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이핸드코리아’ 손혜원 작품 표절 의혹

똑같은 엠블럼·로고 ‘누구 짓?’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1년 이명박정부 국가 행사에서 사용된 공식 엠블럼과 브랜드 전문가로 알려진 손혜원 의원(무소속)의 개인 사업체 로고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국가 행사 준비 과정에 참여했던 인사와 손 의원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무소속 손혜원 의원

국가 브랜드는 한 국가에 대한 인지도·호감도·신뢰도 등 유·무형의 가치를 총합한 것을 말한다. 국가 브랜드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알려진 사이먼 앤홀트는 한 나라가 관광객을 끌어들이거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상품을 팔고 정치적 동맹을 맺는 등의 모든 활동에 국가 브랜드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국가 브랜드
중요도 높아

국가 간 유기성이 강화되면서 국가 브랜드는 단순히 국가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도 분류된다.

그러자 여느 정부할 것 없이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대통령 직속 기구를 만들거나 대외적으로 사용할 국가 브랜드를 제작하는 사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8·15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는 경제력의 30%대에 그치고 있다선진국이 되길 원한다면 우리의 이미지와 평판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 브랜드위원회를 설치하겠다임기 중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2009122일 대통령 직속 국가 브랜드위원회가 출범했다.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국가 브랜드위원회는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2011년 국가 브랜드위원회가 주최한 ‘2011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컨벤션’(이하 국가 브랜드 컨벤션)도 그 중 하나였다.

20118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서 진행된 국가 브랜드 컨벤션은 한류, 세계와 함께 미래로!’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한류를 주제로 한 전시, 문화행사, 컨퍼런스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국가 브랜드에 대해 이해하고 자긍심과 도전정신을 고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기획됐다.

국가 브랜드위원회가 국가 브랜드 컨벤션에 대해 기록한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컨벤션 백서: 한류, 소프트파워, 국가 브랜드를 이끄는 힘>에 따르면 종합전람회(가칭) 추진위원회는 행사 6개월 전인 201127일 구성됐다. 추진위는 같은 해 1019일 체험 소감문 대회 시상식까지 약 8개월 동안 활동했다.

기획부터 공식 명칭과 엠블럼 제작, 전시 구성, 기업·지방자치단체 유치, 대외 홍보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손혜원 의원(당시 크로스포인트 대표)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114월 손 의원을 비롯해 11명을 국가 브랜드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했다. 손 의원은 기획분과위원으로 국가 브랜드 컨벤션 행사에 관여했다.

자타공인
최고 전문가


손 의원은 20대 총선서 당선돼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브랜드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브랜드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손 의원을 따라다녔다. ‘참이슬’ ‘처음처럼’ ‘정관장등 대중에게 친숙한 브랜드들이 손 의원의 아이디어서 탄생했다.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당명도 손 의원이 주도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손 의원이 브랜드 분야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온 점을 높이 사 국가 브랜드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한 것으로 보인다. 그로부터 8년 뒤 당시 국가 랜드 컨벤션 준비 과정서 한류문화산업포럼 회원으로 참여했던 A씨가 한 가지 의혹을 꺼냈다.
 

▲ ▲작품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하이핸드코리아 엠블럼과 로고 디자인

A씨는 국가 브랜드 컨벤션서 사용된 공식 엠블럼과 손 의원이 201110월 설립한 공예품 전시·판매업체 하이핸드코리아의 로고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국가 브랜드 컨벤션의 공식 엠블럼과 하이핸드코리아 로고는 각각 ‘HIGHHAND’(하이핸드)‘HALLYU’(한류)로 글자는 다르지만, ‘KOREA’의 모양은 육안으로 봐도 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했다.

대통령 직속 브랜드위원회 위원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위촉

A씨는 지난 1월 손 의원에 대한 각종 논란이 불거지던 무렵 방송을 통해 하이핸드코리아의 로고를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뉴스에 손 의원 관련 보도가 나가던 중 서울역에 있는 하이핸드코리아 상점이 화면에 잡혔다. 로고를 보자마자 국가 브랜드 컨벤션 공식 엠블럼이 떠올랐다당시 우리 포럼(한류문화산업포럼)서 엠블럼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때 공식 엠블럼을 제작하기 위한 회의서 대한민국의 브랜드는 곧 사람이라고 생각해 KOREAK를 사람 인()의 형상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고 덧붙였다.

손혜원 의원실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컨벤션은 2011825일부터 28일까지 진행했고, 하이핸드코리아는 2011108일에 오픈했다“‘KOREA’ 글씨는 손혜원 의원이 하이핸드코리아를 위해서 직접 쓴 손글씨고, 같은 해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컨벤션에 공짜로 이 글씨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 의원이) 1회성 행사라 (손글씨를)그냥 써도 된다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국가 브랜드 컨벤션 공식 엠블럼의 KOREA와 하이핸드코리아의 KOREA, 둘 다 손 의원이 쓴 글씨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손 의원이 개인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미리 써둔 손글씨를 자신이 위원으로 있는 국가 브랜드위원회 행사에 공짜로 제공했다는 뜻이다. 손 의원은 행사가 끝난 이후 해당 글씨를 자신의 사업체 로고로 사용했다.

