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영향권’ 중견기업 리스트

대기업 뺨치는데 세금은 찔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세청이 대기업 사주 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증 기회가 부족했던 중견기업 사주 일가, 부동산 재벌, 고소득 대자산가를 ‘숨은 대재산가’ 그룹으로 분류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숨은 대재산가 그룹 중 불공정 탈세행태가 심해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95명의 반칙·편법·탈법행위 유형을 소개했다. 이 같은 국세청의 강력 행보에 제 발 저린 중견기업들은 ‘초긴장’ 상태다.
 

국세청이 중견기업 사주 일가, 부동산 재벌, 고소득 대재산가 등 소위 숨은 대자산가 그룹 중 반칙·편법·탈법행위 등 불공정 탈세혐의가 큰 95명을 대상으로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거래내역 전반
입체적인 분석

구체적으로 중견기업 사주 일가 37명, 부동산 임대업·시행사업 등을 영위하는 부동산 재벌 10명, 자영업자·전문직 등 고소득 대재산가 48명의 총 95명이다. 이들 95명이 보유한 재산은 총 12조6000억원으로 평균 133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주식이 1040억원, 부동산이 230억원을 차지했다. 

재산규모별로 100억∼300억원 미만이 4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300억∼1000억원 미만 25명, 1000억∼3000억원 미만 14명, 3000억∼5000억원 미만 8명, 5000억원 이상 7명 순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31명으로 가장 많았다. 건설업 25명, 도매업 13명, 서비스업 13명, 부동산 임대업 등 부동산 관련업이 10명, 병원 등 의료업이 3명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대상자는 개인별 재산·소득자료, 외환거래 등 금융정보, 내·외부 탈세 정보뿐 아니라 사주 일가의 해외출입국 현황, 고급별장·고가미술품 등 사치성 자산 취득내역, 국가 간 정보교환자료 등을 종합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주 일가·관련인 개인 간, 특수관계 기업 간, 사주 개인·기업 간 거래내역 전반을 조망하는 입체적 분석방식을 적용했다.  
 

특히 사주 일가의 재산 현황(stock)과 관련한 정보와 재산의 형성·운용·이전 등 소득과 거래를 통한 재산의 축적 및 승계 과정(flow)을 정밀 검증했다. 개별기업 단위별 미시적 분석방식서 벗어나 거시적·단계적 접근 방식인 ‘탈루 유형별 분석 방법’을 통해 ‘불공정 탈세 혐의자’만 선별해 조사 대상자를 선별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조사 대상자들의 불공정 탈세 유형별로 주요 탈루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변칙적인 방법으로 법인자금을 유출하거나 사적으로 유용·편취해 대재산가 일가의 호화·사치생활을 영위하는 데 사용한 경우다.  

숨은 대재산가 세무조사 착수
중견기업 사주일가 37명 타깃

이어 부동산·자본거래 등을 통해 자녀들에게 편법으로 재산을 상속·증여 또는 경영권 승계 등 세금 없이 부를 대물림한 유형이다. 마지막으로 특수관계자 간 부당내부거래, 우회거래 등 각종 탈법적 방법으로 정당한 세부담을 교묘하게 회피한 형태도 파악됐다. 

심상치 않은 국세청의 행보에 이전에 논란이 됐던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국세청은 2017년 신안그룹 금융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던 바 있다. 당시 국세청은 여의도에 소재한 바로투자증권 본사에 사전예고 없이 투입, 재무 관련 자료를 예치하는 등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바로투자증권이 계열사에 대출을 할 때 불법으로 담보를 제공한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은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바로투자증권은 지난 2015년 2월 신안그룹 계열사 2곳이 출자한 주식을 해당 업체의 대출 때 담보로 제공한 사실이 금감원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현재 자본시장법은 증권사가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에 대해 신용공여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바로투자증권의 최대주주는 신안그룹의 계열사인 신안캐피탈(지분 100%)이다. 금융감독원은 2016년 바로투자증권에 대해 기관주의와 함께 과징금 8800만원을 부과하는 한편, 불법거래에 관여한 임직원 2명에 대해서도 주의와 견책 처분을 내린 바 있다.
 

2017년 국세청의 빙그레 정기 세무조사 과정서 김호연 회장의 차명주식이 드러났다. 김 회장은 아버지인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가 1981년 타계한 이후, 한화그룹이 1970년대 인수한 빙그레(대일유업)의 경영을 맡으면서 빙그레를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웠다.

