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들도 보는‘ 지라시의 세계

죽었다·불륜·사귄다…사람 잡는 ‘받은 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명 PD와 여배우의 불륜설이 담긴 지라시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유포됐다. 순식간에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온라인 커뮤니티, SNS가 해당 내용으로 도배됐다. 진위 여부 확인보다 확산 속도가 훨씬 빨랐다. 4개월 뒤 문제의 지라시를 만든 사람들이 붙잡혔다. 지라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 요즘 초등학생들도 본다는 지라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받은 글이 돌기 시작했다. 나영석 CJ ENM PD와 배우 정유미씨의 불륜설이 담긴 지라시였다. 지라시에는 “#PD 티비엔(tvN)이랑 재계약 못 하고 퇴출당하는 분위기. 이유는 정유미와 불륜. 홍상수급으로 방송계서 버려지는 분위기라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디스패치>도 알고 있는데 씨제이(CJ)가 돈 주고 막았음등 추가 내용이 붙은 지라시가 메신저는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 SNS를 통해 마구잡이로 확산됐다. 지라시가 돌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두 사람의 이름이 올라왔다. ‘나영석’ ‘정유미’ ‘나영석 정유미’ ‘나영석 정유미 불륜등 관련 단어가 검색어 순위를 점령했다.

진짜야?
가짜야?

나영석 PD와 정유미는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의 연출자와 출연자로 관계를 맺었다. 두 사람의 불륜설이 급속도로 유포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추측성 글이 쏟아졌다.

그러자 나영석 PD는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내용은 모두 거짓이며 최초 유포자와 악플러 모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저 개인의 명예와 가정이 걸린 만큼 선처는 없을 것임을 명백히 밝힌다“(소속사인) CJ ENM 및 변호사와 이와 관련한 증거를 수집 중이며 고소장 제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유미의 소속사도 강하게 대응했다. 매니지먼트 숲은 사실무근인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유포하고 사실인 양 확대 재생산해 배우의 명예를 실추하고 큰 상처를 준 행위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말도 안 되는 루머에 소속 배우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조차 매우 불쾌하다고 설명했다.

악성 루머의 최초 작성자와 유포자, 온라인 게시자, 악플러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증거 자료 수집을 끝마쳤고, 오늘 법무법인을 통해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며 속칭 지라시를 작성하고 게시·유포하는 모든 행위는 법적 처벌 대상이며 이번 일에 대해 어떠한 협의나 선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나영석·정유미 불륜설 지라시를 최초로 만들고 퍼트린 사람들이 붙잡혔다. 지난 12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두 사람에 대한 지라시를 최초로 작성한 방송작가 A씨 등 3명과 이를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에 게시한 간호사 B씨 등 6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에 욕설 댓글을 단 C씨도 모욕 혐의로 입건됐다.

가짜뉴스에 온라인 들썩
4 개월 만에 작성자 잡아

출판사에 근무하던 프리랜서 작가 A씨는 지난해 1015일 방송작가들로부터 들은 소문을 지인들에게 전송했다. 이 내용은 몇 단계를 거쳐 IT업체 회사원 D씨에게 전해졌고, 그는 지라시 형태로 이를 재가공해 회사 동료들에게 보냈다.

또 다른 버전의 지라시를 작성한 사람도 있었다. E씨는 지난해 1014일 다른 방송작가로부터 들은 소문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작성해 동료 작가에게 전송했다. E씨가 만든 지라시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확산됐다.

경찰에 따르면 짜깁기 형태로 가공을 거듭한 지라시는 약 120단계를 거쳐 기자들이 모인 오픈 채팅방으로까지 전해졌고, 이후 일반인들에게로 급속히 퍼졌다. 지라시를 최초 생산한 방송작가 등은 소문을 지인에게 전했을 뿐 문제가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입건된 피의자 10명 가운데 중간 유포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9명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나영석·정유미 불륜설이 담긴 지라시에 함께 거론된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지라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당시 양현석 대표는 지라시로 인해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와 염문설에 휩싸인 바 있다.
 

▲ 배우 정유미

지난 13YG는 허위사실 유포자와 악플러 고소 건에 대한 진행 상황을 언론에 밝혔다. YG아티스트의 근거 없는 악성 루머가 담긴 지라시 최초 유포자는 20대 초반의 여성으로, 해당 피의자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고 전했다.

YG는 지난해부터 악의적이고 왜곡된 루머 양산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팬들의 제보와 법무팀 별도 모니터링을 통해 악플러들을 상대로 대규모 고소·고발을 진행 중이다.

