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해남부선 부실자재 의혹

설계도엔 KS, 실제론 비KS?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동해남부선 교대역 교량에 KS인증뿐만 아니라 검수조차 받지 않은 비KS강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재의 성능은 교량의 안전성과 직결된다. 공사현장서 강재를 사용할 때 검증 절차가 따르는 이유다. 발주청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일요시사>가 교량 전문사이트 건설과사람들의 자문을 받아 내막을 살펴봤다.

▲ KTX 동해남부선 교대역 교량

동해남부선은 부산의 부산진역과 경북 포항의 포항역 사이에 부설된 철도다. 동해안을 따라 부설된 동해남부선은 길이가 145.8에 이른다. 2003년 부산과 울산을 잇는 동해남부선 단선 철로를 복선화하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업은 부산시 구간 37, 울산시 구간 26.7등 총 65.7로 계획됐고, 예산은 2600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도급 업체
교량 공사

지난 20161229일 동해남부선 1단계 부전일광(28.5) 구간의 복선전철이 개통했다. 당초 광역철도 사업으로 착공했지만 부산시의 공사비용 분담 문제 등으로 진통을 겪다 국비로 건설하는 일반철도 사업으로 전환됐다. 버스로 1시간40분 정도 소요되던 부전~일광 구간이 전동차로 37분이면 갈 수 있게 돼 동부산권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 구간에는 14개의 현대화된 철도역사가 들어섰다. 교대역, 벡스코역, 거제역서 각각 부산도시철도 1·2·3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다. KS강재 문제가 불거진 곳은 도심을 가로지르는 교대 정거장 승강장 교량(이하 교대역 교량)이다. 하도급업체 한국피씨에스가 MSP BEAM 특허공법을 적용해 제작했다.

일반적으로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시설공단)은 철도노선이 필요한 곳에 공사를 발주한다. 원도급 업체는 공사를 쪼개 하도급 업체에 맡긴다. 실질적인 공사 주체는 하도급 업체지만 원도급 업체서 이들을 관리한다. 공사현장의 전체적인 관리·감독은 감리단서 담당한다.


전체 공정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발주청, 시설공단이다.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 1공구는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동해남부선의 시작점인 부전역을 포함해 총 6개역이다. 원도급 업체 현대건설은 교대역 교량 공사를 한국피씨에스에 맡겼다.

한국피씨에스는 교량용 거더를 제작하고 일반 교량용 자재를 제작·판매하는 업체다. 거더는 교량의 상부구조물로 집에 비유하면 대들보와 비슷한 개념이다.

문제는 교대역 교량에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비KS강재가 사용됐다는 점이다. 강재는 건설공사 등의 재료로 쓰기 위해 압연 따위의 방법으로 가공한 강판이다. 강재의 양과 질 그리고 종류에 따라 교량의 강도가 좌우된다. 실제 교량의 강도는 안전도와 직결되는 부분이다. 공사현장서 가능한 한 KS인증을 받은 강재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산 대응 저렴한 철판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사용

당초 교대역 교량 설계도에는 KS인증을 받은 SM520 철판 511톤과 SS400 철판 42톤을 합쳐 총 553톤의 철판을 사용하도록 돼있었다. 하지만 실제 교대역 교량에 들어간 강재를 살펴보면, SM520 철판은 동국제강으로부터 구입한 KS인증 철판을 사용한 반면, 42톤에 달하는 나머지 철판은 KS인증을 받지 못한 비KS GS400 철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GS400 철판은 포스코서 중국 철판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판매하는 수입 대응재다. 일반적으로 KS인증 철판은 결함이 생기면 제조사에 클레임을 걸 수 있다. 하지만 GS400 철판은 결함이 있어도 문제 삼지 않는 조건으로 저원가에 판매되는 제품이다.