“내가 줬다” 
“협업했다”

하지만 국가 브랜드 컨벤션의 백서에 쓰인 공식 엠블럼 제작 과정은 손 의원의 주장과는 달랐다. 백서에는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와 한류를 함께 담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했다. 구체적 형상이 없는 국가 브랜드와 다양한 요소로 어우러진 한류를 하나의 엠블럼으로 만드는 데 수많은 시행착오와 각계 전문가의 조언, 반복되는 재작업이 이어지며 수백번이 넘는 창작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고 쓰여 있다.


여러 차례 시안을 협의한 결과, 국민을 상징하는 한자 사람 인()’과 대한민국을 의미하는 케이(K)’가 합쳐진 엠블럼이 나왔다이는 한국인이 곧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임을 의미하고, 세계와 함께 미래로 뻗어나가는 한류의 물결을 형상화했다고 기록했다.

A씨의 주장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손 의원은 자신이 이전에 써둔 글씨를 무료로 제공했다는 입장이고 백서에는 협업을 통해 제작됐다는 입장이 담긴 것이다.

국가행사에서 사용된 디자인
개인 업체 로고로 다시 사용

손혜원 의원실은 백서 내용에 대해 이전에 답변했듯이 손 의원이 있던 크로스포인트서 진행한 (손 의원의) 손글씨 작품이 맞다국가 브랜드위원회서 무료 사용을 요청해 행사에 맞게 수정작업을 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무료 사용을 허락한 후 행사에 알맞게 쓸 수 있도록 작업했다 국가 브랜드위원회 백서 내용은 집필진에게 문의하라백서 내용이 왜 그렇게 작성됐는지 확인되면 우리도 궁금하니 알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문체부 국제문화과 관계자는 국가 브랜드 컨벤션 이후 8년이라는 상당한 기간이 경과해 정확한 내용 확인이 어려운 점을 양해해주길 바란다면서도 “(공식 엠블럼은)손혜원 당시 크로스포인트 대표를 포함한 여러 위원들과 각계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제작됐다고 전했다. 이 과정서 별도의 예산 지출은 확인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손 의원은 20119월과 11월에 하이핸드코리아 관련 상표권을 출원했다. 국가 브랜드 컨벤션이 끝난 이후다. 특허청에 따르면 상표권의 사용 방식에 따라 로고와 글씨를 각각 출원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손 의원의 하이핸드코리아가 그와 유사한 경우로 보인다. 국가 브랜드 컨벤션 공식 엠블럼과 유사한 하이핸드코리아 로고 상표권은 2011114일에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공식 엠블럼은 비록 짧은 기간(4) 동안 사용됐지만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끝에 준비한 행사의 얼굴이었다손 의원의 주장이 맞는다는 전제하에, 자신이 직접 써서 제공했다는 이유로 국가 행사에서 사용된 디자인을 개인 사업에 다시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컨벤션 이후
상표권 출원

한 브랜드 전문가는 개인 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직접 쓴 글씨를 국가행사에 제공하는 것까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손 의원은 당시 국가 브랜드위원회 위원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행사 이후 (해당 글씨를) 다시 개인적으로 사용한 점에서는 의아함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어 누군가 어떤 행사에 돈을 기부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그 돈이 행사 이후에도 내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혜원 내로남불?' 박근혜정부 국가 브랜드 표절 의혹 제기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74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 브랜드 ‘CREATIVE KOREA’(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국민과 함께 국가 브랜드를 만들어 이를 해외에 적극 알리겠다는 취지로 진행한 국가 브랜드 사업의 일환이었다.

문체부가 브랜드·광고홍보 분야의 학계와 현장 민간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한 국가 브랜드 개발 추진단이 1년에 걸쳐 만든 새로운 국가 브랜드는 공개 이틀 만에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의 표절 의혹을 공개적으로 꺼낸 인물은 브랜드 전문가 출신인 손혜원 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이다.

1년 만에 폐기

손 의원은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프랑스의 ‘CREATIVE FRANCE’(크리에이티브 프랑스)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손 의원은 201676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서 두 브랜드를 비교하며 이건 누가 뭐라 해도 카피다. ‘크리에이티브가 국가명 앞에 온 것, 빨강·파랑을 쓴 건 명백한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불행한 건 그 표절된 슬로건에 크리에이티브라는 말이 들어 있단 것이다. 표절과 창의, 참으로 비극적인 코리아이며 이 상황을 보면서 제가 디자이너란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문체부 장관이 제 직속 후배란 사실, 이걸 최종 결정했을 대통령이 참으로 부끄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종덕 당시 문체부장관은 손 의원의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후배다.

문체부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와 크리에이티브 프랑스의 유사성에 대해 이미 전문가 검토를 진행한 바 있다며 표절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채 1년도 되지 않아 폐기됐다.

2017년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문체부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표절 의혹 등 여러 논란으로 국민적 공감과 신뢰를 얻지 못해 국가이미지 제고라는 정책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내·외부 평가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