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이핸드코리아’ 손혜원 작품 표절 의혹

똑같은 엠블럼·로고 ‘누구 짓?’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1년 이명박정부 국가 행사에서 사용된 공식 엠블럼과 브랜드 전문가로 알려진 손혜원 의원(무소속)의 개인 사업체 로고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국가 행사 준비 과정에 참여했던 인사와 손 의원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무소속 손혜원 의원

국가 브랜드는 한 국가에 대한 인지도·호감도·신뢰도 등 유·무형의 가치를 총합한 것을 말한다. 국가 브랜드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알려진 사이먼 앤홀트는 한 나라가 관광객을 끌어들이거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상품을 팔고 정치적 동맹을 맺는 등의 모든 활동에 국가 브랜드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국가 브랜드
중요도 높아

국가 간 유기성이 강화되면서 국가 브랜드는 단순히 국가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도 분류된다.

그러자 여느 정부할 것 없이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대통령 직속 기구를 만들거나 대외적으로 사용할 국가 브랜드를 제작하는 사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8·15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는 경제력의 30%대에 그치고 있다선진국이 되길 원한다면 우리의 이미지와 평판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 브랜드위원회를 설치하겠다임기 중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2009122일 대통령 직속 국가 브랜드위원회가 출범했다.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국가 브랜드위원회는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2011년 국가 브랜드위원회가 주최한 ‘2011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컨벤션’(이하 국가 브랜드 컨벤션)도 그 중 하나였다.

20118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서 진행된 국가 브랜드 컨벤션은 한류, 세계와 함께 미래로!’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한류를 주제로 한 전시, 문화행사, 컨퍼런스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국가 브랜드에 대해 이해하고 자긍심과 도전정신을 고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기획됐다.

국가 브랜드위원회가 국가 브랜드 컨벤션에 대해 기록한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컨벤션 백서: 한류, 소프트파워, 국가 브랜드를 이끄는 힘>에 따르면 종합전람회(가칭) 추진위원회는 행사 6개월 전인 201127일 구성됐다. 추진위는 같은 해 1019일 체험 소감문 대회 시상식까지 약 8개월 동안 활동했다.

기획부터 공식 명칭과 엠블럼 제작, 전시 구성, 기업·지방자치단체 유치, 대외 홍보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손혜원 의원(당시 크로스포인트 대표)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114월 손 의원을 비롯해 11명을 국가 브랜드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했다. 손 의원은 기획분과위원으로 국가 브랜드 컨벤션 행사에 관여했다.

자타공인
최고 전문가


손 의원은 20대 총선서 당선돼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브랜드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브랜드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손 의원을 따라다녔다. ‘참이슬’ ‘처음처럼’ ‘정관장등 대중에게 친숙한 브랜드들이 손 의원의 아이디어서 탄생했다.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당명도 손 의원이 주도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손 의원이 브랜드 분야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온 점을 높이 사 국가 브랜드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한 것으로 보인다. 그로부터 8년 뒤 당시 국가 랜드 컨벤션 준비 과정서 한류문화산업포럼 회원으로 참여했던 A씨가 한 가지 의혹을 꺼냈다.
 

▲ ▲작품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하이핸드코리아 엠블럼과 로고 디자인

A씨는 국가 브랜드 컨벤션서 사용된 공식 엠블럼과 손 의원이 201110월 설립한 공예품 전시·판매업체 하이핸드코리아의 로고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국가 브랜드 컨벤션의 공식 엠블럼과 하이핸드코리아 로고는 각각 ‘HIGHHAND’(하이핸드)‘HALLYU’(한류)로 글자는 다르지만, ‘KOREA’의 모양은 육안으로 봐도 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했다.

대통령 직속 브랜드위원회 위원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위촉

A씨는 지난 1월 손 의원에 대한 각종 논란이 불거지던 무렵 방송을 통해 하이핸드코리아의 로고를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뉴스에 손 의원 관련 보도가 나가던 중 서울역에 있는 하이핸드코리아 상점이 화면에 잡혔다. 로고를 보자마자 국가 브랜드 컨벤션 공식 엠블럼이 떠올랐다당시 우리 포럼(한류문화산업포럼)서 엠블럼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때 공식 엠블럼을 제작하기 위한 회의서 대한민국의 브랜드는 곧 사람이라고 생각해 KOREAK를 사람 인()의 형상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고 덧붙였다.

손혜원 의원실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컨벤션은 2011825일부터 28일까지 진행했고, 하이핸드코리아는 2011108일에 오픈했다“‘KOREA’ 글씨는 손혜원 의원이 하이핸드코리아를 위해서 직접 쓴 손글씨고, 같은 해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컨벤션에 공짜로 이 글씨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 의원이) 1회성 행사라 (손글씨를)그냥 써도 된다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국가 브랜드 컨벤션 공식 엠블럼의 KOREA와 하이핸드코리아의 KOREA, 둘 다 손 의원이 쓴 글씨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손 의원이 개인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미리 써둔 손글씨를 자신이 위원으로 있는 국가 브랜드위원회 행사에 공짜로 제공했다는 뜻이다. 손 의원은 행사가 끝난 이후 해당 글씨를 자신의 사업체 로고로 사용했다.