시설공단 등은 시공 당시 SS400 철판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동일한 성능의 GS400 철판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GS400 철판은 고강도 콘크리트에 강연선(여러 가닥의 강철선을 꼬아서 만든 줄)의 긴장력이 균일하게 전달되도록 설치한 보강판에 사용됐다강연선 긴장력은 고강도 콘크리트가 견디도록 설계됐기에 구조적으로 (GS400 철판의) 중요도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SS400 철판 수급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교량서 중요한 부분에 들어가는 철판도 아니었기에 GS400 철판으로 대체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입장은 달랐다.

한 철강업계 영업팀 관계자는 “20152016(교대역 교량공사 시공시기) SS400 철판 수급은 원활했다당시 철강업계가 수요 부족으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던 때라 주문이 있었다면 신속하게 공급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 교량 전문업체 관계자는 “(교대역 교량서) GS400 철판은 거더와 콘크리트를 연결해주는 부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그 부분은 강연선에 힘이 가해질 때 교량의 하중을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저렴하지만
노 클레임

더 큰 문제는 비KS강재가 교대역 교량에 사용되는 과정서 제대로 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강재 선택과 사용은 공사현장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이다. 모든 공사현장서 지켜야 할 매뉴얼을 담은 표준시방서나 특정 공사현장서 하도급 업체가 따라야 하는 제작특별시방서에도 강재 사용 시 지켜야 할 절차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제정한 도로교표준시방서(2016)에 따르면 강재를 구입할 때는 시험성적증명서인 밀시트와 입고명세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계약상대자는 강재의 품질 확인과 검증을 위해 밀시트, 재료 시험보고서, 제품 검사보고서와 검사성적서 등을 제출해 감독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기돼있다.
 

물론 KS인증을 받지 않은 비KS강재를 무조건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제정한 철도설계기준 철도교편(2004)’ 4장 사용재료 부분을 보면 강철도교에 사용되는 재료는 특별한 것을 제외하고는 한국산업규격(KS)에 규정된 것으로 사용해야 한다.

기술의 진보에 따라 새로운 재료를 적용할 때는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사용해야 한다고 기재했다.

철도설계기준에서 말하는 타당한 근거는 감리의 확인 하에 직접 현장에 납품된 자재에 대해 샘플링해 의뢰한 시험성적증명서를 뜻한다. 이때 밀시트로 품질시험을 대체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공사현장에 비KS강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검사를 거친 후 받은 일정 기준 이상의 성적표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별표2와 국토교통부 고시자료(2015. 6. 30)에 따르면 압연용 강재는 겉모양, 치수, 무게, 화학성분, 인장강도, 굽힘성 등에 대해 제조회사·제품규격별로 50톤마다 시험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교대역 교량 제작을 위한 ‘MSP 합성거더 제작특별시방서에도 공사에 사용하는 재료는 설계도 재료표에 명기한 것으로, 사용 강재는 규격증명서를 첨부해 감독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제작특별시방서에 규정하지 않은 사항은 해당 설계기준과 표준시방서에 따른다고도 명시했다.

하지만 <일요시사>가 교대역 교량 공사에 사용된 SM520 철판과 GS400 철판의 밀시트를 입수해 건설과사람들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두 철판의 출신 성분이 판이하게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SM520 철판은 제조·공급 등 유통과정이 명확했던 반면 GS400 철판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제조·공급
불분명하다

정상적으로 발주해 납품된 철판은 제조사에서 기입한 정보가 마킹돼있다. 모든 사항이 기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철판의 재질과 규격, 제품번호, 제강번호 등은 필수로 들어간다. 공사현장에 납품되는 철판마다 고유의 이름이 붙어 있는 셈이다. 공사현장에서는 철판에 마킹된 주문번호와 밀시트에 기재된 번호를 비교해 실제 주문한 제품이 맞는지 확인한다.

동국제강이 교대역 교량 공사에 납품한 SM520 철판의 경우, ‘회사 로고’ ‘제품규격’ ‘제품치수’ ‘제품번호’ ‘제강번호’ ‘목적지명등이 마킹돼있고 이는 밀시트 내용과 일치한다. 교대역 공사에 사용된 SM520 철판은 동국제강서 전량 공급됐다.
 

