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이핸드코리아’ 손혜원 작품 표절 의혹

똑같은 엠블럼·로고 ‘누구 짓?’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1년 이명박정부 국가 행사에서 사용된 공식 엠블럼과 브랜드 전문가로 알려진 손혜원 의원(무소속)의 개인 사업체 로고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국가 행사 준비 과정에 참여했던 인사와 손 의원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무소속 손혜원 의원

국가 브랜드는 한 국가에 대한 인지도·호감도·신뢰도 등 유·무형의 가치를 총합한 것을 말한다. 국가 브랜드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알려진 사이먼 앤홀트는 한 나라가 관광객을 끌어들이거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상품을 팔고 정치적 동맹을 맺는 등의 모든 활동에 국가 브랜드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국가 브랜드
중요도 높아

국가 간 유기성이 강화되면서 국가 브랜드는 단순히 국가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도 분류된다.

그러자 여느 정부할 것 없이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대통령 직속 기구를 만들거나 대외적으로 사용할 국가 브랜드를 제작하는 사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8·15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는 경제력의 30%대에 그치고 있다선진국이 되길 원한다면 우리의 이미지와 평판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 브랜드위원회를 설치하겠다임기 중 한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2009122일 대통령 직속 국가 브랜드위원회가 출범했다.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국가 브랜드위원회는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벌였다. 2011년 국가 브랜드위원회가 주최한 ‘2011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컨벤션’(이하 국가 브랜드 컨벤션)도 그 중 하나였다.

20118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서 진행된 국가 브랜드 컨벤션은 한류, 세계와 함께 미래로!’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한류를 주제로 한 전시, 문화행사, 컨퍼런스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국가 브랜드에 대해 이해하고 자긍심과 도전정신을 고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기획됐다.

국가 브랜드위원회가 국가 브랜드 컨벤션에 대해 기록한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컨벤션 백서: 한류, 소프트파워, 국가 브랜드를 이끄는 힘>에 따르면 종합전람회(가칭) 추진위원회는 행사 6개월 전인 201127일 구성됐다. 추진위는 같은 해 1019일 체험 소감문 대회 시상식까지 약 8개월 동안 활동했다.

기획부터 공식 명칭과 엠블럼 제작, 전시 구성, 기업·지방자치단체 유치, 대외 홍보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손혜원 의원(당시 크로스포인트 대표)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114월 손 의원을 비롯해 11명을 국가 브랜드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했다. 손 의원은 기획분과위원으로 국가 브랜드 컨벤션 행사에 관여했다.

자타공인
최고 전문가


손 의원은 20대 총선서 당선돼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 브랜드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브랜드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손 의원을 따라다녔다. ‘참이슬’ ‘처음처럼’ ‘정관장등 대중에게 친숙한 브랜드들이 손 의원의 아이디어서 탄생했다.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당명도 손 의원이 주도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손 의원이 브랜드 분야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온 점을 높이 사 국가 브랜드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한 것으로 보인다. 그로부터 8년 뒤 당시 국가 랜드 컨벤션 준비 과정서 한류문화산업포럼 회원으로 참여했던 A씨가 한 가지 의혹을 꺼냈다.
 

▲ ▲작품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하이핸드코리아 엠블럼과 로고 디자인

A씨는 국가 브랜드 컨벤션서 사용된 공식 엠블럼과 손 의원이 201110월 설립한 공예품 전시·판매업체 하이핸드코리아의 로고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국가 브랜드 컨벤션의 공식 엠블럼과 하이핸드코리아 로고는 각각 ‘HIGHHAND’(하이핸드)‘HALLYU’(한류)로 글자는 다르지만, ‘KOREA’의 모양은 육안으로 봐도 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했다.

대통령 직속 브랜드위원회 위원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위촉

A씨는 지난 1월 손 의원에 대한 각종 논란이 불거지던 무렵 방송을 통해 하이핸드코리아의 로고를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뉴스에 손 의원 관련 보도가 나가던 중 서울역에 있는 하이핸드코리아 상점이 화면에 잡혔다. 로고를 보자마자 국가 브랜드 컨벤션 공식 엠블럼이 떠올랐다당시 우리 포럼(한류문화산업포럼)서 엠블럼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때 공식 엠블럼을 제작하기 위한 회의서 대한민국의 브랜드는 곧 사람이라고 생각해 KOREAK를 사람 인()의 형상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고 덧붙였다.

손혜원 의원실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컨벤션은 2011825일부터 28일까지 진행했고, 하이핸드코리아는 2011108일에 오픈했다“‘KOREA’ 글씨는 손혜원 의원이 하이핸드코리아를 위해서 직접 쓴 손글씨고, 같은 해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컨벤션에 공짜로 이 글씨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 의원이) 1회성 행사라 (손글씨를)그냥 써도 된다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국가 브랜드 컨벤션 공식 엠블럼의 KOREA와 하이핸드코리아의 KOREA, 둘 다 손 의원이 쓴 글씨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손 의원이 개인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미리 써둔 손글씨를 자신이 위원으로 있는 국가 브랜드위원회 행사에 공짜로 제공했다는 뜻이다. 손 의원은 행사가 끝난 이후 해당 글씨를 자신의 사업체 로고로 사용했다.