가공되고∼
확산되고∼

그러면서 이미 기소된 사건을 포함해 검찰에 송치됐거나 송치 예정인 사건은 현재 6이라며 올해도 근거 없는 루머에 대해 엄격한 대응 자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라시로 인해 피해자가 나타나고, 이들의 법적 조치로 최초 작성자와 유포자가 밝혀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며 진위여부에 대한 파악 없이 확대·재생산했던 누리꾼에 대한 조사도 현재진행형이다. 문제는 그런 와중에도 또 다른 내용의 지라시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퍼진다는 점이다.

지라시는 뿌리다라는 뜻의 일본말 지라스서 유래한 말로, 통상적으로 '찌라시'라는 말로 많이 쓰인다. 보통 받은 글이라는 표현으로 시작되는 지라시는 작성과 유포를 통해 진실처럼 자리 잡는다. 대상이 되는 사람은 이름이 잘 알려져 있는 연예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자극적인 문구와 인지도 높은 연예인의 조합은 폭발적인 파괴력을 갖는다.

이번 경우처럼 지라시에 언급된 인물이 법적 대응 등의 강경한 조치를 취해 작성자와 유포자가 밝혀지는 상황에 이르러도 이미 금 간 이미지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지라시로 유포된 내용은 연예인이 언론에 언급되는 과정서 끊임없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이미 그 상황서 진실과 거짓은 무의미해진다. 법적 조치는 말 그대로 지라시에 언급된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인 셈이다.

강경한 대응
상처만 남아


처음 지라시는 증권가 정보지서 시작됐다. 실제 증권시장서 업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관계자들끼리 주고받던 정보글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격적으로 지라시가 등장한 시점은 1970년 말부터라고 전해진다. 그 당시에는 기업 정보원들이 동향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정치계와 연예계 등으로 영역이 빠르게 확장됐다.

과거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을 무렵에는 문서화된 지라시가 사람과 사람을 거쳐 퍼졌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무차별적인 확산이 가능해졌다. 그렇다고 문서화된 지라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치·사회·경제·문화·안보 등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지라시를 모아 만든 문서가 돈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정보의 질에 따라 구독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지라시의 영역은 끊임없이 확장됐다. 또 작성자의 범위가 증권가서 일반인으로까지 확산됐다. 재계 동향 등이 담겼던 내용도 이제는 헤아릴 수 없을 수준으로 다양해졌다. 심지어 정치권에선 정부가 정책 관련 발표를 하기도 전에 지라시 형태로 내용이 도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지라시는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거짓인 사례가 많다.
 

▲ 안개 낀 여의도 증권가

사실을 조금 언급한 후 거짓을 섞은 형태의 지라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과정서 슬쩍 언급된 사실을 두고 지라시를 믿을 만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룹 카라출신의 구하라는 최근 지라시의 희생양이 됐다. “구하라가 약을 먹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내용의 지라시가 빠른 속도로 유포됐다. 구하라 측에서 아무 대응을 하지 않자 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결국 구하라 측은 구하라가 지속적으로 수면장애와 소화불량을 겪어 병원서 약을 처방받고 있었다. 그날은 정밀검사와 치료를 위해 병원에 방문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병원에 간 것까지는 사실이지만 나머지는 거짓인 것.

증권가 정보지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일반인도 무차별 피해

연예인의 생사를 넘나드는 황당한 내용의 지라시도 여전하다. 문제는 이 같은 소식에 당사자는 물론 관계자들이 큰 충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멀쩡하게 살아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죽었다는 지라시가 인터넷 등을 통해 번지는 과정서 사실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배우 변정수의 경우 2003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지라시로 인해 사망설이 크게 번졌다. 당시 변정수는 거짓 소문이 멀쩡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우 김아중은 최근 사망설에 휩싸였다. 배우 김혜정, 방송인 이의정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연예인들이 생사 관련 지라시에 희생됐다. 이의정은 한 방송에 출연해 여전히 사망설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이의정은 투병생활을 하던 중이라 사망설에 더 큰 상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일반인이 지라시에 언급되는 일도 잦아졌다. 그나마 법적대응이나 공개적으로 지라시에 대한 반박을 할 수 있는 연예인과 달리 일반인은 말 그대로 무차별적인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이 과정서 ○○, ○○남 등 자극적인 표현은 물론 관계없는 영상이 교묘하게 관련 있는 것처럼 유포돼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기도 한다.

실제 한 대기업 직원 F씨는 다른 동료들과 잠자리를 가졌다는 지라시가 유포되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인사정보까지 함께 돌면서 사실로 믿는 사람이 많아졌고 그 과정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이후 지라시가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져도 이미 당사자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진 지 오래다.

사회 혼란↑
처벌 수위↑

지라시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자 이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번 나영석·정유미 사례로 작성자가 불분명하고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라도 마음만 먹으면 잡아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지라시의 유포 단계를 역으로 추적하면 중간 유포자, 악플러 등도 함께 그물망에 걸려든다.

지라시를 만들거나 유포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특히 카카오톡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허위사실 유포 처벌 범위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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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