반면 GS400 철판은 각기 다른 4군데 대리점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GS400 철판의 밀시트서 설계 수량과 맞지 않는 부분이 발견됐다. 밀시트에 기재된 제작 수량과 구매 수량이 일치하지 않았다. 시설공단 등은 이에 대해 “GS400 철판의 밀시트가 일부 누락됐다고 해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비KS강재를 공사현장에 공급할 때 시험성적증명서 등을 제출해 받아야 하는 자재공급원 승인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설공단 등은 교대역 교량 공사에 사용된 GS400 철판에 대한 자재공급원 승인원을 받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2016년 다른 공사에서 받은 GS400 철판의 자재공급원 승인원이 있기 때문에 적정한 자재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몰랐다” 시설공단
감리에 책임 떠넘겨

시설공단 등에서 말한 GS400 철판의 자재공급원 승인원은 진접선(당고개~진접) 복선전철 제4공구 건설공사에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진접선에 들어가는 GS400 철판의 자재공급 승인 날짜는 20161110일로 확인된다.

그 시기 동해남부선 1단계 부전일광 구간은 개통을 한 달 앞두고 있던 때였다. 이미 준공된 공사에 들어간 GS400 철판의 적정성을 이후 다른 공사에서 받은 자재공급원 승인원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설공단 영남본부 동해남부선 부산울산 PM 관계자는 GS400 철판 사용 문제는 감리단의 업무라고 해명했다. 당시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 1공구 감리는 설계업체 유신이 맡았다.

시설공단에서 유신에 책임감리를 맡긴 만큼 공사현장 자재 검측이나 자재공급원 승인 등은 감리단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문제가 된 자재공급원 승인은 시설공단에서 해주는 게 아니라 감리단장의 승인 사항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시설공단은 언론 등에서 비KS강재 사용, 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해당 사항에 대해 몰랐다고 말했다. 발주청인 시설공단은 문제를 야기한 업체나 감리단에 벌점 등의 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대역 교량 공사에서 비KS강재 사용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해 8월경, 하지만 업체나 감리단 등에 벌점이 부과된 사실은 확인할 수 없었다.

실제 책임감리제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4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이우현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은 터널공사 과정서 사상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시설공단은 책임감리제를 구실로 직원들에게 경징계를 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책임소재
누구한테?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발주청의 업무 범위에는 건설공사의 품질관리와 안전관리에 대한 지도가 포함돼있다. 하지만 실제 공사현장서 품질관리에 대한 책임은 시공업체나 감리단이 맡고 있는 상황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시설공단서 책임감리를 맡겼다는 핑계로 감리단을 방패막이로 쓰고 있다”며 문제를 인지한 이후에도 시설공단은 어떤 역할도 하지 않은 채 상황을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수상한 철판 공급업체 “면허도 없는데 재하도급?"

교대 정거장 승강장 교량(이하 교대역 교량)에 비KS강재를 사용한 하도급업체 한국피씨에스는 인천 소재의 영세업체 금강스틸에서 절단한 GS400 철판을 경주 소재의 동보테크로부터 공급받았다. 대한전문건설협회 확인 결과, 두 업체는 철강 관련 면허뿐만 아니라 어떠한 건설면허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건설기술산업법 제29(건설공사의 하도급 제한)에 따르면 하수급인은 하도급을 받은 건설공사를 다른 사람에게 다시 재하도급할 수 없게 돼있다. 단 하도급을 받은 전문공사의 일부를 그 전문공사를 시공하는 업종을 등록한 건설업자에게는 하도급할 수 있다고 예외를 뒀다.

문제는 동보테크가 전문건설업 등록이 안 된 상태라 건설업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당초 동보테크는 한국피씨에스의 재하도급을 받을 수 없는 업체였던 셈이다. 시설공단 등은 동보테크는 일부 강재를 가공해 납품하는 자재납품 업체이므로 재하도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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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