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주자에 포위당한 문재인 '왜?'

  • 박민우 pmw@ilyosisa.co.kr
  • 등록 2012.07.02 11:27:12
  • 댓글 0개

'너희는 짖어라! 나는 간다'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야권 대선주자들이 ‘문재인 때리기’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골적인 비난이 계속되면서 ‘1대 다자’ 구도로 판이 돌아가는 모양새다. 문 캠프 측은 무대응 전략이다. 반격은커녕 꿈쩍도 않는다. 작정하고 때리는 쪽이나 모르쇠 맞는 쪽이나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 앞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조경태 의원이 마이크 앞에 섰다. 그리고 대놓고 문재인 상임고문을 까기(?) 시작했다. 주제부터 ‘문재인이 대통령이 될 수 없는 5가지 이유’였다. 조 의원은 문 고문의 ▲자질 부족 ▲경쟁력 문제 ▲기회주의 ▲패권주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책임 등을 거론했다.

십자포화 시작

조 의원은 “문 고문의 국정운영 경험은 청와대 근무밖에 없어 대통령 후보로서 최소한의 자질이 없다”며 “이번 부산 총선에서 결과적으로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패했기 때문에 경쟁력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문 고문에게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부탁했지만 거절했다. 여건이 좋지 않을 때는 피하다가 좋을 때 과실을 탐내는 게 기회주의 아닌가”라며 “부산 친노의 패권주의적 공천의 중심에 문 고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노 전 대통령 비극의 출발은 친인척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있다”며 “당시 친인척 관리 책임은 민정라인에 있었고 민정라인의 책임자는 문 고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야권 대선주자들의 ‘문재인 때리기’가 시작됐다. 그 수위가 아슬아슬할 정도다.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이 계속되면서 ‘1대 다자’구도로 판이 돌아가는 모양새다.

문 고문 비판에 가장 적극적인 야권 대선주자는 손학규 상임고문이다. 손 고문은 연일 ‘문재인 필패론’을 외치고 있다. 손 고문은 먼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과 비서는 다르다”고 문 고문을 깎아내리더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승리할 수 없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방식이 이번에도 또 통하지 않는다”, “한 번 물레방아를 돌린 물은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수 없다”등의 비난을 퍼부었다.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발언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는 손 고문은 급기야 “문재인은 안 된다”는 ‘불가론’까지 꺼내들었다.

정세균 상임고문도 문 고문을 타깃으로 공격의 날을 세우고 있다. 정 고문은 한 토론회에서 ‘자신이 시대정신에 가장 부합하다’고 밝힌 문 고문을 겨냥해 “내가 더 낫다”고 반박했다. 또 라디오에 출연해 “문 고문은 한 국가를 책임지기에는 부족한 부분도 있다”고 쏘아붙이는가 하면 문 고문이 주장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공동정부’추진에 대해 “단일화만 되면 모든 게 잘 될 것이라고 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수권정당답지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야권 대선주자들 연일 노골적 ‘문 때리기’
2강 구도 효과 노림수에 무대응 전략 일관

야권 내에서 대선 실전을 방불케 하는 ‘무시무시’한 독설이 유독 문 고문에 쏟아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문 고문이 지지율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참 뒤쳐진 야권 대선주자들의 1차 공격 포인트가 문 고문인 셈이다. 앞서가는 문 고문을 주저앉혀야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리하다는 공통된 계산이 깔려있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6월 셋째주 주간집계에 따르면 차기 대선후보 다자구도에서 문 고문은 15.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나머지 야권 후보들은 5%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손 고문은 3.9%, 김 지사는 3.3%, 정 고문은 1.2%에 불과하다. 리얼미터의 지난달 25, 26일 조사에서 조 의원은 1.2%의 지지율을 얻었다.

민주당 표밭인 호남에서도 문 고문이 1위다. 리서치뷰가 최근 발표한 범야권의 대선후보 적합도를 보면 문 고문(25.3%), 손 고문(14.6%), 김 지사(7.5%), 정 고문(1.7%), 조 의원(0.2%) 순이었다.

당내 지지도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비전연구소와 타임리서치가 지난달 7일 공개한 ‘민주당 전국대의원 대상 여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 대의원들은 당내 대선주자 가운데 문 고문(24.4%)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 고문(22.8%), 김 지사(20.7%), 정 고문(7.9%)이 그 뒤를 이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문 고문을 집중적으로 겨냥하는 야권 대선주자들은 모두 문 고문과 대립각을 세워 지지율을 반등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며 “선두주자와 치열하게 치고받다 보면 2강 구도로 비춰지는 효과가 있어 싸움을 일부러 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문 고문의 반응이다. 반격은커녕 꿈쩍도 않는다. ‘공격군’들의 기대와 달리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 고문 캠프 측 인사는 “특별한 사안을 제외하고 야권 대선주자들의 공세에 직접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의 공격 의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말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고문도 모른 척 넘어가고 있다. 민주당 인사들의 견제가 이어지자 대변인인 유민영 전 춘추관장을 통해 강하게 항의한 안 원장과 다른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대신 당내 주자끼리 공방을 벌이지 말고 새누리당 쪽으로 포문을 돌리자고 제안했다.

문 고문은 한 토론회에서 “(야권의) 공동 목표인 정권 교체를 이루려면 새누리당 후보를 꺾어야 한다”며 “새누리당 후보에게 지지율이 뒤지는 상황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 인사들이 아닌 박 전 위원장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 시작했다. 문 고문은 “(박 의원은) 가난 때문에 고생하던 시기에 청와대에서 공주처럼 살았다”며 “제가 독재권력에 맞서 싸우던 시기에 독재권력의 핵심에 있었다”고 비꼬았다. 박 전 위원장의 높은 지지율에 대해선 “야권 단일 주자가 되면 압도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1대 다자'구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권 주자들의 ‘문재인 때리기’는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와중에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정동영 상임고문, 박준영 전남지사, 김영환 의원 등도 조만간 대권 레이스에 합류할 태세다. 민주당은 9월 말까지 대선후보를 확정할 예정. 그때까지 십자포화를 맞을 게 뻔한 문 고문이 지금과 같은 스탠스를 유지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