하면서 보급하고 있는 지열히트펌프가 실제로는 신재생에너지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지열히트펌프 지원사업에 들어간 최소 4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효용성 없이 낭비됐다는 주장이다. 또 프레온가스를 사용하는 지열냉난방 시설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완화한다는 농림부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친환경?
환경 파괴?

논란은 히트펌프의 정의서 출발한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서 히트펌프를 검색하면 냉매가 증발기 내에서 증발하고 주위의 열을 빼앗아 기체가 되며 다시 응축기에 의해 주위에 열을 방출해 액화하는 냉동사이클로서, 방출된 열을 난방이나 가열에 이용하는 경우의 냉동기를 말한다. 열을 저온부서 고온부로 빨아올린다는 의미서 열펌프(heat pump)라고 한다. 열원은 공기, 우물물, 태양열, 지열 등이 이용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법 시행규칙 2(신재생에너지 설비)에서는 여러 신재생에너지의 설비와 부대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중 지열에너지 설비는 , 지하수 및 지하의 열 등의 온도차를 변환시켜 에너지를 생산하는 설비라고 정의했다.
 

▲ 신재생에너지 중 하나로 꼽히는 풍력발전

여기서 온도차를 변환시켜라는 부분이 문제로 떠올랐다. 히트펌프는 열을 교환하는 열교환기의 역할을 할 뿐 온도차를 만드는 온도차변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는 A씨는 히트펌프는 에어컨 실외기와 작동원리가 비슷하다 에어컨 실외기가 흡수한 뜨거운 열을 배출하는 기능을 하듯 히트펌프는 열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열을 생산해내는 설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씨는 2010년 농림부서 지열히트펌프 보급을 본격화하기 전 농촌진흥청서 발행한 교육 교재를 근거로 들었다. ‘시설원예 지열난방 보급사업 지열난방 시스템 교육교재에는 지열히트펌프를 이용한 시설원예 냉난방 기술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교재에는 히트펌프에 대해 열을 온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장치라고 쓰여 있다. 히트펌프도 에어컨과 동일하게 사이클 내 냉매가 들어있으며, 냉매가 압축, 응축, 팽창, 증발 과정을 거치면서 열원으로부터 열을 흡수 또는 방출한다고 명시돼 있다.

2008년 교육했는데
2015년 관련 토론회?

A씨는 교육 과정서 히트펌프가 온도변환과 관련된 역할을 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5년 국회서 진행된 토론회도 언급했다. 201556일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이강후 전 의원(당시 새누리당)히트펌프, 신재생에너지원 지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토론회서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저감과 에너지 절약 수단으로 히트펌프가 주목받고 있다우리나라가 히트펌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히트펌프에 대한 올바른 인식확산과 제도개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취지를 밝혔다.

A씨는 국회의원, 대학 교수, 산업통상자원부·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 민간사업체 관계자가 토론회에 참석했다당시 토론회서조차 히트펌프가 신재생에너지원인지, 신재생에너지 설비인지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농림부의 지열히트펌프 지원사업은 2010년부터 시행됐지만 2015년에도 히트펌프와 신재생에너지 간의 상관관계가 불분명했다는 주장이다.
 

A씨는 청와대, 농림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기획재정부, 감사원, 국민신문고 등에 지열히트펌프 지원사업과 관련해 수차례 민원을 넣었지만 매번 답변을 준 것은 농림부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농림부는 A씨가 문제 삼은 변환에 대해 변환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이용 가능한 에너지로 바꾼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는 법률전문가의 의견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열을 이용한 히트펌프 난방시스템의 효율은 대기열을 이용한 히트펌프 난방시스템보다 높은 것이 학술적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열히트펌프가 신재생에너지 설비며 그 효율이 우수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지열냉난방 시설에 대한 지원을 예산낭비로 보기는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낭비 아니다
효율도 높다”

농림부 원예경영과 관계자는 산자부 산하 에너지관리공단 내에 신재생에너지 센터라는 별도의 조직이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설비 KS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신재생에너지 설비 KS인증을 받은 제품에 한해 지열냉난방 시설 지열히트펌프를 보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농촌진흥청에서 발행한 교재에 대해서는 농림부가 이 사업을 산자부(당시 지식경제부)로부터 받은 게 2010이라며 교재 내용에 대해서는 직접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지열냉난방 안전성은?

20171115일 경북 포항서 발생한 5.4 규모의 지진은 인근에 지어진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가 나왔다. 당시 포항지진은 대입 수능시험을 1주일 미룰 정도로 전국적 여파가 컸다.

정부조사단의 발표 이후 지열발전 관련 사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열냉난방 시설은 지진에 대한 위험보다 환경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진은 지난 2012지열에너지의 환경성 평가 및 환경친화적 이용방안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지열히트펌프 이용에 따라 천공과정과 지열공의 부실관리에 따른 오염물질 유입, 재주입 지하수에 의한 수질오염, 지반침하, 소음·진동 발생 등의 환경적 영향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토양과 지하수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오염이 누적되고, 일단 오염이 되면 장기간 지속될 수 있고 복원이 어려운 만큼 설치에서부터 폐쇄 이후까지 환경 관리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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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