업계 관계자는 “차명주식은 김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거나 직접 조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우린 아니다”
쉬쉬하는 기업

금감원은 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표면적으로는 지연공시가를 조사한다는 이유지만 조사 과정서 차명주식과 관련한 또 다른 불법 정황을 발견한다면 검찰 수사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5% 이상 보유 대주주는 지분변동 관계를 제대로 보고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 김 회장에 대한 조사가 끝나야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제재나 검찰 고발 등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연공시보다는 차명주식 보유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조사와는 별도로 김 회장은 주식 실명전환으로 증여세로만 50%를 납부해야 했다. 김 회장은 이에 서울 삼성세무서와 강동세무서에 빙그레 주식 17만1000주(지분율 1.74%)를 납세 담보로 맡겼다. 

‘커피 재벌’ 동서그룹도 빼놓을 수 없다. 2017년 경제개혁연구소는 동서 계열사 성제개발의 2014년 내부거래 비중이 43.78%이며, 2010∼2014년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65.15%라는 점을 들어 일감 몰아주기 수혜회사로 꼽았다. 1986년 설립된 성제개발은 건축공사업, 임대업, 비주거용 건물건설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다.

성제개발은 2014년 이후 감사보고서를 공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201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성제개발의 지분은 동서 43.09%를 포함해 김 전무(32.98%) 외 3세인 동욱(13.00%)·현준(10.93%)씨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변칙 대물림
관행 손본다


다만 동서의 감사보고서에서는 2015년에도 2014년과 동일하게 성제개발이 주식의 43%를 보유하고 있어 당시 지분구조는 2014년과 동일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성제개발은 높은 배당성향을 보여왔고 내부거래를 통해 얻은 수익은 배당을 통해 3세들에게 제공해왔다. 실제로 2011년 68.22%였던 배당성향은 이듬해인 2012년 88.4%, 2013년 88.86%, 2014년 91.59%로 확대됐다.
 

그런데 동서의 2017년 사업보고서부터 동서는 성제개발 지분 100%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서의 이 같은 행보는 정부의 재벌개혁 움직임에 꼬리를 내린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동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동서는 지난해 10월 서울국세청 조사1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당시 세무조사는 2013년 세무조사에 이은 정기세무조사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동서그룹이 수년간 높은 내부거래 비중으로 사정당국의 주목을 받아온 점과 오너 일가 고배당 문제 등이 꾸준히 불거졌다는 점에서 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왔다.

신안, 동서, 빙그레, 풍산… 
그동안 논란됐던 기업들 긴장

지난해 10월 굴지의 방위산업체 풍산그룹이 부산시의 센텀2지구 개발사업 관련 특혜의혹을 받았다. 과거 국방부로부터 헐값에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는 공식문서가 공개됐기 때문. 개발이 진행될 경우 토지보상금이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돼 특혜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다. 

1981년 당시 27만평 규모의 조병창(현 풍산 부지) 부지였던 이 땅은 3년 거치 후 7년 균등 분할상환 조건으로 모두 259억원에 풍산에 매각됐다. 이 과정서 국유지를 비롯한 부동산, 각종 장비 및 운영 자재 등의 동산, 사업권이 수의계약을 통해 풍산에 매도된 것.


방위산업 목적의 국유지인 이 땅은 풍산의 공장부지 및 건물 30여개를 제외하면 절반 이상이 개발제한에 묶여있다. 하지만 이 부지는 2015년 부산시와 풍산이 맺은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 MOU에 따라 현재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어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풍산그룹은 2016년 국세청 세무조사를 한 차례 받은 적이 있다. 풍산홀딩스는 지주사로 전환한 뒤 내부거래 비중이 늘었다. 류진 회장을 포함한 특수 관계인의 지분이 40.05%에 달한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풍산홀딩스 내부거래는 2010년 40.45%, 2011년 60.52%, 2012년 74.05%, 2013년 75.65%, 2014년 80.09%, 2015년 67.79%로 나타났다. 특히 2016년에는 81.6%(915억원)를 기록, 6년 평균비중이 70%에 육박한다.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으면서 총수 일가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검찰 수사로
엄중 처리 방침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탈세 사실이 확인되면 세금추징은 물론 법과 원칙에 따라 검찰 고발조치 등 엄중 처리하겠다”며 “반칙·편법·탈법행위 통한 호화·사치생활 영위, 편법 상속·증여, 정당한 세부담 회피 등을 일삼는 불공정 탈세행위에 지속적으로 세무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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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