“내가 줬다” 
“협업했다”

하지만 국가 브랜드 컨벤션의 백서에 쓰인 공식 엠블럼 제작 과정은 손 의원의 주장과는 달랐다. 백서에는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와 한류를 함께 담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했다. 구체적 형상이 없는 국가 브랜드와 다양한 요소로 어우러진 한류를 하나의 엠블럼으로 만드는 데 수많은 시행착오와 각계 전문가의 조언, 반복되는 재작업이 이어지며 수백번이 넘는 창작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고 쓰여 있다.


여러 차례 시안을 협의한 결과, 국민을 상징하는 한자 사람 인()’과 대한민국을 의미하는 케이(K)’가 합쳐진 엠블럼이 나왔다이는 한국인이 곧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임을 의미하고, 세계와 함께 미래로 뻗어나가는 한류의 물결을 형상화했다고 기록했다.

A씨의 주장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손 의원은 자신이 이전에 써둔 글씨를 무료로 제공했다는 입장이고 백서에는 협업을 통해 제작됐다는 입장이 담긴 것이다.

국가행사에서 사용된 디자인
개인 업체 로고로 다시 사용

손혜원 의원실은 백서 내용에 대해 이전에 답변했듯이 손 의원이 있던 크로스포인트서 진행한 (손 의원의) 손글씨 작품이 맞다국가 브랜드위원회서 무료 사용을 요청해 행사에 맞게 수정작업을 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무료 사용을 허락한 후 행사에 알맞게 쓸 수 있도록 작업했다 국가 브랜드위원회 백서 내용은 집필진에게 문의하라백서 내용이 왜 그렇게 작성됐는지 확인되면 우리도 궁금하니 알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문체부 국제문화과 관계자는 국가 브랜드 컨벤션 이후 8년이라는 상당한 기간이 경과해 정확한 내용 확인이 어려운 점을 양해해주길 바란다면서도 “(공식 엠블럼은)손혜원 당시 크로스포인트 대표를 포함한 여러 위원들과 각계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제작됐다고 전했다. 이 과정서 별도의 예산 지출은 확인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손 의원은 20119월과 11월에 하이핸드코리아 관련 상표권을 출원했다. 국가 브랜드 컨벤션이 끝난 이후다. 특허청에 따르면 상표권의 사용 방식에 따라 로고와 글씨를 각각 출원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손 의원의 하이핸드코리아가 그와 유사한 경우로 보인다. 국가 브랜드 컨벤션 공식 엠블럼과 유사한 하이핸드코리아 로고 상표권은 2011114일에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공식 엠블럼은 비록 짧은 기간(4) 동안 사용됐지만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끝에 준비한 행사의 얼굴이었다손 의원의 주장이 맞는다는 전제하에, 자신이 직접 써서 제공했다는 이유로 국가 행사에서 사용된 디자인을 개인 사업에 다시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컨벤션 이후
상표권 출원

한 브랜드 전문가는 개인 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직접 쓴 글씨를 국가행사에 제공하는 것까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손 의원은 당시 국가 브랜드위원회 위원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행사 이후 (해당 글씨를) 다시 개인적으로 사용한 점에서는 의아함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어 누군가 어떤 행사에 돈을 기부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그 돈이 행사 이후에도 내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혜원 내로남불?' 박근혜정부 국가 브랜드 표절 의혹 제기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74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 브랜드 ‘CREATIVE KOREA’(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국민과 함께 국가 브랜드를 만들어 이를 해외에 적극 알리겠다는 취지로 진행한 국가 브랜드 사업의 일환이었다.

문체부가 브랜드·광고홍보 분야의 학계와 현장 민간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한 국가 브랜드 개발 추진단이 1년에 걸쳐 만든 새로운 국가 브랜드는 공개 이틀 만에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의 표절 의혹을 공개적으로 꺼낸 인물은 브랜드 전문가 출신인 손혜원 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이다.

1년 만에 폐기

손 의원은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프랑스의 ‘CREATIVE FRANCE’(크리에이티브 프랑스)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손 의원은 201676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서 두 브랜드를 비교하며 이건 누가 뭐라 해도 카피다. ‘크리에이티브가 국가명 앞에 온 것, 빨강·파랑을 쓴 건 명백한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불행한 건 그 표절된 슬로건에 크리에이티브라는 말이 들어 있단 것이다. 표절과 창의, 참으로 비극적인 코리아이며 이 상황을 보면서 제가 디자이너란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문체부 장관이 제 직속 후배란 사실, 이걸 최종 결정했을 대통령이 참으로 부끄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종덕 당시 문체부장관은 손 의원의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후배다.

문체부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와 크리에이티브 프랑스의 유사성에 대해 이미 전문가 검토를 진행한 바 있다며 표절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채 1년도 되지 않아 폐기됐다.

2017년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문체부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표절 의혹 등 여러 논란으로 국민적 공감과 신뢰를 얻지 못해 국가이미지 제고라는 정책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내·외부 평가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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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