“내가 줬다” 
“협업했다”

하지만 국가 브랜드 컨벤션의 백서에 쓰인 공식 엠블럼 제작 과정은 손 의원의 주장과는 달랐다. 백서에는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와 한류를 함께 담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했다. 구체적 형상이 없는 국가 브랜드와 다양한 요소로 어우러진 한류를 하나의 엠블럼으로 만드는 데 수많은 시행착오와 각계 전문가의 조언, 반복되는 재작업이 이어지며 수백번이 넘는 창작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고 쓰여 있다.


여러 차례 시안을 협의한 결과, 국민을 상징하는 한자 사람 인()’과 대한민국을 의미하는 케이(K)’가 합쳐진 엠블럼이 나왔다이는 한국인이 곧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임을 의미하고, 세계와 함께 미래로 뻗어나가는 한류의 물결을 형상화했다고 기록했다.

A씨의 주장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손 의원은 자신이 이전에 써둔 글씨를 무료로 제공했다는 입장이고 백서에는 협업을 통해 제작됐다는 입장이 담긴 것이다.

국가행사에서 사용된 디자인
개인 업체 로고로 다시 사용

손혜원 의원실은 백서 내용에 대해 이전에 답변했듯이 손 의원이 있던 크로스포인트서 진행한 (손 의원의) 손글씨 작품이 맞다국가 브랜드위원회서 무료 사용을 요청해 행사에 맞게 수정작업을 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무료 사용을 허락한 후 행사에 알맞게 쓸 수 있도록 작업했다 국가 브랜드위원회 백서 내용은 집필진에게 문의하라백서 내용이 왜 그렇게 작성됐는지 확인되면 우리도 궁금하니 알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문체부 국제문화과 관계자는 국가 브랜드 컨벤션 이후 8년이라는 상당한 기간이 경과해 정확한 내용 확인이 어려운 점을 양해해주길 바란다면서도 “(공식 엠블럼은)손혜원 당시 크로스포인트 대표를 포함한 여러 위원들과 각계 전문가들의 협업으로 제작됐다고 전했다. 이 과정서 별도의 예산 지출은 확인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손 의원은 20119월과 11월에 하이핸드코리아 관련 상표권을 출원했다. 국가 브랜드 컨벤션이 끝난 이후다. 특허청에 따르면 상표권의 사용 방식에 따라 로고와 글씨를 각각 출원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손 의원의 하이핸드코리아가 그와 유사한 경우로 보인다. 국가 브랜드 컨벤션 공식 엠블럼과 유사한 하이핸드코리아 로고 상표권은 2011114일에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공식 엠블럼은 비록 짧은 기간(4) 동안 사용됐지만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 끝에 준비한 행사의 얼굴이었다손 의원의 주장이 맞는다는 전제하에, 자신이 직접 써서 제공했다는 이유로 국가 행사에서 사용된 디자인을 개인 사업에 다시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컨벤션 이후
상표권 출원

한 브랜드 전문가는 개인 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직접 쓴 글씨를 국가행사에 제공하는 것까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손 의원은 당시 국가 브랜드위원회 위원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행사 이후 (해당 글씨를) 다시 개인적으로 사용한 점에서는 의아함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어 예를 들어 누군가 어떤 행사에 돈을 기부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그 돈이 행사 이후에도 내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혜원 내로남불?' 박근혜정부 국가 브랜드 표절 의혹 제기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74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 브랜드 ‘CREATIVE KOREA’(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국민과 함께 국가 브랜드를 만들어 이를 해외에 적극 알리겠다는 취지로 진행한 국가 브랜드 사업의 일환이었다.

문체부가 브랜드·광고홍보 분야의 학계와 현장 민간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한 국가 브랜드 개발 추진단이 1년에 걸쳐 만든 새로운 국가 브랜드는 공개 이틀 만에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의 표절 의혹을 공개적으로 꺼낸 인물은 브랜드 전문가 출신인 손혜원 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이다.

1년 만에 폐기

손 의원은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프랑스의 ‘CREATIVE FRANCE’(크리에이티브 프랑스)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손 의원은 201676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서 두 브랜드를 비교하며 이건 누가 뭐라 해도 카피다. ‘크리에이티브가 국가명 앞에 온 것, 빨강·파랑을 쓴 건 명백한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불행한 건 그 표절된 슬로건에 크리에이티브라는 말이 들어 있단 것이다. 표절과 창의, 참으로 비극적인 코리아이며 이 상황을 보면서 제가 디자이너란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문체부 장관이 제 직속 후배란 사실, 이걸 최종 결정했을 대통령이 참으로 부끄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종덕 당시 문체부장관은 손 의원의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후배다.

문체부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와 크리에이티브 프랑스의 유사성에 대해 이미 전문가 검토를 진행한 바 있다며 표절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채 1년도 되지 않아 폐기됐다.

2017년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문체부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표절 의혹 등 여러 논란으로 국민적 공감과 신뢰를 얻지 못해 국가이미지 제고라는 정책효과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내·외부 평가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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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